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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라는 말을 함부로 떠들지 말자 - 오늘 세계 일보 기사와 인용된 외국인의 블로그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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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새벽에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확 눈을 끄는 기사가 있어서, 스크랩을 해 봤다. 문화계, 음악계에서 일하시는 몇몇 지인분들도 이런 지적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 글에서 인용되고 있는 원문을 쓴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라 (비록 일부분에 편견이 약간 있을진 몰라도) 외국인이라는데 그 의의는 크다고 보겠다. 이 글을 보고 경희대 사이트에 갔더니, 왜 경희대 한류의 날 행사 공연에 SG워너비랑 씨야는 나오나? 이런 수준 높은 토론은 하면서 그 앞에 GM패밀리의 어설픈 공연이라... 쩝... 할말이 없다.

한류는 애초에 없었다” 미 연예기자 지적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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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라는 것은 존재한 적이 없다.” 미국 연예잡지 ‘할리우드리포트’와 ‘빌보드’ 기자인 마크 러셀은 한류를 ‘좀비 웨이브’ 라고 명명했다. 요즘 한류는 ‘이미 죽었다’고 표현할 수조차 없는, 애초에 살아 있던 적도 없는 허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경희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27일 경희대에서 공동 주최하는 ‘한류의 날’ 심포지엄에서 ‘좀비 웨이브-이미 죽은 걸 죽일 수 없다’를 발표할 예정이다.

22일 미리 배포된 발표문에 따르면, 러셀 기자는 요즘 한류가 ‘단기간의 유행, 유치한 민족주의, 열악한 재정 지원’ 등 부정적 함의가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지난 10년간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단 한 번도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 일부 가수나 드라마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성공은 한국만이 지닌 뭔가 특별하고 독특한 것 때문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세계화 흐름에 한국이 발빠르게 적응한 결과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 중 그나마 서구의 관심을 끈 것은 영화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영화 내용 자체보다는 ‘제작비의 5배 이상을 번 영화’ 식으로 소개될 뿐이다. 영화 ‘쉬리’의 대성공과 이창동, 김기덕 감독 등의 잇단 국제영화제 수상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영화의 명성을 높였지만 한국 음악이나 드라마는 그 자체로 서구 미디어의 격찬을 받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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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대표적 한류 가수로 내세우는 비와 보아의 경우 “아시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몰라도 북미인들에게 인상을 주기엔 다소 가볍고 모자란 음악”으로 들리며 북미·유럽 진출은 계획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대개 신파조’인 드라마도 마찬가지. 그는 드라마 ‘CSI’나 ‘소프라노’ 등에 익숙한 서구인들에게 헤어진 쌍둥이나 죽어가는 옛사랑 이야기는 너무 흔한 소재였고, 오히려 한국 텔레비전 패러디인 MadTV의 시트콤 ‘태도’가 더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점차 활성화하고 있는 지역 간 교류에서 한국 연예사업이 먼저 수익개념에 눈을 떴기 때문이며, 태국과 베트남 등이 한국의 성공전략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에 본래 특별한 것이 있다고 착각한다면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성장과 발전이 없는 자는 허기지고 열망이 큰 상대에게 눌리어 사라질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2. 물론 이 사람의 글을 보면서 화가 나시는 분들도 계실거다. 외국인이라고, 한국의 문화를 너무 깔보는 것 아니냐, 이렇게 분노하실 수도 있지만,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리 땅 안에서만 즐기는 문화가 아니고, 그것이 해외 시장으로 (개인적이든, 상업적이든, 어떤 경로로든) 수출된다면, 그 가운데 특히 미국-유럽인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수출되는 것이라면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되어있다. 이 칼럼니스트는 그 관점에서 과연 'Wave'란 단어가 사용된 '한류'가 과연 서구 팝 시장에서 'British Invasion' 이나 ' Latin Pop' 같이 특정 지역 문화에 하나의 문화적 충격을 줄 만한 존재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그것이 있지도 않은 허상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 점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저널리스트, 블로거, 누구도 쉽게 반론은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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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 L.A.에 사는 어느 이름모를 10대 흑인이 비와 세븐의 노래를 mp3 플레이어에 담고 흥얼거리고 있을 것이며, 유튜브에는 보아와 천상지희의 춤을 완벽히 따라하는 외국 10대 여자애들도 여럿 있다. 그렇게 얘기하자면 미국 각 주마다 한국 음악,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매니아가 한 손에 꼽을 인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고 그게 '한류'라 부를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스웨덴이 아무리 아바(Abba),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로 전 세계를 정복했다고 해도, 그걸 '스웨덴식 대중음악'이 하나의 '문화 흐름'으로 세계를 강타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차라리 박진영이 하버드 대에서 떠든 얘기처럼 문화민족주의를 다 걷고, 상품을 그 쪽 사람들의 구미에 어떻게 맟출까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는 게 낫다. 그럼 최소한 몇 개의 'Made In Korea' 문화 상품은 나오지 않을까? 일본에서 보아와 윤하, 동방신기의 성공은 철저히 현지 취향에 맞춘 결과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아닌가? (우리 팬들이 그쪽 음반까지 인터넷 몰에가서 단체주문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개까지도 들린다.)

3. 그래도 혹시나 위 기사의 소재를 제공한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마크 러셀(Mark Russel)이 한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친구의 기사를 검색해보려다, 결국 그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 이르게 되었다. 근데 엄청 놀랐다. 그는 한국 영화를 우리 씨네 21 칼럼니스트 못지 않게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고, 음악에 대해선 신중현-히식스-키보이스까지 빠삭하게 아는 전문인이다. 윤미래의 3집까지도 구해 들을 만큼 그는 현재 한국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관련 역사까지 끈질기게 파고들고 있다. 그러니, 저런 냉철한 칼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분의 블로그는 각자 찾아보시도록. 전 주소 공개 안할 예정임. 혹시 이 기사 보시고 열받은 어떤 분들에 의해 그 분 블로그 테러당하는 꼴 보고 싶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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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물론 지금 '한류'의 이름으로 어디서 돈 벌까만 생각하는 몇몇 경영자와 아티스트들은 이런 기사가 '얼음물'같아 기분 나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고민할 것은 '한류'를 살려라 말아라가 아니라, 'Made In Korea'  문화 상품이 그게 국적성 특색이 있건 없건 과연 자국 외의 소비자, 평론가도 놀라게 할 퀄리티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것부터 개발되도록 우리 문화 속의 질을 제대로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팀바랜드(Timbaland)식의 리듬으로 R&B/힙합곡을 만들었다고 다 미국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만큼 뜨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사랑과 평화와 유재하의 음악이 역작으로 인정받았어도, 과연 그것 그대로 미국 평론가들이 우리같은 별점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은 우리 땅 안에서 우리 정서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그것도 생각 안하면서 돈 벌 궁리만 하면 '한 외국인 칼럼니스트의 비판'은 이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가 말한 '좀비 웨이브'는 이런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 황페화된 토양에서 무슨 수확을 거두려 하는가? 당신네 땅부터 다시 개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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