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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감정을 가라앉혀주세요... (전영혁씨의 마지막 방송, 이에 대한 성시완씨의 반응을 읽고)

My Music Diary

by mikstipe 2007. 10. 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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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이라는 나이에 형과 함께 '월간팝송'이라는 잡지를 통해 '팝송'이라는 것이 뭔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때 소년은 '비틀즈'를 처음 제대로 알았죠.

초등학교 5학년의 몸으로 레코드 가계에 가면, '동요 앨범 줄까?'라는 무시도 가끔 당했었지만, 소년은 팝 음악이 좋아서 아티스트들의 테이프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주말만 되면 아메리칸 Top 40, 또는 국내 FM에서 소개해주는 빌보드 차트 순위 소개에 매달렸습니다. 그 때부터 설날에 받는 세뱃돈은 거의 십중팔구 음반구입비로 소모되었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소년은 팝 음악(이제는 가요까지)과 관련된 모든 잡지들을 구입해서든, 어떤 경로였든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김광한의 팝스다이얼][황인용의 영팝스]까지 지금은 사라진, 정말 대중적이면서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그런 FM 프로그램 속에서 DJ와 함께 등장해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그 분들, 소위 '팝 칼럼니스트' 또는 '음악잡지 기자' 라는 호칭을 갖고 계셨던 그 분들로 인해, 소년에겐 여러가지 꿈이 있었지만 그 목록에 '팝 컬럼니스트' 라는 단어도 포함되었습니다.

그 후, 소년이 성장해 어른이 되고, 비록 생업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같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속에서 만난 어느 분의 도움으로 처음 '칼럼니스트'라는 호칭을 달고 글을 잡지의 몇 페이지에 올렸을 때의 기쁨은 정말 하늘을 날아 갈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짬짬히 지금도 그 일을 계속 하고 있구요.

소년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먼저 '팝 칼럼니스트' 라는 이름을 달고 계셨던 분들의 이름은 한 번도 직접 만나거나 얼굴을 본 적도 없었지만, 소년에겐 친구였고, 연인이었고, 스승이었고,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그 '판'속 지인들을 넓혀가면서 그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듣게 되고, 환상도 거의 다 깨진 현실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앞선 리스트에 계셨던 두 분의 이름은 소년 뿐만 아니라 80-90년대의 팝 키드들에게 마치 전설같은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 분은 랜디 로즈의 죽음을 듣고 AFKN FM을 찾아 갔아가 DJ에게 확인을 받고, 크리스마스 날 새벽, 주다스 프리스트[Before The Dawn]을 듣고 눈물을 흘렸으며, 잉베이 맘스틴 유럽, 헬로윈을 팝의 본고장보다 빨리 한국 팬들을 만들게 도와주셨죠. 그리고, 21년간 한 밤의 골수 매니아들을 추종자로 거느리셨던 DJ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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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으면, 그 분의 글이 매우 '신파적'이지만, 당시에 그 처럼 자신의 감성으로 다른 이의 감성까지 움직일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글과 정보를 전해주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금 소년이 '칼럼니스트'의 이름 속에서 쓰는 글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가끔 그 발자국이 야금야금 찍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또 한 분은 비록 소년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지만, '프로그레시브 록/아트 록' 의 이름 앞에선 항상 사람들이 그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과연 몇 장이나 팔릴까 싶은 음반들만을 취급하는 레이블을 만들어 가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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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진해 가면서 꿈을 위한 '무모한 도전'을 해오셨던 분이셨죠. 어떤 의도에서 그 일을 하셨든, 국내의 음악 매니아들을 위해 경매에나 거래될 음반들이 20000원 이하의 CD가 되어 대중의 손에 쥐어질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소년은 Rose[A Taste Of Neptune]을 조금 부족한 복각 음원이나마 CD로 소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점에 대해서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소년의 블로그에 달린 답글에서, 어쩌면 아름답게 기억되어야 할 21년간 진행된 전문 음악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으로 인해, 두 분은 어느덧 한국의 '팝 칼럼니스트'의 맏형님들이 아닌, 자신의 명예를 위해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 '소인배들'처럼 보여지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매우 슬펐습니다.

가뜩이나 현재 팝 음악 매니아들은 각자의 소굴 속에서만 음악을 듣고,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리고 싶어 맏형님들의 일을 이어받겠다고 뛰어든 수많은 이들은 지금 도저히 그 일로만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소년마저도 본업으로 그 일을 택하지 않은 걸 가끔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어쩌면, 자신들에게 영향 받아 자신들과 같은 고난의 길을 택한 후배들을 위해 두 분이 좀 더 대승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대중에게 좀 더 좋은 음악들을 소개하고, 대중에게 좀 더 좋은 정보를 전달하는 그런 후배들을 양성하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셔야 할 분들이 자신의 위상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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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대방의 침범과 도전에 대해 서로 비난만을 하고 있다면, 이 땅에서 앞으로 소년과 같은 꿈을 꾸는 이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과거와 같은 팝 음악의 황금기는 이 땅에 다시는 도래하지 못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그런 상황 속에서 그 방송도 막을 내렸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더욱 의연한, 팝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매니아들에게 모범적인 가이드이자 선배 역할에 충실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곳에 게시던지요.

그러니, 제발 두 분, 감정을 닫으시고, 후배들을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소년과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가졌던 그 아름다운 기억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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