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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홀맨이 취향에 근거해 뽑은 2008년도 상반기 Best 가요 Albums 10

Review 저장고/가요

by mikstipe 2008. 7. 1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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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rown Eyes - Two Things Needed for the Same Purpose
(3집)
  나얼과 윤건이 다시 만났다. 그것도 5년만에... 물론 이 앨범이 그간 그들이 각자 해 오던 음악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없지만, 브라운 아이즈로 만나게 되면 다분히 앨범의 주도권은 (작곡자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윤건이 갖게 된다. 난 그래서 브라운 아이드 소울보다 윤건의 솔로 앨범, 혹은 이 앨범을 기다렸다. 나얼이 윤건의 솔로 보컬만으로는 도저히 커버할 수 없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으니, 이 앨범을 마다할 이유는 내겐 별로 없다. 이들을 더 이상 R&B 듀오로 부르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다들 안해 주셨으면 한다. 이들은 2000년대가 만들어낸 가장 준수한 남성 팝 듀오다. 그걸로 충분하다.

2. 주얼리(Jewelry) - Kitchie Island (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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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 자리에 이들의 앨범을 끼워넣었는지 의아할 분들이 분명 계실 것이다. 하지만, 주얼리는 현재 대한민국 땅에서 이제 점점 '천연기념물'화 되고 있는 90년대식 팝-댄스 여성 보컬 팀의 명맥을 (자의든 타의든)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핑클도 없고, 베이비복스도 없는데, 주얼리는 살아 있지 않은가. 연예 프로그램이 그녀를 먹여살려주는 감은 있지만 독자 활동을 통한 서인영의 그룹 내 지분 확보(?)는 이번 주얼리의 앨범에서 보컬을 통해 매우 두드러진다.
<One More Time>의 E.T.춤이 아니었더라도, 이 앨범에서는 <모두다 쉿!> <모를까봐서>, <Stay With Me>와 같은 좋은 팝-댄스 싱글들이 있다. 앨범 제목처럼 키치한 것들만 다 모아놨지만, 다행히 죽사발은 아니어서 좋았던 앨범.

3. 김동률 - Monologue (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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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률이 저 멀리 실크로드 동네까지 헤매며 <출발>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왔건만, 실제 이 앨범의 위상을 띄워준 곡은 아이러닉하게도 알렉스가 '우리결혼했어요'에서 써먹은 <아이처럼>이었다. 그의 앨범은 그냥 처음 흘러들으면 '또 제자리군!'하며 넘겨짚기 쉽지만, 대중이 머릿속에 쉽고 강하게 각인할 수 있는 중요한 멜로디와 가사를 뽑아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주류 싱어-송라이터이기에 그의 곡들은 매번 앨범을 통해 '야금야금' 전진한다. 특히 이번 앨범을 통해 그가 이름값만으로 먹고 산다는 항간의 비판을 극복할 만한 몇 곡의 좋은 노래들을 써 냈음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이다.



4. 이바디(Ibadi) - Story Of Us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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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의 1집은 (그의 '우리 결혼했어요'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듯) 다분히 상업적인 의도를 퍽퍽 깐 '성시경 자리 꿰차기' 앨범 같다는 느낌 때문에 곡들이 좋음에도 이 리스트에서 과감히 빼버렸다. 하지만, 클래지콰이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양대 보컬의 또 한 축인 호란의 프로젝트 이바디는 그렇게 '싸게' 접근하기에는 왠지 모를 노래들의 차분함이 내 귀를 끌었다. (노라 존스에게 빚진 감이 없진 않지만) 전자음이 아니라 어쿠스틱의 감성 위에서 듣는 호란의 보컬의 힘이 앨범을 멋지게 만들었다. 특히 (어느 음악 지인은 나의 권유로 음악을 들어보고 '숨소리에 질려서' 결국 거부하셨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올해 나의 베스트 싱글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끝이 아니란 너의 선택에, 제법 여러번 아픔을 견딘, 아름다운 존재란 걸 알게 된 지금 너무 늦은 건 아닌지...' 이 노랫말은 요새도 가끔 내 가슴을 때린다.  

5. 뎁(Deb) - Parallel Moon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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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랜드 민트 페스티발에서 페퍼톤스의 무대와 밖의 소무대에서 펼쳐진 그녀만의 단독 무대를 보기 전까지는 그녀를 페퍼톤스의 멤버로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난 그녀의 앨범이 정식 발매되는 그 날을 기다렸고, 마침내 발표된 지 얼마 안되어 정식 CD를 손에 넣었다. <Astro Girl>의 찰랑대는 경쾌함도 맘에 들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단연 첫 곡 <Scar into Stars>이다. 한국에서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대중적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인디적 개성을 잘 섞어낼 수 있는 능력을 앨범 한 장으로 보여준 것은 내겐 그녀가 최초나 마찬가지다. 자꾸 들어도 좋은 앨범이란 이런 작품이다.


