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rt Reviews
사진과 함께 보는 Grand Mint Festival 둘째날 이야기...
mikstipe
2007. 10. 11. 05:52
사실 이 공연에 대해 지난 팬타포트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광고 전단을 받아 알고 있었고,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으나, 2일에 55000원이라는 매우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과연 낼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팬타때도 그랬는데, 거의 하루를 통째로 비워버리면 가장으로서 좀 미안함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고민을 편집장님께서 무마해주실 기회를 주셨다. 그렇다. 다시 '취재'를 위해 그 곳에 갈 프레스 신청을 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래. 이번에는 제대로 카메라 들고 가서 열심히 찍고, 현장을 잘 간직하고 와야지."라는 다짐을 갖고 10월 7일 오전, 차를 몰고 서울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낮 12시 35분. 원래부터 처음 보려고 목표한 페퍼톤스(Peppertones)의 무대부터 보려고 프레스 팔지를 차고 메인 스테이지(올림픽홀)로 들어섰다. 다행히 개인적으로 듣고 싶었던 <Ready, Get Set, Go!>를 내가 들어온 이후에 연주해 준 그들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그간 몰랐던 사실 하나. 페퍼톤스도 객원보컬 체제였다는 것에 대해 왜 난 현장에서 처음 안 것일까? (결국 음반 안 사고 스트리밍으로만 들었단 티 낸 셈이다. 흑...) 이따가 제3무대에서 객원 보컬 뎁(Deb)이 다시 솔로 무대를 가질 거란 정보를 얻는 것으로 만족...
<Peppertones (페퍼톤즈)>
그 후 잠시 나와 푸드 코트에서 떡볶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떼우고, 얼음물 생수 한 Pet를 사들고, 다시 메인 스테이지로 돌아왔을 때, 더 멜로디(The Melody)의 공연이 진행중이었다. 남들 다 보는데 나만 안 봤던 '커피프린스 1호점' OST에 담긴 [라라라 It's Love]가 그들의 레파토리를 가운데는 가장 매력적이었고, 예상보다 세련되게 뽑혀나오는 현장의 사운드는 오히려 음반보다 훨 나았다. 특히, 보컬리스트 타루(Taru)는 삐쩍 마른 몸매에도 나름의 보컬 포스를 갖고 있는 듯해 매력적이었다.
<The Melody(더 멜로디)>
The Melody - 랄랄라, It's Love!
일단 거기까지 보고 나서 아까 말했던 페퍼톤스의 객원보컬 뎁의 무대를 미니 스테이지에서 기다렸다. 조만간 자신의 솔로 1집이 나올 거라고 얘기하면서 30분 정도의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아코디언 종류의 악기(그 이름이 뭐더라... 기억이 안난다)와 미니 샘플러-턴테이블을 대동한 그녀의 공연은 포크 록과 힙합 비트가 뒤섞인 좀 특이한 느낌이 나름대로 신선했다.
<뎁(Deb)의 솔로 공연>
이제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걸어서 한참 움직여야 하는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Mint Breeze Stage)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지형과 스웨터(Sweater)의 공연을 보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1집 [Radio Dayz]를 다른 평론가들 말처럼 '걸작'같다는 생각을 갖지 못했었기에(앨범의 완성도와 별개로 팍 꽂히는 킬링트랙의 부족이라고 개인적으론 판단한다.) 한 번 라이브로 직접 들어보면 내 생각이 옳았던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EP [Coffee & Tea]를 발표한 여파인지 몰라도 현장에서, 그것도 무대 정 가운데에서 눈을 마주치며 본 그의 모습은 록커라기 보다는 완소 꽃미남 스타일에, 포크 록 타입의 사운드, 그리고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 몰려든 수많은 여성 팬들에게 둘러싸인 스타의 모습이었다. 과거보다 어쿠스틱해진 그의 사운드는 앨범보다 훨 듣기 좋았으며, 이펙터와 즉석 녹음 샘플러까지 활용하며 다양한 사운드 연출을 해 내는 그의 실력은 감탄할 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앵콜곡으로 연주한 김민기-양희은의 고전인 '백구'이야기의 속편을 지어 [강아지 이야기] 컴필레이션에 올린 [백구]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이 노래 얘기는 따로 한 번 포스팅하려 한다.. 원곡과 커플링하여...)
