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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 - 제 2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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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stipe 2010. 1. 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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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한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요절한 가수 유재하와 그의 음악을 기억하고, 실력있는 신인 대중음악가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중음악 음악경연대회이다. 이 대회는 유족들이 앨범의 수익금으로 1988년 설립한 유재하 음악 장학회의 장학금으로 입상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형식으로 1989년 1회부터 2004년 16회까지 열렸으며, 2005년에는 재정적인 문제(그간 유재하 유족이 기탁한 기금의 은행 이자 수익을 바탕으로 1500만원 정도의 시상금을 충당했으나, 경기 불황으로 원금 유지도 어려워졌었다고 한다.)로 중단되었으나, 2006년 싸이월드의 후원으로 17회가 재개되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매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경연대회는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를 이끌어가는 싱어송라이터들의 등용문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이 가요제 출신 음악가로는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강현민, 나원주, 이한철 등이 있다."

위키 백과에서 퍼온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대한 설명이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남아있는 그나마 유일한 진정한 대중음악 신인들의 음악 경연대회라 할 수 있는 이 대회가 존폐위기까지 갔다가 대중음악인들의 음원 수익 배분의 착취를 아직도 개선할 생각이 없는 통신사를 소유한 회사의 자회사(SK 커뮤니케이션즈)의 후원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아이러닉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경연대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도와주고 있다는 것만은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지난 해 제 20회 대회가 열렸고, 이제 그 입상곡들의 음원이 드디어 온라인상에 공개되었다. (오프 음반은 도데체 언제 나올것인가?)

앨범의 수록곡들은 대체로 어쿠스틱한 감성에 기반한 트랙들로 이루어져있다. 모든 곡들이 거의 1-2 악기 - 기타, 피아노 - 편곡 위주로 구성되었고, 드럼과 베이스의 향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기왕 정식 음원으로 내는데, 왜이리 편곡이 썰렁하냐고 불만하실 분들도 있겠으나, 이제 조동익 사단과 같은 훌륭한 세션 팀들이 사운드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라면, 차라리 이렇게 단촐하고 여백의 미가 넘치는 편곡이 더 듣기 좋다. 개인적으로도 요새 주류 가요나 팝 음악들의 화려한 (혹자는 난잡하다고도 할) 전자음 속에 귀가 쩔다가 오랜만에 듣는 순수한 사운드, 그리고 정갈한 목소리들의 향연은 정말 마음 속을 편안하게 정화시켜준다. (물론 개인적으로 댄스뮤직의 전자음도 매우 좋아하는 편이고, 감상을 음악 수준의 귀천없이, 편견 없이 하는 성향이지만, 뭐가 더 가슴에 깊게 남을 수 있나는 결국 내 가슴이 먼저 말하지 않겠는가.)


대상을 차지한 학생 부부 듀오 '공(空)'의 <둘이서 부르는 노래>(이해인 수녀의 시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아프리칸 타악기 젬베 사운드의 차분한 울림은 참가한 심사위원들의 귀가 아직 찌들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며,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펑키함을 잘 살린 버팔로 패키지(Buffalo Package)<Superhero>, 더 클래식이나 작년에 인상적 데뷔작을 남긴 노 리플라이(No Reply)의 어쿠스틱 감성을 머금은 김태균/염정업의 <지난 얘기>의 서정성, 그리고 이펙트를 살짝 걸은 일렉트릭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오소영의 음악을 연상케하는  김민지<오늘은 어떤가요>, 피아노의 깔끔한 선율로 심플하면서도 절대 평이하지 않은 힘을 가진 발라드인 황서윤/이선영의  <위태로운 이야기> 등 10곡의 음악 모두가 주류 가요의 상투성과 인디 씬의 지나친 진지함(?)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자'적 미덕을 선사한다. 마치 하나 음악의 음반을 듣던 그 시절의 감성으로 나를 살짝 돌아가게 만든다. 

2010년의 두 번째 주말을 생각보다 좋은, 따뜻한 음악들로 보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1주일 내내 폭설로 다들 고생한 한 주였지만, 사방이 눈으로 쌓인 어느 시골 펜션에서 벽난로를 때면서 외부와 차단되어 조용히 감상하면 더욱 기분 좋을 듯한 그런 음반이란 생각을 갖게 하는, 동적인 사운드가 대세인 한국 대중음악 씬에 오랜만에 등장한 제대로 된 정적인 음악들의 향연이다. 위의 언급된 고참 뮤지션들 외에도 심현보, 이규호, 조윤석(루시드 폴), 오소영, 김연우, 정지찬, 스윗 소로우 등을 배출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가 앞으로도 이런 정신을 꾸준히 유지하며 좋은 음악들을 배출해 내기를 기원한다. 

P.S. 재미있는 사실 하나. 업템포 곡에서는 거의 표절을 일삼는 방시혁이 왜 발라드는 그래도 확실한 멜로디 라인을 쓰는가에 대해 궁금했던 것이 그 역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는 사실을 통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는 듯하다.



Buffalo Package - Superher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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