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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칠리뮤직 코리아에서 발매한 마그나폴(Magna Fall)의 음반 및 음원 사이트에 소개된 해설지(음반 소개 글)의 오리지널 버전입니다. (레이블 측에서는 음원 사이트에 보낸 글에서는 앨범 본론 부분 위주로 사용하셨네요.)



거침없이 원초적인 고전적 록 에너지의 결정체, 

마그나폴의 정규 1집 [Mad Metropolis]



  2012년 여름이 끝나가던 무렵, 지금은 사라진 클럽 타(打)에서 마그나폴의 라이브 무대를 처음 보았다.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 케빈 하인즈(Kevin Heintz)를 우연한 기회에 사석에서 소개를 받은 것이 계기였다. 그 자리에서 그가 서울과 인천을 기반으로 외국인들로만 이뤄진 록 밴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마침 그들이 KBS TV ‘탑밴드2’ 예선에 응모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과연 “낯선 땅에서 외국인들이 모여 하는 록 밴드의 음악과 생활은 과연 어떤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당시 기고하던 매체의 편집장님을 졸라 지면을 따내고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갔었던 공연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연주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케빈과 드러머 데이빗 홀든(David Holden), 그리고 베이시스트 닐 스미스(Neil Smith)가 결합해 1970년대 클래식 하드 록부터 1990년대 그런지 록까지의 음악적 특징들이 골고루 녹아 있으면서도 때로는 사이키델릭적이면서 프로그레시브적인 곡 구성과 연주의 향기를 진하게 풍겨냈던 그들의 사운드는 분명 당시 홍대 인디 씬에서 유행하던 사운드들과는 확실히 다른 궤를 갖고 있었다. 

  공연 후 새벽 1시까지 이어졌던 그들과의 인터뷰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을 TV에서 다시 보게 되었고, 태진아의 '거울도 안 보는 여자'를 록 버전으로 바꿔 한국말로 부르는 밴드의 모습은 일시적으로나마 인터넷 뉴스 속 화제가 되었다. 이후 원래는 그 해 일본으로 공연을 가기 위해 제작했던 첫 EP [Japan]이 공식 음반과 음원으로 한국에서도 공개되었고, 다양한 클럽 공연과 지역 방송 무대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타카피 출신 기타리스트 김태일이 잠시 합류하면서 발표한 싱글 [No Mirror](2013)에서는 4인조로 사운드를 확장했지만, 그와 닐이 밴드를 떠나면서 밴드는 2명의 새 한국인 멤버들 – 기타리스트 도중모와 베이시스트 이연수(Met) – 를 맞이했다. 사실 두 사람의 가입은 밴드에게는 케빈과 폴에게는 강력한 날개와도 같았다. 블루지 하드 록부터 클래식 헤비메탈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도중모의 파워풀하고 화려한 연주력과 이연수의 선이 굵고 안정된 리듬 그루브가 더해지면서 발표된 그들의 두 번째 EP [Space Kitchen](2014)은 마그나폴이라는 밴드의 새로운 업그레이드라는 의미와 동시에 그루브와 파워의 조화, 트윈 기타 체제의 장점을 잘 활용한 드라이빙감과 사운드의 임팩트를 통해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의 완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후 활발한 공연 활동에도 불구하고 거의 2년 가까이 그들의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행히 작년부터 밴드의 페이스북 페이지나 멤버들의 SNS를 통해 그들의 첫 정규 앨범 작업에 대한 소식들이 차근차근 들려왔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밴드 멤버 이연수의 손을 통해 후반작업까지 마무리 된 12곡의 새 노래들이 마침내 그들의 정규 1집으로 완성되어 우리 곁에 돌아왔다. 

  [Space Kitchen] 시대의 마그나폴이 그들의 사운드의 기조 속에 드라이빙감과 유연함을 적절하게 섞은 사운드였다면, 이번 정규 1집 [Mad Metropolis]는 그 위에 더욱 강력한 트윈 기타의 강건한 에너지를 강조한 ‘원초적인 하드 록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도중모와 케빈의 콤비 플레이는 때로는 강렬하게, 또 때로는 아기자기하게 곡의 흐름을 주도해 나간다. 이 화려하고 남성 호르몬 넘치는 기타의 향연과 함께 폭발력을 심화시키는 데이빗의 역동적인 드럼 라인, 그리고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촘촘한 리듬 그루브를 선사하는 이연수의 베이스 라인이 뒤를 확실히 받쳐주면서 마그나폴의 ‘피 끓는 록 용광로’는 더욱 뜨거워진다. 


Magna Fall - A Big Drag (Audio)

  두 기타의 헤비하면서도 퍼지한 톤이 어우러지며 중간 중간 인상적인 리프를 심고, 틈틈이 솔로와 콤비 플레이를 병행하는 첫 트랙이자 연주곡 ‘Overture’는 앨범의 서곡 역할을 충실히 할 뿐만 아니라 앨범의 타이틀이 의미하는 ‘대도시의 혼돈’으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파워풀한 인트로에 이어 블루지함도 머금으며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와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권력과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맹종을 노래하는 ‘A Big Drag’, 거칠며 끈적한 헤비 블루스 록 발라드이자 케빈의 강렬한 보컬의 힘이 빛나는 ‘Lost Dogs’, 케빈의 비틀리고 가사를 알아듣기 힘든 보컬 파트가 중반부에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연주곡에 가까운 스토너/하드 록 트랙 ‘Dust’,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적이 있었던 헤비한 하드 록 리프와 펑키함까지 갖춘 리듬 그루브가 공존하는 트랙인 ‘ConsumeHer’, 절제된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화끈하게 폭발하는 기타 워크와 솔로들이 매력적인 ‘Not Only But Also’까지 앨범의 전반부는 그들의 더 탄탄해진 연주의 에너지를 가감 없이 흥겹게 느낄 수 있다. 


Magna Fall - Descending (Audio)

  후반부로 넘어가면, 밴드 특유의 빈티지함과 헤비함이 뒤섞인 클래식 하드 록의 기운이 불뿜는 기타 솔로와 함께 최고조로 끓어오르는 ‘Descending’, 블랙 사바스와 그 시대의 헤비 메탈, 그리고 스토너 록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Throw A Brick’, 앨범에서 가장 밝은 훅과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중반부에는 데이빗의 열정적 드럼 라인과 기타의 테크닉이 빛나는 헤비 로큰롤 트랙 ‘Woman Down’, 잠시 스탠다드 팝/트래디셔널 보컬 시대의 스타일을 응용한 멜로디 라인과 케빈의 의도적인 보컬의 뒤틀기가 재미를 주는 소품 ‘Underneath The Picnic Tree’ 등 그들의 이전 앨범들과는 또 다른 시도들이 담긴 트랙들이 눈에 띈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또 하나의 연주곡 ‘Mad Metropolis Suite’는 비록 4분도 안되지만 그 속에 다채로운 리듬 변화와 연주를 결합하면서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적 욕구를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밴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CD를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곡 뒤에 짧은 컨트리 풍의 리듬이 넘치는 히든 트랙 ‘Chicken Run’을 추가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Magna Fall Woman Down (Audio)

  빌보드를 비롯한 해외의 음악 매체들까지 ‘록이 죽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만큼 2010년대의 음악 시장은 힙합과 일렉트로닉 등 새로운 장르들이 유행을 주도하는 시대로 변했다. 한국 역시 그 흐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젊은 세대들의 압력(?)으로 조만간 록 페스티벌에서 ‘록’이란 단어를 떼어버리게 만들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시간 속에도 여전히 좋은 록 밴드는 계속 새로 탄생하고 활동하고 있으며, 클래식 록의 에너지를 현재로 계승하는 젊은 밴드들이 한국엔 여전히 많다. 당신이 그 에너지를 2017년 오늘 느끼고 싶다면 나는 밴드 마그나폴과 이 앨범 [Mad Metropolis]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당신이 경험하고 싶은 아드레날린 넘치는 록 에너지가 이 앨범 속에는 가득하며, 또한 고전적 록 사운드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그들만큼 음악 그 자체로 증명해내는 밴드는 분명 흔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성환(Music Journalist, 록 매거진 '파라노이드'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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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kstipe

# 개인적으로 큰 애정을 가진 아티스트를, 뮤지션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풀어내야 하는가, 그리고 팬이 아닌 막연한 대중이 가진 오해를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에 대해 항상 고민이다. 그 첫 단초로 시작된 글.

나만의 베스트 앨범 - 자우림
 
자우림(紫雨林)은 가장 이상적인 록밴드일지 모른다. 한국의 주류 대중음악 시장에서 록 밴드의 기본이랄 수 있는 음반과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도, 주류 미디어에서의 노출 속에서도 밴드 정체성의 손실 없이 10여 년 이상을 잘 적응하고 때로는 잘 이용한 드문 경우다. 사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넘어 현재까지 한국 땅에서는 얼마나 많은 록커들과 밴드들이 주류에 나와 대중적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수없이 정체성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가. 하지만 그들은 주류 가요 프로그램에 나오기 위해 대중적 히트를 겨냥한 통속적인 록 발라드 공식을 써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주류 틴 팝 그룹들과 소위 ‘아이돌 밴드’들과 함께 여전히 주류 가요 쇼 프로그램에 섰던 몇 안 되는 록 밴드였다. 또한 왕년의 뮤지션들이 예능과 토크쇼에서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시대에도 그들은 생존을 위해 오락-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웃겨야 하는 강박에 빠진 적이 없었다. 지난 15년간 밴드로서는 그 방식이 어떠했든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핵심인 예능 프로그램에 몇 개월 나오고 명예 졸업한 것이 전부이지 않나.

