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s N' Roses - Chinese Democracy (Part 1 - Biography)
* 이 글은 유니버설 뮤직 라이선스 음반 해설지를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음반 속에 잘 들어있는지는 아직 제 손에 라이선스반이 안들어와서 알 길이 없네요. 저는 영국 아마존에 LP버전을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Chapter 1 : My Memories of Guns 'N' Roses
건즈 앤 로지스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이 아마도 중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 동창으로 현재까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음악 지인에게서 건네 받은 (영어회화 테이프를 재활용하여 녹음한) 어느 카세트테이프 속에는 AFKN FM에서 그가 맘에 들었던 팝송들(특히, 록 음악들)을 녹음한 음원들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그 친구가 추천했던 음악이 바로 <Welcome to the Jungle>이었던 것이다. 본 조비(Bon Jovi)가 한창 빌보드 팝 차트를 누비고 다닐 그 시절, 사실 FM 라디오와 형님이 구입해온 음반들을 통해서 헤비 메탈에 대해 기본 지식은 쌓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 때는 AFKN의 ‘American Top 40’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댄스 팝 속에 종종 섞여있었던 팝 메탈(Pop Metal), 또는 LA 메탈(LA Metal)이라고 불리던 음악들에 귀가 더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던 1988년 여름, 그들의 또 다른 싱글 <Sweet Child O' Mine>이 차트에 등장, 마침내 팝 차트 정상에 깃발을 꽂았던 그 시점부터 건즈 앤 로지스는 마침내 당시의 메탈 키드들에게 새로운 유행의 폭풍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3곡이나 금지곡으로 묶였음에도 (미국에서도 금지된) 그 충격적 재킷을 일부만 가린 채 공개된 라이선스 LP, 그리고 그 금지곡을 다 듣기 위해 청계천 세운상가에 가서 구입했던 컬러 빽판,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음반이 국내발매가 되지 않아 형님이 구해온 수입 CD를 닳도록 들었던 앨범「G'n'R Lies」, 입시를 앞두고 심신이 지치면 야간 자율학습까지 도망치면서 (당시 인천에서 특히 유행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들에 대한 소식과 관심은 (개인적으로나 주변 음악 팬들 모두)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액슬 로즈(Axl Rose)를 제외하고 멤버들이 하나 둘 씩 대열에서 이탈하고, 그 자리를 낯선 인물들이 채웠다는 소식들 이외에 밴드에 대한 반가운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5년이라는 그 기나긴 공백 동안 발매된 라이브 앨범과 베스트 앨범 같은 것들은 그리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액슬이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발매하겠다고 계획은 내놓고 계속 감감 무소식이었던 ‘예정된 신보’「Chinese Democracy」가 나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그런데, 어느덧 그 마음마저 기다림에 지쳐 서서히 시들어가는 것 같아 스스로 못내 아쉬웠다. 음료수 회사 닥터 페퍼(Dr. Pepper)가 이들이 2008년 안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면 전 미국인에게 무료로 음료수를 1개씩 돌리겠다는 광고를 낼 때, 이제 밴드가 완전히 사방에서 ‘양치기 소년’이라는 조롱을 받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으니까........
