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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여성 록 밴드의 대표주자들 (1) The Go-Go's (Part 1)

80팝/80년대 팝 아티스트

by mikstipe 2007. 3. 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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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대중음악이 탄생하면서 계속 남성 본위로 흘러 왔던 팝 음악계에서 여성 뮤지션들이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세월이 걸렸다. 특히, 강한 힘과 거친 연주가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록 음악의 영역에서는 (특히 록앤롤 탄생의 초창기에는) 여성들은 음악을 연주하는 주체라기보다 대부분이 객석에서 열광하며 실신(?)하는 수용자의 역할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60년대 포크 록과 사이키델릭 록의 시대 들어서 우리는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이나 그레이스 슬릭(Grace Slick)같은 여성 보컬들이 남성들로 구성된 밴드에서 프론트 우먼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로 밴드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70년대를 거쳐 여성 록커들 스스로 남성 연주자들의 힘을 빌지 않고도 자신들의 힘으로 연주까지 해 내는 여성 밴드를 만드는 단계에 이르는데, 이의 시초로 여겨지는 밴드가 역시 80년대에 솔로 아티스트로도 인기를 얻었던 여성 록커들인 조안 제트(Joan Jett)리타 포드(Lita Ford)를 배출한 런어웨이즈(Runaways)였다. 그러나 이 밴드는 아직은 하드 록/메탈 사운드가 대중화되기 이전 시대의 벽을 넘기에는 조금은 마이너 분위기(?)이었고, 아직은 팝 팬들에게 있어서 여성들이 거친 록음악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왠지 낯설었기 때문에 그렇게 대중들의 눈에 띄는 밴드가 되지는 못했다. 바로 이러한 선구적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등장한 80년대의 여성 밴드들은 70년대 후반의 뉴욕 펑크적인 기반이나 또는 5-60년대 록앤롤의 단순 간결함을 접목하여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운드로 환영을 받고 일정수준의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는데, 바로 이러한 사례를 대표할 주인공들이 (우연히도 각 밴드의 전성기가) 80년대의 전-후반기를 양분했다고도 할 수 있는 두 팀의 여성 록 밴드인 고고스(Go-go's)뱅글스(The Bangles)다. 이제 우리는 우연히도 2000년대에 들어와 밴드를 재결성하고 활동을 재개한 이들의 음악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그들이 80년대에 어떻게 남성 위주의 록 신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며, 이들의 활동의 결과가 90년대 음악 신에서 여성 뮤지션들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밝혀보도록 하겠다.