사실 ‘나는 가수다’ 출연 이전까지 김윤아의 이름이 ‘자우림’인줄 알고 있었다는 아주 평범한 음악 팬들이 아직도 있었을 정도다. 그만큼 자우림은 거의 보컬리스트 김윤아의 ‘독박’으로 유지되었다. 물론 이것은 역으로 록 밴드의 보컬리스트를 맡은 (외모적으로 어필이 가능한) 여성 뮤지션이 갖는 어드밴티지로 해석될 수도 있고, 그게 지금까지 자우림의 인기를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뮤지션의 본분에서 그리 어긋난 행보를 보인 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들 이후에 나타난 거의 모든 한국 록 밴드의 여성 보컬들이 그녀와 좋든 싫든 비교되는 운명에 놓일 정도로 여전히 김윤아는 창작 능력과 개성있는 가창력을 갖춘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자 밴드의 한 멤버로 자신만의 독특한 위치를 구축해놓았다. 물론 다른 록 밴드의 여성 보컬들이 결국 ‘탈퇴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에 비해, 그녀가 지혜롭게 솔로 활동과 그룹 활동을 겸할 수 있는 것은 그룹의 음악의 작곡의 절대 다수를 그녀가 만들어야 하는 밴드 내에서의 독특한 위치에 기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음악적으로는 자우림이 독보적으로 주류 가요 신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딱 꼬집어 ’얼터너티브 록/모던 록’으로 정의할 수만은 없는 자우림만의 고유의 음악적 스타일과 분위기를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몇 곡은 범 대중적 히트곡으로 만든 결과를 이뤄낸 덕분인지도 모른다. 소위 그들의 ‘3대 히트곡’이라 불리는 ‘헤이 헤이 헤이’, ‘매직카펫라이드’, 그리고 ‘하하하송’은 한국의 인디 록 밴드들에 대해 전혀 관심 없었던 사람들까지 노래방에서 마이크로 선곡하는 레퍼토리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들의 팬이 된 이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자우림 앨범의 나머지 대표곡들은 과연 얼마만큼 기억되고 있을까? 바로 그 궁금증에서 이번 자우림의 '나만의 베스트 앨범'의 선곡은 출발했다. 일단 선곡 기준은 이들을 ‘나는 가수다’로 처음 알게 된 분들까지도 음악 CD 1장의 러닝타임에 맞춰 공CD에 구워 들을 수 있게 하려는 이 코너의 의도에 맞췄다. 그러다보니 모든 앨범에서 공평한 비율로 선곡할 수는 없었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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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앨범 [Purple Heart](1997)부터 자우림은 당대에 가요 차트에 이름을 올렸던 다른 록 밴드와 완전히 다른 공식을 선보였다. 언제나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노래이자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노랫말을 가진 ‘일탈’이 대중에겐 가장 잘 알려지긴 했다. 그러나 밴드의 음악이 가진 양면성의 공식은 ‘안녕 미미’와 ‘격주 코믹스’를 통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자우림은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밴드였다. 1) 재즈와 블루스 정서에 얼터너티브 록을 섞고, 의도적으로 침잠하는 우울함을 담은 곡들, 2) 역시 의도적인 관조적 유머를 통해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밝은 리듬 전개를 가진 펑크-로큰롤.

일종의 컨셉트 앨범의 성격을 가진 2집 [연인](1998)에서는 다분히 라디오헤드의 ‘Creep’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미안해 널 미워해’가 히트하긴 했지만, 이들의 진정한 음악적 성과는 3부작 타이틀 트랙 ‘연인’ 시리즈가 담보했다. 그 가운데 피날레를 장식하는 3부는 자우림식 ‘아트 록’이라 해도 무방할 우수한 편곡이 돋보였다. 앨범에서 딱 1-2곡 정도 보컬을 소화하는 기타리스트 이선규의 특유의 걸걸한 보컬이 김윤아와 감칠맛 나는 대조를 이루는, 노숙자들을 위한 노래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는 지금도 공연에서 자주 연주된다. 왕따와 청소년 자살 문제를 그들은 일찍이 ‘낙화’라는 록 발라드에서 제기하기도 했다. 3집 [The Wonderland](2000)은 여러 음악 외적인 이유로 김윤아(또는 자우림)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극단으로 갈리기 시작한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건질 노래가 많은 앨범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흥겨운 노래 ‘매직 카펫 라이드’ 도 좋지만, 사실 ‘뱀’을 개인적으로 베스트 트랙이라 생각한다. 이선규의 블루지한 기타, 리듬 파트의 완벽한 뒷받침, 그리고 김윤아의 끈적한 보컬 소화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까지가 자우림이 평단과 일반 록 팬들에게 공히 호평을 받았던 시기라면, 그 이후부터는 충실한 고정 팬들의 반응과 평단의 차가운 시선이 교차한 4-6집 시기가 이어진다. 4집 [4](2002)에서는 다분히 크랜베리스의 영향이 반영된 ‘팬이야’가 그 차가움의 진원지였지만, 그들의 곡들 중 가장 거칠게 질주하는 매력이 있는, 뱀파이어 스토리 ‘VLAD’같은 트랙도 있었다. 자우림이 너무 대중적이자 ‘자의식 과잉’으로 갔다고 비판을 받았던 5집 [All You Need Is Love](2004)는 역설의 앨범이다. 비판의 중심 타깃이 되었던 ‘하하하송’이 지금도 노래방 애창곡으로 통한다는 사실은 아마 영원한 아이러니로 남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블루스 그런지 록 트랙이자 앨범의 대미를 장식해준 ‘Truth’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김윤아의 결혼 직후 발매되었음에도 신혼의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이 우울의 극단을 달린 6집 [Ashes To Ashes](2006)에서는 ‘You And Me’라는 방송에 매우 적합했던(?) 트랙이 있긴 했으나, 선곡된 나머지 트랙들과 균형을 맞출 곡이 없다고 느껴져 이 리스트에선 과감히 제외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그룹의 색깔은 더 견고해졌지만, 팬들을 제외한 일반 대중과 평단에는 버림받는 듯했다. 그리고 7집 [Ruby Sapphire Diamond](2008)이 나왔다. 초창기보다 노련하고 세련된 음악적 에너지와 감각으로 재무장했음을 보여준 작품으로, 최근 앨범 가운데 가장 짜임새 있는 앨범이라 생각하고 있다. 김윤아의 드라마틱한 보컬의 특성을 잘 살린 뮤지컬 타입 록 트랙 ‘Carnival Amour’, 1980년대 팝음악의 향수를 그 시절 포스트 펑크/뉴 웨이브 타입의 연주로 묘사한 ‘20세기 소년 소녀’, ‘위대한 탄생’에 김윤아가 멘토로 참여한 후 알려질 기회를 얻은 팝/록 트랙 ‘Something Good’이 근래 이들의 공연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곡들이다. 추천하고 싶은 곡은 ‘27’이다. 이선규의 짝사랑(?!)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한다. 의외로 자우림이 상큼하고 찰랑한 모던록을 구사한다고 느끼게 됐던 곡이다.

현재까지 마지막 앨범은 ‘나는 가수다’와 함께 최근 그들을 주류 가요 방송에서 다시 만나게 해준 8집 [음모론](2011)이다. 대표곡 ‘Idol’보다 두드러지는 노래가 있다. 앨범 제목의 모티브가 된 곡이자 그들이 여전히 좋은 곡을 뽑아내는 능력을 가졌음을 원숙하게 선보이는 트랙 ‘EV1’이다. 여담으로,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을 상징하는 노래이자 족쇄로 남을 ‘Hey Hey Hey’는 그들이 원래의 편곡 의도를 존중해 OST ‘꽃을 든 남자’ 속 버전이 아닌 라이브 앨범 [True Live](2001)에 담긴 실황 버전을 골랐다.

지금도 자우림에 대해선 여전히 찬사와(음악 내적인 문제보다는 김윤아와 관련된 외적인 요소가 더 많이 도마에 오르는) 비판의 시선들이 공존한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몇 가지가 있다. 자우림은 대한민국이라는, 록 밴드에게는 너무나 척박했던 주류 가요계에서 해외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이식한 밴드다. 1990년대 해외 음악계는 여성 보컬이 전면에 선 록 밴드가 유행했던 시기였고, 곧 자우림을 통해 국내에서도 익숙한 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자우림은 결과물의 기복이 어떻든 16년 동안 록 밴드가 가져야 할 기본적 자세를 잃지 않고 주류 안에서 꾸준히 정도(正道)를 지켰던 밴드다. 사운드홀릭 사장님 구태훈의 설득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나간 [나는 가수다]에서도 그들다운 ‘고집과 오기’로 마침내 대중의 환호를 끌어낸 것은 바로 그 ‘기본기’가 덕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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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00Beat 편집진과 소리바다 측이 기획한 1990년대 베스트 앨범 100선 국내편 21위로 선정된 이 앨범에 대한 리뷰 원고입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일부 팝 매니아들을 제외한다면 1980년대의 미국 주류 R&B/힙합의 흐름은 팝 차트의 상위권에 오른 크로스오버 트랙들 외에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었고, 한국 작곡가들에게도 큰 영향은 주지 못했다. 그러나 소위 보이즈 투 멘(Boyz Ⅱ Men)으로 상징되는 미국 주류 R&B의 세계적 인기 확산을 기점으로 해당 장르에 대한 한국 음악 팬들의 관심도 늘어났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의 등장을 통해 흑인 음악의 리듬과 비트, 랩은 한국 대중음악의 창작 공식에 새로운 활용 재료가 되었다. 한국 내부에서도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라는 1990년대 초반 흑인음악의 핵심을 빠르게 수용한 이현도가 이런 주류 가요 변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면, 흑인 음악의 본토에서 그 음악적 영향을 체득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그 사운드를 자신의 음악적 매개로 삼은 재미교포 뮤지션 정재윤이 또 하나의 축을 담당했다. 그로 인해 그와 친구들 – 보컬리스트 김조한, 랩퍼 이준 – 이 결성한 트리오 솔리드는 1990년대 한국형 R&B의 출발점에 섰다.

