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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Michel Jarre - Teo & Tea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7. 4. 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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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가 쓴 이 음반의 해설지입니다. 어제 발매 되었군요.....^^;;;

신시사이저의 마술사 장 미셀 자르(Jean Michel Jarre)가 들려주는
사이버 도시남녀(都市男女)의 24시간의 사랑 이야기,
「Teo &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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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역사에서 장 미셀 자르(Jean Michel Jarre)는 가장 ‘도전적인’ 태도를 가진 뮤지션이었다. 아직 뉴 에이지(New Age),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같은 장르 명칭조차 존재하지 않던 70년대부터 신시사이저 음악에 투신했고, 아직 MTV도 등장하기 이전부터 자신의 음악을 각종 기획 공연을 통해 ‘음악의 시각화’를 현장에서 보여주는 모험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게다가 아직 중국이 ‘죽의 장막’으로 불리던 그 시절에 서구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공연을 허가 받아 라이브 앨범까지 발표했으며, 비록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80년대에 우주에서 연주해 온 음원을 담으려는 시도(원래 앨범「Rendez-Vous」(86)에서 색소포니스트 로날드 맥니르(Ronald McNair)가 우주에 가서 앨범 수록곡의 연주를 녹음할 계획이었으나 그는 첼린저호 참사로 사망했다.)까지 시도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그는 순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 가운데 가장 ‘대중과 가까운’ 뮤지션이기도 했다. 그의 앨범 전체의 콘셉트는 실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나, 그가 만든 작품들 속에는 기계음의 냉정함보다는 인간적인 온기와 자연의 포근함, 그리고 중요한 훅을 놓치지 않는 멜로디 라인들이 어우러져 신비스러움과 친밀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매력이 숨어있었다. 그랬기에 그의 공연에 200만명의 관객이 몰려들 수 있었고, 그의 음악이 지난 30년간 세계적으로 80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며 한국 땅에서도 여러 곳의 방송 배경 음악으로 애용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신시사이저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마법사로서의 지난 음악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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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음악가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의 아들로서도 유명한 장 미셀 자르는 48년 프랑스 리옹(Lyon)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으로 건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10대시절 Mystere Ⅳ에서 활동할 때부터 테이프 루프 등 실험적 음의 활용에 관심을 보인 그는 피에르 샤페르(Pierre Schaeffer)의 밑에서 신시사이저라는 악기를 소개 받았고, 73년 데뷔작「Deserted Palace」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은 76년도에 발표된「Oxygene」앨범부터였다. 당시에 대중에게 알려진 전자음악들 -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텐저린 드림(Tangerine Dream) - 의 분위기와 달리 그의 음악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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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반가워 할 분명한 멜로디 라인이 있었고, 이로 인해 세계 시장에 앨범이 발표된 후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기록했다. (국내에선 특히 싱글 <Oxygene 4>가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 시그널로 애용되었다.)
  78년작「Equinoxe」는 그의 음악적 지향점이 더욱 구체화 된 음반으로 총 8부작으로 구성된 트랙들 속에서 베이스 라인 시퀀스를 활용하여 리듬감각을 구체화하여 그의 특유의 멜로디 라인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Equinoxe 4, 5>가 우리의 귀에 뉴스 시그널 뮤직으로 가장 친숙하다.) 이 앨범의 성공 이후 그는 자신의 공연에서 100만 관중을 야외무대로 불러 모으는 기록을 세웠고, 이는 당시로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81년에「Chants Magetiques(Magnetic Fields)」를 발표한 후, 그는 서방 아티스트로서는 처음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중국에서 공연을 허가받게 된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발표한 라이브 앨범이 「Les Concerts En Chine」(82)였고,  83년에는 단 한 장만 인쇄하고 폐기해버린 뒤 AM전파를 통해서만 공개한「Musique pour Supermarche'」을 제작해 뮤직 비즈니스 업계에 대한 그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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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30개국의 언어와 노래의 샘플들을 모아 신시사이저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형상화한「Zoolook」(84), NASA의 창립 25주년과 휴스턴시(市)의 150년을 기념하는 공연과 함께 선보인 우주여행을 테마로 한「Rendez-Vous」(86)(싱글로 발표되었던 <Fourth Rendezvous>는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애청되었음.), 불꽃놀이와 화려한 조명 쇼로 기획된 라이브 'Destination Docklands'와 함께 선보여 영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Revolutions」(88), 프랑스의 해양 탐험가 잭 이브 쿠스토(Jacques-Yves Cousteau)를 기념하는 작품인「Waiting For Cousteau」(90)등으로 꾸준한 실험과 대중적 인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그 후 93년작「Cronologie」부터 그는 동시대의 테크노/앰비언트 계열의 비트처럼 빠르고 리듬감 강한 사운드를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이는 과거작품의 속편이지만 전혀 다른 음악적 색깔을 지녔던「Oxygene 7-13」(97)에서 더욱 구체화되었다. 3년 뒤 21세기 그의 첫 앨범이 된「Metamorphoses」(00)는 전곡에 보컬을 삽입한 최초의 앨범인데, 그럼에도 보컬과 연주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 후 칠 아웃/재즈 성향의 실험적 작품인「Sessions 2000」 (02)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빚은 라운지 스타일에 가까운 「Geometry Of Love」(03), 5.1 사운드를 위해 자신의 히트곡을 새로 작업한 컴필레이션 「Aero」(05)까지 그의 음에 대한 꾸준한 실험을 대중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음반과 공연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의 음악 세계에서는 그간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이번 신보가 2007년 벽두에 우리 곁에 다가 왔다.