<이지형>
그 뒤를 이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스웨터(Sweater)의 무대가 이어졌다. 그들의 음악은 사실 모든 곡이 꽃히는 것이 아니기에 개인적으로 [No.7]을 듣고 싶어서 그 자리를 버티고 있었던 것인데, 문제는 예상보다 좀 늦게 시작했고, 비도 슬슬 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컬리스트 이아립의 그 널럴한 포스(초면자가 보면 무성의한 것 처럼 보여질 수 있는 데다가 배우 김윤진의 목소리 톤을 더 느리게 늘인듯한 그 목소리란!)는 여전했지만, 과거 롤러코스터와의 합동공연에서의 맛간 목소리는 아니었기에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메인 스테이지에서 마이언트 매리(My Aunt Mary)가 할 시간이 다 되어서 공연 다 끝나기도 전에 헐레벌떡 다시 발길을 돌렸다. 결국 난 [No.7]을 듣지 못했다...--;;;
<Sweater (스웨터)>
이동하는 길에 비는 더 퍼붓기 시작했고, 결국 차에서 우산을 챙겨 (그리고 그 비를 그대로 맞고 미니 스테이지 위에서 공연하던 보드카 레인(Vodka Rain) 멤버들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면서) 들어간 메인 스테이지에선 마이 언트 메리가 무대 위에 운동회 천막을 치고 그 아래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날씨도 빨리 어두워진데다, 조명발도 못받으니, 어디 얼굴이 보여야지... 하지만, 그들의 연주는 최상이
이제 어쩌면 대중들이 가장 기대했던 공연들이 이어질 차례였다. 먼저 윤상의 공연은 예상보다 세팅 시간이 길어 포토라인에 카메라 들고 서 있었던 사람들(나도 포함)을 좀 짜증나게 했다. 이보다 며칠 전 열린 One World Music Festival에선 세팅도 한참 걸렸는데, 공연에서 삑사리가 넘 많았다는 얘기를 다른 필자에게 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런거 아닌가 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일단 공연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그가 펼치는 추억의 월드뮤직적 재해석 쇼에 환호를 보냈고, 나도 추억속에 잠겼다. [이별의 그늘], [가려진 시간 사이로], [달리기], [배반] 등을 다른 편곡으로 듣는 재미도 좋았지만, 10년 이상을 입에서 읖조린 적 없었던 그 가사들이 선명하게 다시 떠오르고, 자동적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내 모습을 보니 그가 남긴 음악들이 나같은 30대들에게 얼마나 소리없이 큰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하게 된 무대였다. 말도 참 잘하지만, 언제나 뮤지션 다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언제나 그에게서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이다.
<윤상>
그리고... 이제 마지막 광란을 책임진 이승환... '나도 팬타포트에 서고 싶다!'는 명언(?)을 남긴 그의 무대는 언제나 그랬듯 뭐든지 '록으로 바꿔부르기' 모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고, 여기서 [강아지 이야기]에 담긴 그의 신곡 [비겁한 애견생활]도 불려졌다. 하지만, 항상 그에게 바라는 점은 뭐 거친 록은 바라지 않으니 [붉은 낙타]나 [물어본다] 정도 사운드로 앨범 1장을 다 꾸며볼 생각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예전에 하드한 곡으로 밀어붙인 스페셜 앨범 한 장이 있긴 했다.) 조만간 나올 '성인 취향' 앨범이 잘 팔리면 '록 앨범'도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니 어디 함 봅시다. 승환씨. 앵콜을 4곡이나 뽑아대는 열의를 보이며, 역시나 [천일동안]을 마지막 트랙으로 삼으면서 그의 공연은 막을 내렸고, 서서히 빠져나가는 관중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VJ돈마니 아저씨, 마스터 플랜의 이종현 대표의 모습이 애처로워 나도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인사를 하며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왜 그리 쌀빠지신거여..^^;)
<이승환>
사실 이 페스티발의 성격은 '회색지대'라고 봐야 옳을 것 같다. 쌈싸페나 광명 음악 축제처럼 아주 인디적인 마인드로 하는 공연도 아니고, 그렇다고 팬타포트 같은 대형 록 페스티발도 아니기에 매니아들의 환호를 받기에는 조금 미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공연이 더 자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더 대중과 가까운 곳에서, 대중과 호흡하려는 진지한 마인드가 있는 밴드, 아티스트들이 있는 공연이라면 그 무대를 꼭 홍대에서만 볼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공원에 놀러 온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콘서트, 페스티발이 우리 주변에 좀 더 많이 열리기를 앞으로도 기대하면서, 부디 단발성 행사가 아닌, 내년엔 아내와 우리 아이도 함께와서 볼 수 있는 공연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