199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이 앨범의 대표적 싱글이자 솔리드의 대표곡인 ‘이 밤의 끝을 잡고’를 무심히 듣고 지나친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싱글을 처음 들었을 때 주류 팝 음악을 항상 열심히 듣던 이들에게는 표면적으로 보이즈 투 멘 타입의 팝적 감각이 녹은 R&B 보컬 팝의 연장선임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의 스타일의 적극적이자 조금은 노골적 활용이었다고 해도, 그 이전까지 이렇게 한국 대중의 정서에 거부감 없는 멜로디를 갖고도 해외 R&B 트렌드의 흐름과도 뒤떨어지지 않았던 발라드는 주류 가요에서 찾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이는 대중에게 세련된 ‘새 유행’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1993년 1집 [Solid Vol.1]을 통해 자신들의 사운드의 정체성을 보여줬으나 불행히도 상업적으로는 참패해야 했던 아픔을 이들은 이 앨범의 성공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 




Solid - 이 밤의 끝을 잡고 (Videoclip)

무엇보다도 수위조절(?)이 적용되었던 3집 [Light Camera Action!](1995)와 4집 [Solidate](1997)보다 이들의 2집을 이들 커리어의 대표작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곡의 면에서도 해외 트렌드의 본질에서 그리 크게 이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데뷔작에 비해 멤버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멜로디를 강조했지만 김조한의 보컬은 창법 면에서도 미국 R&B의 분위기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다. 또한 이준의 랩 스킬 역시 당시 한국어로 랩 플로우가 어떻게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가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정재윤의 비트 활용 감각까지 3박자를 완벽히 구현한 곡이 앨범의 또 다른 대표곡 ‘나만의 친구’였다. 비록 영어 랩이 중심이지만 역시 뉴 잭 스윙의 비트감이 적정선을 유지하는 ‘Why’나 거의 당대의 지 펑크(G-Funk)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Hip Hop Nation’도 앨범의 빛나는 부분이다. 유로 하우스 비트가 활용되었지만 ‘슬럼프’나 ‘넌 누구니’에서 정재윤은 흑인 음악 본연의 그루브는 충실히 유지하려 노력했다. 또한 놓칠 수 없는 곡은 ‘아끼지 못했던 사랑’이다. ‘이 밤의 끝을 잡고’가 김형석의 작곡 참여를 통해 멜로디가 중심에 섰다면, 이 곡은 1990년대 가요 발라드 가운데 최초로 슬로우 잼(Slow Jam) 본연의 공식을 잘 수행해 낸 작품이다.




이제 이준과 정재윤의 근황은 그리 잘 들려오지 않으며, 김조한을 ‘나는 가수다’ 무대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을 정도로 솔리드는 추억 속에 있다. 하지만 이 음반으로 그들은 검은 색 리듬도 어떻게 ‘요리’하면 주류 가요 속에 이식할 수 있는지 그 답을 제시했고, 17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그리 촌스럽지 않은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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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00Beat 편집진과 소리바다 측이 기획한 1990년대 베스트 앨범 100선 국내편 25위로 선정된 이 앨범에 대한 리뷰 원고입니다.


토이, 또는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 그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며 동시에 하나뮤직에서 그의 데뷔작을 냈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바로 이 두 가지 사실이 그의 음악에 담긴 모든 것에 대한 핵심적 배경이자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유재하로 인해 서구식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과 퓨전 재즈, 클래식의 감수성을 세련되게 도입하는 발라드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유희열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참가하여 그 영향권 아래에서 이력의 출발점을 잡았던 것이다.

또한 그가 당시 엔지니어 뮤지션 윤정오와 함께 하나뮤직(좀 더 편하게 말해 조동진/조동익 사단)이라는 레이블 속에서 토이의 데뷔작을 발매했다는 것은 그가 가장 한국적 정서와 서구적 방법론의 조화를 묵묵히 진행했던 ‘진정한 뮤지션 집단’의 의지를 추종하겠다는 결의와도 같다. 비록 그 첫 앨범이, ‘내 마음 속에‘가 FM전파를 열심히 탔다는 것을 빼고는, 대중적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는 이 음반으로 대중적 감수성을 노래하면서도 결코 과하게 통속적이지 않으려는 자신의 음악적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어느덧 한국 가요사의 중요한 두 물줄기의 의미를 계승하는 책임을 자연스럽게 떠맡은 셈이었다.

대신에 시대의 변화를 간파한 그는 2집과 3집을 통해 흔히 ‘015B’라 일컫는 1990년대 가요 씬의 또 하나의 특별한 방법론을 받아들였다. 홀로 서야 했던 부담과 보컬의 한계를 객원가수 시스템을 통해 커버하고, 화려한 015B의 대표곡 속에 가려져있던 ‘015B표 발라드’로 통하는 당시 20대들의 정서를 통찰한 센티멘탈리즘 가사의 장점도 살짝 받아들였다. 이 때부터 그는 자신의 음악적 기반을 대중에게도 더 친근하게 닿게 하는 ‘날개’를 달았다. 그렇게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것’, ‘선물’ 등으로 대표되는, FM방송의 힘으로만 이어진 유희열의 작은 성공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앨범 [A Night in Seoul]을 통해 유희열은 자신이 쌓아온 음악적 내공을 하나의 ‘정점’으로 표출해 냈다.




Toy - 여전히 아름다운지 (Videoclip)

사실 이 앨범 속에는 그가 토이 1집부터 3집까지 보여주었던 모든 음악적 요소들이 들어있지만, 그가 얼마만큼 사운드 프로듀싱을 위해 공을 들였는지는 앨범 전편에 깔린 우수한 세션 연주와 치밀하나 과밀하지 않은 편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타이틀 트랙 ‘A Night in Seoul’과 같은 세련된 퓨전 팝 연주곡은 그 진수라 할 수 있다. 전체적 곡 구성 면에서 ‘퓨전’과 ‘팝’의 경계에 놓인 발라드 방법론(‘여전히 아름다운지’, ‘거짓말 같은 시간’을 김연우에게 보컬을 맡긴 이유는 그래서 분명하다)은 유지되고 있으나 장르적으로도 좀 더 다채로워졌다. 드럼 앤 베이스 비트를 자신의 재즈 발라드 정서와 조화시킨 ‘저녁식사’가 단적인 예시다. 특히, 다채로운 객원 보컬들을 초빙하면서 그들이 가진 장점도 극대화하는 여유를 보여준다. 김장훈과 윤종신이라는 두 보컬을 ‘스케치북’이라는 포크 팝/록 트랙 하나로 매끈하게 묶어내는 일,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를 통해 자신의 곡으로 윤상의 보컬이 가진 최상의 매력을 끌어내는 것은 그 어느 한국 주류 음악 프로듀서도 쉽게 하기 힘든 것이었다.

우리에게 1990년대 말에 이런 완성도 높은 ‘대중적 팝 앨범’이 있었다는 것은 축복과도 같았다. 조금 답보상태에 놓인 유희열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도 아직 그의 음악 속에서 뭔가 기대하는 마음을 남겨놓은 이유는 바로 이 음반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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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크의 전통을 1990년대 가요의 빠른 변화 속에서 녹여낸 '마지막 포크 동아리'의 대표작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포크 팝 그룹 여행스케치의 데뷔 22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다. 현재는 22년 내내 그룹의 작곡자와 남성 보컬의 역할을 계속 지켜왔던 조병석과 남준봉만이 공식 멤버이지만, 이 3일 동안에는 그들이 한창 대학로 소극장에서 수많은 공연을 매진시켰던 시기의 모든 멤버들–이제는 작사가인 윤사라, 새 인디 듀오 나디브(Nadiv) 활동을 시작한 이선아, 그룹 탈퇴 후에도 어떤 형식이건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현정호와 김수현, 성운용, 평범한 직장인이 된 문형석–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공연을 관람하며 받은 느낌은 그들의 노래 제목처럼 '국민학교(초등학교) 동창회 가던 날'의 반가움과 같았다. 18년 전 봄 어느 날, 그들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만큼의 완벽함에는 모자랐지만, 세월의 여유와 여전히 남아있는 그들의 음악에 대한 애정, 열정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사실 여행스케치의 음악은 그들이 공연에서 누린 인기에 비한다면 1990년대에 한국 가요계에서 그리 명성을 누렸다고 보긴 어렵다. '별이 진다네', '옛 친구에게',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라는 음악 차트 Top 10 히트곡을 보유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기억하는 그들의 노래는 불행히도 거기까지다. 한편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기점으로 등장한 화려한 스타들에 눈이 가있었고, 진지하게 음악을 다루는 평론가들은 그들이 음악적으로 아마추어적이라 속단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포크의 역사에서 동물원에 뒤이어 포크라는 장르가 단순히 맥없는 연가(戀歌)로만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민중가요의 가사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당시 20대 젊음의 고민과 생각, 그들의 꿈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했다(그것
은 히트 싱글이 아닌 그들의 앨범 전곡을 감상했을 때에 비로소 파악된다). 그러면서도 앨범마다 당시 한국 가요계에 새롭게 불어오는 트렌드, 또는 해외 팝 장르들이 갖고 있는 음악적 특색을 다양하게 활용한 곡들로 앨범을 꾸미는 음악적 노력을 기울였다(개인적으로 1990년대에 주목해야 할 작곡가 리스트에 조병석 역시 분명히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초기 앨범의 뒤에 송홍섭이 서있었고, 6집까지 하나 뮤직의 슈퍼 세션진(조동익, 함춘호 등)이 앨범의 세션에서 수고를 했던 것으로도 그들의 음악적 퀄리티는 결코 아마추어적이지 않았다.

