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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중음악 리뷰 사이트 IZM 8주년 기념 공연 후기 - IZM사이트에서 펌

스크랩칼럼+etc...

by mikstipe 2009. 9. 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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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IZM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스크랩 한 것입니다. 필자와 IZM측에 양해 구합니다.

서울 영등포 고가차도 근처의 한 허름한 건물 안. 그곳의 몇 평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대중음악을 이야기한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를 중심으로 대중음악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1999년부터 이즘(IZM)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그곳에서 대중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지식과 의견을 누리꾼들과 공유하기 위해 2001년 웹진 이즘(www.izm.co.kr)을 만들었다. 지난 10년 간 모임을 거쳐 간 인원만 해도 벌써 50명이 넘는다. 그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지금도 사이트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웹진 이즘은 소박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뜨거운 열정이 일구어낸 값진 결과물임에 분명하다.


이즘 팀 결성 10주년, 웹진 이즘 탄생 8주년을 맞아 지난 9월 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는 이를 축하하기 위한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와 이즘의 제휴를 축하하는 의미도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한 자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즘과 음악을 사랑하는 대중과의 공식적인 조우였기에 이즘 필진들에게도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콘서트 시작 시간은 7시 30분이었지만 그 전에 공연장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입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인파가 넘치자 스태프로 나선 이즘 필진들과 관계자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공연 시작 직전까지의 시간은 그들에게 가혹하리만큼 짧았다.

7시 30분이 지난 시각, '예스24, 이즘 콘서트'라는 커다란 글자가 무대의 백드롭으로 내려오자 4인조 신인 밴드인 드라이 플라워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탄탄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드라이 플라워는 이나미의 호소력 짙은 보컬을 내세워 인상적인 오프닝을 장식했다. 특히 그들이 리메이크한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에는 원곡이 갖지 못한 박력이 살아 있었다.


얼마 전 이즘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던 박지윤은 애절한 느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6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 꽃, 다시 첫 번째 >(2009)로 예전에 그가 갖고 있던 섹시한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지며 차분한 감성의 싱어송라이터로 변신을 시도한 바 있다. 신보 가운데서 장내에 울려 퍼진 '바래진 기억에'는 박지윤의 목소리와 현재의 감성을 완벽하게 대변하고 있었다. 아이돌 가수에서 아티스트로 인정받기 위한 그의 모습은 은은하면서도 뜨거운 빛을 내고 있었다.

이처럼 박지윤이 메인스트림 가수의 본보기라면, 크라잉 넛은 인디만이 가진 뚝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박지윤에 이어 등장한 크라잉 넛은 '말 달리자', '착한 아이', '밤이 깊었네' 등을 연주하며 기존에 차분했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집어 놓았다. 다섯 남자가 이끈 펑크 파티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활기를 만들어 냈다. 대한민국 인디신과 동고동락한 크라잉 넛은 이즘으로선 빼놓을 수 없는 손님이었다.


이어 등장한 드렁큰 타이거도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크라잉 넛이 인디신의 버팀목이 되었던 것처럼, 드렁큰 타이거도 대한민국 힙합을 진두지휘했던 주요 인물 중에 하나다. 팔로알토, 비지와 무대에 선 타이거 JK는 'Monster', '나는 널 원해' 등의 히트곡들을 통해 그만의 견고한 랩핑을 선보였다. 또한 순서 중간에 일어난 관계자의 착오에도 여유 있게 반응하며 관객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2009년 대표 '품절남'을 향한 여성들의 환호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한편 공연의 사회를 맡은 MBC 출신의 허일후 아나운서는 시종일관 매끄럽고 위트 있게 순서를 진행해 갔다. 공연 중에 간간이 드러난 그의 순발력은 말 그대로 '일품'이었다. 또한 게스트로 무대 위에 오른 배철수는 임진모와 짧은 담소를 나누며 즉석에서 '음악캠프'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대중음악의 전령인 두 사람의 대화는 좋은 음악만큼이나 훈훈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두 남자의 기분 좋은 수다에 이어 등장한 휘성은 뮤지션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알앤비 가수로서 휘성은 밴드를 대동해 완벽한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안 되나요', 'With me', 'Insomnia' 등에서 드러난 그의 능수능란한 가창 실력과 밴드의 화끈한 사운드는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자신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사운드 전체에서 전진을 꾀한 휘성의 노력은 분명 환영할 만한 요소였다.


이날 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는 '작은 거인' 김수철이 장식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팝-록이라는 넓은 필드와 기타라는 무기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인기의 절정에서는 오히려 국악에 귀 기울이며 겸손한 실험 자세를 견지한 '장인'이기도 했다. 20여 분간 이어진 그의 무대를 통해 이 모든 것을 만끽하기란 어려웠지만 '젊은 그대'의 흥겨움부터 '모두 다 사랑하리'의 비장함까지, 그가 보유한 익숙한 멜로디들은 축하공연의 마지막 순서다운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2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예스 24, 이즘 콘서트'에는 팝, 록, 힙합, 알앤비 등의 다양한 장르와 신구의 조화가 있었다. 기념과 축하라는 긍정적인 목적이 있었던 만큼 장내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즐겁고 뜨거웠다. 웹진 이즘 탄생 8주년 기념 콘서트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모든 성과는 뮤지션과 이즘, 그리고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누리꾼 모두의 공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제 이즘과 이즘의 필자들은 다시 9주년을 향해 또 한 발짝을 내밀고자 한다. 다가올 9주년과 10주년, 더 나아가 20주년과 50주년에도 음악을 향한 이즘과 누리꾼들의 열기는 결코 식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지금 이 순간 이즘을 사랑하는, 그리고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09/09 김두완(ddoobari@hanmail.net)

# 나도 그 날 현장에 있었다. 이걸 글로 쓸까 말까 하다가, 마침 IZM 출신 멤버중 핫트랙스 필자이기도 한 두완씨의 글로 올라왔길래, 퍼왔다. 뒷풀이에서 나는 비록 1시 가까운 시간에 도망치듯 나왔지만, 나머지 분들은 아마 날 샜을지도.......(임진모 샘이 계신 술자리는 절대로 일찍 안 끝난다는 불변의 진리....^^;) 물론 이즘에 대해서는 긍정하는 부분과 비판하는 부분을 난 동시에 갖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자기가 관심갖는 일부 영역만 제외하고 대중음악에 대해 진지한 감상조차 하지 않고 소비에 치중하거나 그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현실에서 이만큼 노력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실제 현재 이즘 필자들은 20대 중반들이 더 많다)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기에, 설사 그들의 비평에 하자가 있다 해도 그 열정에 대해선 앞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더 열심히, 시대를 가로질러 폭넓게 감상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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