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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42, [Retroglide] - 80년대 신스/퓨전 팝의 숨은 고수, 마침내 온전하게 귀환하다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6. 11. 1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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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팝음악을 즐겨 들으셨던 매니아들에게 레벨 42(Level 42)의 존재는 듀란듀란, 컬쳐클럽 등의 대중적 밴드들보다는 생각보다 낯선 이름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이 그룹과 리더인 베이시스트 마크 킹(Mark King)의 존재는 그가 뛰어난 테크니션이기에 세계의 유수 베이스 관련 잡지를 장식했고, 그 결과 한국의 연주자들, 그리고 놀랍게도 퓨전 계열의 음악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 호평받은 이유로 그나마 대중에게 알려진 감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80년대 신스 팝 트랙을 대표하는 싱글 [Something About You]와 [Lessons In Love] 때문에 그들을 마치 원 히트 원더 그룹으로 오해하고 있거나... 그런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재미있게도 FM청취자들은 10년이 다 되도록 이들의 음악 1곡을 꾸준히 라디오를 통해 듣고 있다. 바로 당시에 국내엔 잘 안알려진 이들의 히트곡 [Love Games]인데, 이 곡이 CBS FM [김형준의 FM팝스]의 핵심 브릿지 트랙으로 꾸준히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김형준씨는 한 번 만나서 술한잔 하고 싶은 분이다. 그의 80년대 팝에 대한 애정과 진지한 관심은 내가 항상 존경하는 바이니까...) 그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음악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밴드의 역사는 94년도 앨범 [Forever Now]로 차트에서는 단절되었고, 그 후 마크 킹도 밴드를 해체하고 한참을 휴식을 취한 뒤, 90년대 말부터 다시 솔로 활동을 시작해 4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었다. (밴드의 프로필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잡아 따로 글을 작성할 것이다.) 하지만 밴드에 대한 미련을 못버린 그는 2000년에 다시 '레벨 42'의 이름을 건 투어를 진행했고, 이 투어에 원년멤버들이 모두 참여하면서 원년멤버들의 재결성이 이루어지는듯했다. 하지만, 결국 그룹의 반쪽에 해당했던  필 고울드(Phil Gould)와 분 고울드(Boon Gould) 형제는 과거의 불화(이 밴드의 성격상 마크의 1인 독재적 분위기는 변하기 힘들었나보다.)가 다시 붉어진다고 느끼고 일부 곡작업을 제외하고는 밴드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2002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객원멤버들을 모아 투어는 계속 해왔지만, 팬들은 밴드의 이름으로 발매될 신보를 기다렸고, 다행히도 키보디스트 마이크 린덥(Mike Lindup)이 정식 멤버로 복귀하면서 2004년과 2005년에 거의 녹음은 끝났으나 마무리 못지고 있었던 새 앨범 [Retroglide]는 9월 말에 전 유럽에 발매될 수 있었던 것이다.
  첫 곡 [Dive Into The Sun]을 들으면서, "그렇지, 이게 바로 레벨 42의 음악이야!"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80년대 전성기 시절의 사운드가 전혀 부럽지 않은 마크 킹의 현란한 베이스 터치와 꽉 짜여진 정교한 각 파트의 연주가 절묘한 그루브를 뽑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환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으로는 더할나위 없는 선택이다. 달라진 점을 굳이 찾자면 예전보다는 조금 록적인 필을 살짝 첨가했다고나 할까? 두 번째 트랙 [Rooted]에서는 마크 킹이 "이번엔 니가 달려!"라고 말하기라도 한듯, 슬로우 템포의 단조풍 전개 속에서 중반부에 마이크 린덥의 화려한 신시사이저 연주가 빛을 발한다. (대히트 싱글 [Something About You]와 [Lessons In Love]을 사람들의 귀에 각인시킨 임팩트는 사실 그의 키보드 인트로 연주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이어지는 트랙인 [The Way Back Home]은 차분하게 시작해서 신시사이저와 베이스 연주가 평행성을 달리며 흐르는 무난한 슬로우 템포 곡이며, [Just For You]도 80년대였어야 가능했을 신스 팝 발라드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5번트랙 [Sleep Talking]에서는 다시 열심히 달려주는 마크 킹의 리듬의 향연을 느낄 수 있고, 타이틀 트랙 [Retroglide]는 두 사람의 보컬 하모니의 아름다움이 과거 이들의 멋진 발라드 [Leaving Me Now]를 연상하게 하지만 동시에 조금은 몽환적인 멜로디가 아름다운 곡이다. 다시 그들다운 미디움 템포의 트랙 [All Around]의 편안함이 흐르고나면 [Running In The Family]앨범 속의 멋진 발라드 [Two Solitudes]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트랙 [Clouds]가 이어지고, 차분하면서도 리드미컬한 [Hell Town Story]가 지나가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컬 하모니와 각 파트의 연주가 조화를 이룬 록 발라드 [Ship](분 골드가 이 곡에서는 기타를 담당했음)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킹-린덥이 그동안 쌓아온 스타일이 반반씩 잘 배합되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치우지지 않고 대중적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요새 록 음반에서는 접하기 힘든 적당히 테크니컬한 연주의 매력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정말 이런 사운드를 요새 팝 앨범들에서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80년대에 이들의 음악을 좋아했던, 즐겨들었던 이들이라면 틀림없이 그들의 귀환에 쌍수를 들어 박수칠 앨범이다. 그리고 그들을 과거에 몰랐던 퓨전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는 음반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지난주까지 영국 전체를 도는 순회공연을 끝마쳤을텐데, 이번 앨범이 상업적으로 얼마나 반응을 얻는가에 관계없이 올해 오랜만에 컴백앨범을 발표한 80년대 아티스트들의 작품 가운데서는 완성도 면에서 단연 으뜸이고, 이렇게 멋지게 돌아온 그들에게 다시금 박수를 보낸다.  
 
1. Dive Into The Sun
2. Rooted
3. The Way Back Home
4. Just For You
5. Sleep Talking
6. Retroglide
7. All Around
8. Clouds
9. Hell Town Story
10. Ship
11. All I Need (Bonus track)

현재 라인업:
Mark King - Bass, Lead Vocal
Mike Lindup - Synthsizer, Vocals
Nathan King - Guitar, Vocals
Gary Husband - Drums
Lyndon Connah – Keyboards
Sean Freeman – Saxophones

 
(음악 감상: Dive Into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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