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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Wave/Synth Pop의 생존자들 (3회) - Chapter 1. Duran Duran (Part 2)

80팝/80년대 팝 아티스트

by mikstipe 2006. 9. 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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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3인조로 축소, 그룹의 위기?

‘Duran Duran'앨범으로 90년대에도 팝계에서의 그들의 입지를 다진 듀란듀란은 95년 초, 자신들이 영향을 받았던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리메이크한 앨범 ’Thank You'를 발표했으나, 루 리드의 곡을 리메이크한 ‘Perfect Day'가 소폭의 반응을 얻은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기를 모으지 못했다. 그 결과 밴드와 그들이 소속된 레이블인 EMI와의 관계는 상당히 냉각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정말 예상하지 못한 악운이 밴드에게 다가왔다. 10여년간 밴드의 음악성의 한 축을 차지해오던 베이시스트 존 테일러가 가정과 솔로 활동에 충실하고 싶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결국 남아 있는 3명의 멤버로 밴드는 활동을 계속하기로 하고 97년 앨범 ’Medazzaland'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하지만, 이 음반은 레이블의 홀대로 인하여 본국인 영국에서는 발매조차 못되는 사태를 일으켰다. (그 결과 이 앨범은 영국 본사와 계약한 우리 나라 직배사에서도 발매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이 앨범은 전작과는 달리 오히려 싱글 ‘Electric Barbarella'애서 나타나는 것처럼 이들의 80년대식 사운드에 오히려 근접하는 상당히 댄서블한 트랙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앨범 발매의 범위가 제한된 상황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이들은 10여년간 자신들의 고향이었던 EMI를 떠나 소규모 레이블인 Hollywood로 이적하여 올 5월에 새 앨범 ‘Pop Trash'를 발표했다. 존이 탈퇴한 상황에서 이들의 사운드는 다시 93년작 ’Duran Duran'의 성인취향의 팝/록으로 회귀했고, 이 앨범도 대중에게 별반 큰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사라져가면서 많은 팬들은 밴드가 이젠 세월의 풍파를 이길 힘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 안타까움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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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Review: Pop Trash (2000)

  밴드의 정규 앨범(라이브 앨범, 편집 앨범, Thank You 제외)으로는 8번째가 되는 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마디로 93년작 'Duran Duran'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존 테일러가 탈퇴한 라인업으로서는 최초로 녹음한 앨범답게 (‘Medazzaland'에는 존이 연주한 트랙들이 있다.) 그 동안 밴드의 음악 속에 넘쳐흐르던 역동적인 베이스라인은 거의 사라지고 대신에 워렌의 기타가 전체 곡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Ordinary World'의 속편 같은 느낌을 주는 차분한 발라드 ’Someone Else Not Me'와 비틀즈 풍의 ‘Starting to Remember'의 애상적인 매력은 이들이 이제 완전히 성인취향의 팝/록 밴드로서의 거듭났음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수의 곡들이 차분한 미디움 템포의 곡들로 채워진 것으로 볼 때 이들의 음악적 성숙이 정착단계에 이르렀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 외에도 ’Playing with The Uranium', 'Hallucinating Elvis‘ 같은 빠른 트랙들에서는 80년대보다 좀 더 기타 팝적으로 하드한 면이 강화된 이들의 사운드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초기 사운드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Lava Lamp' 같은 펑키한 트랙도 대기하고 있으니 그리 걱정하시지는 말 것. 이 앨범을 통해 우리는 지난 시절 이들에 대해 우리가 가졌던 향수(?)와 현재의 진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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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일본 공연을 끝으로 워렌마저 자신의 고향인 미싱 퍼슨스(Missing Persons)를 재결성 하겠다고 떠나버렸을 때, 사이몬과 닉이 느꼈던 위기감은 상당했다. 사이몬은 당시의 기분을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나는 마치 물이 다 빠져버린 욕조에 누워있는 기분이었어요.” 결국 두 사람의 선택은 자신들의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의 그 느낌을 되찾는 것이었고, 그것은 둘만의 노력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20년전의 전우들과 다시 접촉하는 것에서 그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이다.

