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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s - Return To the Valley Of the Go Go's (Compilation, 1992)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11. 6. 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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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집단 고고스의 역사

흔히 여성 멤버로만 구성되어 주류에 등장했던 최초의 록 밴드를 꼽으라면 작년에 영화로도 국내에 소개되었던 밴드이자 조운 제트(Joan Jett), 리타 포드(Lita Ford)라는 여성 로커들을 배출했던 런어웨이즈(Runaways)를 언급한다. 물론 정답이다. 그러나 그들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의 폭발적 인기에 비해서는 미국 본토에서의 앨범 성적은 너무 초라했다.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너무 강력한 언더그라운드 하드 록-펑크를 구사했고, 뒤로 갈수록 사운드는 더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가 헛된 것은 아니어서, 그 이후 미국의 대중음악 매니지먼트는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록 밴드도 상품성의 가치를 가짐을 확인하고 뉴욕의 언
더그라운드 클럽을 뒤져 제 2의 런어웨이즈가 될 팀을 찾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1980년대의 전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빌보드 Top 200 앨범 차트 역사 이래 최초로 전원 여성 멤버로 구성된 록 밴드가 1위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던 재능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집단 고고스(Go-Go's)가 세계에 알려졌다.

1978년 보컬리스트 벨린다 카라일(Belinda Carisle), 기타리스트 샬롯 캐피(Charlotte Caffey)와 제인 위들린(Jane Wiedlin)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고고스는 걸스쿨(Girlschool)과 텍스톤즈(Textones)와 같은 당시 언더그라운드 여성 하드 록 밴드들을 거친 베이시스트 캐시 발렌타인(Kathy Valentine), 드러머 지나 쇽(Gina Schock) 등으로 멤버를 정비하고 1981년 데뷔작 [Beauty And the Beat]를 히트시키면서 주류 입성에 성공했다. 다음 해 발표된 2집 [Vacation]까지 연이어 히트행진은 이어졌지만, 역시 20대 초반에 성공을 맛본 젊은 처녀들은 런어웨이즈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돈과 환락의 맛에 빨리 빠져 들어버렸다(특히 보컬리스트 벨린다는 당시에 스케줄조자 제대로 지키기 힘들 만큼 술과 약물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3집 [Talk Show](1984)를 끝으로 밴드는 해체했고, 그 후 벨린다와 제인은 솔로로, 샬롯은 자신의 밴드 지레이시즈(G'Races) 등으로 활동하다 1990년대 초반 지금 소개하는 이 베스트 앨범을 위해 한정 재결합했다. 이후에도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한 이들은 재결합 투어 활동을 이어갔고, 2000년대에는 4번째 앨범 [God Bless The Go-Go's]로 그들의 건재함을 과시한 후, 올해로 데뷔작 발매 30주년을 맞는 투어 'Ladies Gone Wild'로 미국 팬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이 베스트 앨범은 발매 당시 주요곡만 담은 1CD 버전, 2CD 버전으로 각각 발매되었다. 그 가운데 그들이 단순한 로큰롤 밴드가 아니라 1970년대 후반 뉴욕 언더그라운드 여성 펑크 록 씬에서 출발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 2CD 버전이 더 우수하다. 'Johnny Are You Queer', 'Remember (Walking In The Sand)'와 같이 그들이 지금도 라이브에서 자주 연주하지만 정규 앨범에선 찾을 수 없는 곡들이 여기 라이브 버전으로 담겨 있으며, 물론 앞서 언급한 그들의 싱글 히트곡들-'We Got the Beat', 'Our Lips Are Sealed', 'Vacation', 'Head Over Heels' 등-은 당연히 모두 수록되어 있다. 특히 그들 곡 가운데 가장 우울하고 강한 이미지를 가진 'Lust to Love'와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력을 보여주는 서프(Surf) 펑크 록 트랙 'Get Up And Go' 등은 꼭 챙겨 듣기를 바란다. 맨 마지막 세 곡은 당시에 새로 작곡, 녹음해 수록한 곡들이다.

그들과 뱅글스(Bangles) 이후에 아직도 주류에서 성공한 전원 여성 멤버 록 밴드가 없기에 데뷔 30년이 넘은 지금도 고고스의 록 역사에서의 가치는 빛난다. 50대 아줌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로큰롤을 연주하는 이들이 정말 '나는 전설이다!'라 외칠 자격이 있지 않을까?


[글: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Hottracks Magazine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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