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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랩퍼들... 방송 나와 자축하기 전에 저작권 정리나 좀 하시지...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09. 9.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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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놀러와]를 보니 유재석이 타이거JK에게 무도 가요제 곡을 지원받은 보은인지 몰라도 무브먼트 크루에 속한 뮤지션들이 다수 등장해서 지들 얘기를 열심히 했다. 뭐 이런 저런 얘기하는 거 재미있게 보긴 했으나, 그들을 쳐다보면서 한 시간 내내 별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이는 그들이 연예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문제 때문이 아니다. 바로 그들의 음악 창작의 방식이 현재 갖고 있는 '정직하지 못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을 쳐다봤기 때문일 것이다.

드렁큰 타이거, 에픽 하이, 다이나믹 듀오, 리쌍 등등... 그간 이들은 대한민국 힙합 씬의 주류화에 앞장서왔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라임 메이킹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평단에서 고른 인정을 받아온 친구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그들의 창작 방식의 '불성실함'을 지적할 만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소위 '무단 샘플링' 문제라고 요약할 수 있겠는데, 이들이 곡을 만들면서 사용한 고전 샘플들에 대해 그들이 해당 원작자들에게 전혀 저작권 지급을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이 블로그 링크 섹션에 걸려있는 표절 전문 고발 블로그 [Spectrum 2.0]의 주인장님께서 지적하신 사례들 중에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몇 건만 여기 링크 해본다. 모두 원곡 샘플의 작곡자 표시가 저작권협회 곡 표시에 명기되어 있지 않거나, 아니면 그 문제로 아예 저작권협회에 등록 자체를 안한 곡들이다. (그리고 개중에 외국곡임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채 국내 작곡가 이름으로 둔갑해 있다면 이건 명백한 표절행위다.)

(1) 다이나믹 듀오 - 출첵 : http://blog.naver.com/plokijhu/150067537305

(2) CB MASS - 진짜 : http://blog.naver.com/plokijhu/150068960270

(3) T - 검은 행복 : http://blog.naver.com/plokijhu/150067583480

(4) 리쌍 - 광대 : http://blog.naver.com/plokijhu/150070611049

(5) 드렁큰 타이거 - 날 넌 원해 : http://blog.naver.com/plokijhu/150067581328
      (원곡을 처음 샘플링한 외국곡 유튜브에서 들어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Cb81_uaOKNs)

물론, 이들도 항변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카니에 웨스트도, 제이 지도 다 고전 샘플 쓰는데, 왜 우리 갖다 그러냐고. 하지만 문제의 근원은 그들이 샘플링을 쓰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카니에 웨스트의 앨범 속지를 보면, 한 곡 한 곡마다 얼마나 작곡자들의 표기가 정확한지 아는가? 한 10명의 이름이 작곡 크레딧에 다 올라가 있다. 샘플의 주인들도 작곡 크레딧에 올려야 그게 정상적인 저작권 표기인 것이다. (물론 원작자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생길 수 있다.)

저작권의 올바른 집행은 누가 꼭 시켜서 해야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설사 원작자에게 어떻게 컨택트하여 자신의 사용을 이실직고해야할 지 방법을 모른다 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여러 직배사들에게 문의해도 되고, 아니면 전부 다 영어좀 하시는 분들이니 인터넷으로 해당 저작권자나 음반 회사를 찾아 이를 보고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또 하나 좋은 방법이 있다. 예전 7-80년대 LP들을 보면 알판이나 가사지 라벨에 저작권 대행 업체들의 표기가 되어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ASCAP나 BMI 등등 해외의 대형저작권 대행업제들에게 문의해서 문제를 해결해도 된다. 

방송이나 언론 보도자료에 '이러이러한 곡을 샘플링했습니다.' 말로만 설명해서 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저작권이라는 문제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니까. 만약 어떤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이 드렁큰 타이거의 곡 <Monster>'밤, 밤바바밤 밤...발라버려' 부분만 샘플링해서 새 힙합 곡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런 과정을 타이거JK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작업을 끝내 음반으로 발표한다면 무브먼트는 가만히 있겠는가? 

난 샘플링도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긍정한다. 하지만, 원작자에게 그 권리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분명 반대 입장을 취한다. 내가 아무리 드렁큰 타이거 윤미래, 리쌍의 노래를 좋아한다 해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난 항상 껄끄러운 마음을 갖고 그들의 노래를 듣게 되던가, 아니면 그들에 대한 신뢰를 서서히 접게 될 것이다. 

그러니, 부탁한다. 당신들을 한국 주류 힙합의 자존심처럼 방송에 나와 서로의 우애를 자랑하기 전에, 다 같이 모여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 방법에 대해 머리를 모아 주기를 바란다. 기대할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Cheryl Lynn - Got To Be Real
(CB Mass 시절 히트곡 <진짜>에 샘플링 된 곡)
 

 <반성해... 니들의 능력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말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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