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로저 딘(Roger Dean)의 전시회를 드디어 관람했다. 지난 번에 핫트랙스 매장에 갔다가 운좋게도 무료 관람권(1장 2인)을 구했기에, 지인분과 같이 보기로 하고 전시장쪽으로 향해갔는데, 헐... 빨리 나오시기는 힘드시단다.. 결국 5시쯤 내가 먼저 들어가서 관람을 시작했다.
프로그레시브 록 매니아들은 잘 알겠지만, 로저 딘은 그룹 예스(Yes)의 대표적인 앨범 커버들을 꾸준히 담당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겸 미술가다. 음반의 커버 아트가 1960년대 후반부터 점점 예술성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 음반들에는 정말 cd의 부클릿 사이즈로는 도저히 그 매력을 전할 수 없는 멋진 커버아트들이 다수 탄생했다. 그 가운데 로저 딘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자신의 회화(원화를 보니 대부분이 유화 작품들이었다.)와 디자인을 통해서 록음악, 특히 프로그레시브 록이 추구하는 고전적이면서 난해하고 추상적인 음악적 주제들과 그와 관련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이라 하겠다. 전시회장에서 사진 찍는게 금지되어 있어서 1층 프론트의 장면들밖에는 못찍었지만, 2층-3층에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연대기 순으로 원화-앨범 커버를 대조해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전시물이 많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예스의 앨범 [Fragile]의 커버 원화는 로저 딘 본인 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오직 커버 뒷면을 예스의 전 매니저가 갖고 있는데, 안 빌려준단다.) 그의 60년대 초기작들부터 예스의 커버로 쓰인 작품들, 그리고 아직 어떤 앨범의 커버로도 쓰이지 않은 2000년대 작품들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너무 작품 속에 푹 빠져들지만 않는다면, 30분~1시간 정도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교보 핫트랙스 회원이거나 시완레코드 회원의 경우(이 행사는 성시완씨의 도움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에는 단돈 2000원에 이 멋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회원카드나 아이디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니 행사가 끝나는 6월 초까지 록 팬들이라면 많이들 가서 관람했으면 좋겠다. (영국 문화원 이벤트에도 당첨이 되어서 공짜 표가 한 장 더 올테니, 나도 한 번 더 가서 구경해볼 생각이다.) 아, 참고로 프론트에서 미술관 측에서 제작한 도록집과 원화 인쇄 포스터를 판다.
(도록집은 3만원, 포스터는 장당 1만 5천원이다.) 포스터는 모르겠지만, 도록집은 그와 성시완씨의 설명으로 보이는 해설이 덧붙여져 있어서 나름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소: 대림 미술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20m정도 직진, 공사중인 건물 끼고 우회전으로 골목 안까지 들어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