옛 전우들과의 재결합, 그리고 오리지날 라인업으로의 새 앨범 발매와 투어

  사이몬과 존이 이렇게 느끼고 있던 무렵, 다행스럽게도 3명의 테일러(Taylor)들도 이제 자신들에게도 변화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헐리우드에서 연기를 하고 싶었던 존의 계획은 그 첫 발도 못 떼고 있었고, 앤디는 사업을 시도했으나 지지부진했고, 은퇴해서 15년간 시골에서 농사짓고 가족과 살고 있던 로저도 뭔가 예전의 것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밴드시절 발표한 곡들의 로열티로 충분히 잘 살아왔기에 돈 때문에 이들이 돌아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두 명의 생존자들과 3명의 이탈자 모두에게 20년전의 기억들은 서로의 현재를 위한 에너지로 승화되기 적합했고, 그들은 만난 자리에서 한 장소에 모여 새로운 곡을 함께 작업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프랑스 남부의 어느 별장을 빌려 이들은 곡 작업을 시작했는데, 20년만의 5인의 공동 작업이 처음부터 쉽게 손발이 맞은 것은 아니었다. 존의 회고는 다음과 같았다. “서로 ‘내가 만들어 온 거 어때?’하면 ‘그건 필요 없어’라는 식으로 반박하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우리 모두 우리가 프린스처럼 (혼자 다 하는) 천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죠.” 세월은 그들에게 조화의 미덕을 가르쳤던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한 방에서 곡의 리프와 코러스에 대한 치열한 설전을 주고받으며 곡들은 완성되었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밴드는 새로운 음반 계약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던 메이저 음반사들은 과연 그들의 음반을 발매해도 될지 망설이며 계약을 회피했고, 결국 밴드는 지금까지 자신들을 가장 많이 지지해온 일본 팬들에게 5인조로 돌아온 모습을 무대 위에서 처음 선보이며 그들이 돌아왔음을 세계에 알리고, 1년간의 전 세계 투어로 그들의 냉대(?)에 반격했다. 결국 고향인 영국에서 총 17회에 걸친 아레나 공연을 관객으로 꽉 채운 이들의 기세에 미국 소니뮤직 사장인 도니 아이너(Donny Einer)가 호응을 보냈고, 전 세계 배급망을 따내며 새 앨범「Astronaut」가 마침내 10월 4일 대중에게 선을 보였다. 물론 싱글 히트는 [Reach Up For The Sunrise]가 영국차트 30위권에 오르고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에 오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그 시절 팬들에게 듀란듀란의 완벽한 재결합은 벅찬 기쁨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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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Review: Astronaut (2004)

  많은 이들이 「Duran Duran」(81),「Rio」(82),「Seven And The Ragged Tiger」(83)에서 보여준 이들 5인조의 호흡이 20년 가까운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전성기와 같은 사운드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같이 했다. 하지만 실제로 손에 쥐어진 새 앨범의 사운드는 80년대식으로의 무조건적인 회귀라기보다는 그들이 20년간 각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특색을 종합한 것에 가깝다. 이들의 과거 곡들로 비유하자면 <Rio>나 <The Reflex>의 넘실대는 리듬감도 있지만 동시에 <Notorious>의 R&B적 그루브, 그리고 <Ordinary World>의 컨템포러리 팝 사운드가 한데 종합된 것이라고나 할까?
  첫 곡인 <(Reach Up For The) Sunrise>는 그들의 80년대를 추억하는 팬들에게 딱 알맞은 과거형 트랙이지만, <Want You More>에서 곳곳에 등장하는 어쿠스틱 스트로크는 분명 시대의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 <What Happens Tomorrow>는 밴드의 90년대식 사운드에 80년대식 힘을 가미했고, 존 테일러의 베이스 리듬감에 새삼 감탄하는 <Bedroom Toys>는 부드럽고 느슨한 <Notorious>같다는 느낌을 준다. <Nice>에서는 닉의 신시사이저와 앤디의 기타가 튀지 않는 분위기 속에 묘한 경쟁을 펼치며, <Taste The Summer>와 <Finest Hour>는 이들의 80년대 스타일과 90년대가 적절히 조화된 2000년대의 듀란 듀란에 가장 어울리는 곡들이다. (하지만 <One Of Those Days>의 브릿 팝적 느낌은 조금 의외인 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Pop Trash」의 좀 가라앉고 음울한 면을 80년대식 에너지를 수혈받아 개선하고 조화를 이룬 것 하나만으로도 2000년대의 듀란 듀란의 새 앨범으로서는 합격점을 맞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Music Video : (Reach Up For) The Sunri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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