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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 The Best of Ally McBeal featuring Vonda Shepard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9. 10. 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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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소니뮤직에서 발매된 해당 음반에 제가 쓴 해설지 원문입니다.

90년대 후반 미국 TV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를 대표했던 드라마 ‘앨리 맥빌(Ally McBeal)’,
그 시리즈에 흘렀던 주옥같은 배경 음악들의 핵심을 담아낸 사운드트랙
「The Best of Ally McBeal featuring Vonda Shepard」

Chapter 1: 90년대를 대표한 인기 TV시리즈「Ally McBeal」에 대하여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총 5개 시즌으로 방영된 미국 폭스TV(Fox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 ‘앨리 맥빌(Ally McBeal)’ 은 매 시즌마다 본국에서만 1천만 명 내외의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았고, 골든 글로브(Golden Globe) 시상식에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최우수 코미디/뮤지컬 TV시리즈 상을 수상했던 히트작이었다. (국내에서는 과거에는 ‘앨리의 사랑만들기’ 라는 제목으로 NTV(현재의 채널CGV)에서 처음 방영되었고, 그 후 다른 케이블 채널을 통해 다시 방영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의 책임 프로듀서인 데이빗 E 켈리(David E. Kelley)는 우리가 잘 아는 배우 미셀 파이퍼(Michelle Pfeiffer)의 남편이자 스토리작가다. 그는 80년대 중반 당시에는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법률 사무소를 배경으로 한 TV시리즈 ‘엘 에이 로(L.A. Law)’의 작가로 화려하게 등장한 후, ‘프랙티스(The Practice)’(1997), ‘보스턴 퍼블릭(Boston Public)’(2000), ‘보스턴 리걸(Boston Legal)’(2004) 등 자신의 고향인 보스턴을 배경으로 법대 출신인 전공을 살려 사법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들의 애환과 그 속에서의 동료들 간의 인간적 유대관계 등을 다룬 히트 TV시리즈를 연속으로 제작했다.
  그런데, ‘앨리 맥빌’의 경우는 이러한 그의 작품들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를 펼쳤던 시리즈였다. 변호사 사무실을 배경으로 매 회 사건을 처리해가는 과정은 타 시리즈와 동일하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마치 현재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가 그러한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로맨스와 인간관계, 그들의 사생활에 더 초점을 맞추고 매 회의 사건들이 오히려 그들의 생활과 삶에 영향을 주는가를 코믹하게 그린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법률 드라마를 가장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면 적합할까? 