그럼 그들이 현재의 2인조가 되기 전까지 발표했던 9장의 앨범들 가운데 그들의 대표곡밖에 모르는 초보자들이 어떤 앨범을 선택했을 때 가장 그들의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앨범과 4집 [다 큰 애들 이야기] 정도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앨범의 가치는 더 중요하다. 초기 2장의 앨범을 통해 단순한 포크 동아리에서 하나의 프로 보컬 그룹으로 정착하는 단계를 거친 이들은 이 앨범에서 조병석이라는 음악적 리더의 지휘 아래 국내에서 보기 드문 '포크 팝 콘셉트 앨범'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램프의 요정이 네게 와서 세 가지 소원을 말하라면 뭐라고 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들(젊은이)의 소소한, 하지만 진지한 바람을 메인 테마로 삼아 앨범은 내레이션과 노래를 오가며 마치 한 편의 '노래극'에도 비견될 흥미로운 구조로 전개된다. 그들의 대표곡 가운데 문형석이 리드 보컬을 맡았던 유일한 곡인 '옛 친구에게'는 지금 생각해보면 한 편의 하드 록 발라드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후렴 파트의 임팩트가 막강하다. 항상 그들 라이브의 종반을 책임지는 '난치병'의 사운드는 거의 포크 록과는 거리가 있는 세련된 AOR(Adult-Oriented Rock)에 가깝다. 당시 멤버들이 경도되었던 킹스 싱어즈(King's Singers)나 보이즈 투 멘(Boyz Ⅱ Men)과 같은 그룹들의 아카펠라/고전 소울적 요소들도 '국민학교 동창회 가는 날', '좋은 친구들', 그리고 동요 '산토끼'와 '나의 고향'의 가사를 어쿠스틱 기타의 매력적 스트로크 위에 새 멜로디로 전하는 '어린 시절로'에서 도입했다. '소원 셋' 이후의 후반부 곡들은 리드 보컬부터 코러스까지 완벽한 하모니로 무장한, 1970년대 징검다리-해바라기 식 화음의 매력과 대학가 노래패들의 패기를 동시에 전한다. 특히 자신들이 노래를 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알맞게 담은 '나의 노래는'의 경건함은 지금도 들을 때마다 그들이 당시 가졌던 열정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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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990년대에도 한국의 포크-포크 팝은 다양한 진화를 통해 주류에서 어느 정도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나 좋아서 하는 밴드, 옥상달빛과 같은 인디 포크 그룹들은 존재하지만, 인디 씬마저도 자꾸만 서구 인디 포크의 '찰랑거림'을 모방하는 듯한 최근 트렌드 속에서 여행스케치와 이 앨범이 제시했던 가치는 한 번쯤 다시 되돌아 봐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글: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Hottracks Magazine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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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놈의 리뷰 덕분에 제대로 다굴당했다. 'J-Pop 스럽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우리가 일본 음악 영향 받았다는 얘기만 좀만 들어가면 흥분해서 온갖 욕석 난무하는 빌어먹을 혐일(嫌日) 네티즌들. 지들이 하는 짓이 니들이 그렇게 욕하는 2ch 혐한들 꼬라지와 뭐가 다른가? 인정할 건 인정하고 지금의 성과를 즐기면 될 것을. 그리고, 중간에 댓글단 XX, 니 여동생 데려와!! 얼마나 음악 잘 아나 보게... 생각이 다르고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점잖게 얘기해도 되지 않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내 주장에 후회 없으니, 비판하고 싶으면 기본 매너는 갖춰서 해라.



인피니트(Infinite)는 이미 포화 상태를 넘겨버린 현재 주류 가요계 보이 밴드 전쟁터에 2010년 여름 뒤늦게 참전했다. 그러나 그들은 히치하이커가 대놓고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Quincy Jones)를 오마주한 데뷔곡 ‘다시 돌아와’와 1980년대 댄스 팝 감성이 담긴 ‘She's Back’으로 무대 퍼포먼스보다는 곡 자체의 느낌으로 일부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반년 만에 두 번째 EP [Evolution]을 갖고 신년 벽두에 부지런히 컴백했다.

제목이 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곡과 같기에 약자로 줄이는 에티켓(?)을 발휘한 타이틀 곡 ‘BTD(Before The Dawn)’과 ‘Can U Smile’은 ‘She's Back’을 작업했던, 그리고 카라와 레인보우의 히트곡들을 작업했던 한재호-김승수 팀(스윗튠)의 작품이다. 두 사람의 음악은 신시사이저 활용과 명확한 라인을 가진 보컬 멜로디에 기반을 두지만 록 기타와 펑키 베이스 사운드를 그 속에 깔고 있는 게 특징이다. 결국 그 결과물들은 호감을 느끼는 이들에겐 1980년대식 복고적 팝-록과 대중적 J-팝의 향수를 줄 수 있고, 비호감을 갖는 이들에겐 동요 같은 단순함과 촌스러움, 그리고 투박한 편곡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 (개인적 취향은 전자에 가깝다.) ‘BTD’의 경우 편곡과 안무가 주는 비장함과 차가움이 기존 이들의 곡들과 다른 인상을 주지만, 조금 어지러운 느낌을 준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남성 보컬에는 적합한 선택이다. 또한 ‘Can U Smile’의 넘실대는 베이스라인은 스트링-기타 샘플만으로 해결 못한 곡의 리듬감을 구해주는 이 작곡 팀의 주특기가 잘 드러났다.

한편, 이번 EP의 하이라이트는 ‘Hysterie’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다분히 디스코 시대의 펑키 사운드를 구현한 편곡은 전작의 ‘다시 돌아와’를 환기시키면서도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에서 살짝 피해갔다. 게다가 발라드 트랙 ‘마음으로...(Voice of My Heart)’까지 1980년대식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 멜로디에 가까우니, 완전히 복고적 코드의 연속이다. 물론 멤버들 사이의 보컬 개성이 표출되지 못하고 제창에 묻히는 점, 타 그룹과 차별화되지 못한 평범한 랩 파트는 여전히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근육 공개와 예능 활동의 기억과 얽히지 않고 순수하게 노래가 먼저 귀에 들어오게 하는 국내 보이 밴드의 음반임은 부인할 수 없다. [글: 김성환 ('핫트랙스 매거진' 필자)]



Infinite - Hysterie
(Live At 신동-박규리 심심타파, 1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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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펠라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그룹으로 유일하게 소위 '히트'라는 걸 해봤던 팀이라면 아마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아카펠라 팀 인공위성이나 이소라-고찬용 등이 있었던 하나뮤직의 낯선사람들 정도가 90년대 초반 소폭 히트를 기록했던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 후 인디에서도 성악 합창단이 아니라면 이런 팀 찾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우연히 벅스 뮤직에서 무료 다운로드가 된다기에 받아본 원더풀의 이 디지털 싱글은 오랜만에 가요답게 가면서도 아카펠라다운 특유의 매력을 함께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6년에 결성되었다고 하니, 벌써 활동 4년째다. 좀 더 힘을 내서 정규 앨범도 내보면 어떨까 기대를 갖게 하는 팀이다. (내가 대학 시절에 이런 비슷한 동아리 활동을 했던 때문이겠지만, 이런 팀에는 더 정이 가는건 어쩔 수 없다.) 상큼한 여성 보컬이 주도하는 <앨리스의 티타임>, 여섯 멤버들의 화음이 경쾌하게 조화를 이루는 펑키한 흐름의 비트를 가진 트랙 <정답은 없는 거야>, 커버곡 <오늘같은 밤>까지 3곡의 알찬 트랙들이 들어있다.

