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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sie J - Who You Are (유니버설 뮤직 해설지)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1. 4. 4.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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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한국 유니버설뮤직에서 발매한 본 앨범의 국내반 해설지에 제가 작성한 글입니다.

파워와 소울의 힘을 아는 영국 백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제시 제이(Jessie J),
그녀의 야심찬 세계 시장 데뷔 앨범, [Who You Are]


  지난 2002년 연말부터 해마다 영국의 국영 방송 BBC의 뉴스 웹사이트에서는 전년도의 활동을 근거로 신인 유망주 아티스트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차기 년도에 누가 가장 빨리 스타로 발돋움할 것인가를 평론가 집단과 음반 업계 관계자들이 선정하는 ‘Sound of...’ 투표를 진행한다. 이 투표를 통해서 킨(Keane), 브레이버리(The Bravery),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 미카(Mika), 아

델(Adele), 리틀 부츠(Little Boots), 엘리 고울딩(Ellie Goulding)이 각 연도의 우승자가 되었고, 이들은 그 결과에 걸맞게 현재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들로 발돋움했다.

  이번 2011년에도 여러 신인들이 경합을 거쳐 최종 1위부터 5위까지의 순위가 공개되었다. 바로 그 정상의 자리를 거머쥔 올해 22살의 젊은 여성 뮤지션이 바로 제시 제이(Jessie J)다. 사실 그녀의 사진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듣는다면 (마치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그러했듯) 도저히 백인 여성 보컬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힘들 정도로 ‘화통하고 힘이 넘치는’ 목소리를 그녀는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가 추구하는 음악 자체가 트렌디 소울과 R&B 성향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기에, 더욱 그녀의 피부색을 음악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이러한 천부적인 감각으로도 모자라 이미 데뷔 이전부터 여러 유명 아티스트들을 위해 가사를 쓰거나 작곡을 했던 송라이터 출신이기도 하니, 몇 년 전부터 계속 흑인 음악을 영국인들의 정서에 맞게 구현하는 여성 뮤지션들에게 꾸준히 주목해왔던 영국의 비평가들에게 그녀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뮤지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노래와 연극을 좋아했던 목청 큰 여학생, 영국이 주목하는 신예 스타가 되다

  1988년 런던 레드브릿지(Redbridge) 태생인 제시 제이는 사실 어린 시절에는 음악 자체보다는 연극에 관심이 더 많았던 아이였다. 비록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진행하는 뮤지컬 ‘애니(Annie)’에는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배역을 얻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이후 콜린즈 공연 예술 학교를 다니면서 11살 때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뮤지컬 ‘Whistle Down The Wind'의 웨스트 엔드 캐스트로 참여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재학할 때도 그녀는 여전히 음악 교육을 별도로 받았고, 16살에는 런던에 있는 예술 전문학교 브릿 스쿨(Brit School)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곳 출신의 그녀의 선배들이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케이트 내쉬(Kate Nash)였고, 그녀의 학급 친구가 그녀보다 한 발 먼저 유명해진 아델(Adele)임을 생각하면 그녀도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을 딱 알맞은 교육을 받은 셈이다. 

  졸업 후 그녀는 거트(Gut)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데뷔작을 준비했었으나, 불행히도 녹음을 완료하기 직전에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만 했다. 대신에 그녀는 잠시 작곡가로서의 행보를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Sony ATV와 저작권 계약을 맺은 그녀는 2008년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영국 투어에서 백업 보컬로 활동하면서 여러 해외 아티스트들을 위한 곡들의 가사를 담당했었다. 그 가운데는 리아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알리시아 키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함께 작사-작곡에 참여했던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의 싱글 ‘Party In the U.S.A.’가 최초로 히트를 거두게 되면서 그녀의 송라이터로서의 능력은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먼저 미국에서는 유니버설 산하 리퍼블릭(Republic) 레이블과,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아일랜드(Island) 레이블과 싱어로서의 계약도 동시에 맺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 

  드디어 2010년 11월에 그녀의 이름을 단 첫 싱글 ‘Do It Like A Dude’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곡이 영국 싱글 차트 2위에 올라가면서 그녀는 순식간에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동시에 받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BBC에서는 ‘Sound of 2011’의 1위 주인공으로 그녀를 선정했고, 해를 넘겨서 발표된 영국 MTV선정 ‘Brand New 2011’의 ‘예비 스타(Next Big Thing)’ 투표에서 2위를, 그리고 지난 2월 15일 열렸던 브릿 어워드 2011에서도 ‘비평가 선정 아티스트상(Critic's Choice)’를 수상하는 등 그녀의 존재감은 영국 내에서 더욱 커져갔다. 그리고 지난 1월 28일 두 번째로 발표한 싱글 ‘Price Tag’가 그녀에게 영국 차트 첫 1위를 안겨주면서 영국 음악 팬들이 그녀의 이번 데뷔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만들었다.


