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라는 말을 함부로 떠들지 말자 - 오늘 세계 일보 기사와 인용된 외국인의 블로그를 보고...
1. 오늘 새벽에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확 눈을 끄는 기사가 있어서, 스크랩을 해 봤다. 문화계, 음악계에서 일하시는 몇몇 지인분들도 이런 지적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 글에서 인용되고 있는 원문을 쓴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라 (비록 일부분에 편견이 약간 있을진 몰라도) 외국인이라는데 그 의의는 크다고 보겠다. 이 글을 보고 경희대 사이트에 갔더니, 왜 경희대 한류의 날 행사 공연에 SG워너비랑 씨야는 나오나? 이런 수준 높은 토론은 하면서 그 앞에 GM패밀리의 어설픈 공연이라... 쩝... 할말이 없다.
“한류는 애초에 없었다” 미 연예기자 지적 - 세계일보
22일 미리 배포된 발표문에 따르면, 러셀 기자는 요즘 한류가 ‘단기간의 유행, 유치한 민족주의, 열악한 재정 지원’ 등 부정적 함의가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지난 10년간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단 한 번도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 일부 가수나 드라마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성공은 한국만이 지닌 뭔가 특별하고 독특한 것 때문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세계화 흐름에 한국이 발빠르게 적응한 결과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 중 그나마 서구의 관심을 끈 것은 영화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영화 내용 자체보다는 ‘제작비의 5배 이상을 번 영화’ 식으로 소개될 뿐이다. 영화 ‘쉬리’의 대성공과 이창동, 김기덕 감독 등의 잇단 국제영화제 수상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영화의 명성을 높였지만 한국 음악이나 드라마는 그 자체로 서구 미디어의 격찬을 받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점차 활성화하고 있는 지역 간 교류에서 한국 연예사업이 먼저 수익개념에 눈을 떴기 때문이며, 태국과 베트남 등이 한국의 성공전략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에 본래 특별한 것이 있다고 착각한다면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성장과 발전이 없는 자는 허기지고 열망이 큰 상대에게 눌리어 사라질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2. 물론 이 사람의 글을 보면서 화가 나시는 분들도 계실거다. 외국인이라고, 한국의 문화를 너무 깔보는 것 아니냐, 이렇게 분노하실 수도 있지만,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리 땅 안에서만 즐기는 문화가 아니고, 그것이 해외 시장으로 (개인적이든, 상업적이든, 어떤 경로로든) 수출된다면, 그 가운데 특히 미국-유럽인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수출되는 것이라면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되어있다. 이 칼럼니스트는 그 관점에서 과연 'Wave'란 단어가 사용된 '한류'가 과연 서구 팝 시장에서 'British Invasion' 이나 ' Latin Pop' 같이 특정 지역 문화에 하나의 문화적 충격을 줄 만한 존재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그것이 있지도 않은 허상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 점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저널리스트, 블로거, 누구도 쉽게 반론은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3. 그래도 혹시나 위 기사의 소재를 제공한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마크 러셀(Mark Russel)이 한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친구의 기사를 검색해보려다, 결국 그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 이르게 되었다. 근데 엄청 놀랐다. 그는 한국 영화를 우리 씨네 21 칼럼니스트 못지 않게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고, 음악에 대해선 신중현-히식스-키보이스까지 빠삭하게 아는 전문인이다. 윤미래의 3집까지도 구해 들을 만큼 그는 현재 한국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관련 역사까지 끈질기게 파고들고 있다. 그러니, 저런 냉철한 칼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분의 블로그는 각자 찾아보시도록. 전 주소 공개 안할 예정임. 혹시 이 기사 보시고 열받은 어떤 분들에 의해 그 분 블로그 테러당하는 꼴 보고 싶지 않음...)
"이미 황페화된 토양에서 무슨 수확을 거두려 하는가? 당신네 땅부터 다시 개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