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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Love O Clock] 관련 인터뷰 + 후기.... (Last Post in 2009)

My Music Diary

by mikstipe 2009. 12. 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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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 2009년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 핫트랙스 매거진 작업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았던 사건이 있었다면 아마 지난 12월호에 들어간 신승훈 서면 인터뷰가 아니었나 싶다. (항상 마감이나 기타 일정을 생각하게 되면 실제 대면 인터뷰 일정을 잡기가 참 힘들다(고 편집장님은 그러시더라). 그리고 아는 사람빼고는 모르는 음반매장용 무가지 핫트랙스 아니던가.) 

  여태껏 이 잡지를 위한 인터뷰 질문을 짠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가운데 신승훈의 경우는 좀 특별했다. 사실 답변이 서면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예상밖의 일이 벌어졌다. 신승훈은 12월 콘서트 준비를 위해 리허설 하느라 밤 늦게까지 연습하고 잠시 짬을 내서 (우리가 마감을 맞추기를 배려한 것인지, 그가 매니저보러 녹음된 내용을 잘 정돈해 달라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답변을 매우 성실히 해 주었다. 그런데, 매니저는 그 음성 파일을 그대로 편집장님한테 전달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질문을 짰던 내가 다시 파일을 넘겨받아 일일이 들으며 받아 적었다. 그리고 신승훈, 참 재미있는 뮤지션이었다. 어떤 답에는 어느 위치에 이모티콘(^^)까지 넣어달라고 직접 말로 언급하다니...ㅋ

  되도록 원래 말한 토시를 안 틀리게 가려고 노력은 했으나, 중간에 버벅거림(?)이 약간 있어서 100%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 당돌하거나, 버릇 없게, 짧고 무성의하게 답하는 요새 몇몇 젊은 뮤지션들보다는 그는 적어도 기본은 되어 있었고, 답변 또한 솔직했다. 그리고 이번 미니 앨범의 성과가 바로 전 미니앨범보다 약간 약했더라도, 국내에서 그처럼 아직 음악만이 자신의 1순위인 중년을 접어든 90년대 뮤지션들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는 아직까지는 기대를 쉽게 접기는 시기상조인 뮤지션이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시작한 신승훈의 음악은 80년대 발라드 가요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거의 2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지난 EP부터 ‘또 다른 신승훈’이 되기 위한 몸짓을 시작했고, 이제 이를 위한 3연작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을 들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이번 앨범에 대한 여러 궁금증과 그의 생각을 인터뷰로 들어봤다.

+ 지난 EP 「Radio Wave」에 이어 거의 1년 만인데, 3연작 시리즈인 ‘3 Waves of Unexpected Twist’의 두 번째 작품이죠. 미니 앨범 연작을 기획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 활동하면서 어떤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습니다. 1집부터 10집까지 모두 골든 디스크로 선정되었던, 가수로는 영광스러운 10장의 앨범이지만, 또 다른 11집을 내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실험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터닝 포인트가 되는 3연작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11집’ 또는 ‘다시 쓰기 1집’을 내기 위한 마음으로 기획한 거죠.

+ 지난 첫 EP는 모던록 밴드 타입의 사운드로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승훈이 R&B를 했다”가 화제가 되는 듯합니다. 이번 새 앨범의 음악적 기본 컨셉트는 무엇인가요?
- ‘크로스오버(crossover)’죠. 장르와 장르의 만남으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나오는 개념의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시대와 시대의 만남, 신승훈의 기존 보이스를 유지하면서 최근 트렌드에 속하는 음악을 접목시켜 ‘신승훈다우면서도 신승훈답지 않은’ 음악을 만든 것이죠. 또 음악적 코드 외에도 5곡 전체가 드라마틱하게 사랑의 시작부터 끝의 그리움까지를 그린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직접 편곡까지 하는 대신 황성제나 이현승 같은 후배 프로듀서에게 작업을 맡긴 이유가 있다면?

- 여태껏 수많은 곡을 작곡하고 직접 편곡까지 담당했지만, 곡의 완성도를 위해서 어느 정도 분업을 시도했습니다. 아무리 내가 기존 방식과 다르게 편곡을 한다고 하더라도 예전의 제 스타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아끼는 후배 프로듀서들에게 맡긴 거죠.

+ 앨범 타이틀인 ‘Love O' Clock’이 갖는 의미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외로워하는 시간을 표현한 노래들이기에 앨범 타이틀을 ‘Love O' Clock’으로 지었습니다. 첫 번째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내용에서 이런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설렘, 헤어진 후의 어리석음, 객기를 보여주는 버림, 그리고 마지막에 그래도 남는 그리움이라는 드라마틱한 연결 구도를 갖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시간에 경과에 따른’ 앨범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 타이틀에 해당하는 <사랑치>를 들으면서 마치 70년대 팝 발라드를 듣는 듯했습니다. 이 곡을 작업할 때 그런 점을 애초에 의도했나요?

- 처음부터 R&B 타입의 사운드를 의도했죠. 트렌디한 최근 R&B보다는 내가 좋아했던 70년대나 80년대 스타일의 R&B를 약간 접목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곡을 만들면서 브라스를 활용하겠다고 생각했고, 좀 더 그루브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편곡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힘들지만 보람 있는 결과였습니다.