신인이라기에 너무나 세련되고 짜임새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데뷔작 「Who You Are」

  영국에서는 2월 25일, 그리고 미국에서는 오는 4월에 발매 예정인 제시 제이의 정식 데뷔 앨범 [Who You Are]는 만약 아티스트의 기본 정보가 전혀 없이 앨범을 듣는다면 과연 이 음반이 갓 데뷔한 신인 아티스트의 음반인지 귀를 의심할 작품이다. 신인으로서는 과감하게 R&B라는 큰 틀에서 어쿠스틱 사운드부터 빈티지 펑크, 소울, 스윙, 레게, 힙합적인 요소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를 건드리고 있을 만큼 데뷔작 부터 그녀의 야심은 크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으로 지나치게 산만한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니다. 어쨌건 모두 ‘흑인음악’의 큰 틀에 자연스럽게 수렴되기 때문이다. 

  첫 싱글로 발표되었던 ‘Do It Like A Dude’는 원래 그녀가 리아나(Rihanna)의 히트곡 ‘Rude Boy’를 듣고 그녀에게 주고 싶어서 만들었던 트랙이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곡이 완성되었을 때, 레이블 측에서는 그녀가 이 곡을 직접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고, 결국 그녀의 확실한 데뷔작의 구실을 해주었다. 레게와 록, 펑키함이 동시에 버무려진 중독성 있는 사운드가 단번에 고개와 몸을 흔들게 만드는 트랙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로린 힐(Lauryn Hill)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듯한 어번 트랙인 두 번째 싱글 ‘Price Tag’ 역시 확실한 훅과 백 비트 리듬으로 (돈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말고 춤이나 추며 즐기자는 노래 가사처럼) 흥에 겨워 파티 분위기에 취하게 만든다. 


  무거운 리듬 위에 마이너 스케일의 곡조를 싣고 그녀의 폭발적 가창력의 힘을 극대화한 ‘Nobody's Perfect’, 케이티 페리가 부럽지 않은 확실한 대중적 어프로치를 가진 트렌디 댄스 R&B ‘Abracadabra’와 ‘Who's Laughing Now’, 리아나를 충분히 위협하고도 남을 힙합 비트 강한 트랙인 ‘Rainbow’ 등이 업템포의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또한 일렉트릭 기타의 이펙트와 전자음을 잘 활용해 곡의 긴장감을 높여준 그녀 특유의 스케일 있는 디바형 록 발라드(?) ‘I Need This’, 역시 그녀의 폭발적 보컬의 힘으로 레오나 루이스(Leona Lewis)의 자리까지 위협하려고 도전하는 ‘Who You Are’에서는 정말 신인이라 보기 힘든 능숙한 그녀의 가창력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스윙 재즈와 블루지 록의 조화가 멋지게 들어맞은 ‘Mamma Knows Best’, 빈티지 소울의 향기를 느끼며 선배 디바들과의 무대 위에서의 대결을 상상해 볼만한 ‘L.O.V.E’, 어쿠스틱 아프리칸 사운드를 구사하며 코러스와 그녀의 보컬이 조화를 이룬 경쾌한 트랙 ‘Stand Up’, 빈티지한 슬로우 잼 발라드 ‘Casualty of Love’, 앨범의 백미이자 자신이 11살 때 직접 눈으로 보았던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한 소년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생명에 대한 성찰이 담긴 어쿠스틱 라이브 트랙 ‘Big White Room’까지 전곡이 그녀의 대한 해외의 찬사를 의심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Jessie J - Who You Are (Boombox Series Live)
(뉴욕 지하철 역에서 음악만 틀어놓고 생라이브)


  지난 몇 년간 영국 음악씬은 계속해서 바다 건너에서 넘어온 흑인음악의 전통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화한 신예 뮤지션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어왔고, 제시 제이 역시 이제 그 대열의 새 기대주가 되었다. 이 앨범에서 보여준 자신의 재능을 적절한 방향으로 잘 정착시키기만 한다면 그녀에게는 앞선 선배들이 보여준 것 이상의 큰 기대를 품어도 좋을 것 같다.


2011. 2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핫트랙스 매거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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