멤버: 서가영(소프라노), 이무연(알토), 김철한(테너), 김승필(바리톤), 
        유제현(베이스), 정의용(보컬 드럼)

벅스 뮤직 원더풀 관련 페이지: http://music.bugs.co.kr/artist/80060815
                                             (벅스 회원은 11월 11일까지 2곡 무료 다운로드 가능)  
    


One The Full - 앨리스의 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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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출신의 인디 록 밴드 베티 애스(어느 에로 영화 주인공(아마도 '베티 블루 37.2'가 아니었을까?)의 엉덩이를 본 기억이 이 이름을 짓는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의 첫 정규 앨범. 그들이 광주 지역 클럽에서 8년간 활동하면 그간 만들었던 50곡에서 12곡을 추려 완성했다고 한다.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멜로디를 만드는 능력은 괜찮은 것 같으나, 편곡을 100% 자신들의 힘으로 한 덕분인지 조금 비어보이는 듯한 레코딩이 조금은 아쉽다. 또한 보컬 지홍범이 일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좀 더 분노를 표출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 정도면 준수한 편이다. 그래도 타이틀 곡으로 밀고 있는 <Beautiful Mind>는 펑크 특유의 스피드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어지는 네 번째 트랙 <Bitch>나 다섯번째 트랙 <From Now On> 역시 홍대 클럽 어디 위에 세워놓아도, 아니 '음악중심'에 세워놓아도 충분한 폭발력을 발휘할 트랙이다. 이들이 제 2의 크라잉 넛을 꿈꾸는지, 아니면 제 2의 그린 데이를 꿈꾸는 지는 아직 알 길이 없으나, 좀 더 노력한다면 국제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그리 촌스럽지 않을 스트레이트 펑크 록 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Line Up: 기타 & 보컬: 지홍범 / 베이스 & 보컬 : 정용우 / 리드기타 : 서부진 / 
            드럼: Dan Lloyd

# 밴드 홈페이지: http://club.cyworld.com/bettyass

# 벅스뮤직 해당앨범 페이지 가기:
http://music.bugs.co.kr/album/241790

 

Betty Ass - Midnight Jam (Videoc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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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Corner(어반 코너)는 보컬과 키보드를 맡고 있는 Trish(트리쉬), 베이시스트 Kate(케이트), 기타리스트 Raze(레이즈)로 구성된 3인조 애시드 팝 재즈 그룹이다. 그런데 어딘가 많이 보았던 구성이지 않은가? 맞다. 생각보다 오래 전이 아닌데, 서서히 팬들의 가슴 속에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롤러코스터(Rollercoaster)가 떠오르지 않는가? 밴드의 잠정 해체(어쩌면 영구 해체가 될 수도 있다) 이후 주류 가요의 영역에서 애시드 재즈-록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매력을 선보일 밴드가 거의 전무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반가운 신인 밴드의 등장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첫 트랙 <지우고 버려도>는 마치 롤러코스터 2-3집의 마이너 스케일 애시드 팝 트랙들을 연상케 하는데, 트리쉬의 보컬은 조원선보다는 더 버터색이 짙고, 남자임에도 여성적 느낌이 강하다. (마치 조관우 몸에 조원선이 빙의(!)하면 이런 톤이 나올것 같다.) 그루브는 덜 복잡하다. (하지만 이를 여백의 미라고 봐줘도 좋을 듯.) 레이즈의 기타 솔로 역시 이상순의 스타일을 많이 닮게 들리는 건 어쩔수 없다. 두 번째 곡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와 세 번째 곡 <아직까지 너에게>에서도 이는 마찬가지. 물론 브랜 뉴 헤비스(Brand New Heavies)의 느낌도 슬쩍 묻어난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창조성의 면을 들먹이는 이들에게는 '롤러코스터의 아류'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높다. (물론 애시드 재즈-시부야 케이가 다 그런거지, 뭘 따져? 라고 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현재 롤러코스터는 존재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그들의 재결합을 원하는 상황에서 어반 코너가 그 대안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올 정규작에서는 롤코와 비교되지 않는 본인들만의 개성을 좀 뽑아나와주시길.

벅스 뮤직 어반 코너 해당 음반 페이지 가기: http://music.bugs.co.kr/album/236812

 

Urban Corner - 지우고 버려도 (Videoc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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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0월 발표된 일본어 데뷔 앨범 [Go! Younha] 이후 자그마치 5년을 채워서 발매되는 윤하의 두 번째 일본어 정규 앨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은 국내에는 소니 시절을 정리하는 컴필레이션 [SONGS -Teen's Collection-](2008)이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며, 레이블을 제네온 유니버설(Geneon Universal)로 옮긴 이후 2장의 싱글 발매 이외에는 영화 촬영 과 국내 일정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월 20일, 그리고 8월 5일에 일본의 웨자뉴즈 (WNI)가 운영하는 생방송 날씨 정보 프로그램 [SOLIVE24]에 이 앨범에 수록될 두 곡의 신곡 - <ソラトモ~空を見上げて (소라모토- 하늘을 올려다보며 ->, <太陽のトマト (태양의 토마토)> - 을 웹사이트에서 무료 다운로드받게 하면서 드디어 새 앨범의 발매 조건은 충분히 충족되었다.

# 벅스뮤직 해당 앨범 페이지 가기: http://music.bugs.co.kr/album/239474

이 앨범을 처음 플레이어에 걸었을 때는 과연 지금까지 진행된 뮤지션 윤하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펼치는 양국에서의 상이한(솔직히 이 음원들이 동일 뮤지션에 의해 발표되는 건지 의아할 정도의) 음악적 커리어가 이 앨범 속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윤하의 한국에서의 음악적 결과물이 어딘가 맘에 안든다...고 생각했던 윤하의 팬들에게는 이 앨범이 훨씬 정이 가고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라 확신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녀에 대해 이 블로그에서 첫 번째로 썼던 칼럼에서 '한국의 바네사 칼튼(Vanessa Carlton)이 되어달라'고 했던 내 바람이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되게 충족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1집에서 보여준 강건하고 J-Rock의 전형적 패턴에 근거를 두었던, 소위 자칭 & 타칭 '피아노 록'이라고 불렸던 그 사운드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그냥 건반을 기반으로 여성 컨템포러리 팝-포크 록 뮤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기본기를 충실히 더한 안정된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에 더욱 기쁘다.



Younha - ソラトモ~空を見上げて (PV)

일단 앞서 언급했던 두 곡 가운데 <ソラトモ~空を見上げて>은 기존 (일본에서의) 윤하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1집 때보다 훨씬 안정된 스케일을 보여준다. 더 이상 억지로 쥐어짜듯이 가려하지 않고 음표의 끈기를 보컬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윤하의 보이스는 피아노 연주와 함께 이 곡의 핵심이다. <太陽のトマト>는 라틴 팝적 리듬감을 바탕으로 어쿠스틱 기타의 상큼함이 지배하면서도 힘을 빼고 편안한 톤으로 전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편곡과 잘 어우러진다. 이 밖에도 데파페페(Depapepe)와 작곡하고 그녀가 작사한 곡인 <お別れですか?>는 '헤어지는 건가요?'라는 노래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상쾌한데, 데파페페의 스타일이 살아 있으면서도 기존 윤하의 스타일을 크게 건드리지 않은 앨범의 백미 중 하나다. 이 밖에 어쿠스틱
기타&피아노 편곡 위에 살짝 일렉트로닉 비트 메이킹을 가미한 첫 트랙 <風>, 재지한 피아노 스케일의 흐름 위에서 귀여운 고양이처럼 얄밉게(?) 불러주는 <每日が每日>(매일매일), 국내 윤하 팬들의 취향에 맞을 발라드 <抱きしめたい(안고 싶어)>와 오지 피아노만으로 단정하게 풀어낸 소품이자 윤하 보컬의 성숙을 보여주는 <うそばっかり(거짓말뿐)> 등으로 우리는 5년간의 '제대로 된 윤하 음악에 대한 기다림'을 보상받는다. (한편, <Girl><好きなんだ(좋아해)>는 이미 2009년에 싱글로 발표되었던 곡이며,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 '이번 일요일에'의 주제곡 <虹の向こう側(무지개 저편에)>도 함께 수록되어있다. '무지개 저편에'는 그간 이 영화 OST를 일본 수입반으로 사지 않는 이상은 구할 수 없었기에, 이번 앨범 재수록이 더욱 반갑다. <記憶>은 한국어 2집 앨범에 담겼던 <기억>을 일본어로 재편곡, 커버했다.)

사실 최근 공개된 새 한국용 디지털 싱글 사진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충격이 큰데, 그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구축한 이 일본 정규 2집의 발매가 내게 위안을 준다. 결국 이 앨범의 발매를 통해 윤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완벽하게 '이중생활'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여성 보컬리스트-송라이터가 이렇게 두 구역에서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꼭 나쁘게만 보고 싶지는 않다. 이제부터 두 가지 윤하의 흥미로운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팬으로서 그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도 있을 것같다. (하지만 한국 소속사의 삽질 언플은 언제나 나를 화나게 한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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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과의 듀엣곡 <헤어지러 가는 길>이 선공개된 후 조금 시간이 걸려서 드디어 임정희의 첫 EP가 발표되었다. 선공개곡도 그랬지만,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앨범의 큰 비중을 차지한 존재는 방시혁이다. 사실 난 방시혁이 가끔씩은 좋은 발라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명색이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 아닌가. 그러나, 에이트(Eight) 이후부터는 발라드를 만드는 패턴까지도 어느 순간에 조금 타성에 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첫 인트로는 보기 좋게 흘러가지만, 듀엣의 주인공이었던 조권을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킨 타이틀곡 <진짜일 리 없어>는 열심히 잘 불러주는 그녀의 목소리가 아깝게 뻔한 멜로디 전개로 흘러간다. 2집의 <흔적>을 넘어서는 감흥이 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가수들에게 자꾸 줘버려서 식상해져버린 방시혁의 멜로디. 그 놈이 죄인이다. <헤어지러 가는 길>에 이어서 등장하는 <내가 미워>가 차라리 멜로디라인의 면에서는 전자보다 낫게 들린다. 신시사이저 사운드 역시 조금 변화를 주려고 한 기색이 보인다. 이제서야 임정희 보컬의 장점이 서서히 기를 발휘한다. 방탄 소년단이 참여한 <재>는 그들의 피쳐링이 나쁘지는 않고, 후렴도 적당히 임팩트가 있지만, 문제는 누가 곡의 주인공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곡에 임정희가 피쳐링한 형국인 것이 문제다. 차라리 앨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곡은 마지막 트랙인 업템포 넘버 <아직 내 남자야>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에서부터 영국 쪽에서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빈티지 소울 리바이벌 편곡을 시도했음에도 감흥상 20% 부족함은 아쉽지만, 라이브에서 잘 가다듬으면 즐겁게 들을 만한 곡이다.