+ 작곡을 한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작곡할 때는 자신의 고유 스타일을 고수하는 쪽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경향이나 분위기도 참조하려 노력하는 편인가요?

- 사실 머릿속에 음악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많아서 3년 정도 음악을 듣지 않은 적이 있었어요^^; 올해 초부터 머리를 다 비운 상태에서 새로운 음악들을 듣기 시작했죠. 새로운 경향이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알아야만 그걸 근거로 어느 것이 복고고 어느 것이 미래적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 이번 EP에서 가장 트렌디한 트랙은 <이별할 때 버려야 할 것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곡을 홍보하면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신승훈 최고의 댄스팝”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요.(웃음)

- 음악적으로는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고 듣기 때문에, 일렉트로닉 음악도 제 관심 범위 안에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것을 음악적이면서 연주가 가능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만들어볼 생각에 지금도 그런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이 노래는 공연에서 <처음 그 느낌처럼> 이후 업템포 곡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만든 노래예요. ‘신승훈도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항상 놀라게 되는 부분은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거의 변함없는 깔끔함을 유지하는 목소리입니다. 목소리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쓸 텐데, 평소 관리법이 있다면?

- 가수는 목소리가 생명이라고 생각하기에 항상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관리하고 있지만, 특별히 더 신경을 쓴 적은 없습니다. 대신 노래하기 전에 항상 발성을 연구하죠. 데뷔 전부터 발성에 대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때 했던 노력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거라 생각합니다.

+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했던 시점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작곡한 노래 가운데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노래를 세 곡만 뽑아주신다면?

- <나비효과>. 제가 만든 노래 중에서 호소력보다는 어떤 잔잔함을 강조한 곡을 만들었을 때, 이런 방식으로 노래를 해도 더 슬플 수 있음을 확인한 곡입니다. <오랜 이별 뒤에>. 만들면서 코드 진행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던 작품입니다. 팝송 같으면서도 가요 분위기가 담긴 곡, 제가 앞으로 이런 음악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곡입니다. <사랑치>. 음악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노래라고 할 수 있어요. 좀 더 음악적인 면을 강조한 노래라고 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대중성을 갖출 수 있음을 저에게 알려준 곡이기에, 앞으로 이런 곡도 많이 만들어보려 합니다.

+ 이번 앨범은 신승훈의 연작 EP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시리즈의 세 번째는 언제쯤 세상에 나올까요? 또 다른 타입의 사운드를 시도할 계획인가요?

- 세 번째 음반은 내년 상반기 중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타입의 사운드를 시도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때가 되어 곡을 쓸 때 즈음에는 알게 되겠지만 아마 첫 번째, 두 번째 음반과 다른 사운드를 시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사실 아직도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 때문에 신승훈은 발라드만 해야 한다거나 발라드 외의 음악을 하면 어색하다는 말들이 제약으로 다가왔던 건 사실이지만, 이번 앨범이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제 자신에서 벗어나고 또 다른 신승훈을 만드는 시도라고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 올해 일본에서 스페셜 앨범을 발표했죠. 일본에서 앨범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본에서 활동할 계획인가요?
- 일본에서는 제가 일단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공연을 통해 알려진 것이라 아직 좀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앨범의 반응이 좋긴 하지만, 앨범보다 공연으로 먼저 일본 팬에게 알려졌기에 앨범 홍보활동보다 콘서트를 더 중요해요. 좀 더 콘서트를 많이 한 후 제 노래가 알려진다면, 계속해서 앨범도 더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번 앨범 제목과 동일한 타이틀을 가진 콘서트를 연말에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컨셉트나 목표를 갖고 이번 공연에 임할 생각인가요?

- 앨범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공연 타이틀도 ‘Love O'Clock’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제가 19년 동안 발표한 노래들이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비록 제가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제 노래와 노래가 연결되는 구조로 ‘공연속의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 LIG아트홀에서 했던 소극장 공연에서 제가 가장 만족했고 관객도 가장 좋아했던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뽑아 조금 업그레이드한 무대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번 신곡과 드라마 ‘아이리스’ 사운드트랙 삽입곡 <Love Of IRIS>도 이 공연을 통해 새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가수, 뮤지션들이 이제는 음반이나 공연이 아닌 TV속 재담꾼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20년이 다 되도록 독자적 음악 영역을 유지하는 이유는 싱어송라이터였기에 가능했다고 보는데요, 지금부터 10년이 더 지난 후에도 지금과 같이 새 노래를 만들어 대중과 공감할 에너지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나요?

- 평생을 노래할 겁니다. 저는 이 19년이라는 기간도 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음악적) 주기가 있다면 지난 19년이라는 기간이 제 첫 번째 주기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19년을 위해서 또 다른 스타일을 가진 좀 더 새로운 곡을 시도하면서 대중과 공감해 나갈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팬들과 핫트랙스매거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항상 발표하는 앨범에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노래 뿐만 아니라 가요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그 노래를 부르는 후배 가수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가수들 안에 저도 포함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열심히, 여러분들이 신승훈에게 기대하는 것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노래를 많이 만들고, 여러분과 공감할 수 있는 가수 신승훈이 되겠습니다.


P.S. 한 해 동안 블로그에 들러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2010년에는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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