  그렇기에 기존 법정 드라마와는 달리 파격적이고 별난 사건들 속에서 주인공인 앨리 맥빌을 포함해 엘리트 변호사들임에도 어딘가 약간 부족함과 별난 개성으로 가득한 케이지 앤 피쉬(Cage & Fish) 법률 사무소의 직원들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함께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상사의 성희롱에 분노하여 근무하던 법률 사무소를 박차고 나와 대학 동창인 리차드 피쉬(Richard Fish)가 운영하는 새 사무실로 이적했지만 하필 그 곳에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빌리 토마스(Billy Thomas)와 그의 아내 조지아(Georgia Thomas)도 함께 근무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첫 사랑에 대한 감정, 그리고 그
녀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로맨스들 속에서 성숙해가는 앨리 맥빌의 ‘성장 스토리’는 때로는 코믹하면서도 결국 매 회의 엔딩에 가서는 그녀의 마음에 철저히 감정이 이입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아마 20대 후반-30대 초반 솔로 여성들이라면 더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앨리 맥빌 역할을 맡은 배우 칼리스타 플록하트(Calista Flockhart)는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한 유명세를 얻으며 여러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커리어를 넓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보는 시간을 즐겁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중간 중간 꾸준히 흐르는 ‘음악’들이다. 행동은 조금 유별나지만 변호 능력은 최강인 존 케이지(John Cage)의 연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날 때 항상 흐르는 배리 화이트(Barry White)<You're The First, Last, My Everything>, 앨리의 꿈속에 자꾸 등장하는 알 그린(Al Green)이 부르는 그녀의 슬픔을 대변하는 곡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등, 시리즈 내내 등장하는 음악들은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해당 에피소드의 주제와도 연관되면서 극의 흐름을 즐겁고 유쾌하게 끌어가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런 몇 곡의 고전 오리지널 트랙을 제외한다면, 놀랍게도 이 시리즈에 흐르는 음악의 거의 대부분을 직접 노래한 뮤지션은 단 한 명, 본다 쉐퍼드(Vonda Shepard)였다. 프로듀서 데이빗 켈리는 일찍이 그녀의 노래에 반해서 이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하게 했는데, 그와 동시에 주인공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지하의 바에서 매일 밤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여성 뮤지션 역할을 배정하면서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계속 등장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녀의 노래들로 인해 이 드라마의 인기도는 더욱 상승할 수 있었고, 90년대 중반까지도 별로 높은 지명도를 얻지 못했었던 본다 쉐퍼드에게도 ‘앨리 맥빌’의 음악 참여는 스타덤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었기에, 지금 되돌아보면 서로에게 득이 되었던 결합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Chapter 2 : ‘앨리 맥빌’ OST의 주인공, 본다 쉐퍼드(Vonda Shepard)의 음악여정
  비록 TV시리즈의 사운드트랙에서는 다른 이들의 원곡을 자주 커버해 부르긴 했지만, 본다 쉐퍼드는 본래 스스로 작사-작곡을 책임지는 싱어 송라이터이자, 오프닝 송인 <Searching My Soul>을 포함한 이 시리즈 배경 음악의 핵심 트랙들을 직접 작곡한 주인공이다. 그렇기에 이번 컴필레이션을 포함, 매번 OST가 나올 때마다 항상 ‘Featuring Vonda Shepard’라는 문구가 항상 포함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기본적으로 포크 팝/록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하면서도 다른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에 비한다면 조금 R&B적인 보컬 창법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소울풀한 원곡을 커버했을 때도 이를 훌륭하게 잘 소화하는 것이 그녀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1963년 뉴욕 태생인 본다 쉐퍼드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성장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노래에 재능을 보여서 고교 시절에 레코딩 계약을 맺었고, 16살에 댄 힐(Dan Hill)의 1987년도 싱글 차트 3위 히트곡 <Can't We Try>의 여성 보컬을 맡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녀가 첫 솔로 앨범「Vonda Shepard」로 정식 데뷔한 것은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의 백업 보컬을 맡으면서 활동하던 1989년이었다. 비록 이 앨범에서 싱글 <Don't Cry Ilene>이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에서 소폭의 히트를 거두긴 했지만 팝 싱글 차트에는 오르지 못했고, 이후 그녀는 한동안 슬럼프를 겪게 되었다. 결국 1992년 2집「The Radical Light」을 발표한 후 첫 레이블 리프라이즈(Reprise)에서 방출된 그녀는 4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3집「It's Good, Eve」를 인디 레이블에서 발표했지만, 당시에 새로 부각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물결 속에 바로 합류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빠른 데뷔에 비하면 큰 인지도를 쌓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녀에게 있어 TV시리즈 ‘앨리 맥빌’의 참여는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으나) 앞서 말한 대로 재기의 발판이 되기에 충분했다. 일단 과거 앨범 수록곡 가운데 시리즈에 사용된 그녀의 노래들과 신곡들을 한데 모은 첫 OST인「Songs From Ally McBeal」(1998)이 미국에서의 히트는 물론 영국 차트 3위, 캐나다 차트 7위, 그리고 호주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두 번째 사운드트랙인 「Heart And Soul: New Songs From Ally McBeal」(1999) 역시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오랫동안 중위권에 머무르는 히트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그녀의 4번째 정규 앨범「By 7:30」(1999)도 평단의 호평을 얻으면서 뮤지션 개인으로서도 확실히 인정받았다. 그 후 2002년 ‘앨리 맥빌’ 시리즈가 종료 된 후에도 그녀의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은 계속되었는데,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었던 5집「Chinatown」(2002)과 한 두곡을 제외하고는 드라마 OST의 삽입곡은 일체 배제한 라이브 앨범「Live: A Retrospective」(2004), 여성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원숙의 경지에 올라선 최근작「From The Sun」(2008)까지 꾸준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Chapter 3: 앨리 맥빌 OST 시리즈의 핵심 트랙들의 다이제스트
              「The Best of Ally McBeal」
 
 