6. 페퍼톤스(Peppertones) - New Standard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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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엔 세금이 안붙어 참 다행이야...' <New Hippie Generation>
<Ready, Get Set, Go!>로 인해 단순히 시부야 케이를 추종하는 밴드로 페퍼톤스를 인식했던 내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주었다. 이 앨범을 통해 1집에서 객원보컬들에게 더 많은 주도권을 주었던 조금 '몹쓸' 습관을 자제하고, 앨범의 중심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과감히 키워 낸 것이 이들의 음악에는 한 단계 발전을 안겨주었음이 분명하다. 현재 인디 씬 출신에서는 마이 언트 메리(My Aunt Mary)가 가장 곡을 '팝스럽게' 잘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 평론가들의 공통 견해이지만, 이제 그 리스트에 페퍼톤스도 집어 넣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작품.

7. 자우림 - Ruby, Sapphire, Diamond (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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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Carnival Amour>를 케이블 방송에서 뮤직비디오와 함께 처음 접했을 때, "어이쿠, 또 제 2의 <하하하송>이라고 평단에 욕 바가지로 먹겠구나!"하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들의 7집은 자기들이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전체적으로 '힘을 빼는' 그들의 시도가 (5,6집에서는 전혀 씨알이 안먹혔다고 한다면) 제대로 반영된 음반이라 반가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번에는 욕하는 평론가들도 거의 없는 것 같아 신기했다. (한 때 자우림을 씹어야 대한민국의 록의 발전을 생각하는 평론가인듯 덤벼들었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20세기 소년 소녀>, <27>, <반딧불> 등 앨범의 베스트 트랙들 속에서 이들이 2년간 쉬어준 시간이 이들에겐 분명 득이 되었다.  

8. Nell - Seperation Axiety (6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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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넬의 음악은 사실 초기의 사운드와 비교한다면 점점 '가요스러움'을 머금어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들의 음악을 추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며, 오히려 한국의 주류 록 밴드 가운데 넬의 자리가 확고해지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앨범, 특히 <기억을 걷는 시간>을 예를 들어보자. <Stay>보다 훨씬 가요스럽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고 거부감이 없다. 라디오 헤드와 트래비스. 콜드 플레이의 멜랑콜리함이 한국의 다수의 록 밴드의 창작 욕구를 자극했으나, 그 토양 속에서 제대로 꽃을 피워낸 밴드는 이들 이전에는 없었고, 왠지 이들 이후에도 없을 것 같아 보인다.

9. 강산에 - 물수건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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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구요>
<넌 할 수 있어>로 주류 히트를 하던 그 시절에도 강산에는 자신의 앨범 제목처럼 '삐딱했다.' 그랬기에, <태극기>란 곡도 나올 수 있었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의 그 멋진 가사와 멜로디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번 [강영걸] 앨범을 통해 그의 음악적 역량의 최고조를 보여준 다음 2년 이상 쉰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아내가 예쁘게 뜨개질로 자켓 디자인을 제작해 준) 이 앨범이 처음 들을 때는 약간 부족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아침에 사과>, <사막에서 똥>과 같은 그 기발하지만 푸근하고 자연스레 와닿는 그의 '삶 속의 록-포크' 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노래 잘 부른다는 어떤 록 보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만의 거대한 첨탑이다. 한국 록의 <답>은 바로 그와 뜨거운 감자의 앨범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10. Buga Kingz - The Menu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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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가 킹즈는 바비 킴이 솔로로 세워놓은 위상이 없었다면 결코 2집을 낼 수 없었을 운명이었겠지만, 그래도 그 힘을 바탕으로 하여 바비가 혼자서는 다 보여주지 못하는 '가려운 부분' 을 항상 성공적으로 커버해 주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자신의 성공 뒤에도 옛 친구들을 잊지 않았던 근본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가사 면에서는 자꾸 젊은 친구들에게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보이는 것이 조금 단점으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컬과 라임이 군더더기 없이 항상 물 흐르듯이 굽이치는 이들의 곡들은 언제나 나를 흥겹게 한다.  

 <Bonus Albums>

11. Sweater - Highlights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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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앨범에 대한 핫트랙스의 7줄 리뷰를 쓰면서 '이런 결과물이라면 더 오랜 기다림도 원망스럽지 않겠다.'라는 극찬을 나도 모르게 남겨버렸다. 한동안 사람들에게서 스웨터는 '끝난 그룹'이란 얘기까지도 들었었다고 하지만, 작년 그랜드 민트 페스티발을 통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리고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나온 이번 앨범을 통해 이들은 그간 자신들이 해온 사운드를 좀 더 자연스럽게 다듬는 내공을 닦았음을 음악으로 보여주었다. <마린 스노우>와 같은 곡이 예전 <No.7>의 의도적 느낌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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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세렝게티 - Afro Afro (1집)
  한국에는 비록 '된장 소울-훵크'의 수호신(?)인 김반장윈디 시티(Windy City)가 있긴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협조적 경쟁자'로 칭할 만한 신예 아프로 비트-훵크 밴드 세렝게티가 정식으로 데뷔했다는 것이 올해 한국 가요 씬에서 기억할 만한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적이기 보다는 좀 더 '월드' 적이기에 그들의 음악이 처음부터 쉽게 꽂히기는 어렵긴 하다. 그러나 한국 대중음악의 음악적 다양성을 견지하는 데 있어서 그들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며, 그 근거를 이 앨범이 여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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