 
 
임정희 - 진짜일 리 없어 (Videoclip)

임정희 EP 벅스뮤직 소개 페이지 : http://music.bugs.co.kr/album/239674

벅스 뮤직 임정희 인터뷰 페이지 :
http://music.bugs.co.kr/holic/interview/6215?page=1&sort=new

개인적으로는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줄곧 임정희는 R&B나 소울, 훵크 쪽으로 포커스를 두었을 때, 보컬리스트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JYP에 속해있는 이상 그게 쉽게 될 듯하면서도 안되는 것이 당연지사. 그리고 박진영 사장의 신경은 모두 원더걸스에 가있으니... 빅 보이에게 버림받은 우리 J-Lim이 갈 곳은 오직 김반장님 뿐일텐데... 아직도 방시혁 곁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 꼭 좋아보이는 건 아니다. 물론 3년 가까이 해외에 있다가 다시 국내에 안전 착지를 하려면 이번 복귀작은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정말 임정희가 자신의 주도로 음악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소속사를 옮기는 과감한 결단은 필요하지 않을까..가 내가 그녀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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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한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요절한 가수 유재하와 그의 음악을 기억하고, 실력있는 신인 대중음악가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중음악 음악경연대회이다. 이 대회는 유족들이 앨범의 수익금으로 1988년 설립한 유재하 음악 장학회의 장학금으로 입상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형식으로 1989년 1회부터 2004년 16회까지 열렸으며, 2005년에는 재정적인 문제(그간 유재하 유족이 기탁한 기금의 은행 이자 수익을 바탕으로 1500만원 정도의 시상금을 충당했으나, 경기 불황으로 원금 유지도 어려워졌었다고 한다.)로 중단되었으나, 2006년 싸이월드의 후원으로 17회가 재개되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매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경연대회는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를 이끌어가는 싱어송라이터들의 등용문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이 가요제 출신 음악가로는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강현민, 나원주, 이한철 등이 있다."

위키 백과에서 퍼온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대한 설명이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남아있는 그나마 유일한 진정한 대중음악 신인들의 음악 경연대회라 할 수 있는 이 대회가 존폐위기까지 갔다가 대중음악인들의 음원 수익 배분의 착취를 아직도 개선할 생각이 없는 통신사를 소유한 회사의 자회사(SK 커뮤니케이션즈)의 후원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아이러닉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경연대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도와주고 있다는 것만은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지난 해 제 20회 대회가 열렸고, 이제 그 입상곡들의 음원이 드디어 온라인상에 공개되었다. (오프 음반은 도데체 언제 나올것인가?)

앨범의 수록곡들은 대체로 어쿠스틱한 감성에 기반한 트랙들로 이루어져있다. 모든 곡들이 거의 1-2 악기 - 기타, 피아노 - 편곡 위주로 구성되었고, 드럼과 베이스의 향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기왕 정식 음원으로 내는데, 왜이리 편곡이 썰렁하냐고 불만하실 분들도 있겠으나, 이제 조동익 사단과 같은 훌륭한 세션 팀들이 사운드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라면, 차라리 이렇게 단촐하고 여백의 미가 넘치는 편곡이 더 듣기 좋다. 개인적으로도 요새 주류 가요나 팝 음악들의 화려한 (혹자는 난잡하다고도 할) 전자음 속에 귀가 쩔다가 오랜만에 듣는 순수한 사운드, 그리고 정갈한 목소리들의 향연은 정말 마음 속을 편안하게 정화시켜준다. (물론 개인적으로 댄스뮤직의 전자음도 매우 좋아하는 편이고, 감상을 음악 수준의 귀천없이, 편견 없이 하는 성향이지만, 뭐가 더 가슴에 깊게 남을 수 있나는 결국 내 가슴이 먼저 말하지 않겠는가.)


대상을 차지한 학생 부부 듀오 '공(空)'의 <둘이서 부르는 노래>(이해인 수녀의 시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아프리칸 타악기 젬베 사운드의 차분한 울림은 참가한 심사위원들의 귀가 아직 찌들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며,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펑키함을 잘 살린 버팔로 패키지(Buffalo Package)<Superhero>, 더 클래식이나 작년에 인상적 데뷔작을 남긴 노 리플라이(No Reply)의 어쿠스틱 감성을 머금은 김태균/염정업의 <지난 얘기>의 서정성, 그리고 이펙트를 살짝 걸은 일렉트릭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오소영의 음악을 연상케하는  김민지<오늘은 어떤가요>, 피아노의 깔끔한 선율로 심플하면서도 절대 평이하지 않은 힘을 가진 발라드인 황서윤/이선영의  <위태로운 이야기> 등 10곡의 음악 모두가 주류 가요의 상투성과 인디 씬의 지나친 진지함(?)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자'적 미덕을 선사한다. 마치 하나 음악의 음반을 듣던 그 시절의 감성으로 나를 살짝 돌아가게 만든다. 

2010년의 두 번째 주말을 생각보다 좋은, 따뜻한 음악들로 보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1주일 내내 폭설로 다들 고생한 한 주였지만, 사방이 눈으로 쌓인 어느 시골 펜션에서 벽난로를 때면서 외부와 차단되어 조용히 감상하면 더욱 기분 좋을 듯한 그런 음반이란 생각을 갖게 하는, 동적인 사운드가 대세인 한국 대중음악 씬에 오랜만에 등장한 제대로 된 정적인 음악들의 향연이다. 위의 언급된 고참 뮤지션들 외에도 심현보, 이규호, 조윤석(루시드 폴), 오소영, 김연우, 정지찬, 스윗 소로우 등을 배출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가 앞으로도 이런 정신을 꾸준히 유지하며 좋은 음악들을 배출해 내기를 기원한다. 

P.S. 재미있는 사실 하나. 업템포 곡에서는 거의 표절을 일삼는 방시혁이 왜 발라드는 그래도 확실한 멜로디 라인을 쓰는가에 대해 궁금했던 것이 그 역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는 사실을 통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는 듯하다.



Buffalo Package - Superher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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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앨범 발매 소식을 듣고 그녀의 팬의 입장에서 기뻐하긴 했으나, 매우 우려가 되었다. 지난 앨범이 발매된 것이 2008년 9월... 겨우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한창 일본에서 개봉할 영화 홍보를 해야 될 상황에서 왜 국내용 앨범 발매에 먼저 신경쓰는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송출연에는 예전만큼 휘둘리진 않아서 다행이었으나, 그래도 황찬희와 여러 괜찮은 다른 프로듀서들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졌던 전작에 비해 어떻게 변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대부분 우려의 생각만이 맴돌았다. 왜 그랬을까?) 그녀의 일본어 신곡은 열심히 감상하면서도 말이다.

이제 그녀의 음반이 내 손에 들어왔다. 사실 3집 Part A라는 호칭부터 조금 걱정거리였는데, 결국 그 제목부터 이 앨범의 정체성을 망친 주범이란 생각부터 든다. 먼저 내용물이 총 10곡인데, 그 가운데 신곡은 6곡에 불과하다. 수록곡 2개의 연주곡 버전, 2집의 영어 가사곡 <My Song And...>의 한국어버전, 그리고 인터루드에 불과한 <Black Rain>을 빼면 실제 가사, 멜로디가 다 있는 신곡은 6곡이기 때문이다. 이번 음반이 KTF Music(구 도시락 뮤직)의 레이블을 달고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마치 서태지의 '싱글 나눠 내기' 전략을 이 기획사가 답습한 듯한 인상도 준다. 그럴꺼면 제대로 따라해서 3-4곡 싱글 EP로 내지, 왜 '3집 파트A'라 하고 싶었는지 도데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EP같은 구성을 해놓고 그걸 앨범이라고 우기면 어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럼 앨범에 수록된 신곡들의 퀄리티를 한 번 살펴보자. 먼저 싱글로 밀고있는 노래인 <1,2,3>는 2집 수록곡에 비교한다면 유연해지긴 했지만 너무 '대중화'되었다는 점을 지우기 힘들다. 물론 1,2집의 록 편곡 방식이 맘에 안들었던 분들도 있을테니, 대중적으로는 이게 더 합리적 선택 같기도 하지만 곡의 멜로디는 괜찮음에도 고급스럽지 못하게 들린다. 게다가 제목과 후렴구 음표 박자의 배치는 다분히 팝 매니아들에게 잭슨 5(Jackson 5)<ABC>를 연상시키기에, 처음에는 '이거 표절?'이라는 오해를 살 소지를 남긴다. (하지만 음반 크레딧에는 4명의 외국 작곡가 팀이자 외국에 저작권이 있는 곡이기에 설사 책임이 있다면 그 쪽에 물 수 밖에 없다.)


