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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ry Manillow - The Greatest Songs Of The Fifties (06)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6. 4. 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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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컨템포러리 팝의 영원한 황제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와 함께 떠나는
50년대 팝의 명곡들과의 조우, [The Greatest Songs Of The Fifties]

# 이 글은 본 음반의 SonyBMG 국내 라이선스 반 해설지입니다.

  지난 2월 18일자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는 신세대 팝 팬들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현 시점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뮤지션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는 미국 성인 팝의 대표적 중견 가수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의 새 앨범이 데뷔와 동시에 차트 1위로 등극한 것이다. 우리나라 가요계와 비교한다면 고참 트로트 가수의 새 앨범이 첫 주에 앨범 판매 1위로 데뷔한 것과 비슷한 상황인데, 과연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지만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 팝 음악계에서 벌어진 몇 건의 상황을 되새겨본다면 그가 첫 주에 차트 1위를 한 것이 전혀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없다.
  90년대에 지금은 작고한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도 후배 가수들과 듀엣 앨범을 2장이나 내고 차트 상위권에 올랐으며, 토니 베넷(Tony Benette)이 MTV 언플러그드 앨범으로 자신의 이름을 신세대에게도 알렸던 전력이 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가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American Songbook] 시리즈의 연이은 대히트(그 중 3집은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기록들은 계속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자리바꿈을 하는 대중음악계에서 오랫동안 성인 음악(Adult Contemporary) 시장이 굳건한 토대를 지켜온 미국 팝 음악계 고유의 특성이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로드 스튜어트의 재기와 이번 배리 매닐로우의 성공에는 그 뒤를 받쳐준 프로듀서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의 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아리스타(Arista) 레이블의 사장으로서 수많은 팝 스타를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서도 자신의 레이블 [J]를 통해 그 명성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는 21세기에 넘어와서 과거의 빅 스타들을 멋지게 재기시키는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먼저 산타나(Santana)를 후배들과 조우하게 하면서 멋지게 록 필드에 돌아오게 했고, 뒤 이어 로드 스튜어트와 트래디셔널 팝 음악을 매치시키며 후속타를 날리더니, 마침내 자신과 70년대를 동고동락했던 친구 배리 매닐로우를 유사한 전략으로 팝계의 전면에 복귀시켰다.
  하지만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배리 매닐로우가 단지 기획사의 훌륭한 홍보력으로만 이번에 이러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스탠다드 재즈와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계열로 4-5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팝 음악의 전통을 멋지게 계승한 70년대 미국 성인 팝 음악 영역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그는 같은 부류의 다른 뮤지션들과 달리 8-90년대 동안에도 꾸준히 재즈/뮤지컬/스탠다드 팝의 영역을 오가며 자신만의 영역을 지켜왔다. 2002년 발표한 그의 베스트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차트 상위권에 데뷔했고, 재작년 발표한 2장짜리 라이브 앨범도 준수한 판매를 보였던 선례를 굳이 대지 않더라도 그는 ‘흘러간 스타’가 아니라 미국 성인 팝 대중의 정서를 대변하는 ‘영원한 성인 컨템포러리 팝의 황제’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성인 팝의 정상을 지켰던 배리 매닐로우의 30년 음악 여정

