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시칙스: 셧업 앤 싱 (Shut Up & Sing)
(바바라 코플, 세실리아 펙, 2006)
나는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이 지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다수 연예인은 표현하는 데 장기가 있는 사람들이지 대단한 의식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즉흥적으로 내뱉는 실없는 말들은 그들에 미쳐 죽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용도에나 어울릴 뿐이다. 그러니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미국인으로서 이라크와 전쟁 중인 대통령 부시를 지지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해서 그녀를 돌대가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딕시칙스의 나탈리 메인즈가 했던 위의 발언도 대단한 정치적 표현으로 여기고 싶지는 않다. 딕시칙스 측도 이후 벌어진 사태에 대해, 그들이 흥에 취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딕시칙스: 셧업 앤 싱>을 연출한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 또한 거창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다큐멘터리에 임한 건 아니다. 사실 메인즈의 발언을 정치적인 무엇으로 탈바꿈시킨 건 멍청한 미국인들의 어리석은 행동과 유치한 대응 탓이었는데, <딕시칙스: 셧업 앤 싱>는 마이클 무어의 근처에서 얼쩡대며 반부시진영의 다큐멘터리를 기도할 생각일랑 없다. 대신, 한 여자와 어머니로서, 그리고 유명 스타로서 세 사람이 겪은 끔찍한 3년의 시간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딕시칙스의 컨트리 음악이 모던하고 세련된 팝을 끌어들여 미국인이 아니어도 듣기 편하듯이, <딕시칙스: 셧업 앤 싱>은 다큐멘터리 특유의 무거운 메시지를 걷어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가슴 뭉클하게도, 영화의 끝에서 우리는 신념에 찬 용기 있는 가수를 발견하게 된다.
역사상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여성그룹인 딕시칙스과 그들의 음악은 컨트리 방송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3년 3월 10일 이후, 그들의 노래는 차트에서 고꾸라졌고, 폭탄폭발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돌대가리들의 위협에 겁먹은 컨트리방송은 딕시칙스의 노래를 더 이상 틀지 않기로 한다. 스타로서 가장 버리기 힘든 건 명예와 명성, 돈 같은 것일 게다. 그러나 딕시칙스는 질질 짜며 비굴하게 용서를 빌거나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채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기를 계속했고, 일상으로 돌아가선 가족과 평범한 삶을 누렸다. 멤버간의 끈끈한 정을 그렇게 만들어간 딕스칙스는 3년이 지날 즈음 앨범 <먼 길을 돌아 Taking the Long Way>를 발표한다.
각 멤버가 모든 곡에 참여한 앨범의 제목부터 그들이 함께 겪은 지난한 시간을 은유한 가운데, 딕시칙스는 <화해할 생각 없어 Not Ready to Make Nice>를 첫 번째로 싱글로 커트했다. 그야말로, 입 닥치고 노래나 부르라던 사람들을 향한 도전장이 아닐 수 없다. 앨범은 결국 차트 1위에 올랐으나, 무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멤버들은 미국 순회공연이 호응이 얻지 못하자 아쉬워한다. 영화의 마지막. 딕시칙스는 영국의 셰퍼드 부시 엠파이어 공연장을 다시 찾는다. 매진을 기록해 객석을 꽉 채운 관중 앞에서 발언의 주역이자 리드싱어인 나탈리 메인즈가 마이크를 잡는다. 그녀는 “범죄현장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준비된 말은 없어요. 그런데 나는 부시가 텍사스 출신인 게 ‘정말’ 부끄럽네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낸 순간, 딕시칙스는 일개 연예인에서 벗어나 의식 있는 예술가로 빛을 발한다. 앞선 장면에서 메인즈는 자기들이 ‘밥 딜런’ 같은 위대한 가수는 아니라고 했다. 물론 그들은 아직 밥 딜런처럼 되지 못했지만, 딕시칙스가 가수로서 인상적인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성공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ibuti)
* 영화가 만들어진 다음 해인 2007년 그래미에서 딕시칙스와 작곡가들은 <먼 길을 돌아> 앨범과 노래로 다섯 개의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