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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에 등장한 김삼순, 어글리 베티(Ugly B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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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우연히 TV를 켰다가 보게 된 '어글리 베티(Ugly Betty)' 의 1회는 기존 미국 공중파 TV 시리즈가 가진 통념을 과감히 해체시키는 설정과 배우들의 연기가 시종일관 보는 이를 유쾌하면서도 가슴에 와닿게 만드는 푸근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런데, 아마 어제 필자처럼 이 프로그램을 보신 분이라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 가지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연상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우리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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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패션 잡지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베티가 이 회사의 편집장 비서로 취직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설정과 거의 흡사하다. (근데 비서들에게 테이크 아웃 커피 심부름은 필수인가? ^^;) 그리고,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주변의 비웃음을 받았던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로 성공의 길을 향해 가면서 잘생기고 멋진 재벌 남성과 정이 들어가는 설정, 그리고 어딘가 완벽하지 못하고 망가지는 면도 보이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김삼순'의 현빈과 김선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 드라마마저도 ABC의 작품이라는 것에 놀랐다. 요새 ABC TV의 드라마들이 모두 우수작이란 평가를 받는 와중에, 이 작품도 그 리스트에 추가 되었다. '로스트-위기의 주부들-그레이 아나토미' 에 이은 히트작 양산이라!! 그래서 공영방송사끼리의 계약을 통해 수입해오는 듯한 KBS는 덩달아 덕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놀랍게도 이 드라마는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자기 나라 작품이 아니라, 99년부터 2001년까지 방영된 콜롬비아의 TV시리즈 [Yo Soy Betty, La Fea (I Am Betty, The Ugly)]의 설정을 그대로 리메이크 했다는 점이다. 못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지혜롭고 똑똑한 여성이 주변의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다는 스토리라인은 이 드라마 이후 전 세계 수십개 국가에서 리메이크 되었지만, (위키에는 올라있지 않으나 '김삼순'도 그 항목에 들어갈 것이다.) 이 원작의 제작자 페르난도 가이탄(Fernando Gaitan)은 '어글리 베티'가 자신의 원작의 정신을 가장 잘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이 드라마는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주인공 아메리카 페레라(America Ferrera)에게 여우 주연상을 안겨주었고, 베스트 TV코미디-뮤지컬 부분 작품상도 수상했다. (방영 시작이 작년 9월이었다는 점에서는 정말 고무적인 수상이다. 이제 겨우 1시즌의 반 넘게 방영되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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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드라마가 왜 현재 미국 드라마 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일까? 이 드라마의 성공은 결국 미국의 전국망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전략이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 지금까지 미국 공중파 방송 프라임타임 드라마는 백인 대중의 보편적 정서, 또는 전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SF이건, 추리물이건, 멜로물이건) 제작되어 왔지만, 이젠 특정 소수민족들을 위한 장치들을 집어넣음으로써 더 많은 시청자 층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히스패닉들의 숫자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흑인들과 거의 맞먹는 인구 비중을 차지한 그들의 생각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냐에 따라 미국 대중의 여론이 변화할 수 있으니까...)

또, 기존의 모든 미국 드라마들이 (우리나라 TV처럼 미남-미녀들만을 선호한건 아니라 해도) 적어도 주인공들은 대체로 '호감형' 외모의 배우들을 기용했던 점에서 (실제로는 예쁜 외모 얼굴을 가졌으나, 분장으로 완전히 망가진) 베티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충격적 파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역으로 대중이 자신들과 동화된 캐럭터에도 몰입하고 싶어한다는, 그리고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 싶어한다는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결혼을 꿈꾸거나 성공을 꿈꾸는 여성이 모두 앨리 맥빌 같은 변호사이거나, 메레디스 그레이처럼 의사인 경우는 드물잖은가?)

어쨌거나, 이제 선남-선녀들만의 TV시리즈 독점시대에 작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어글리 베티' 의 성공은 향후 다른 TV시리즈에서도 특정 계층을 타겟으로 한, 외모에 구애받지않는, 시청자와 쉽게 동화되는 캐럭터의 매력을 강조한 작품들이 계속 나올 것이란 기대를 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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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앞으로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베티네 가족이 즐겨보는 히스패닉 채널의 TV드라마가 나오는데, [Vidas De Fuego(Lives Of Fire)][Muchas Muchachas(Dancing Queens)]  두 편의 내용은 ABC TV 웹사이트를 통해 매주 새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으니, 다음 링크들을 통해 직접 감상하시기 바란다.


2. 이 드라마의 홍보곡으로 지정된 제이슨 므래즈(Jason Mraz)[The Beauty In Ugly]를 추가로 곡을 포스팅한다. 즐감하시길....

 
Jason Mraz - The Beauty In ugly (Ugly Betty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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