  1946년 뉴욕 부르클린에서 Barry Alan Pincus라는 본명으로 태어난 배리는 그가 2살 때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면서 어머니의 성(姓)인 Manilow를 따르게 되었다. 7살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는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한 후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다 뮤지컬 음악감독, 광고 음악 제작을 통해 프로 뮤지션의 길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71년 (우리에겐 <The Rose>로 알려진) 베트 미들러(Bette Middler)의 피아니스트이자 편곡자로 활동하면서 여러 레이블 관계자의 눈에 들었고, 다음 해에 Bell이라는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데뷔앨범「Barry ManilowⅠ」(73)을 발표하지만, 앨범은 상업적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이 레이블이 우리가 잘 아는 Arista의 전신이다.)
  74년, 클라이브가 레이블의 사장이 되면서 두 사람은 운명적 조우를 하는데, 그는 배리에게 대중적 팝 넘버를 불러볼 것을 권유했다. 그 결과 그의 첫 히트곡 <Mandy>(웨스트라이프(Westlife)의 리메이크로 신세대 팝 팬들은 기억함.)가 싱글 차트 1위를 하면서 2집 [Barry ManilowⅡ](74)는 대히트를 거둔다. 그 후 75년에 <I Write The Song>이, 76년에는 <Looks Like We've Made It>이 각각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서 그는 당시 성인 팝계 최고의 남성 보컬 자리에 올랐다. 그 후에도 <Can't Smile Without You>, <Even Now>(78), <Somewhere In The Night>, <Ships>(79)등 꾸준한 히트싱글이 이어졌고, 78년도 히트곡 <Copacabana>는 그에게 그래미 최우수 남성 팝 가수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MTV와 비주얼 음악의 시대인 80년대에도 그는 <Somewhere Down The Road>(82), <Read'em And Weep>(83)등 꾸준히 히트곡을 내며 그 물결을 헤쳐가려 노력했지만, 주류 팝의 트렌드는 이미 그의 스타일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그는 앨범 [2:00 Paradise Café](84)를 통해 재즈의 고전들을 부르면서 자신을 지지해온 성인 팝 팬들과 더 친밀해지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 후 [Swing Street](87), [Showstoppers](91), [Singin' With The Big Bands](94), [Manilow Sings Sinatra](98)를 통해 고전 재즈 시대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펼쳐온 그는 한편으로 직접 제작한 [Barry Manilow's Copacabana: The Musical] (94)로 뮤지컬계에 직접 진출하기도 했다. 2000년대로 넘어와서도 그는 [Here at The Mayflower](01)라는 자작 컨셉트 앨범을 발표했고, 여러 공연 무대를 통해 식지 않는 음악적 열정을 보여주었다.

배리 매닐로우의 목소리로 듣는 50년대 팝의 고전들

  80년대 중반 이후 대부분의 앨범들이 재즈 시대의 영향권에 있었다면, 이번에 클라이브와 손잡고 내놓은 이 앨범의 테마는 50년대 미국 대중들이 좋아했던 트래디셔널 팝의 고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로큰롤의 시대와 겹쳐있지만, 로큰롤 아티스트의 곡들 중에서는 발라드의 성격에 가까운 곡들이 골라졌다.)

  총 13곡의 처음을 장식하는 곡은 포 래즈(Four Lads)의 55년 히트곡 <Moments To Remember>로 환갑이 다 되어가는 나이를 초월한 부드럽고 은은한 그의 보컬이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과 잘 어우러진다. 그 이후 트랙들 모두 편곡상으로 원곡의 고전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배리의 보컬이 곡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토미 에드워즈(Tommy Edwards)의 58년곡 <It's All In The Game>, 자니 마티스(Johnny Mathis)의 57년곡 <It's Not For Me to Say> 등은 원곡을 아는 올드 팬들이 아니면 그냥 그의 오리지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또한 <Sincerely/Teach Me Tonight (54, 맥과이어 시스터즈(McGuire  Sisters))>의 메들리의 경우 원곡의 주인공 필리스 맥과이어(Phyllis McGuire)와 듀엣으로 불러서 과거와 현재의 조우에 대한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Venus (59, 프랭키 아발론(Frankie Avalon))>, <Are You Lonesome Tonight (59,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All I Have To Do Is Dream(58, 에벌리 브라더스(Everley Brothers))>, <Unchained Melody (55, 영화 [Unchained]의 삽입곡으로 우리가 잘 아는 라이쳐스 브라더스(Righteous Brothers)의 버전은 65년 작품임.)>, 2차 대전 시기의 프랑스 발라드가 영어로 번안된 곡인 <Beyond The Sea (59, 바비 다린(Bobby Darin))> 등이 들으면서 추억에 잠기게 해 줄 곡들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 앨범의 기획의도가 다분히 상업적이라고 비판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인들에겐 음악 감상이란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을 되새겨본다면 이 앨범과 배리 매닐로우는 그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최고의 적임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디 이 앨범이 성인 팝 팬들에겐 추억과 조우할 수 있는 휴식처로, 젊은 세대에게는 50년대 트래디셔널 팝의 핵심을 학습할 수 있는 역사책으로서의 구실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2006. 3. 글/ 김성환 (Pop Music Jour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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