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손담비와 용감한 형제... 이게 Back to the 80s라고?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09. 3. 28. 16:06

본문

 
손담비의 신곡이자 2집 [Type B]의 첫 싱글 <토요일밤에>가 발표되었다. 근데 아무리 컨셉이 [Back to the 80s]라지만, 이건 너무 뻔한 것들만 갖다가 붙였다. 네티즌들의 말마따나 롤러스케이트랑 마이클잭슨과 디스코 춤만 춰대면 그게 80년대 향수의 재현이란 말인가? 용감한 형제는 (가사 전달 부분에 해당하는) 대중적 후렴구를 뽑아내는 면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할 지는 모르지만(그 장점도 결국 후크송의 폐해를 더욱 확산 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지만), 나머지 편곡 면에서는 도데체 독창적인 부분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힙합 트랙을 만들려고 작곡가의 업을 시작한 작곡가 치고는 빅 뱅 노래때부터는 클럽 샘플들의 바다에서 이를 조합하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보통 쌓기용 블럭을 갖고서 화려하고 엄청난 스케일의 조형물을 만들었다면, 이를 멋있다라고 추켜세워줄 수는 있지만 그걸 예술 작품으로 미술관에 진열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항상 그는 거기에 머무른다. 자기가 거친 옥석을 직접 깎으려 하는 열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질문이 들어올 수 있겠다.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나 수많은 힙합 프로듀서들이 다 그렇게 과거의 음원들 갖다 잘 활용하는데 왜 나만 갖고 뭐라 그러냐고. 아마 그런 비판을 여기저기서 받았는지 용감한 형제(본명 강동철)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Q: 기억에 남는 악평이 있나?
A: 똑같은 음악을 만든다는 평이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작곡한 노래 앞에 'Brave Sound..'라고 붙는 뮤직마크 때문이었던 것이다.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났었다.

(음악잡지 프라우드 3월호 인터뷰 중에서)

 
 
사실 이건 용감한 형제 이 친구가 그 평론가가 하고 싶었던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 생각한다. 누가 그 인트로를 시비거나? 그 평론가가 말한 '똑같은 음악'의 의미는 바로 '뻔한 샘플의 사용'을 말하는 것이다.  카니에 웨스트가 환영받은 것은 아무도 그런 고전 소울 샘플로 루프를 만들 생각을 안했을 때, 그가 그것을 시도했다는 점이고, 그리고 지금까지 그는 자신이 만든 틀에서도 벗어나 다시 유로 일렉트로니카 전자음으로 건너가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용감한 형제는 (아무리 멜로디가 달라도) 자꾸 자신의 공식을 재탕하거나, 어설프게 새 방식을 받아들인다. 이번 곡에서 봐도 80년대 분위기를 낸다고 신시사이저를 써도 그게 강하고 임팩트를 주는 면에서는 제 구실을 못한다. 그냥 사운드가 그렇구나... 이정도에 머무르니까 말이다. 게다가 손담비의 보컬 지도는 완전 80년대 초창기 김완선의 나약한 보이스를 흉내내게 만들었으니...솔직히 [미쳤어]때보다 힘이 없다. 하긴, 그것도 80년대는 80년대구나.....^^;;



손담비 - 토요일 밤에 (Videoclip)

그리고 하나 더. 개인적으로 이 곡의 티저 영상 (본편에선 인트로 부분)의 그녀의 롤러스케이트 탄 모습을 보고서, 용감한 형제와 뮤직비디오 감독이 이 곡과 뮤비를 떠올린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제시카 심슨(Jessica Simpson)의 히트곡 <A Public Affair>다. 한 번 보시라.



Jessica Simpson - A Public Affiar (Videoclip)

제대로 'Back to the 80s' 를 하고 싶다면 이정도는 만들어줘야 하지 않는가? 80년대를 지향한다면서, 현재와 조화시킨다고, 거기에 레이디 가가(Lady Gaga), 마돈나 풍을 무조건 덧입히면 그게 멋진 곡이 나올까? 사실 현재 한국 주류 팝 가요의 최대의 문제는 '샘플 만능주의' 라 할 수 있다. 샘플의 활용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제는 '비용절감'으로 다 샘플에 목숨거는 분위기다. 서양에선 샘플을 쓴다 해도 진짜 생생한 리얼 연주 샘플을 잘 고르며,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을만한 샘플들을 잘 찾아낸다. 그러나 히트할 곡을 써달라고 기획사들은 줄 서서 요구하는 상황에서 용감한 형제의 능력은 점점 '쌈마이' 레벨로 하향하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전역에 퍼져있는 각 장르별 음악 매니아들이 자신이 듣는 수준보다 섭렵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자만심을 갖고 있다면 그에게 발전은 없을 지도 모르겠다. 겨우 이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서, 'Back to the 80s' 라고 외친다면, 나 정말 화난다...... 차라리 그런 말이나 붙이지 말아라.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