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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Orchid - Wild Orchid (알라딘 중고음반 싹쓸이 Special #3)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7. 9. 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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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했던대로, 80년대 미국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어린이용 TV쇼 [Kids Incoperated.]는 디즈니사의 [Mickey Mouse Club]과 함께 90년대-2000년대 팝 씬에서 주목을 받았던 팝 스타들의 10대 시절의 풋풋한 어린시절을 볼 수 있는 자료로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90년대 초반 마티카(Martika)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그가 출연하던 시절의 방영분을 AFKN에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녀는 본지 얼마 안되어 라인업에서 빠졌고, 그 프로그램에 관심이 끊어질 때까지 매주 빼놓지 않고 얼굴을 비추던 두 어린이가 있었으니 그녀들이 바로 현재 우리가 퍼기(Fergie)로 부르는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홍일점 스테이시 퍼거슨(Stacey Furgerson)르네 샌드스트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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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e Sandstromm)
이었다. 당시 너무 어린이들이라 성인다운 보컬은 전혀 들을 수 없었지만, 다들 열심히 노래들 잘 하는군... 하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6년 뒤,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복학생 생활에 돌입했던 나에게 음악 잡지의 광고를 통해 이들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바로 와일드 오키드(Wild Orchid)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었던 것이다. 잡지 속에 실린 기사를 읽다가, 그들의 이름을 보고, "아니, 얘네 걔들이잖아! 많이도 컸네."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이 꼬마들,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틈틈히 [At Night I Pray][Supernatural]을 들을 수 있었지만, 희안하게도 음반 가계에서는 이들을 쉽게 손에 쥐지 못했다. 눈에 띄는 Top 40 히트곡이 없었기 때문일까? (사실 개인적으로 20대 중반, 빠듯한 예산에 내 손에 음반이 들려지려면 최소한 Top 40 히트곡 2개 이상은 있어야 했다. 아님 필이 꽂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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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들은 [Kids Incoperated]를 졸업할 때부터 가수로의 데뷔를 준비해왔는데, 르네의 오빠인 로비 샌드스트롬(Robee Sandstromm)의 지휘로 데모 테이프를 만들고, 스테파니 리델(Stefani Ridel)이라는 여성 멤버를 영입해 3인조의 구성으로 RCA레이블과 94년에 계약을 맺고 96년에 첫 앨범을 발표했다. (사실 실제 미국 발매일은 97년 3월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들은 사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말하는 것이 이들의 이후 운명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비록 그들이작곡을 할 줄 아는 송라이터들이긴 했으나, 당시 팝 씬에서 백인 보컬이 부르는 소울/R&B는 이미 아시아와 유럽을 제외하면 사양길과 마찬가지였고 (분명 머라이어는 혼혈이지만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명심하자.), 실제 흑인 보컬들이 R&B 시장을 넘어 팝 차트까지 장악해가고 있는 시점이었으니... 이런 취향의 앨범이 대박을 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이들이 2번이나 프로모션 투어를 왔었는 생각이 든다. 미국 시장의 열세를 아시아와 유럽에서 만회하자는... 그래서 1집의 전세계 판매량은 100만장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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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간, 1집이 준작의 히트를 거두고, 2집 [Oxygen](98)을 내놓은 98년에는 이들의 인기는 예전만 못했고, 3집 [Fire](2001)는 미국 시장에는 선보일 틈도 없이 레이블에서 방출되어 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발매못된 비운의 앨범으로 인터넷 속에 음원이 회자되고 있다.) 그런 우여 곡절을 겪는 동안, 건전한 여성 트리오 컨셉으로도 인기를 얻지 못하는 현실에 지쳐버린 스테이시(퍼기)는 약물과 알코올에 서서히 빠져들었고, 그렇게 2년정도를 허송세월을 거친 뒤에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신의 지향점을 과감히 바꿔 그룹 동료들을 떠나 (그녀의 공연 무대에 찾아왔던) 윌 아이 엠(Will I. Am.)의 손에 이끌려 제2의 보컬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결국, 남은 2명으로 4집 [Hypnotic](2004)를 발표했지만 역시 참패. 그것으로 와일드 오키드는 그 향기를 더 내지 못하고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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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 지나서야 이제야 손에 넣어 들어보는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분명히 이들이 그 때부터 노래 하나는 제대로 하는 보컬이었음은 확인할 수 있다. 재즈 소울 타입의 (그래서 살짝 90년대의 흑인 여성 그룹 엔 보그(En Vouge)의 향기가 살짝 느껴지는) <Life>,전형적인 초기 머라이어 캐리 스타일의 발라드 <At Night I Pray>, 베이비 페이스식 펑키 R&B <Supernatural>, 역시 머라이커 캐리의 <Make It Happen>이 떠오르는 <Talk To Me>, 래게 R&B비트까지 소화하려 무리하게 애쓴 <You Don't Own Me> 등은 듣기는 좋으나, 결국 스타일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었다는 것이 지금에서 분석하는 이 앨범의 상업성에서의 패인이다. 대신에 오히려 복잡한 리듬과 스타일이 걷어진 차분한 곡들, 특히 <Follow Me> 같은 곡을들으면 왜 퍼기가 2000년대에 와서 가장 재능있는 여성 보컬 중 한 명으로 성장했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틴 팝이 되기에는 너무 무겁고 진지했고, 반면에 흑인들이 가진 그것에 근접하기엔 백인으로서의 한계가 너무나 컸던, 그래서 애매한 지지층밖에 끌어들일 수 없었던 90년대 팝 그룹 기획의 실패로서 아마 앞으로도 와일드 오키드는 기록될 것 같다. 하지만, 단지 '구리다'라고 절하하기에는 실력있는 여성 보컬들이 남긴 가벼운 '처녀작'으로 너그럽게 본다면, 가끔은 꺼내 들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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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t Night I Pray (Duran,
Bobby Sandstrom, Wild Orchid) – 4:16
2. Supernatural (Evan Rogers,
Carl Sturken, Wild Orchid) – 4:38
3. I Won't Play the Fool
 (Sylvia Bennett-Smith) – 4:26
4. Talk to Me
(Antonina Armato, Junior Vasquez) – 4:48
5. The River (Bennett-Smith) – 4:28
6. You Don't Own Me (Ron Fair,
Wild Orchid, Matthew Wilder)– 4:23
7. My Tambourine
(Sandstrom, Wild Orchid) – 4:30
8. Follow Me (Bennett-Smith, Wild Orchid) – 4:15
9. He's Alright (Fabian Cook, Fair, Sandstrom, Wild Orchid) – 5:15
10. Love Will Wait (Clif Magness, Wild Orchid) – 4:05
11. Life (Fair, Stefanie Ridel) – 4:35
(빨간색 표시된 곡들을 아래 주크박스로 들어보세요.)




Wild Orchid - At Night I Pray (Videoc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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