Section 1 : Go-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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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스라는 밴드가 80년도에 처음 팝 계에 등장했을 때, 많은 음악팬들은 일단 이들이 모두 여성으로만 구성되어진 록 밴드라는 점, 그리고 그들이 밴드 내에서 모든 곡 작업을 소화해 내었다는 점에서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더더욱 팬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당시에는 이들 모두가 젊고 발랄함을 지닌 20대 초반의 여성들로서 그 이전의 여성 뮤지션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이미지를 상품화하는 데에도 나름대로의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남성적 록 패션을 모방했던 선배 여성 록커들과 달리 패션에서부터 여성미를 강조하는 태도를 취했는데, 이는 이들의 대중에 어필하는 데 있어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요소만으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은 바로 이 밴드의 음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이들의 음악 속에는 60년대의 여성 보컬 그룹들이 지닌 하모니 감각이 살아있으면서 당대의 (비치보이스로 대표되는) 서핑 뮤직의 잔재와 그와 함께 70년대 말 등장한 펑크-팝 사운드에 가장 충실한 기타 중심의 록 사운드가 잘 조합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이후 90년대에 등장한 얼터너티브 계열의 여성 밴드들에게 이 밴드가 80년대가 제시했던 여성 록밴드의 공식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90년대에 록계에 뛰어든 여성 솔로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 활동에 있어서 스스로 작곡-편곡을 하는 능력, 그리고 스스로의 이미지 메이킹이 자신의 음악의 대중적 성패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근거로 이들의 사례는 훌륭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음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80~85‘: - 독보적 여성 록 밴드로서의 전성기와 해체까지
  고고스는 등장 당시에 마치 ‘자고 일어나보니 유명해져 있더라’식의 갑작스러운 인기를 모은 밴드처럼 보였지만, 그룹의 다섯 멤버들 - 벨린다 카라일(Belinda Carlisle - 보컬), 샬롯 캐피(Charlotte Caffey - 기타, 키보드), 제인 위들린(Jane Weidlin - 기타), 캐티 발렌타인(Kathy Valentine - 베이스), 지나 쇽(Gina Schock - 드럼) - 은 밴드를 결성하기 이전부터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키우며 자신들의 경력을 쌓아왔던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70년대 후반에 LA에서 일기 시작한 펑크 록의 붐 속에서 자신들의 음악적 경력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밴드 결성 후 음악적 리더 역할을 수행한 샬롯은 이미 Manuel And The Gardners, The Eyes라는 밴드에서 활동했었고, 벨린다 역시 The Germs라는 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76년에 벨린다는 당시 LA에서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제인 위들린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두 사람은 밴드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하고 그 때부터 제인은 작곡과 기타 연주에 몰두한다. 그 후 2개월 뒤에 샬롯이 이들과 합류함으로써 고고스의 씨앗은 뿌려지게 된다.
  세 사람은 일단 The Misfits(메탈 팬들이 아실 헤비메탈 밴드와는 다른 밴드임)라는 이름의 밴드로서 활동하는데, 후에 고고스의 모체가 되었던 이 밴드는 그리 큰 활동을 보이지 못한 채 활동을 접고 세 사람은 베이시스트 마곳 올라베라(Margot Olaverra)와 드러머 엘리사 벨로(Elissa Bello)를 규합해 고고스의 창단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들은 LA의 클럽가에서 연주를 시작했는데, 마곳과 엘리사는 그리 오래지 않아서 밴드를 떠나고, 그 자리에 Eddie & The Eggs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던 지나 쇽과 초창기 Girlschool과 Textones라는 무명 밴드에서 활동하던 캐티 발렌타인이 들어오면서 최종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우리가 앨범을 통해 만난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거친 펑크 록 넘버들을 주로 연주했으며, 그 당시 언더그라운드 남성 록 밴드들이 보여준 모든 거친 행태들 - 약물 복용, 코캐인 흡입, 호텔 방 부수기 등 - 을 답습하면서 LA 클럽가에서 상당한 악명(!)을 떨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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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CBS 레이블의 그래픽 아티스트였던 진저 칸조네리(Ginger Canzoneri)는 아직 패기만 있고 조금은 어설프기까지 했던 이들을 (마치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거친 이미지의 비틀즈를 소녀들이 좋아할 깔끔한 이미지로 바꾸어놓은 전례처럼) 그들의 거친 이미지를 순화시키고 음악적으로 갈고 닦으면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이들을 하루 10시간 이상 맹연습을 시키며 매니저를 자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79년에 이르러 영국의 스카-뉴 웨이브 밴드였던 매드니스(Madness)가 LA의 Whisky A Go-Go 클럽에서 공연을 가질 때 이들이 오프닝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 이들은 매드니스 멤버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 고고스는 그들의 영국 공연의 오프닝 밴드로 펑크의 고향(!) 영국에서 자신들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었다. 이렇게 80년 초반까지 영국에서 공연하던 이들에게 또 하나의 행운이 찾아오는데, 바로 런던의 뉴 웨이브 전문 인디 레이블인 Stiff 레코드사에서 고고스의 음악을 출반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렇게 이들의 데뷔 싱글이 되었던 [We Got The Beat]는 영국에서 먼저 발매되었고, 미국 시장에서는 6개월동안 빌보드 디스코 차트 안에 랭크되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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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이 미국에 돌아왔을 때, 매니저인 진저는 그들을 당시에는 CBS 산하에 있었던 군소레이블인 I.R.S.사와 계약시키는데 성공하면서 고고스는 본격적인 메이저 록 밴드로의 경력을 시작하는데, 이 회사의 사장 마일즈 코플랜드(Miles Copland)는 당시에 상종가를 달리던 밴드였던 블론디(Blondie)의 데뷔작을 프로듀스 했던 리차드 가테러(Richard Gottehrer)에게 고고스의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기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해서 80년도에 데뷔 앨범인 [BEAUTY AND THE BEAT]가 대중에게 공개되는데, 일단 앨범 자켓에서부터 목욕 타올을 둘러 쓴 5명의 미녀들의 모습(게다가 뒷면에는 거품 목욕하는 다섯 멤버들의 욕조신이 예쁘게 처리되어있다)과 깔끔하게 정제되어 듣기에 부담이 없는 이들의 펑크-팝-록 사운드에 대중들은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앨범은 당시에 200만장의 판매고를 거두면서 여성 록 밴드의 앨범으로서 역사상 가장 큰 히트를 거둔 작품으로 기록되었는데, 싱글 [Our Lips Are Sealed]와 (당시 국내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We Got The Beat]의 히트는 아직까지 여성 록 밴드는 상업성이 없다는 뮤직 비즈니스계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되었다.


