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아이돌(Americal Idol)이 발굴한 2000년대 미국 컨트리 팝의 히로인,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의 세 번째 정규 앨범, 「Play On」
2002년부터 현재까지 9개의 시즌 동안 계속되고 있는 미국 폭스TV(Fox TV)의 리얼리티 스타 발굴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은 지금까지 각 시즌의 우승자들을 포함해 다수의 신인 팝 스타들을 배출했다. 이런 부류의 프로그램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국가별로 한 개 이상은 존재하는 듯한 양상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음반 계약을 통해 세계 시장에 빠르게 데뷔하는 이점을 갖고 있기에, 이 프로그램을 향한 미국인들의 열기는 시즌이 이어질수록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뮤지션들을 가운데 과연 누가 가장 큰 스타덤을 얻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면 과연 음악 팬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전 세계 음악 팬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을 대답이 첫 시즌의 우승자이자 4장의 앨범을 통해 다수의 1위곡을 만들어낸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인건 분명하지만, 일부 미국인들은 그녀 대신 4시즌의 우승자인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를 자신들의 히로인으로 삼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음악적 스타일이 컨트리라는 점이 세계시장으로 넓게 뻗어가는 것에는 약간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긴 하겠지만, 적어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난 5년간 그녀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는 매우 확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의 데뷔 앨범이 북아메리카에서 거둔 판매고만 1000만장이 넘었으니, 이 지역에서의 그녀의 인기는 켈리 클락슨이 전혀 부럽지 않다.
그리고 그녀의 음악을 귀 기울여 듣게 된다면 컨트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편곡과 대중성 면에서는 팝 차트에서 충분히 선전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컨트리 여성 보컬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근래 컨트리 씬의 추세인 팝-록적 크로스오버에서도 능숙하기에 충분히 세계적 인기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기에, 실제로도 아시아, 유럽에서도 이제 그녀의 팬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녀보다 먼저 팝 크로스오버의 길을 갔던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과 페이스 힐(Faith Hill)이 최근에는 이렇다 할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컨트리 시장과 세계 팝 시장을 이어줄 확실한 교각으로써 그녀가 가진 위상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리얼리티 쇼의 히로인에서 컨트리 팝의 대표주자로 성장한 캐리 언더우드의 음악 여정
1983년생으로 미국 오클라호마 주(州)가 고향인 캐리 언더우드는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고향의 여러 탤런트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면서 노래에 대한 자신의 열의를 표출했다. 고등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학업 성적도 우수했던 그녀는 대학 시절 매스미디어와 저널리즘을 전공하면서 방학 때마다 대학에서 주최하는 컨트리 쇼에서 공연을 했고, 타고난 미모로 인해 학내 미녀 선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던 2004년 여름, 그녀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세인트 루이스 주 예선의 문을 두드렸고, 티파니(Tiffany)의 1988년 히트곡 [Could've Been]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본 이 프로그램의 상징과 같은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은 그녀가 분명히 본선에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칭찬했다. 결국 그녀는 최종 11명의 후보 라인업에 들게 되었고, 한 번도 ‘최하 3명(Botton-Three: 매 회 경연에서 최하위 3명에 랭크되는 것)’에 들지 않으면서 시즌 도중에 그녀의 서포터즈가 생기는 기현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2005년 5월 25일, 그녀는 이 프로그램의 네 번째 우승자가 되었고, 결승 무대에서 준우승자인 보 바이스(Bo Bice)와 공통 지정곡으로 불렀던 'Inside Your Heaven'을 싱글로 발표하여 바로 빌보드 팝 싱글 차트 1위에 올려놓으며 미국 시장에서의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재미있게도 보 바이스의 버전도 음반으로 발표되었는데, 이 차트 경쟁에서마저도 그는 2위로 밀렸다.)
이미 타고난 뮤지션으로서의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우승 후 딱 6개월 만에 첫 앨범「Som
e Hearts」를 발표했고,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완성도 높은 앨범에 대한 평단의 찬사와 함께 바로 컨트리 차트와 팝 차트를 동시에 장악하기 시작했다. 발표와 동시에 컨트리 앨범 차트 1위, Top 200 앨범차트 2위에 오르며 화제를 불어 일으켰고, 실질적인 앨범의 첫 싱글이자 차분하지만 그녀의 호소력을 느낄 수 있는 발라드 'Jesus, Take The Wheel'로 컨트리 싱글 차트 최초의 1위의 영예를 얻었다. (팝 차트에선 20위 기록) 그리고 앨범 수록곡들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홍보를 진행했는데, 강한 어덜트 록 성향의 타이틀 트랙 [Some Hearts]은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에서, 그리고 전형적 컨트리 발라드 [Don't Forget to Remember Me]는 컨트리 차트를 겨냥해 발표해 각각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녀를 2007년 그래미상 최우수 신인 부분에서 수상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대 히트곡 [Before He Cheats]는 바람을 피운 남자 친구의 차를 박살(?)내놓는다는 컨트리 싱글로는 약간 자극적 가사를 갖고 있음에도 1위를 차지했고, 팝 차트에서는 몇 개월간 차트 10위권에 머무는 롱런 히트를 기록했다.
