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stipe 음악넋두리
소녀시대를 자세히 보면 SM의 마인드가 보인다
mikstipe
2007. 9. 29. 10:23
그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소녀시대가 장차 슈퍼주니어 식으로 놀 것은 뻔할 뻔짜다. 솔직히 동방신기나 천상지희는 그렇다 치자. 슈퍼주니어에서 과연 가수답게 솔로로도 버틸만한 멤버가 너그럽게 봐도 아직은 내 눈에 안 보인다. 탤런트, 모델 예비 스타는 그 속에서 나타날 지도 모르지만... 내가 너무 삐딱하게 보는 것일까?
그건 보이밴드, 걸밴드라고 해도 (일부를 제외하곤) 일단 맘과 생각이 통하는 구성원들끼리의 집합에서 출발하는 해외와 달리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그룹들은 철저히 기획에 의해 짜맞추어지기 때문이고, 그것이 H.O.T., S.E.S 시절에는 빨리 데뷔시켜 실전에서 굴리면서 숙성시켰는데 대중이 그 정도 눈감아 준거고, 동방신기와 천상지희는 오랜 시간 굴려 추리고 숙성시킨 뒤에 데뷔시켰지만, 점점 쌓여가는 연습생에 쫓겨가는 기획사의 입장에서 마치 다 제 기간동안 성숙 못시키고 출고하면서 '고급' 딱지를 단 와인과 같은 어설픔을 준다는 것이다. 싱글 [다시 만난 세계]를 들어보라. 뮤직비디오나 쇼 프로 무대를 보지 않는다면, 아직 누가 누군지 들어선 구별이 안 간다. (물론 골수 팬들이야 벌써 파악하셨겠지만...) 내겐 동방신기마저 아직 그러니, 내 탓을 해야하는건가? 적어도 S.E.S는 구별이라도 되지 않았던가? 뭐, 3명이니까 쉽지 않냐고?
결국 SM 스스로도 '신인 가수' 팀을 내보낸 것이 아니라, '(나중에 목표가 어디로 귀착될 지 모르는) 신인 연예인' 집단을 대놓고 만든 셈이다. 게다가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SM이 시작하면 그 쪽으로 따라가려는 제2, 제3의 소녀시대가 줄줄이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 가요 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완전 쟈니즈의 B급 보이밴드 사운드로 무장한 SS501의 일본 싱글을 들으니 더더욱 그 생각이 난다. 일본진출까지 모방인가?) 보아와 동방신기로 그 만큼 돈 많이 벌었으면, 이젠 연습생 뽑을 때 부터 아예 가수 파트, 탤런트 파트, 모델 파트로 좀 섹션을 애초에 나누면 안되나? 왜 처음엔 '노래'로 이름 팔고 왜 나중엔 다 딴 데로 가냐구?
전형적인 켄지(Kenzie)의 곡 스타일 답게 흘러가는 멜로디가 [다시 만난 세계]를 그럭저럭 들을만하게 만들고(물론 편곡은 보아때보다 성의 없다.), 모두 화장품, 교복 광고 모델들 같은 10대 소녀들이 체조복 입고 나와 학예회하는 모습은 분명 귀엽게는 봐줄만한데, 그럼에도 마음 속에서 그들이 얻고 있는 인기에 대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이유인 것 같다.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