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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스로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표절 논쟁'에 대한 나의 생각...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09. 10. 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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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한국 음악 시장에서의 표절 논쟁의 핵심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첫째, 저작권법의 기본을 망각한 '무단 샘플링 활용'과 '사후 원작자 문제 제기시 후 합의 처리'라는 비상식적 관행이 소리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소니ATV의 입장 발표 내용에서 보듯, 그간 소송으로 자신들이 얻을 이익이 노력에 비해 초라할 것 같아 손대지 않았던 것을 이제는 그들의 판단에 따라 본격적으로 나설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들의 잔꾀에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뭐, 배상해 줄 돈 풍부하다면야 모르지만.

둘째, 소위 국내의 메이저 작곡가들(뮤지션들)로 불리는 사람들이 해외 '트렌드'를 숙련해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고 거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입히려는 노력을 과거 7-80년대 뮤지션들처럼 하지 않고 외국에서 방금(1-2년 전) 유행했던, 인상적이었던리듬, 샘플, 미디 연주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런 느낌이 나는 음악'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방식으로는 티 안 나게 '베끼는 수준' 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뮤지션들의 '근무태만'이다. 해외 트렌드와 히트곡에 대한 '편곡,스타일,이미지 카피'가 단지 멜로디 표절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활용된다면 이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줄 음악 팬들을 점점 가요에서 떠나게 만들 것이다. (아니, 이미 많이 떠나고 있다.) 물론, 음악을 돈 벌이로 생각하는 생산자들에게는 이 말이 공염불이 될 확률이 높다.

2. 그래서 한국의 음악 팬들과 평단에서는 이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해 줄 수 있는 목소리는 분명 필요하다. (그것 조차 없다면 한국의 대중음악의 토양은 그냥 늪지대, 수렁으로 정착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또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고발과 공론화에는 조금 더 체계성과 다수의 보편적 공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대중음악 수용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내는 것은 모두 가능하나, 그것이 발전적 토론이 되지 않고, 단지 상호 비방과 배설의 목적으로만 소모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표절이라고 생각하는 노래를 좋아하고 옹호하고 있는 다른 음악 팬이 있다고 할 때, 이를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그런 노래 듣는 너도 마찬가지 쓰레기야.'라고 비하할 이유는 없다. (물론 이는 상당수 팬클럽 멤버들이 인터넷 상에서 펼치는 '음악적 식견을 쌓지 않은 옹호론'과는 별도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들의 무조건적인 옹호가 올바른 비판을 해 줄 사람들까지 토론의 공간에서 떠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각개 전투적인 고발 형식의 여론화 보다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간의 커뮤니티의 형태로 이러한 문제가 논의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그리고 고발자 역시 다른 이들의 이성적인 의견이라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생산적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이를 바탕으로 시민단체처럼 '공론화'로 끌어올리기도 하고, 해당 원작자에게 의견을 제시하여 실질적으로 그들이 소송이나 기타 단계로 나설 수 있게 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3. 서양의 팝 역사에서 조지 해리슨<My Sweet Lord>으로 표절 재판에 걸려 패소했고, 컬쳐클럽<Karma Chameleon>제임스 테일러<Handy Man>과 표절 시비가 붙어 부분 인정을 받았던 일이 표절 문제로서는 상당히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표절 시비에서 해당 작곡자가 패소했다고 해서 조지 해리슨과 보이 조지를 '표절 딴따라'로 격하시켜 취급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이들이 창작한 대부분의 다른 음악들이 거의 이런 시비가 일지 않았고, 그들의 기본적인 창작력이 어느정도 고유의 범주를 갖고 있음을 팬들과 평단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 쪽에서도 만약 1번에서 제기한 행위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뮤지션이 있다면 그 음악 씬에서는 도덕적-법적으로 단죄하기 이전에 대중의 아티스트에 대한 자연스런 평가로서 음악사에서 자연 도태된다. (아마 여러 건만 패소해도 그 배상금에 빈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중음악 씬에서는 과연 이런 '자정작용'의 풍토가 형성될 수 있을까? (커다란 '비즈니스의 벽'이 만드는 한계가 있더라도) 그 답을 '있다'로 만들고 싶다면,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스스로가 창작에 대한 올바른 자세부터 재정립해야 하고, 아티스트의 팬들은 문제점이 발생하면 팬이 아닌 이들보다 먼저 이성적으로 판단해 지적해 줘야 하며, 평단은 (설사 그런 풍토에 환멸을 느낀다 해도) 이성적인 어조로 문제를 건드려 줘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표절 논쟁'은 계속 헛바퀴만 돌고, 음악 팬들끼리만 서로에게 상처과 환멸을 안겨줄 것이다. 실제 '범죄자'들은 의기양양하게 고개 처들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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