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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Bolton - One World, One Love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9. 11. 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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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매한 본 앨범 라이선스반 해설지입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블루 아이드 소울 보컬리스트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
변함없는 감미로운 보이스와 트렌드와의 조화를 담은 새 앨범, 「One World, One Love」

  개인적으로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이라는 뮤지션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한창 AFKN FM(현재의 AFN FM)에서 토요일 오후에 방송해 주었던 1987년 ‘American Top 40’에서 그의 싱글 <That's What Love Is All About>을 듣게 되었을 때였다. 백인의 목소리였음에도 소울풀함을 유지하는 그의 보컬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 곡이 담긴 그의 앨범「Hunger」가 국내에 발매되기를 기다렸지만, 불행히도 당시에는 이 음반은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다. (훗날 1991년 정도에 라이선스 발매가 되었다.) 아쉬움 속에서도 언젠가 그가 지금보다 더 큰 성공을 할 것이라 기대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의 팬이 되어버렸고, 마침내 2년 뒤「Soul Provider」앨범으로 그래미상을 타며 스타덤에 올랐을 때, 마치 내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기뻤던 기억이 난다. 드디어 오랜 무명의 세월을 딛고 자신의 능력으로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기에, 일찍부터 그의 팬이 되었던 이들에겐 당연히 큰 감격이었을 것이리라.

  하지만, 이와 같은 팬으로서의 감상을 배재하고 평가하더라도 마이클 볼튼의 성공은 당시로서는 거의 예견된 것이었다. 애초에 하드 록 보컬리스트로서 데뷔하여 점차 자신의 보이스에 적합한 블루 아이드 소울 뮤지션으로 변모한 그의 시의적절한 방향 전환도 한 몫을 했지만, 홀 앤 오츠(Hall & Oates)나 폴 영(Paul Young) 같은 그간의 블루 아이드 소울 아티스트들과 다른 파워풀한 소울 테너로서의 목소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등장은 그간 백인 팝 씬에서의 블루 아이드 소울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90년대 어덜트 팝 사운드의 정석을 R&B/소울을 기반으로 한 편안한 사운드로 정착하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보이즈 투 멘(Boyz Ⅱ Men)으로 이어지는 주류 성인 팝계의 헤게모니 흐름을 돌이켜본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어쨌든 그는 90년대 초-중반의 스타덤을 포함해 지난 20여 년간 전 미국 시장을 넘어서 적어도 성인 음악 팬들에게는 꾸준한 범세계적인 인기를 누려왔고, 현재도 그의 지명도는 세계 어디에서나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90년대 말 이후 2000년대로 넘어온 이후에는 그가 변변한 새 히트곡을 팝 차트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가 소니 레이블에서 나온 시점인 2000년대 이후 음반들이 대체로 정규작보다 고전들을 커버한 앨범 중심으로 흐른 것도 원인이 있겠지만, 힙합/트렌디 R&B로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에는 그의 그간의 음악 스타일이 워낙 확고하게 굳어있는 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유니버설 모타운(Motown) 레이블로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새 음반의 제작 소식은 그의 오랜 팬들에게 과연 마이클 볼튼이 새로운 시대의 분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며 재기할 수 있을지를 가름할 척도로 발매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호소력 강한 소울풀 보이스로 20년 이상 성인 팝 시장을 대표했던 마이클 볼튼의 커리어

  1953년생으로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New Haven)에서 태어난 마이클 볼턴은 22살이란 나이에 처음으로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본명인 마이클 볼로틴(Michael Bolotin)으로 RCA 레이블을 통해 1975년과 76년에 두 장의 솔로 앨범 - 「Michael Bolotin」, 「Everyday of My Life」 - 을 내놓았지만, 거의 상업적 히트를 거두지 못했다. (이 앨범