한 때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헤비메탈 밴드가 17년 만에 발표하는 대망의 정규 앨범 해설지에 지금까지 왜 이렇게 개인적인 회고담을 주르륵 늘어놓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들을 아꼈던 팬들이 각자 가진 추억들이 이 개인적 상념의 기록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록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한국의 팝송 팬들에게 건즈 앤 로지스는 메탈리카(Metallica) 만큼이나 전설이 되어 가슴 속에 맺혀있었다. 그리고 상당수가 거듭되는 실망 속에서도 그들의 재기를, 그들의 신보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려 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애타게 기다린 것은 그 소망을 포기 할 때 즈음에 다가온다고 했던가. 놀랍게도 닥터 페퍼가 그들의 농담 같은 약속을 실천에 옮길 수밖에 없을 순간이 드디어 다가왔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마침내 대망의 새 앨범이 이렇게 실물로 다가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제 신보를 플레이어에 걸기 전에 한 번 그들이 록 음악의 역사 속에 남긴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것도 우리가 밴드에게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Chapter 2 : The History of Guns 'N' Roses 1985-2005
건즈 앤 로지스의 탄생이 궁금하다면 그 전신이었던 헐리우드 로즈(Hollywood Rose)에 대하여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이 밴드가 액슬 로즈(본명 William Bruce Rose, Jr.)가 그의 친구 이지 스트래들린(Izzy Stradlin)과 함께 처음 프로 뮤지션으로서 이름을 알린 밴드이기 때문이다. 2살 때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양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으며 성장했던 액슬 로즈에게 교회에서 접한 피아노와 음악은 그에게 영적 위로는 못되었더라도 그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그는 운전면허 교육을 통해 이지를 처음 만났는데, 서로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의 일치를 이룬 두 사람은 이지가 먼저 LA로 건너가자 액슬도 혼란스러운 가정에서 도망쳐 마침내 LA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다. 결국 두 사람은 ‘제 2의 고향’ LA에서 여러 로컬 밴드들을 전전하며 경력을 쌓았는데, 그 가운데 두 사람이 최종으로 안착했던 팀이 바로 헐리우드 로즈였던 것이다.
액슬과 이지, 그리고 기타리스트 크리스 웨버(Chris Weber), 드러머 자니 크레이스(Johnny Kreis) 등으로 결성된 이 밴드는 1983년 이후 로컬 클럽에서 활동하며 여러 데모 트랙들을 녹음하며 정식 음반 데뷔를 노렸다. 하지만 두 사람을 제외하고 멤버가 자꾸 변동되는 상황이 반복되자, 결국 액슬이 잠시 몸담았던 밴드이자 같이 지역 클럽에서 활약하던 엘에이 건즈(L.A. Guns)의 리더 트레이시 건즈(Traci Guns)와 그 밴드의 베이시스트 올리 베이치(Ole Beich), 드러머 롭 가드너(Rob Gardner)와 의기투합 해 두 밴드의 이름을 합친 새 밴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트레이시와 올리는 그 후 얼마되지 않아서 다시 엘에이 건즈를 재결성하러 떠나버렸고, 롭도 결국 떠나버리자 그 자리를 헐리우드 로즈 시절 녹음에서 잠시 활약했던 슬래쉬(Slash), 그리고 그의 친구인 드러머 스티븐 애들러(Steven Adler),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로드 크루(Road Crew)라는 팀에서 활약했던 더프 멕케이건(Duff McKagan)을 영입해 현재 우리가 기억하는 건즈 앤 로지스의 정식 라인업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참고로 헐리우드 로즈 시절의 음원을 듣고 싶은 분들에겐 데모 음원들을 모아 2004년에 발표한「The Roots of Guns 'N' Roses」가 있음을 알려드린다.)
결국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그들은 1985년에 건즈 앤 로지스는 활동을 시작했고, (멤버들의 표현을 빌려) ‘지옥 여행(Hell Tour)’ 이라 불린 강행군 투어를 시작했다. 매니저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들이 직접 악기를 차에 싣고 시애틀로 가 그 곳 로컬 클럽들을 돌며 공연했다고 하니, 정말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였을지는 상상이 간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시절 함께한 친구들이 끈끈해 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밴드 멤버들 모두 그 시기가 밴드의 음악적 결속력을 다지는 데 중요한 기간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들의 공연을 지켜본 게펜(Geffen) 레이블의 담당자는 다른 프로모터들에게 (그들이 형편없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면서 그들과의 계약을 성사시켰고, 그 후 밴드가 음반 작업에 전념하는 조건으로 라이브 EP의 성격을 띄는「Live ?!*@ Like a Suicide」(1986)을 자신들이 세운 인디레이블 우지 수이사이드(Uzi Suicide)를 통해 내도록 해주었다. 이 EP에는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Mama Kin>과 그들의 헐리우드 로즈 시절 작품인 <Reckless Life> 등 4곡이 담겨있었는데, 나중에「G'n'R Lies」CD버전에 함께 실려 우리에게 알려졌다.