사이버 세상 속 두 남녀를 통해 들려주는 기계 문명 속 인간의 존재론「Teo &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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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새 음반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된 요소들을 다수 섭렵하고 있다. 먼저 그가 다루는 음악 속에서의 세상이 자연과 세계, 영웅적 인간상에서 최초로 ‘인간의 감정’ 그 자체를 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그리고 그의 공식 웹사이트(www.teo-tea.com)를 들어가 이 앨범 타이틀곡의 영상을 보게 되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3D 애니메이션의 세계 속의 너무나 서로 닮은 두 인물 - 티오와 티아 - 이 하루라는 공간 속에서 만나고, 친해지고, 사랑하게 되는 영상 속 이야기는 그간 야외에서 음악과 세상을 연결하던 그가 마침내 사이버 세계라는 새 공간을 통해 현실 세계과 음악을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앨범 속 음악을 들어보면, 그가 바라본 이 전자 기호로 만들어진 세계(즉, 우리의 현실 속 도시)는 매우 차갑고 건조하다. <Fresh News>의 귓전을 울리며 뿅뿅거리는 전자음은 복잡한 현대 도시의 아침을 상징하며, 일렉트로니카 클럽 뮤직의 형식미를 충실히 따른 <Teo & Tea>속 나레이션에서 언급되는 ‘육체의 움직임, 감정, 성적 활동이 생명을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내용은 결국 이런 무미건조한 세상에서 ‘인간’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육체와 정신을 합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전하는 듯하다. <Beautiful Agony>에 담긴 신음 소리(?)는 물질에 묻힌 인간의 사랑의 현실을 들려주며, <Touch To Remember>에서는 인간의 ‘의사소통’의 기계와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조금 느려진 비트와 스트링 샘플들을 통해 보여준다. 숨 가쁜 베이스 루프가 휘몰아치는 <OK, Do It Fast>와 <Partners In Crime 1 & 2>에서 그는 생존을 확인하는 육체의 모션을 형상화하며, <Chatterbox>에서는 힙합 비트를 통해 의미 없는 언어들이 난무하는 현실의 도시를 묘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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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나 <In The Mood For You>에서 티오와 티아는 서로의 교감을 이뤄내려 노력하며, 주변의 <Gossip>을 뚫고 비록 시대에 뒤진 낡은(<Vintage>) ‘사랑’이란 해답을 찾으려 노력함을 그는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밝고 경쾌한 트랜스 리듬으로 묘사한다. 마지막으로 <Mechanical Rodeo>에서는 화려한 솔로 연주를 통해 인간의 감정은 기계가 만들어내는 리듬보다 변화무쌍하고 복잡함을 일깨워주며 두 사람의 24시간은 흘러간다. 
  결국 그는 이 앨범을 통해 그간 ‘자연 속의 인간’으로 세상을 보던 관점에서 ‘인간 속의 자연’으로의 새로운 해석 방법을 현 시대의 가장 기계적인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그의 과거 음악만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나 그의 꾸준한 팬들과 21세기에서 처음 그를 접할 새로운 세대에겐 멋진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차가운 기계가 만드는 소리로 어떻게 인간의 감정을 담는가는 전자음악의 영원한 숙제이기에, 오늘도 꾸준히 그 길을 걸어가는 장 미셀 자르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P.S. 보너스 트랙으로 [Teo & Tea] 비디오 아래에 그의 80년대 최고 히트 싱글인 <4th Rendezvous>의 비디오 클립을 추가한다. 이 곡을 추억하는 모든 80년대 팝 매니아들에게 이 곡을 바치며...     
                                       



Jean Michel Jarre - Teo & Tea

 



Bonus Track : Jean Michel Jarre - 4th Rendezv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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