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내한공연까지 다녀갔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가을 발매된 모닝구 무스메의 새 앨범 [Cover You]는 정식 발매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앨범은 제목에서 알려주듯 과거 70년대 일본 가요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커버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앨범이 단순히 히트곡들을 모은 것에 있다기 보다 한 명의 작사가에 대한 트리뷰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2007년 8월 작고한 일본의 유명한 작사가 아쿠 유(阿久 悠, Aku Yū)가 그 주인공. 그는 67년 작사가로 데뷔하여 70년대에만 20여곡 이상의 No.1 오리콘 싱글의 가사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래서 이 앨범에는 그가 작사를 했던 곡들만 선정해 모닝구 무스메의 보컬로 리메이크를 했는데, 그 가운데 싱글로 발표되어 오리지널 버전의 4위 기록을 넘어선 3위의 성적을 거두었던 곡이 바로 이 노래, <Pepper Keibu(ペッパー警部 : 페퍼 경관)>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곡의 오리지널 버전의 주인공이 바로 70년대 일본 음악계에서 인기있었던 여성 듀오 핑크 레이디(Pink Lady)라는 정보가 귀를 솔깃하게 했다. 사실 나도 이 여성 듀오의 음악을 들었던 적은 거의 전무했지만, 어린 시절 자주 가던 여러 음반점 라이브러리에 그들의 음반이 꽂혀 있었던 것은 똑똑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음악 잡지를 통해 그들이 일본 가수로서는 2번째로, 그리고 영어 가사로 된 곡<Kiss In The Dark>으로 처음 빌보드 Top 40에 등극했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이 곡은 미국 작곡가가 만들어준 곡이다.) 그래서 이 포스팅을 통해 두 곡을 한 번 비교해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핑크 레이디에게는 데뷔 싱글이었던, 전형적 70년대 J-Pop 멜로디를 가진 이 곡을 모닝구 무스메는 원곡의 분위기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좀 더 비트는 현대적으로 다듬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사는 참 단순하지만....^^;
근데, 이렇게 두 버전을 비교해서 들어보니 재미있는 상상이 떠올랐다. 한번 소녀시대나 원더걸즈가 이은하의 <밤차>나 헤은이의 <제3한강교>를 이렇게 리메이크하면 재미있지 않을까하는....ㅋ
Pink Lady - Pepper Keibu (1976) (뮤직비디오는 2004년 재결합 활동 당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