들을 그는 대체로 그의 정규 디스코그래피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한다.) 결국 이후에는 레이블에서 나와 블랙 잭(Blackjack)이라는 하드 록 밴드에서 활동을 했지만, 이 밴드의 음반들 - 「Blackjack」(1979), 「Worlds Apart」- 역시 그리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이었던 뮤지션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고, 밴드 시절 알게 된 여러 음반 관계 종사자들의 도움으로 1983년 셀프타이틀 앨범 「Michael Bolton」을 내놓게 되었다. 이 앨범의 수록곡 <Fool's Game>이 그래도 대중에게 약간 알려지면서 그는 다시 생존의 기반을 확보했고, 2년 뒤에 발표된 2집 「Everybody's Crazy」(1985)에서 타이틀 트랙이 그럭저럭 반응을 얻으면서 음악 팬들에게 ‘록 보컬리스트 마이클 볼튼’의 이미지를 처음 인식시켰다. (사진은 블랙 잭 시절의 그의 모습(맨 왼쪽))

  그러나, 그가 어린 시절 록음악들과 함께 즐겨들었던 음악은 주로 소울/R&B 음악들이었기에, 그는 3집 「The Hunger」(1987)에 이르러 자신이 가야할 음악적 방향을 서서히 그 방향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이 <That's What Love Is All About>같은 팝 발라드나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곡을 리메이크한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 앨범의 성향은 절반 정도 록에 가까웠다. 

  결국 이 3번째 앨범의 적당한 성공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그는 음악적 중심을 블루 아이드 소울에 기반을 둔 팝 앨범을 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전 세계로 그의 존재를 각인시킨 4집「Soul Provider」(1989)였다. 케니 지(Kenny G)가 참여한 타이틀 트랙과 자신이 로라 브래니건(Laura Branigan)에게 주었던 곡이자 그의 빌보드 첫 번째 1위 싱글인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를 통해 그는 자신에게 내재된 풍부한 소울 감각을 세련되게 선보였고 그 실력을 그래미가 인정하여 그에게 상을 수여한 것은 그의 인기행진에 추진력을 달아 주었다. 그 결과 2년 후 발표된 5집「Time, Love & Tenderness」(1991)은 모타운 소울에 대한 향수를 표현해낸 <Love Is A Wonderful Thing>과 타이틀 트랙, 그리고 아름다운 발라드 <Missing You Now> 등을 연타로 히트시키면서 8백만 장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덤에 발맞춘 레이블의 전략적 기획이 작용한 그의 첫 번째 커버 앨범 「Timeless : The Classics」(1992)에서도 비지스(Bee Gees)의 고전 <To Love Somebody>가 히트하면서 그의 인기는 식을 새 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1993년에 발매된 정규 6집「The One Thing」은 비록 3백만장의 판매와 아련한 소울 발라드 <Said I Loved You...But I Lied>를 히트시키긴 했음에도 어딘가 음악적 방향이 한 쪽에 집중되지 않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후 첫 히트곡 모음집「Greatest Hits 1985-1995」(1995)와 크리스마스 앨범 「This Is The Time」(1996)까지는 그의 상업적 판매고는 꽤 좋았지만, 불행히도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조우한 7집 「All That Matters」(1997)가 상업적 실패를 거둔 이후, 그는 도전과도 같았던 클래식 성악곡 앨범(「My Secret Passion」(1998)), 또는 커버 앨범(「Timeless : The Classics vol.2」(1999))을 끝으로 소니/콜럼비아 레이블과 결별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자이브(Jive) 레이블을 통해 발표했던 정규 8집「Only A Woman Like You」(2002)를 통해 (비록 상업적 실패는 이어졌으나) 그의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고, 자신의 레이블 패션(Passion)을 세운 이후에는 스탠다드 재즈 고전을 노래했던「Vintage」(2003), 신곡과 라이브 앨범 형식을 결합한「Til The End of Forever」(2005), 그리고 프랭크 시나트라에 대한 헌정 앨범 성격이었던 「Bolton Swings Sinatra」(2007)까지 지속적으로 음반과 공연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신곡을 별로 발표하지 않았던 그의 2000년대 활동으로 인해 (지난 2006년 내한공연으로 우리를 감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마이클 볼튼 팬들은 그가 이제는 주류 팝 씬이 아닌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게 하는 뮤지션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팝의 흐름과 그의 보컬의 장점을 결합한 멋진 새 앨범, 「One World, One Love」