 

윤하
- 1,2,3 (Videoclip)

그리고 가장 뜬금없는 두 곡 - <Break Out>, <Luv U Luv U Luv U> - 는 이번 앨범은 물론 현재까지의 윤하라는 뮤지션의 성격을 애매하게 만들어버리는 문제를 낳는 '개인적으로는 앨범에서 지워버렸으면 싶은' 곡들이다. 먼저 80년대 LA메탈 성향을 띈다고 홍보한 <Break Out>의 경우는 역시 외국 작곡팀의 곡인데, 생각보다 덜 헤비한데 폼은 메탈 형식을 띄고 있으니 애매한 밸런스를 가진 곡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편곡 위에서 윤하의 보컬은 다른 그간의 업비트 록 트랙과 전혀 다를바 없이 평이하니... 자꾸 들을 수록 록트랙

인데도 그녀의 옷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Luv U Luv U Luv U>는 설상가상이다. 요새 팝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이라면 당근 이 곡을 듣고 레이디 가가(Lady Gaga)<Just Dance>를 연상하게 될테니 말이다. 윤하가 댄스 팝 트랙을 소화하면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첫 시도로서 너무 뻔한 클럽 댄스 트랙을 '이관'이라는 아직 생소한 작곡자가 디렉팅한 곡으로 삼았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누가 표절 시비라도 걸면 어쪄려고 그러는가?

사실 나머지 3곡들의 퀄리티는 그간 윤하의 소프트한 트랙들과 일맥상통하고 잘 이어진다. 첫 트랙 <Peace, Love & Ice Cream>은 2집의 발라드에서 보여준 서정성에는 약간 모자라지만, 무난하게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윤하의 보컬 호소력도 잘 정돈되어있다. 그리고 그녀가 온전히 작곡한 솔로 연주곡 <She is>나 매 앨범마다 있었던 '보통 피아노 팝 발라드'에 속하는 <사랑하다>도 그녀가 차근차근 작곡가로서의 길에 들어서려 하는 과정에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트랙들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의 뮤직 프로듀서인 이관과 기획사의 판단 착오(!)는 이런 점을 살리기 보다는 오히려 쉽고 편하게, 저비용으로 외국 작곡가들의 판권을 싸게 사용해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을 극복하려고 한 듯 보인다. 

 

윤하 - Peace, Love & Ice Cream (Videoclip)

벌써 국내 데뷔도 3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그간의 앨범과 싱글이 가졌던 방향성에서 그리 크게 이탈하지 않았는데도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 나왔다는 면에서 윤하의 음악적 커리어에서는 '적신호'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이런식으로 후속 앨범들이 계속 꾸며진다면 지금까지 윤하에게 '뮤지션쉽'이 있다고 관심을 가진 진지한 팬들을 다 떠나보내고, 그냥 윤하이기에 환호하는 팬들만 남겨놓게 될까봐 두렵다. 백번 양보하여 '3집 파트 A' 의 명제가 '대중과 친근하기' 라고 생각한 것이라면, 제발 '파트 B' 에서는 윤하의 뮤지션 다운, 좀 더 '숙성한' 음악들이 담긴 앨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사실 음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당혹감과 그 퀄리티에 (음반 제작사측에) 욕나올 뻔 했다. 그녀의 국내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진 한국 기획사에 대한 불만감이 이젠 거의 극에 달한다. 자꾸 이럴거라면 윤하는 현재의 기획사와는 결별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적이라 생각된다. 아니면 윤하의 그릇이 겨우 여기까지인 것일까? 그런 생각은 아직 하고 싶지 않다. 난 그녀의 팬이니까.

< 근데.. 이 모습.. 예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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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현의 새 앨범이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6집 [Come to Where I Am]이 나온게 2007년 11-12월이니, 1년 3-4개월 정도의 기간만에 신보가 나온 셈인데, 4집 이후 앨범 사이의 간격이 많이 벌어진 걸 생각하면 많이 빨라진 것이다. 앨범 커버를 가득 메운 그녀의 얼굴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떤 심각한 변화가 앨범 속에 있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음반을 카 오디오에 걸었다.

  이 앨범은 요새 수록곡의 숫자에 비하면 너무 적다. 아무리 제목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10가지 방법이라지만, 9곡 뿐이라니... 그럼 가짓 수도 모자라잖아? (어느 블로거에서 그 10번째를 '침묵'이라고 추론한 글을 읽었는데, 현재까지는 그게 가장 공감이 간다. 하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본인에게 직접 들었음 좋겠다.) 전반적으로 평가를 하자면, 나중에 음반을 샀어도 발매 당시에는 음원으로 먼저 들었던 5집과 6집을 건너 오랜만에 CD로 발매 즉시 사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은 준수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별 4개-5개를 달아줄 앨범은 아니지만, 그래도 착착 끌리는 그런 앨범 말이다. 
'
  이 앨범은 크게 '세 토막'으로 나뉘어진다고 보면 쉽게 설명이 될 듯하다. 밝은 일렉트릭 기타의 스트로크가 주도하는 적당히 펑키한 팝-록인 <치카치카>(가사가 정말 사랑스럽다. 그녀는 지금 간절히 결혼을 꿈꾸는 것일까?), 스트링 편곡이 강하게 들어간 70년대 후반 분위기의 퓨전 슬로우 R&B 트랙(마치 Earth, Wind & Fire 시대의 편곡감이 느껴지는) <청순가련 리나 박>, 윤미래(T)의 랩을 들을 수 있는 트렌디 R&B/팝 트랙 <나 같은 사람 너 같은 사람>으로 이뤄진 첫 번째 토막은 (매 앨범마다 밝은 노래가 항상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의 컨셉과는 확연히 다르다. 예전에는 애상적 정서의 노래들의 집합들 속에 분위기 전환용으로 들어있던 것 같았던 이런 업비트 트랙들이 아예 초장에 앨범의 분위기를 잡고 있다는 건 조금 놀라웠다. 그런데, 그게 지금의 박정현에게는 더 어울리게 느껴진다. <꿈에>의 엄청난 히트이후 최고의 성량 파워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서서히 버리고 다양한 장르에 자신의 음악을 맞추는 방향을 견지했기에, 6집에 이어서 그것이 이번 앨범에서 성공적으로 완성된 3곡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파트는 '일반 팬들이 원하는 그녀의 발라드' 의 범주를 의식한 트랙 2곡이 지키고 있다. 바로 전형적 박정현표 팝-R&B 발라드 <만져줘요>와 타이틀곡으로 밀고 있는 <비밀>. 사실 앞부분의 매력이 더 강했기에, 그냥 무난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도 힘을 빼고 편안하게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고유의 매력을 유지한다. 아래의 라이브 실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방송에서 힘빼지 않고 편히 부를 곡을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사실 1곡 부르고 들어갈 상황이라면, 가수 입장에선 전력투구할 트랙은 라이브 공연에서 하는게 나을 것이다.) 이 두 곡에 이어지는 상큼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Sunday Brunch>는 뒤에 받쳐주는 혼 섹션의 편곡까지 멋지게 들어가 시종일관 경쾌함을 유지한다. 앞의 두곡의 약간의 심심함을 충분히 상쇄한다.



박정현 - 비밀 (MTV The Stage Live)

마지막 파트의 3곡은 '진지하게 침참하는 발라드' 라고 정의해야 할 텐데, 그렇다고 해서 기존 박정현의 '진지한 발라드'처럼 뻔한 연장선은 아니다. <비가>는 개인적으로는 <꿈에>이후 정공법 발라드로서는 오랜만에 확실하게 끌린 트랙인데, 그녀가 직접 작사-작곡을 커버한 이 곡에서 그녀는 가사 속 이별이 자신의 경험인듯 정돈된 슬픔을 뽑아낸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가 언제나 그랬듯, 질질 짜는 슬픔은 결코 아니다. (목청을 강하게 내지 않고도 이렇게 고음을 멋지게 뽑을 수 있는 건 그녀뿐이다.) 러브홀릭의 강현민이 작곡한 발라드 두 곡 - <사랑은 이런게 아닌데>, <만나러 가는 길> - 은 당연히 강현민의 색채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트랙이긴 하지만, 마치 이소라김민규, 이한철의 곡을 부르는 듯한 느낌처럼 앞으로도 괜찮은 조합이 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주 쓰면 분명 독이 될 것이다.)

  4집 이후의 그녀의 노래들에서 과거와 같은 파워가 보이지 않는다고, 음색과 기교에 신경 쓴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파워풀하게 내지르는 건 남들이 다 하는데 그녀가 그걸 굳이 유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왔기에, 6집 이후부터의 그녀의 방향성에는 긍정적 시선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번 앨범도 그런 면에서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R&B라는 호칭에 이미 벗어난 그녀의 다양한 팝/록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이 가감없이 '솔직하게' 담겼기 때문이다. 사실 방송에서보다는 이 곡들을 빨리 라이브로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그녀에게 한참 푹 빠져있었던 1-2-3집 때의 나로 진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콘서트 예매해야지.....^^;  

(P.S. 핫트랙스에서 6집 발표 당시에 인터뷰를 기획했다가 엎어졌던 기억도 나는데, 이번에는 이뤄졌음 좋겠다. 서면이 아니라 직접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근데 내가 정하는 것도 아닌데, 꿈도 야무지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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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윤하의 정규 2집 앨범이 나왔다. 예상보다 조금 이른감이 있었단 생각은 들었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간 윤하가 계속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 피쳐링한 곡이 싱글 히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현상일 것이다. 실제 1집 '고백하기 좋은날'이 발매된 것이 2007년 4월이었으니, 1년 4개월만이지 않은가. (스페셜 앨범 '혜성'이야 사실 번안 앨범 녹음과 다를 바 없기에 준비 기간을 고려하는 건 무의미하다.)

