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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 - Chinese Democracy (Part 2 : The Album)
mikstipe
2008. 11. 29. 16:39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다. 사실 그간 기대도 했다가, 실망도 했다가, 맘 속의 롤러코스터가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던 시간을 다 지났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앨범 해설지를 (비록 신보 파트는 아니지만) 쓰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정식 출시 음원을 3주 일찍 듣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 전혀 흥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액슬 로즈가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될 수준의 앨범은 아니기를 바랬다. 그래서 정말 처음 이 음원을 받아서 듣기 시작했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가장 처음으로 떠올랐던 생각은 "과연 이 앨범 한 장 만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였다. 그렇다면, 액슬 로즈는 단지 무모한 자신만의 완벽주의에 대한 음악적 이상으로만 이 앨범 제작을 15년 씩이나 끌고 왔던 것일까?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 보니, 그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Guns N' Roses - Catcher In The Rye
Chinese Democracy가 만들어지기 까지의 예측 가능한 비하인드 스토리?
일단 투어를 여러번 계속 할 수 있을 만큼 인적 정비는 끝났다. 그리고 수록곡들도 여러 레파토리가 생겼다. 그러나, 이제 문제는 돈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스튜디오 하나 빌려서 데모 녹음하는 것도 다 돈이다. 그런데, 액슬 로즈는 수많은 인디 밴드들이 이제는 누구나 하는 홈 레코딩 같은 것엔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누군데? 난 로큰롤의 위대한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리더야!" 그러니, 그간 얼마나 레코드 레이블의 돈을 퍼썼을 것인가. 게펜(Geffen)이나 그들의 발매권을 넘겨받은 인터스코프(Interscope)나 혀를 내눌렀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결국 레이블의 지원은 끊겼을 것이고, 결국 그들이 투어를 해서 번 돈은 아마 액슬의 작업을 지탱시키는 데 쏠쏠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래도 액슬은 "자신의 맘에 들 때까지" 이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올 뮤직 가이드 의 이번 앨범 리뷰에서는 그의 이런 고집을 마치 영화 '시민 케인'에서의 주인공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결국 자신의 '재너두(Xanadu)'로 100% 마음에 들 때까지 지속된 그 작업 기간은 자신들을 지지하던 팬들을 지치게하다 못해, 조롱에 동참하는 안티로 변하게 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
아, 한 가지 이 앨범의 진행에 장애가 되었을 요소가 더 있다. 바로 이 앨범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가 이 앨범을 처음 구상할 당시엔 어느 메이저 레이블도 이런 결과물을 담은 사운드의 앨범을 발매하게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꾸 얼터너티브, 포스트 그런지적 요소를 넣으라고 압력을 가했을 것 아닌가. 하지만, 액슬은 그렇게 타협했다가 결국 어느 쪽으로도 외면당하고 인디 레이블로 쫒겨간 다른 동료 밴드들의 굴욕은 절대로 닮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Sympathy For The Devil>이나 <Oh My God> 같은 90년대 그들의 영화 삽입곡을 들어보면 이번 앨범과 같은 선명한, 또는 화려한 기타 솔로들은 거의 없다. 그건 사실 건즈의 팬들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고, 액슬은 당연히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가 원하는 하드 록을 맘껏 펼쳐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시대가 돌아올 때까지 완성을 늦추며 움츠릴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이제 모든 80년대의 메탈 밴드들의 복귀작이 한꺼번에 쏟아진 2008년이 그에게는 "때는 이 때다!"를 외치게 할 절호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닥터 페퍼측과의 (뒷 거래가 있었을진 모르나) 내기를 받아들였고, 마지막 믹싱을 위해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미리 너무 많이 노출된 수록곡, 그러나 결국 최종 버전은 뭔가 달랐다
