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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el - Pieces of You (1995) [다음뮤직-100Beat 리뷰]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2. 6. 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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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위로한 아름답고 가시돋친 포크 팝
 
주얼(Jewel)의 이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음반에 대한 개인적 기억을 잠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창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부터 조안 오스본(Joan Osbourne) 등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이 대거 등장해 히트하고 있었던 1996년 봄, 잠시 미국 보스턴에 3개월 정도 머물렀다. 그때 우연히 하숙집에서 본 VH1 채널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알았다. 그리고 얼마 후 MTV의 한 프로그램 얼터너티브 네이션(Alternative Nation)을 통해 주얼을 또 만난다. 흑백으로 처리된 묘한 분위기의 영상 ‘Who Will Save Your Soul’을 보고난 후 한 번 놀랐다. 당시 여성 뮤지션들은 얼터너티브 성향으로, 기타 톤이 들어간 로킹한 사운드가 대세였다. 주얼은 완전히 달랐다. 홀연히 어쿠스틱 기타 한 대를 들고 포크 록을 들려주다니!! 

그러다 우연히 보스턴 대학교 근처 중고 음반점에서 그녀의 데뷔 앨범인 [Pieces of You]의 프로모션용 테이프를 단돈 2달러에 구했을 때, 또 한 번 놀랐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면서도, 포크 특유의 날카로운 냉소와 위트가 가득 담긴 가사까지 겸한 경우는 트레이시 채프먼(Tracy Chapman)의 1집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행운은 겹친다고 마침 그녀가 보스턴 투어를 왔고, 돈 없던 어학 연수생은 본공연 대신 한 시내 서점에서 이루어진 어쿠스틱 쇼케이스로 그녀의 음악을 감상하는 데 만족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올 때 그녀의 CD는 당연히 내 가방에 담겨 있었다. 그녀가 막 40위로 데뷔한 싱글 차트가 실린 빌보드 매거진과 함께. 그 후부터 그녀는 연이은 히트곡을 터뜨렸고, 이 앨범을 2년 만에 다이아몬드 레코드로 만들어버렸을 때, 난 마치 내가 키운 뮤지션이 성공하는 듯한 기쁨을 맛보았다. 

장황하게 그녀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말한 이유는 당시 대중음악 시장에 주얼이 등장한 과정이 실제로도 그만큼 드라마틱했음을 언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995년 벽두에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처음 음반 시장에 데뷔했지만, 그녀는 1년 이상 정말 ‘인디스러운’ 행보로 팬들과 만났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그녀를 알게 된 미국인들이 그 음악을 챙겨 듣다가 다들 푹 빠져버려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고, 결국 진정한 ‘대중의 힘’으로 스타덤에 올랐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여성 뮤지션들이 거친 언어까지 써가며 남성 본위의 록 신을 자신만의 능력으로 돌파해갈 때, 그녀는 다시 존 바에즈(Joan Baez)와 조니 미첼(Joni Mitchell) 시대의 포크 정서를 가져왔다. 부활한 포크 안에서, 주얼은 현실적인 인간관계와 소소한 일상, 놓치기 쉬운 인생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섬세하게 노래했다. 어쩌면 그녀의 20년 인생이 앨범 속에 구현되어 대중과 평단 모두의 찬사를 이끈 것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주얼은 알래스카의 대 자연에서 성장해왔다. 부모와 함께 기타를 붙들고 무대 위에 서서 노래하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천직으로 알았고, 청소년기에 미국 전역을 아버지와 함께 떠돌면서 시인의 꿈을 키우다가 작곡에 눈을 뜬 캐릭터이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영화 ‘배트맨 앤 로빈’의 삽입곡 ‘Foolish Games’을 듣고 이 앨범을 구매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사실 방송에서 나온 사운드트랙 버전은 스트링이 진하게 가미된 새 버전이었다. 그래서 조금 템포가 느리며 건반이 더 중심에 선 앨범 버전이 개인적으로는 더 맘에 든다. 그러나 이 앨범의 핵심을 들으려면 ‘Foolish Games’와 빌보드 2위 히트곡 ‘You Were Meant for Me’로 만족해선 안 된다. 

사랑의 포로가 된 여성의 마음을 이보다 더 시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울 만큼 잘 묘사한 ‘Near You Always’, 출근도 하지 말고 함께 침대에 있자는 강력한 호소(?)를 너무도 감미롭게 보내는 ‘Morning Song’ 등 앨범에는 달콤하고 매력적인 포크곡이 실려 있다. 한편 식물인간 소년을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이 그녀의 드라마틱한 보컬과 함께 소설처럼 펼쳐지는 ‘Adrian’, 청소년기에 쌓였을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반항이 묘사된 ‘Daddy’, 우리가 싫어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우리 자신의 일부라고 풍자적으로 역설하는 타이틀 트랙 ‘Pieces of You’ 등 주옥 같은 노래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주얼은 1990년대에도 데뷔 앨범을 통해 포크 본연의 자세로 오직 어쿠스틱 악기로만 전곡을 표현해낸 독보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2집 [Spirit](1998)부터 상업적 굴곡을 거치다가 팝 성향의 앨범 5집 [Goodbye Alice in Wonderland](2005) 이후 음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결혼 후 내시빌에 정착해 발표한 이후 앨범들에선 거의 컨트리 분위기로 변화해 활동 중이다. 그 이후의 앨범들도 다 좋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음악이 가장 빛났던 시절은 포크와 팝의 아름다움이 순수하게 담겼던 이 음반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그녀는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과 함께 분노가 아닌 서정으로도 ‘얼터너티브의 시대’에 또 다른 ‘얼터너티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1990년대를 회고할 때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아티스트다. 



P.S. 최근 그녀는 LIfe Time 채널용 TV영화에서 자니 캐쉬의 아내로 더 유명했던 준 카터 캐쉬 역할을 맡아 준의 가족사와 가족 그룹 The Carter Family의 활동, 그리고 자니와 준의 관계 등을 연기했다. 조만간 TV방영 및 특별 시사회 예정. 한국에선 언제쯤 볼 수 있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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