그 후, 전작의 인기가 아직 다 식지도 않은 2007년 가을 발표된 그녀의 두 번째 앨범「Carnival Ride」은 전작과 같이 기록적인 판매고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이미 온라인 음악 시장이 대세가 되는 시점에서도 미국에서 현재까지 200만장 이상을 판매했고, 발매 첫 주에 52만 7천장을 팔아 역대 여성 컨트리 뮤지션이 앨범 발매 첫 주에 올린 판매고에서 샤니아 트웨인의 베스트 앨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발표했던 싱글들 - 첫 싱글인 크로스오버 컨트리 팝 싱글 'So Small'을 시작으로 경쾌한 컨트리 록 트랙 [All-American Girl], [Last Name], 그리고 [Just A Dream] -을 모두 컨트리 싱글 차트 1위에 올려놓았고, 팝 싱글 차트에서도 모두 Top 40 히트를 기록하며 그녀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확고함을 증명했다.
이 밖에도 그녀는 자신을 키워준 ‘아메리칸 아이돌’ 무대에도 자주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는데, 시즌 8 무대에서는 자신이 2집에서 리메이크했던 고참 컨트리 뮤지션 랜디 트래비스(Randy Travis)의 히트곡 [I Told You So]를 듀엣으로 불러 싱글로 발표했으며, 또한 시즌 피날레의 의미로 80년대를 대표했던 헤비메탈 밴드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86년 히트곡 [Home Sweet Home]을 자신의 색깔에 맞게 커버하여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런 번외 히트곡에서 보듯, 컨트리와 팝-록적인 요소를 모두 자신의 목소리와 음악에서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까지 그녀의 스타덤을 유지시켜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좀 더 록적인 비트와 리듬을 강화한 컨트리 팝으로 대중성을 꾀한 새 앨범「Play On」
2년 만에 발표하는 그녀의 세 번째 정규 앨범「Play On」은 기본적으로는 그녀의 지난 두 장의 앨범 포맷에서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 컨트리의 정서가 충분히 묻어나면서도 성인 팝 라디오의 리듬감도 가진 업비트의 곡들과 진한 필을 가진 차분한 컨트리 팝 발라드가 공존한다는 면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첫 싱글 [Cowboy Casanova](팝 싱글 차트 최고 순위 11위)는 마치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출세작 [I Kissed The Girl]에 대해 화답이라도 한다는 듯 대중적으로 로킹한 면모를 강화했다. 뒤에 깔려있는 피들(Fiddle)의 연주만 뺀다면 인트로의 기타 이펙트부터 리듬까지 컨트리 트랙이라기보다는 록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앨범에서는 그간 드러내오긴 했지만 전형적 컨트리 트랙이건, 팝적인 퓨전이건 ‘로킹한’ 기타-드럼 사운드를 강조하는 것으로 그의 컨트리 진영의 고정 팬들 외의 많은 일반 팝 매니아들을 끌어들이려 캐리 언더우드는 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Carrie Underwood - Cowboy Casanova (Videoclip)
파워풀한 드럼 리듬 위에서 펼쳐지는 블루지한 컨트리 록 트랙 [Undo It]은 공연 무대에서 팬들을 사로잡기에 딱 알맞고, 슬라이드 기타와 만도린(Madolin) 등 컨트리 뮤직을 상징하는 악기들의 경쾌한 어쿠스틱 연주가 빛나는 업비트 트랙 [Quitter]나 [This Time]에서도 로킹한 기타 스트로크의 힘은 맛깔나는 양념이 되어준다. 그리고 거의 텍사스 블루스(Texas Blues) 록 트랙에 가까운 드라이브감을 느낄 수 있는 [Songs Like This]와 미디움 템포의 팝-록 트랙 [Unapologize]와 타이틀 트랙 [Play On]에서의 그녀의 보이스는 포크 지향적인 모던 록 여성 싱어-송라이터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그녀만의 원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그 동안 2장의 앨범을 통해 캐리 언더우드의 매력을 느끼고 팬이 된 분들이라면, 아마 그녀의 새로운 발라드/소프트 록 트랙들을 기대했을 텐데,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그 부분의 매력은 변함이 없다. 차분한 컨트리 팝 발라드 [Mama's Song]과 건반과 스트링 섹션, 그리고 그녀의 보이스가 확실한 궁합을 이뤄낸 파워 발라드 [Change], 슬라이드 기타의 은은한 선율이 뒷받침을 해주는 컨트리 발라드 [Temporary Home]와 [Look At Me], 컨트리 가족 그룹인 클라크 브라더스(The Clark Brothers)의 3형제가 밴드 해체 후 새로 결성한 트리오 손즈 오브 실비아(Sons of Sylvia)와의 듀엣인 [What Can I Say] 등 어느 트랙을 싱글로 커트해 발표해도 인기를 모을 만한 확실한 대중적 매력을 갖춘 트랙들이 즐비하다.
전반적으로 이번 캐리 언더우드의 새 앨범은 그녀가 이전에 발표했던 두 장의 힘에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짜임새 있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록 비트의 감성도 강화한 면이 있기에, 그녀가 노리고 있는 아시아, 유럽 시장에서도 충분히 환영 받을 만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앨범 홍보의 첫 루트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택했다.) 그간 캐리 언더우드를 좋아하고 응원해온 팬들에게는 ‘역시!’라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아직 그녀를 감상 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던 팬들에게는 즐거운 첫 만남 속에 그녀의 매력을 알 수 있는 음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