이번 앨범을 접하면서 발매 전부터 '기대 안 해...'를 외치는 팬들의 상당수는 이미 앨범의 수록곡들이 6-7년동안 차근차근 데모 버전이 노출되어왔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들의 라이브에서 신곡을 연주했을 때, 그 녹음본이 유출되었거나.) 그래서 14곡 거의 모두가 제목까지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예를 들어서 <I.R.S>와 같은 곡은 2006년에 다수의 온라인 록 라디오에서도 대놓고 틀어댈 정도로 그 데모 버전이 거의 완성본 대접을 받았다. 그렇지만, 어떤 과정으로 유출이 되었든 데모 버전은 데모 버전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결국 액슬이 '이게 최종이야!'로 결정내리지 않는 한, 그건 정식 앨범에 담길 버전으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여간, 이제는 최종 버전들이 완성되어 공개되었으니, 분명히 곡들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곡들이 작곡 된 시기가 너무나 다르고, 너무나 오랜 시간에 걸쳐 녹음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곡의 배열이 중구난방이라고 생각할 이들도 있다. (나도 처음 들을 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Chinese Democracy>의 인트로로 시작해 <Prostitute>의 엔딩으로 끝나는 곡 구성은 나름대로 계산된 배치였으며, 전체적인 수록곡의 완급 배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이는 한 두 번 들어갖고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의 건즈 답지 않은 음악적 어레인지가 약간 들어있다 해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상황에서 그 정도 편곡의 센스도 수용 못하는 밴드는 과연 메이저 스케일의 록 밴드일까? 차라리 이 앨범에선 고집스럽게 블루지한 하드 록-헤비메탈의 기본을 지킨 액슬의 고집에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그리고 액슬의 작곡 능력이 (비록 몇 곡의 편곡에선 그 빛이 감해지는 경향도 있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 액슬은 좋은 멜로디를 만들 줄 안다는 사실이 이 앨범을 대부분의 해외 언론에서 (발매 전에는 그렇게 조롱을 했음에도) 중간 이상의 점수를 주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밴드의 15년의 잠행의 세월을 대변하는 14곡의 우직한, 또는 고집 불통인 액슬(건즈)스러움
개인적으로나, 주변 음악 지인들 모두 3,4 번 트랙인 <Better>와 <Street of Dreams>에 대해선 호의적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 타이틀 트랙을 제외하고 실질적 첫 싱글 역할을 할 <Better>는 완벽하게 이번 앨범의 분위기 전체를 상징한다. 달라진 것도 많지만, 여전히 건즈 앤 로지스 다운 음악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정의 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곡의 기승전결 구조도 괜찮고, 적절한 상업성도 포함해서 맘에 든다. 발표 이전에는 <The Blues>란 제목으로 많이 불려진 <Street of Dreams>는 약간은 과거 히트곡 <Yesterday>와
사실 <If The World>의 분위기는 생경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리 영화 엔딩용 OST로 쓰이는 거라 해도 그간 건즈의 음악에선 쓰이지 않던 비트에 라틴 리듬까지 깔려있기에 더욱 특별하면서도 낯설다. 그러나 여기서도 곡을 잊혀지지 않게 만드는 건 액슬의 보컬이다. 결국 곡의 흥을 조절하는 방향타가 보컬이기에, 어찌보면 재미 없을 트랙이 그래도 중간선을 찾았다고 봐도 좋다. <There Was A Time> 같은 곡은 마치 일렉트로니카 시대의 <Pardaise City>라고 하면 알맞을 것 같은데, 드라마틱한 곡 전개는 역시 액슬로즈의 구상이 아직은 덜 녹슬었음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이 곡 속에서 액슬이 우리에게 숨겨놓은 메시지는 그의 심정을 처절히 대변한다. "당신에게도 긴 시간이었고, 내게도 긴 시간이었지. 누구에게나 긴 시간이었어...하지만 그건 그러기로 되어있었던 것 같아....(중략)... 그래, 그런 때가 있었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던,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던, 난 지금도 그것을 알고 싶지 않아."
