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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 Wind & Fire Live in Seoul ... 2009. 12. 17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09. 12.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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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가 온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본 첫 순간부터 괜히 설레였다. 물론 어떻게 생각하면 '한 물간 밴드 아니냐?'라는 소리를 할 분들도 있지만,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모두에게 그들은 분명히 '전설' 아닌가? 하지만 이미 원년 멤버들의 나이(필립 베일리(Phillip Bailey)과 버딘 화이트(Verdine White)의 나이가 똑같이 58세이니, 내후년에 환갑을 맞으실 분들이 과연 그들의 전성기때의 활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국내 팝음악 팬들이 아니라도 고고장부터 클럽까지 가서 듣거나, 아니면 광고 음악으로라도 들어서 알고 있을 법한 히트곡들을 4-5곡 이상은 가진 이들이기에, 그들의 레퍼토리 제목을 다 외우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그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줄줄이 암송할 자신은 없다.)

하여간 이러저러한 복잡한 생각 속에서 친구를 태우고 인천을 출발한 게 5시 반이었는데, 일부러 과천길로 돌아왔음에도 양재쪽 정체와 영동대로 방향 정체에 휘말려, 결국 코엑스 도착 시간은 7시 40분... 결국 밥도 못먹고 공연장으로 직행했다. 코엑스 3층 대서양관은 사실 어떤 곳일까 궁금해했는데, 그냥 대형 행사장 공간을 통째로 공연장으로 변신시킨 것과 같았다. 그래서 의자는 야외행사에나 쓰는 플라스틱 의자고.. 콘솔 뒤에서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무대의 절반이 가려지게 만든 세팅이 좀 아쉬웠다. (결국 공연이 시작한 후 맨 뒷자리에 있던 관객들은 모두 콘솔 주변과 통로 쪽으로 옮겨가 스탠딩으로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내한공연에서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20분 정도의 (매우 양호한!) 딜레이를 거쳐 마침내 밴드는 무대에 올랐다. 첫 곡부터 <Boogie Wonderland>로 시작하면서 관객을 다 일어나게 만들어버린 이들은 100분 정도 되는 시간을 풀로 활용해서 거의 긴 멘트 없이 음악 중심으로 공연을 끌어갔다. 물론 당연히 실력이 있으니까 세션을 하는 것이겠으나, 원년 멤버 세 명(필립, 버딘, 랠프 존슨(Ralph Johnson))을 포함해 그들과 함께하는 밴드의 세션 멤버들 모두가 보여주는 연주력은 가히 '최강'이었다. 끊어지지 않고 계속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이어지는 연주자들의 솔로들은 마치 대형 재즈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잼 세션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환갑에 가까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게 만드는 버딘의 '방방뜨는' 무대 매너는 공연의 열기를 적절하게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밴드의 리더 필립 베일리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가창력이었다. 물론 이들이 노래할 때 가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긴 하겠으나, 6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가성으로라도 그렇게 하이톤을 불러 재낄 수 있는 그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995년 이후 공식 멤버로는 남아있으나 무대에서는 은퇴한 개국공신인 또 한 명의 리더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가 파킨스씨병으로 인해 자리에 없다는 것 빼고는 이들의 공연 내용과 무대 매너는 흠잡을 데가 거의 없었다. 단지 사운드가 융합되어 들리기보다는 파트별로만(?) 너무 선명하게 울리는 듯해 모아지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다고나 할까.


중반부에 국내에서 이들의 최고 히트곡 <After The Love Has Gone>을 불러주시고, 후반부로 와서 그들의 펑키한 대표곡들을 몰아주시는 센스 덕분에 관객들은 거의 자리에 앉을 일 없이 공연을 즐겼다. <Let's Groove>를 거의 마지막 곡으로 불러주신 후, 잠시 무대 뒤로 들어갔던 밴드는 앵콜 요청에 딱 한 곡만 더 부르고 들어갔다. (아무래도 체력이 버티시기 힘드신 것이려나?)

R&B의 최근 트렌드만을 습득한 팝음악 팬들이 만약 어제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제대로 된 그루브가 과연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학습의 장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저들을 너무나 뒤늦었지만, 이렇게 한국 땅에서 그들의 탄탄한 연주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쁨으로 기억될 공연이었다.  

<기억과 뉴스 기사들을 종합한 세트리스트>

Boogie Wonderland
Jupiter
Serpentine Fire

Sing a Song
Shining Star
Kalimba Story
Brazillian Rhyme
That's The Way of The World
After the Love Has Gone
Reasons
In the Stone
Runnin'
Got to Get You Into My Life
Fantasy
September

Let's Groove

Encore:
Get Away














 

Earth, Wind & Fire - September
(Live in Seoul 2009.12.17 실황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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