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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dness in EBS SPACE 공감...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10. 6. 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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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드니스(Loudness)를 생각하면서 아직도 떠오르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 근처 전파상 겸 레코드점에 걸려있었던 이들의 미국시장 데뷔작 [Thunder In The East]의 빽판이었다. 'Japanese Heavy Metal' 이라고 빽판 제작사에서 더 써놓은 그 한마디가 얼마나 눈길을 자극했던지.. 그리고 욱일승천기를 배경삼은 그 커버는 아무리 흑백이었어도 인상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음악세계'를 통해 그들이 빌보드 Top 200앨범차트에 올랐던 것을 확인했었기에, 음악을 들어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과연 얼마나 대단하길래!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스쳤다.


그러다 중학생 시절 형이 친구에게 녹음해온 테이프로 <Crazy Night><Like Hell>을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이란! 니이하라 미노루(Niihara Minoru)의 조금은 구린(!) 영어 발음에 웃다가도 그 폭발적 연주력에는 귀를 의심했다. 아, 그들이 미국에 그렇게 쉽게 진출한 이유가 분명 있었구나...라는 것을...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에 역시 형에 의해 집으로 들어온 그들의 컬러 빽판을 들으면서 이들의 과거에 대해 더 자세히 확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그 때는 보컬이 외국인 마이크 베세라(Mike Vesera)로 바뀐 뒤였고, 그 때부터 서서히 라우드니스의 인기는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예전같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와 다시 밴드는 오리지널 라인업으로 돌아온 덕분에 발매된 워너뮤직의 베스트 앨범을 손에 쥐면서 CD로 제대로 그들의 음원을 듣게 됐음에도 그들이 갖는 라이브 무대를 직접 봐야지...라는 생각은 계속 들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6월 4-5일 타임 투 록 페스티벌에 그들이 선다고 했을 때도 속초 여행과 겹쳐서 포기했었다. 단 하나... 그들이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도 선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응모를 했는데... 당첨됐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을 같이 꼬셔 가려했지만 다들 미지근한 반응들... 그래서 결국 나 혼자 갔다.

사실 EBS스페이스 공감의 공연 무대는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과연 이들이 제대로 멋진 무대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무대가 진행되면서 그런 걱정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허리를 다친 것 때문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기타를 쳤지만 그 때문에 더 차분한 포스가 살아난 기타리스트 다카사키 아키라(Takasaki Akira)의 모습에도 압도되고, 과거에 비해 좀 아저씨 필이 심하게 나지만 선글라스 쓰고 폼 재시는 니이하라 미노루, 그리고 헐랭이 러닝과 바지를 입고 여유롭지만 헤비하게 베이스를 쳐대는 야마시타 마사요시(Yamashita Masayoshi), 그리고 고인이 된 히구치 무네다카(Higuchi Munedaka)를 대신해 이제 새 드러머가 된 스즈키 마사유키(Suzuki Masayuki)의 인사하는 태도는 승려처럼 점잖은데, 드럼 칠 때는 사무라이로 돌변하는 포스까지.... 나이가 들었을 뿐이지, 헤비메틀 밴드로서의 라우드니스의 힘은 그렇게 노쇠하지 않았다. 

 


 


연주곡 <Fire of Spirit>으로 시작해 <Hit The Rails>로 공연은 제대로 막이 올랐고, <The Lines Are Down>으로 드디어 옛 분위기로 공연은 이어졌다. 그런데, <Crazy Night>을 부르기 전에 예상 밖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바로 넥스트의 신해철과 김세황. 김세황이 기타에서 합세하고, 신해철이 관객의 호응 지시(?)를 끝낸 후 부른 이 곡을 통해 공연장의 분위기는 제대로 끓어올랐다. 저들이 이 판에 왜 끼어들었나 내심 불만이긴 했지만, 나름 분위기 기여에 공헌을 하고 내려갔기에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들의 80년대 초창기의 대표적 히트곡 <In The Mirror>로 분위기를 정돈한 후, 이들의 최신작 [King of Pain]을 대표할 두 트랙 - <King of Pain><Death Machine> - 이 이어졌다. 스즈키상의 파워 드럼과 함께 이어지는 헤비 기타 리프의 매력은 아무리 니이하라상의 보컬이 과거만큼 화통하지 못해도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기에 이들의 매력을 살리기에 최상이었다. 다시 과거 히트곡으로 돌아가 <S.D.I><So Lonely>가 흐를 때, 무대 위와 아래는 추억 속에서 진정한 하나가 되었다. [Disillusion]의 대표곡 <Crazy Doctor>로 50분간 이어진 공연은 마무리되었지만, 관객들이 그들을 고이 보내줄 리는 없었다. 결국 (의도된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들이 1년 이상 공식무대에서 연주하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다'며 김세황과 신해철을 무대위로 끌어내 부른 그들의 명곡 <Like Hell>을 앵콜로 연주했고,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최강의 에너지로 호응했다. 


공연장의 특성상 악기 연주의 볼륨이 지나치게 커서 보컬이 조금 묻히는 듯하게 뒤에서는 들린게 아쉽지만, 아마 녹음된 실황에서는 조정이 잘 되었으리라 기대해본다. 기대 이상으로 멋진 연주를 들려준 그들의 굳건한 모습이 정말 만가웠다. 그들이 오는 8월에 다시 록 페스티벌에 선다니까, 이번 내한때 놓친 분들은 그 때 이들의 멋진 무대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좁은 공간에서의 헤비 사운드 청취로 인해 다음날까지 귀가 멍멍해 힘들었지만, 6월의 초여름밤을 뜨겁게 보낼 수 있어서 즐거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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