지금까지 ‘앨리 맥빌’에 삽입된 음악들이 담겨진 사운드트랙은 앞서 언급한 「Songs From Ally McBeal」과 「Heart And Soul: New Songs From Ally McBeal」외에도 2장이 더 발매되었다. 먼저 시즌 4와 5 사이의 공백기에 발매된 3번째 사운드트랙「Ally McBeal: For Once in My Life」(2001)이 있고, 그 외 스페셜 앨범으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러 배우들의 목소리로 부른 캐롤 모음집인 「Ally McBeal: A Very Ally Christmas」(2000)가 있다. 이제 미국에서 종영된 지 7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새롭게 발매되는 이 컴필레이션은 캐롤 앨범을 제외한 3장의 OST 중에서 가장 음악 팬들과 시리즈의 애청자들이 좋아했던 본다 쉐퍼드의 노래들만을 엄선해 수록하고 있다. (사족: 국내에서는 이미 시즌 DVD 패키지가 선보였었으나, 미국에서는 여태껏 사용된 음원 저작권 문제로 이제야 시즌1 DVD 패키지와 전편 DVD 박스세트가 10월 중 발매 예정이기에, 이 컴필레이션은 미국 내에서는 이 패키지들의 발매를 기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먼저 첫 번째 OST에서는 8곡이 선정되었는데, 이 시리즈의 메인타이틀 테마인 경쾌한 컨트리 록 취향의 어덜트 팝 트랙 <Searchin' My Soul>이 앨범의 포문을 열고 있다. 원래 그녀의 솔로 2집에 이미 담겼던 곡이었지만, 데이빗이 그녀를 이 시리즈의 음악 담당을 맡기게 된 결정적 트랙이 되었고, 주인공인 앨리의 인생의 목표를 상징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 밖에 앨리의 첫사랑인 빌리와의 추억을 회고하는 장면마다 흘렀던 피아노 중심의 발라드 <Maryland>(이 곡도 그녀의 솔로 3집에 이미 담겼었다), 서로 이뤄질 수 없음을 알면서 함께 사무실에서 춤을 추던 앨리와 빌리의 로맨스 씬에 흘렀던 슬프고도 아름다운 발라드인 (1952년 수 톰슨(Sue Thompson)의 곡을 커버한) <You Belong To Me>, 사랑과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앨리의 심리가 반영된 환영으로 등장하는 ‘댄싱 베이비(Dancing Baby)’가 춤출 때 등장했던 비제이 토마스(B.J. Thomas)의 커버 <Hooked On a Feeling>, 우리에겐 90년대 세어(Cher)가 주연한 영화 ‘Mermaids’ OST 속 버전으로 친숙한 <It's In His Kiss (The Shoop Shoop Song)>, 역시 여러 뮤지션들의 커버 버전으로 익숙한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히트곡 <I Only Want To Be With You> 등이 본다의 끈끈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이스로 인해 원작과 다른 색다른 생명력을 얻고 있다.


 

한편, 두 번째 OST에서는 인디고 걸즈(Indigo Girls)에이미 세일러스(Amy Sailers)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한 포크-컨트리 발라드인 <Baby, Don't You Break My Heart Slow>와 상당히 충격적(?) 에피소드에 속했던 시즌 3의 첫 회에서 처음 소개된 <Sweet Inspiration>이 선곡되었으며, 세 번째 OST에서는 시즌 4에서 앨리와 로맨스를 펼쳤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가 본다와 함께 듀엣을 한 <Chances Are><Home Again>이 선곡되었다. 그리고 기존 OST를 모두 구입해놓았을 매니아들을 위해 본다의 보컬로 듣는 신곡 2곡이 새로 수록되었는데, 경쾌한 가스펠 타입 소울 트랙 <Something About You>와 블루스적 감성이 담긴 팝 발라드 <I Know Better>에서 그녀만의 보이스의 매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 국내에 각 사운드트랙이 소개되긴 했지만, 절판되어 이 시리즈의 OST를 구하기 힘들었던 ‘앨리 맥빌’ 매니아들과 이제 케이블 TV를 통해 이 시리즈를 뒤늦게 보게 된 미드 매니아들에게 이번 컴필레이션은 드라마의 감흥을 음악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매개로서, 그리고 본다 쉐퍼드라는 훌륭한 뮤지션의 목소리와 음악세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줄 것이다.

2009. 9 글/ 김성환 (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 Tracks’ 필자)


<남편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와 함꼐 있는 칼리스타, 해리슨 할배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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