그들은 단숨에 ‘Monsters of Rock’ 등 대형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지위가 격상되었고, 가는 곳마다 팬들은 밴드에 열광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이들의 흐트러진 모습들(공연 무대에 약물 복용이나 만취 상태로 서서 연주했던 일, 심지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슬래쉬는 술에 취한 채로 수상 소감을 말하다 욕설을 섞는 바람에 방송국이 진땀을 뺐다.)도 동시에 여과 없이 대중에게 전달됐다. 결국 그들은 1980년대 초반 머틀리 크루(Motley Crue)가 듣던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록 밴드’ 라는 호칭을 넘겨받기도 했지만, 그게 이들의 인기 행진에 장애가 되진 않았다. 향후「Use Your Illusion」연작을 구상하고 녹음을 진행할 시간을 벌기 위해 제작된 2집「G'n'R Lies」(1988)은 노래는 낭만적이지만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그들다웠던 싱글 <Patience>와 인종적 편견을 담아 논란이 되었던 <One In A Million>, 그리고 원곡보다 어쿠스틱한 편곡이 더 매력적이었던 <You're Crazy> 등을 담은 4곡 EP와 데뷔 이전 라이브 EP를 결합한 ‘팬 서비스’ 성격의 작품이었다. 이 앨범 역시 빌보드 앨범차트 2위에 오르면서 밴드의 인기 기반은 더욱 공고해졌다.
한창 ‘Use Your Illusion’ 세계 투어를 마무리할 1993년 말, 그들은 독특한 펑크 록 커버앨범 「Spaghetti Incident?」를 발표했다. 스투지스(The Stooges), 티 렉스(T-Rex) 등 펑크와 글램 록 선배들의 곡을 커버한 작품들로 이뤄진 앨범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으나, 평단의 평가는 엇갈렸었다. 게다가 싱글로 발표된 곡은 50년대 팝 그룹 스카이라이너스(Skyliners)의 히트곡 <Since I Don't Have You>였으니, 이 앨범을 당장 신보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의 팬 서비스로 보는 견해도 존재할 만 했다.
이런 해체 일보직전의 우여곡절을 지나서 90년대 후반부터「Chinese Democracy」로 제목이 확정된 밴드의 신보 작업이 정말로 시작되었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역시 아놀드 스와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End of Days’의 삽입곡으로 <Oh My God>이 흘러나왔을 때, 팬들에게는 새로운 기대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Rock in Rio’ 의 무대에 섰을 때, 과거와 90% 결별한 새로운 모습의 밴드의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출신의 기타리스트 로빈 플릭(Robin Flick), 러브 스핏 러브(Love Spit Love) 출신의 기타리스트인 리차드 포터스(Richard Fortus), 그리고 리플레이스먼츠(Replacements) 출신의 베이시스트 토니 스틴슨(Tommy Stinson)와 잠시 밴드에 참여했던 기타리스트 버켓헤드(Buckethead)와 함께 들어와 눌러앉은 브라이언 맨티아(Brian Mantia) 등이 그 멤버들인데, 새 멤버들과 함께 액슬은 해마다 여름 페스티벌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이번 새 앨범을 녹음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런데, 올해 로빈은 자신의 고향인 나인 인치 네일스의 투어에 참여하면서 향후 밴드 잔류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 해설지엔 요 말이 빠졌을 겁니다..--;;)
비록 새 앨범이 시작부터 완성되어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10년 남짓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간 앨범에 수록될(또는 실제 수록된) 다량의 음원의 데모 버전, 또는 라이브 버전이 유출되었다. 게다가 슬래쉬, 더프, 매트는 자신들의 밴드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로 액슬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아직 대다수의 팬들이 이들의 신보에 대해 작게나마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그들이 그 기나긴 침묵과 잠행의 시기에 비해 지난 날 엄청난 음악적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제 그 결과물이 현실로 공개된 지금, 평가는 분명 냉정히 대중에 의해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New Guns N' Roses’ 의 시작은 바로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영예로움을 쌈짓돈으로 소모만 할 밴드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을 ‘전설’로만 기억하는 새 세대 팬들을 끌어들이는 ‘회춘’한 밴드로 환골탈태할 것인지는 100% 그들의 노력에 달려있다.
2008. 11 글/ 김성환
원래 해설지의 파트 2(신보 리뷰)는 다른 분이 작성하셨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제 나름의 신보 리뷰를 달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