존 레논의 죽음과 연관을 둔 <Catcher In The Rye(호밀밭의 파수군)>은 3,4번 트랙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의 대표곡으로 부르고 싶은 트랙이다. 밴드의 오랜 사운드 정체성 중 하나인 컨트리-록커빌리의 적절한 개입이 반영된 트랙이기에 더욱 과거의 향수를 쭉쭉 뽑아내는 트랙이다. 그 다음 이어지는 강렬한 트랙 2곡 - <Scraped>, <Riad N' The Bedouins> - 은 과거 이들의 1집 [Appetite For Destruction]만을 선호했던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는 곡이다. 타이트하게 질주하는 기타의 파워 위에서 자신의 분노를 맘껏 담아내는 액슬의 표효는 세월의 간극이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들이 젊었던 시대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둘이 되게 친해진 록계의 악동 두 사람 - 액슬 로즈와 세바스찬 바하(Sebastian Bach) - 는 지난 세바스찬의 솔로 앨범에서도 궁합이 잘 맞더니, 이 앨범에서도 <Sorry>에서 다시 호흡을 맞췄다. 건즈의 골수 팬들은 <Don't Cry>도 아니고 너무 처지지 않느냐.. 하는 의견도 있지만, 원래 건즈는 마이너 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마지막 우수곡은 2년전 부터 데모 버전으로는 한참을 들었던 <I.R.S.>다. 물론 그 데모 버전의 조금 거친 부분이 오히려 좋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앨범 전체의 색깔에 맞추는데는 이번 버전이 더 적합하긴 하다. 곡을 점층적으로 끌어가는 '점층 피라미드형' 구조는 마치 마초 로큰롤이 상징하는 실체 - 포르노 영화에서 볼 법한 남성식 오르가즘 - 과 너무나도 매치된다. 그렇게 욕구의 분출을 확실히 질러댄 다음, 이어지는 대곡 <Madagascar>에 와서는 그들이 <Civil War>나 <November Rain>에서 보여주던 블록버스터 스케일의 향수를 보여주면서 진지함을 되찾는다. 물론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이 개인의 정신적 자유를 갈구하다 좌절한 사람의 넋두리를 담은 이 곡에 왜 들어가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이해가 안 가지만, "I Have A Dream...'이라는 그 연설문을 통해 액슬 자신에게 자신의 이상 속 '메탈의 꿈'은 끝날 수 없음을 역설한 것으로 이해하면 적합하리란 결론을 내렸다.
싱글로 발표될 지는 모르겠지만, 발표되면 나름대로 라디오에서 성공할 것 같기도 한 <This I Love>는 건즈 발라드의 스타일을 한꺼번해 종합해서 <November Rain>의 정서로 종합한 곡이다. 다른 건 둘째치고라도 중반부의 애잔하고 처절한 기타의 울부짖음만큼은 이 곡의 매력을 대변한다. 슬래쉬가 이전에는 이 역할을 맡아줬었지만, 오히려 액슬의 의중에 맞춘 것은 이번 앨범의 기타리스트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곡의 애잔함을 잘 살려주었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Prostitute>는 진짜 앨범의 에필로그를 담고 싶었을 것처럼 액슬의 보컬로 (가사 속 주인공인 매춘부의 입으로) 그간 애간장을 태웠던 팬들에 대한 우회적 사과를 한다. "마치 영원과도 같았지. 내 의도를 오해했다면, 내게 친절하게 대해줘. 난 내가 할 일을 다 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이런 항변도 늘어놓는다. "왜 그들은 내게 즐겁게 해 달라고 해놓고, 그 다음엔 내 얼굴에 비웃음을 날리지?" 라고. 애초에 의도하고 만들어진 가사는 아닌데도, 이게 왜 자신을 '양치기소년'으로 비웃어왔던 이들을 향한 항변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여간, 완급을 적절히 조절한 곡 전개 위에서 그는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차분히 날리고 난 뒤, 페이드 아웃되는 사운드와 함꼐 조용히 음반에서 사라진다.
앨범의 요지 : 비웃을 사람은 비웃어라. 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액슬 로즈다!
15년동안을 (적어도 팬들을) 애태우게 만들었던 이 앨범에 대한 현재 사람들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다. 근데 그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의 이유가 다 일리가 있어서, 어느
그래서 난 음반을 비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장-단점을 고려하여) 별 세개를 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복귀를 기다린 팬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일정 하자가 있더라도) 별 네개를 주고 싶다. 내가 이 새(롭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이제 정식 발표되었기에 새)로운 14곡이 그 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비웃든, 건즈 앤 로지스는 액슬 로즈의 밴드이고, 그의 고집을 꺽을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아직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그들의 팬들도 나와 같은 판단을 내릴 것 같다.
Guns N' Roses - Better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