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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Talking - Ready For Romance (Daum 뮤직-100Beat 리뷰)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11. 8. 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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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Daum 뮤직-100Beat 에 기고한 제 원고입니다.


'닭장용 음악'으로만 규정짓기에는 아쉬운 1980년대 유로 일렉트로 댄스 팝의 대표적 앨범


  평소에 주변의 열혈 마니아들처럼 MBC TV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것은 아니나, 지난 달 화제를 모았던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이후 이적과 유재석의 콤비인 '처진 달팽이'가 만들고 부른 '압구정 날라리'를 즐겨 듣고 있다. 1980년대 팝 음악을 아직까지도 즐겨 듣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곡은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면은 유보하더라도 1980년대 유로 댄스 팝을 추억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트랙이기 때문이다(방송에서 그들도 그런 콘셉트의 곡을 만들자는 의견을 초반부에 주고받았었다. 그런데 가사는 1990년대 압구정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조금 어색하다). 이런 1980년대 유로 댄스 팝(일명 '닭장 댄스 뮤직')에 대해서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신시사이저와 일렉트릭 드럼을 활용한 리듬에 유흥만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들이라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흥의 기능 역시 대중음악의 한 가지 속성임을 생각할 때, 이전 시대의 디스코를 기반으로 그에 딱 맞는 가볍고 경쾌한 멜로디와 리듬, 비트를 만들었던 1980년대 유로 댄스 팝 뮤지션들과 그들의 사운드에 대한 재평가는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런 뮤지션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우리 머리 속에 대표적으로 기억되는 존재는 누구일까?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이 디터 볼렌(Dieter Bohlen)과 토마스 앤더슨(Thomas Anderson)으로 구성된 독일 출신의 댄스 팝 듀오 모던 토킹(Modern Talking)일 것이다. 한국에서 12인치 싱글로 발매되면서 이런 포맷의 음반 제작의 붐을 몰고 왔던 그들의 데뷔 싱글 'You're My Heart, You're My Soul'로 시작해 'Cherri Cherri Lady', 'Jet Airliner' 등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유럽과 아시아에서 연이어 히트 퍼레이드를 이어갔던 이들의 행보는 그 뒤를 이은 여러 댄스 팝 그룹들과 함께 1980년대 팝의 한 흐름으로 자리했었다. 그리고 그룹 활동 면에서도 이들은 (비록 10년 이상의 해체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들은 고향인 독일에서 최고의 댄스뮤직 밴드로의 위상을 놓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이들의 앨범이나 싱글이 차트 10위 내에 들었던 국가는 약 27개국이 넘으며, 1998년 재결합한 이후 2003년 다시 해체할 때까지 발표했던 5장의 앨범들도 단지 과거의 영광에 의존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고유한 색채에 현재 유럽 클럽 트렌드에 발맞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유로 댄스 팝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행보였다. 

  그 가운데 여기 소개하는 이들의 정규 3집 앨범 [Ready For Romance]는 그들의 여러 정규 앨범들 가운데 앨범 전체의 구성과 완성도 면에서 가장 '범 대중적인' 앨범이다. 소위 12인치 싱글 'Extend Version'의 축소 버전을 모은 싱글 컬렉션이 아니라, 앨범 버전으로 틀어도 FM 라디오에서도 바로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만한 간결함의 매력을 이들이 제대로 이뤄낸, 그래서 앨범 단위로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앨범을 대표하는 두 곡의 대표적 싱글 'Brother Louie' (이 곡의 1998년 버전은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라디오스타)]의 인트로로 사용 중)와 'Atlantis Is Calling (S.O.S. For Love)'이 있다. 사실 지금의 댄스 팝들에 비한다면 이 곡들의 BPM은 클럽에서 사용하기엔 조금 느린 감도 있다. 하지만 1, 2집에서 이들이 보여준 비트에 조금 여유를 주면서도 댄서블한 리듬감을 놓치지 않았고, 초기보다 더 세련된 신시사이저 이펙트의 활용은 지금 감상해도 당시의 다른 댄스 뮤직들에 비해 그리 촌스러움을 느끼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두 곡에 못지않게 당시 히트했던 'Doctor For My Heart'와 'Just We Two (Mona Lisa)'의 댄스 비트와 멜로디 구성도 앨범 전체의 흐름에 안정감을 준다. 또한 'Lady Lai'나 'Keep Love Alive'와 같은 신스 팝 발라드에서 보여주는 토마스 앤더슨의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로맨틱한 보이스 역시 앨범을 관통하는 매력이다.

  개인적으로 2010년대의 신시사이저-오토튠 가득한 최근의 일렉트로닉 댄스 팝을 듣다가도 자꾸 1980년대의 댄스 팝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는 이 시대의 댄스 팝 속에 비록 기계음이지만 좀 더 인간적인 정감이 숨어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바로 모던 토킹의 이 앨범이야말로 그런 '따스함'을 흥겨움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묻히면 아까운 1980년대 댄스 팝 앨범이다.

[글: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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