Go-Go's - We Got The 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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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Review: BEAUTY AND THE BEAT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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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앨범은 분명 ‘록음악 역사상의 명반’이라고 부를 만한 큰 가치를 지니는 앨범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록음악계에서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의 역사를 서술하자면 분명 이 앨범은 하나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왜냐면 고고스라는 밴드의 음악 속에는 그 이전부터 내려온 (60년대) 걸 보컬 그룹들의 전통에 70년대의 펑크 무브먼트의 유산이 접목되어 여성들이 록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는가에 대한 런어웨이즈와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서 그들의 사운드는 결코 다른 하드 록 밴드들처럼 화려한 연주를 보여주지 않으며, 당대 영국의 펑크밴드들의 거친 태도(Attitude)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펑크 록이 우리에게 주었던 메시지인 Do It Yourself!(스스로 해 내기)의 정신에 입각한 이들의 사운드는 뮤지션으로서의 여성의 진실한 목소리를 담아낸 확실한 사례가 되었으며 이미 초기 블론디의 거친 사운드를 대중들의 구미에 맞게 깔끔하게 다듬었던 프로듀서 리차드 가테러는 이들의 연주를 최대한으로 밝고 명쾌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앨범의 거의 모든 트랙들은 두 명의 기타리스트 샬롯과 제인에 의해 작곡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트랙인 [We Got The Beat]는 70년대 미국 LA펑크 신이 탄생시킨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젊은 여성들의 자기 욕구 분출을 강한 비트와 리프로 대변해주고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캐티의 곡인 [Can't Stop The World]와 보컬 하모니가 잘 짜여진 [Our Lips Are Sealed][How Much More] 등에서도 이들의 스트레이트한 사운드는 당시 젊은 여성들의 감성과 열정을 음악적으로 정제하여 표현하는 이들의 재능이 노출되어 있는 트랙들이다. 결국 이 앨범 한 장을 통해 고고스는 이미 80년대 여성 록 밴드의 전형을 확립했으며, 설사 이 앨범이 밴드의 유일한 작품이 되었다고 해도 팝 역사에는 분명히 언급되어야 할 길목에 위치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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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s - Our Lips Are Sea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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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앨범의 성공으로 확실한 스타덤을 거머쥔 고고스는 계속되는 투어를 마치고 82년에 두 번째 앨범 [VACATION]을 발표하게 된다. 전작에 이어 역시 자켓부터 화제를 모았던 (5명의 멤버들이 한 보트에 매달려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이 인상적임) 이 앨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60년대 기타 록 사운드와 경쾌한 팝-펑크/뉴웨이브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 타이틀곡인 [Vacation]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거두고 앨범 또한 발매 2주만에 10위권에 오르는 히트를 보이며 골드 레코드를 기록한다. 특히, 이 앨범에서는 각 멤버들의 기량이 전보다 향상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벨린다의 보컬은 이전보다 훨씬 가다듬어져있고 두 기타리스트의 기타음도 훨씬 하드해져서 이들이 본격적으로 록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 되었다. 
  이후 84년에는 세 번째 앨범인 [TALK SHOW]가 발표되는데, 이 앨범은 싱글 [Head Over Heels][Turn To You]가 Top 40안에 오르는 히트를 거두기는 했으나, 자신들의 음악적인 주관에 충실했던 탓인지 밴드 특유의 대중적 발랄함이 조금 퇴색하여 대중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한 앨범이 되었고, 앨범 판매도 상당히 저조했다. 이러한 결과는 어쩌면 밴드 내의 분열이 그 원인이 될 수 있겠는데, 이는 앨범 발표 후 얼마 되지 않아 제인 위들린이 밴드를 탈퇴하여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표면화되었으며, 결국 85년에 들어서 매니저 측에서 밴드의 공식적인 해체를 발표하면서 80년대 전반기를 풍미했던 여성 록 밴드 고고스의 역사는 일단 그 종말을 고한다.   


Go-Go's - Va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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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Review: TALK SHOW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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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고고스의 80년대는 이 앨범으로 그 마지막을 장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밴드 내의 문제들과는 관계없이) 그들은 이전보다 안정되고 성숙한 연주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이 앨범은 이전 앨범들보다 훨씬 강한 ‘록밴드’로서의 인상을 심어주고자 하는 밴드의 의도가 잘 반영되어 있는 작품으로, 프로듀서가 신스 팝 밴드 휴먼 리그(Human League)의 앨범들의 프로듀서였던 마틴 루션트(Martin Rushent)로 교체됨에 따라 건반악기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사운드는 샬롯과 지나의 기타 톤의 변화에 의해 더 하드해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밴드 사운드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곡은 첫 트랙이자 히트 싱글이었던 [Head Over Heels]인데, 반복되는 키보드 리프와 솔로 파트가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제인과 샬롯의 스트레이트한 기타 스트로크와 조화를 이룬 5-60년대 록앤롤의 80년대식 변형을 이뤄내고 있다. 벨린다의 보컬이 더욱 강렬해짐을 느낄 수 있는 [Turn To You]는 그 동안 이들의 사운드를 가볍게 여기던 팬들의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하드한 느낌의 트랙이며 신스 팝 분위기의 키보드 인트로가 인상적인 [You Thought], 60년대 중반 스타일의 경쾌한 록 넘버 [I'm The Only One], 그리고 악곡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 마지막 트랙 [Mercenery]에 이르기까지 밴드는 단순히 가벼운 사운드로 대중들의 인기에만 영합하지 않으려는 ‘아티스트적 자세’를 그들의 음악 속에 반영하게 되었지만, 그것이 역으로 앨범의 상업적 실패와 함께 멤버의 탈퇴와 궁극적으로 고고스라는 밴드의 활동에 제동을 걸게 된 계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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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s - Head Over He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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