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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aki Mai - Over The Rainbow (Daum뮤직-100Beat 리뷰)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2. 2. 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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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다음뮤직-100Beat용 원고로 작성한 글입니다. 리뷰 제목을 다음뮤직(백비트)측에서 고쳐서 여기에는 제가 원래 보낸 원고의 제목을 달았습니다.


2000년대를 관통한 J-Pop 여성 팝 보컬의 안전지향적 신작
 
일본의 대중음악 역사에서 알앤비와 힙합 사운드가 주류 장르로 확실히 부각되는 데에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구보타 토시노부(久保田 利伸)와 같은 스타가 1990년대부터 미국 시장을 노렸던 적이 있었다 해도 막상 1990년대의 주류 J-Pop 속에서는 미국식 뉴 잭 스윙이나 트렌디 어번 사운드의 리듬감이나 비트는 별로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1999년 우타다 히카루(宇多田 ヒカル)의 [First Love]가 대히트를 기록한 후, 일본의 주류 프로듀서들은 서구 스타일과 완전히 근접하거나 아니면 팝적인 분위기에서 알앤비 스타일의 느낌을 낼 수 있는 보컬리스트들을 찾았다. 특히 주류 제이팝 여성 보컬리스트들은 그 흐름에 적극 동참했다. 미샤(Misia), 소웰루(Sowelu)로 출발해 이토 유나(伊藤 由奈), 주주(Juju), 아오야마 테루마(靑山 テルマ), 아주(Azu)에 이르기까지 팝적인 멜로디 위에 알앤비 창법을 선사하는 여자 보컬리스트는 현재까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우타다 만큼의 아이콘 대접을 받지는 못하지만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하는 싱어 송라이터로 꾸준히 한 길을 가며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여성 보컬리스트가 바로 쿠라키 마이(倉木 麻衣)다.

비잉(Being)계의 ‘타이업 전략’에 걸맞게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주제곡으로 그녀의 곡이 다수 사용되어 애니메이션 국내 마니아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쿠라키 마이는 1982년 치바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휘트니 휴스턴과 마이클 잭슨의 영향을 받아 가수 데뷔를 결심했다. 고교 시절 자신의 데모 테이프를 기자 스튜디오(Giza Studio)에 보내 계약을 따 내는 데 성공했고, 일본 데뷔 이전에 미국 시장에서 싱글 ‘Baby I Like’을 먼저 발표했다. 그 후 일본 내에서는 1999년 싱글 ‘Love, Day After Tomorrow’로 정식 데뷔, 다음해 데뷔작 [Delicious Way](2000)가 발매 첫 주에 2백 20만 장을 팔아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 후에도 4장의 앨범을 모두 1위에 올려놓았고, 현재까지 발표한 총 10장의 앨범 중 8장 이상이 골드 레코드(10만장) 이상을 기록했다. 싱글 ‘Stay By My Side’(2000), ‘Winter Bells’(2002)가 각각 오리콘 차트 주간 1위에 올랐으며,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싱글이 10위 내에서 데뷔할 만큼 일본 음악 팬들의 지지도는 굳건하다.


사실 그녀의 음악은 특별히 강한 흑인음악적 느낌을 주진 않는다. 최근 싱글은 더욱 대중적으로 흐르고 있지만, 우타다 히카루와는 다르게 가늘지만 파워가 실린 보컬은 충분히 강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이번 새 앨범에서도 그 능력은 주요 트랙들에서 여전히 잘 발휘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가장 최근 엔딩 테마로 쓰인 미디움 템포의 팝 발라드 ‘Your Best Friend’, 1980년대 미국식 크로스오버 팝 발라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애상적 발라드 ‘もう一度(한 번 더)’, 건반 중심의 발라드 분위기로 시작해 록/댄스 비트로 전환되는 드라마틱한 트랙 ‘1000万回のキス (1000만 번의 키스)’ 등 이미 싱글로 작년에 공개되었던 발라드 트랙들은 확실히 앨범의 중심을 잡는다. 역시 싱글 비사이드 곡이었던 가벼운 신스 팝 ‘Step By Step’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중국인 보컬 알렉스 루(Alex Lu)와의 듀엣곡이자 중-일 우호 40주년 기념 영화였던 ‘내일에 걸쳐 놓는 사랑’의 주제곡인 ‘Brave Your Heart’도 국내 취향에 맞는 감미로운 발라드다.

Kuraki Mai - Over The Rainbow Highlight by SUNG HWAN KIM on Grooveshark 


전체적으로는 대중적인 발라드에 집중하고 있기에 일반 음악 팬들에겐 듣기 편안하지만, 최근의 흐름에 발맞춰 음원으로 잘 팔릴 안전한 팝 지향으로 수록곡들을 채운 것은 초창기 히트곡들이 보여준 알앤비/어번 비트에서 흐르던 그녀의 보컬 매력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이제 일본 대중음악계도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주류에서 살아남는 시대에 도달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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