사실 누누히 얘기해왔지만, 윤하의 기획사(STAM에서 LION MEDIA로 개명했다.)가 그녀를 더 고급스럽게 이미지메이킹을 못하고 곳곳의 방송에 돌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불만은 없었다. 다만 편곡 면에서 같은 곡들을 일본 연주자들의 연주력과 더 깔끔한 어레인지로 녹음해왔다면 어땠을까하는 개인적(!) 아쉬움은 있긴 했었지만... 그리고 1집에서까지는 알고도 지적하지 않았지만, 아직 그녀가 출중한 보컬 능력에 비하면 아쉬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 성장이 절실하다는 점까지가 그녀를 뮤지션으로 평가할 때 약간 아쉬운 점이었을 것이다.

그럼 이번 2집 앨범은 과연 전작에 비해서 얼마만큼 나아갔을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1집에 비해서 '어느정도 전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앨범속에 무리하게 자작곡들을 많이 집어넣은 것은 결코 아니다. 1집에 이어서, 그녀의 한국에서의 대표 히트곡들을 작곡해온 황찬희는 여전히 음악 프로듀서 자리를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진'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뮤지션으로의 음악적 정체성을 그 바쁜 방송 '뺑뺑이' 속에서도 지킬 수 있게 더 훌륭한 조력자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분명 '록'을 자신의 음악으로 삼겠다고 누누히 밝혔고, 현재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데 있어 그의 도움은 클 수 밖에 없다. 그 점에서 그는 윤하의 일본활동부터를 지켜봐왔던 팬들이 1집, 1.5집에서 가졌던 아쉬움을 이번 작품에서 많이 보완했다. 첫 싱글 <텔레파시>IZM 이대화씨의 리뷰에서처럼 더 좋은 곡들을 놔두고 왜 이걸 싱글로 밀었냐는 아쉬움이 남는 지나치게 정형화된 대중적 윤하식 트랙이지만, 이는 <비밀번호486>을 작곡자 스스로 지나치게 의식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 생각한다. 그래도 일반 대중이 윤하를 기억하는 방식이 '록+피아노 연주'의 구성이기에 '윤하의 정체성은 변한 게 없어'를 알리기에는 그리 부족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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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정체성 유지' 트랙들 가운데 오히려 <텔레파시>를 앞서는 노래는 단연 <Gossip Boy>다. 물론 약간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부터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까지를 오가는 구성의 원조가 되는 트랙들이 있긴 하지만, 오케스트레이션부터 밴드의 연주, 피아노까지 어디 하나 튀는 것 없이 100% 조화를 이루며 곡을 살려주고 있다. 그리고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 풍 신시사이저 인트로가 (80년대식 팝의 향수를 자극하며) 즐거움을 주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사이의 혼란'를 잘 묘사한 가사까지 재미있는 트랙 <Best Friend> 등이 이번 앨범에서 윤하의 '대중적 피아노 록커'의 이미지를 발전시킨 트랙들이다.

한편, 본인 스스로도, 황찬희도 이쪽에 더 공을 들였을 것 같은 <Hero>와 타이틀 트랙 <Someday>는 개인적으로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밴드의 연주와 어떻게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받게 어레인지를 할 것인가를 좀 더 고민하고, 그게 한국에서 불가했다면 일본에 들고가서라도 작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트랙이다. 하지만, 곡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다. 편곡에서 보이는 약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류 가요 앨범 가운데, (FT아일랜드나 버즈같이 일부러 센척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경우를 빼고) 쉽게 설명하자면 '에반에센스(Evanescence) 풍'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이만큼 완성된 품질로 담은 곡들은 드물다.



윤하텔레파시 (PV)

여기까지가 이 앨범의 '록 파트(Rock Part)'라고 한다면, 이제 그 다음으로 윤하의 한국 앨범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 포인트인 '소프트(발라드) 팝 파트(Soft Pop Part)'를 점검해 봐야 한다. 여기서 보여준 '진전'을 대표할 만한 트랙은 일단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곡을 준 <빗소리>인데, 재즈에 대해 많이 모르는 사람들이 '노라 존스(Norah Jones) 풍' 이라 할 확률이 높은 이 곡에서 윤하는 재즈 보컬을 억지로 모방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곡의 감성을 잘 살렸다. (핫트랙스 9월호 인터뷰에서 밝혔듯, 녹음 중에 자신의 보컬이 맘에 안들어 울면서 스튜디오를 뛰쳐나갔었다고 하니, 얼만큼 본인이 공을 들였을지는 짐작이 간다.) 피아노 자리마저 작곡자 송영주에게 양보하며 보컬에 집중한 가치가 빛나는 곡이다.

또 한가지 진전은 조규찬이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Strawberry Days>에서 나타나는데, 여기서 윤하의 보컬은 그간의 히트곡에서 보여주던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진성과 복성의 울림을 강조해서 스트레이트하게 노래하던 것이 그녀의 보컬 스타일의 표준이라면, 이 곡에서는 저음도 고음까지 가늘면서도 깨끗함을 주는 (쉽게 말하면 박혜경이 가늘게 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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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면 나올 고성까지 들려주는) 미성 중심의 보컬을 들려준다. 그녀의 보컬이 '틀에 박혔다'는 걱정을 하는 팬들이 있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리고 그녀의 자작곡 <미워하다>는 그간 황찬희 식 발라드에 영향받은 작곡법에 기초하고 있긴 하지만, 어차피 그녀가 R&B식 소몰이 창법을 할 것이 아니기에, <기다리다>, <꼬마>의 극적인 느낌은 조금 약해도 확실한 기승전결을 보여주기에 조만간 그녀의 작곡 능력도 향상될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역시 80년대 초반 퓨전 팝 트랙 <울지마요>도 윤하만의 성숙하고 안정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트랙이라 마음에 든다.

그래서 사실 앨범에서 가장 '생뚱맞을' 수도 있는 트랙들이 딱 2곡 있다. 그러나 그 곡들이 앨범 전체의 이미지를 해치지는 않기 때문에 오히려 윤하의 음악적 도전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트랙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먼저 타블로가 작곡, 편곡에 참여하고, 랩까지 피쳐링한 (그래서 실제 에픽하이<우산>이 연상될 수 밖에 없는) <기억>은 결코 강한 샤우팅 하나 없이도 듣는 이를 곡과 가사에 몰입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제 겨우 20살인데,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내 몸이 그댈 기억해...'라는 표현이 가슴에 제대로 와닿는 것은 그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발라드 범주에 넣어야 하지만, 비트와 구조상 '소몰이 발라드' 구성에서 지겹게 반복된 전개법을 가진 <Rainbow>는 그것 때문에 다른 가수가 불렀다면 마이너스 점수를 한참 받았어야 하지만, 다행히도(!) 어쿠스틱 위주의 깔끔한 편곡과, 절대로 소몰이와 거리가 먼 윤하의 보컬의 힘으로 함정에서 아슬하게 빠져나갔다.

2007년의 주류 가요 음반들 가운데서도 1집 [고백하기 좋은날]은 그럭저럭 무난한 앨범의 범주에 들었지만, 이번 2집 [Someday]는 당당히 올해 (인디나 퓨전 범위를 뺀) 베스트 20 범위에는 들어도 될 만한 퀄리티를 확보한 작품이다. 그녀가 빨리 소모되고 퇴보할 지도 모른다는 평단의 우려를 다행히 이번 앨범으로 어느 정도 씻어주고 있기에, 아직도 우리는 그녀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그녀의 팬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을만한 음반을 만들어주었기에 .... 감사한다. 다만, 한 가지만 더 바란다면, 언제나 말하듯, 일본에서의 뮤지션으로서의 활동도 제발 게을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길 바란다. 경험을 더 하면 더 할 수록, 더 많이 쌓일 자질이 그녀에겐 있기 때문이다.  

<TRACKLIST> (분홍색 표시가 개인 추천곡들)

1. Gossip Boy (Nana/황찬희)
2. 기억 (Feat. 타블로) (Rap Mix) (타블로/타블로)
3. Hero (최갑원-김영환/황찬희)
4. Someday (이숲/황찬희)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텔레파시 (김이진, Nana/황찬희)
6. Rain & The Bar (연주곡)
7. 빗소리 (심재희/송영주)
8. Rainbow (박가영/이관)
9. Best Friend (이숲/황찬희)
10. Strawberry Days (조규찬/조규찬)
11. For Catharina (윤하작곡 - 연주곡)
12. 미워하다 (심재희/윤하)
13. My Song And ... (이숲/김보민)
14. 울지마요 (심재희/권순관)
15. 기억 (Original Mix) (타블로/타블로)

(16,17번 트랙은 각각 5번, 12번 트랙의 M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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