  앞서 언급한 이러한 팬들의 우려를 인지한 것인지, 이번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마이클 볼튼은 과감히 ‘자신의 한창때의 음악을 듣고 자란 젊은 작곡가들’을 찾아 나섰다. 자신의 보컬에 대한 장점을 잘 이해하면서도 현재의 트렌드 감각에 강한 뮤지션들만이 자신의 음악을 한 단계 나아가게 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0년대 최고의 하이틴 TV용 영화인 ‘하이스쿨 뮤지컬(High School Musical)‘의 작곡 팀으로 참여했던 나스리 아트와(Nasri Atwah)와 아담 메싱어(Adam Messinger), 레오나 루이스(Leona Lewis)의 음반에 참여했던 작곡팀인 더 잼(The Jam) 등이 그의 우군으로 앨범에 공동 작곡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젊은 피’를 수혈했기 때문에, 이번 새 앨범 속의 그의 음악들은 한결 트렌디해졌지만, 그의 보컬이 갖는 고유의 매력은 그대로 살아나고 있다. 부드러운 래게 비트를 잘 살린 소프트 팝 <Ready For You>를 시작으로, 그의 히트곡 <Steel Bars>를 떠오르게 하면서도 훨씬 트렌디한 비트가 실린 <Just One Love>, 경쾌한 어쿠스틱 록 트랙 <Need You To Fall>, 몽환적인 전자음 속에서의 그만의 매력적인 고음역이 멋진 <Can You Feel Me>, 근래의 머라이어 캐리의 발라드들을 연상케 하는 앨범의 백미 <You Comfort Me> 등에서 그가 마치 최근의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처럼 새 트렌드의 흐름에 확실히 적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Michael Bolton - Just One Love (TV Perfomance)

  게다가 앞서 언급했던 작곡자들 외에 정말 최근 음악 팬들과도 친숙한 두 명의 뮤지션이 이 앨범에 작곡 또는 듀엣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명은 2000년대 후반 R&B씬의 최고 히트메이커로 등장한 니요(Ne-Yo)인데, 그는 <The Best>에서 공동작곡자로 참여해 그가 가진 특유의 리듬 편곡을 마이클의 보컬과 깔끔하게 조화시켰다. 다른 한 명은 놀랍게도 올해 <Just Dance>와 <Poker Face>로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레이디 가가(Lady Gaga)인데, 그녀가 작곡과 피쳐링 보컬로 참여한 <Murder My Heart>는 아직 그녀가 뜨기 이전인 2008년 여름에 만들어졌던 곡이다. 그녀 앨범에서도 느꼈던 특유의 전자음 사운드가 이번에는 마이너 스케일의 발라드에 잘 활용되어서 이번 앨범에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한편, 예전 그의 정규 앨범에서도 종종 그랬던 것처럼 이 앨범 속에는 3곡의 커버 송들이 그의 스타일로 녹음되었다. 원곡의 분위기를 더욱 라틴 풍으로 편곡한 테렌스 트렌트 다비(Terence Trent D’Arby)의 88년 히트곡 <Sign Your Name>은 의외로 그의 보컬과 잘 어울리는 곡임을 확인하게 되고, 레너드 코헨의 근래의 작곡 파트너 샤론 로빈슨(Sharon Robinson)의 작품인 <Survivor>, 그리고 밴 모리슨(Van Morrison)의 고전으로 여러 가수들에 의해 커버된 팝 발라드 <Crazy Love> 역시 마이클 볼튼식 보컬의 개성을 듬뿍 담은 성인취향 팝 트랙으로 거듭났다.

  90년대 후반의 실패의 경험을 교훈을 삼아, 이번 새 앨범을 통해 마이클 볼튼이 마침내 완성해낸 ‘보이스와 트렌드의 조화’는 그가 여전히 팝 음악 씬에서 결코 잊혀져서는 안될 싱어-송라이터임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 역시 올 봄에 나왔던 라이오넬 리치의 「Just Go」처럼 음악 팬들에게 마이클 볼튼이란 뮤지션을 다시금 돌아보며 환호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앨범으로 기억되리라 예상한다.

2009. 9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뮤직매거진 ‘Hot 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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