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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ril Lavigne - Goodbye Lullaby (소니뮤직 해설지 원고)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1. 3. 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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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 소니뮤직에서 발매한 해당 음반 해설지로 사용된 제 원고입니다.

인생의 경험과 성숙을 담고, 자신의 밝은 매력도 놓치지 않은 음악으로 돌아온 그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의 4번째 정규 앨범 『Goodbye Lullaby』


  2000년대에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을 대중이 바라보았던 시선은 크게 2가지로 나뉘었다. 금발 머리에 배기 팬츠를 걸친 10대 여자 아이가 밴드와 함께 대중적 멜로디의 얼터너티브-펑크 록 스타일의 곡을 노래하는 것에 한 쪽(주로 그녀의 팬들과 평범한 10대, 20대들)에서는 그녀를 '10대 록 스타'로 쳐다보며 환호했지만, 다른 쪽(주로 평단이나 기존 록 팬들)에서는 그저 ‘틴 팝에 여성 록커의 이미지를 차용했을 뿐‘이라는 차가운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되돌아 생각하면 어느 쪽 시선에서 바라보더라도 그것은 당시에는 ‘신선한’ 시도였다. 결국 그녀의 등장이 2000년대 미국 팝 시장에서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의 데뷔 앨범「Let Go」가 대히트를 거두지 않았더라면 그 후 틴 팝의 흐름은 어땠을까? 그 후에 힐러리 더프(Hillary Duff), 애슐리 심슨(Ashlee Simpson), 심지어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 그리고 최근의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데미 로바토(Demi Lovato) 등에 이르기까지 록 취향의 틴 팝 앨범을 내는 것이 과연 가능했을까? 

  어쨌거나 그녀는 10대 여성 뮤지션이 스타덤에 오르기 위해서 R&B-힙합 리듬 가득한 댄스 뮤직이나, 성인 팝 디바 풍의 발라드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2000년대에 몸으로 증명해냈다. 그리고 수많은 후발주자들이 그녀의 성공 공식을 모방하기 시작하면서 펑크 시대부터 선배 여성 록커들이 지켜왔던 '성난 젊은 라이옷 걸(Riot Girl)'의 이미지는 10대를 위한 하나의 팝 패션의 소재로 보편화(?)되었다. 비유를 들자면 원료인 카카오의 쓴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공된 상점의 완성품 초콜릿이라고 할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를 다른 후발 주자들과 차별화한 장점이 있었다면 그녀의 음악 속에는 ‘항상 자신의 나이 또래에서 공감할만한’ 청춘의 반항심, 그리고 그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솔직한 슬픔’도 공존했다. 비록 출발은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기에는 좀 어린 나이였다 해도 그녀는 성년이 되면서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분위기를 음악 속에 투영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음악은 10년이 되도록 미국 팝 씬에서 꾸준히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3천만 장의 음반을 팔고, 그녀의 이름을 빌보드가 선정한 ‘2000년대 최고의 아티스트’ 리스트 가운데 당당히 10위로 올려놓은 것도 다 그 결과 아니겠는가.


2000년대 틴 록의 새 물결을 몰고 왔던 에이브릴 라빈의 성장과 음악 여정

  1984년 캐나다 온타리오 벨빌(Belleville)에서 출생한 에이브릴 라빈은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그녀의 부모 역시 그녀의 취미에 대한 지지를 해주면서 마이크와 드럼 키트, 키보드, 기타 등 여러 악기들을 어린 시절부터 연주할 수 있도록 집에 구비해 주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의 지하실을 아예 스튜디오로 꾸며주기도 했다. 이후 14살이 되던 해부터 그녀는 여러 컨트리 뮤직 행사에 출연해 가스 부룩스(Garth Brooks),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 등의 노래들을 부르며 본격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보컬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찍이 악기를 만졌던 만큼 스스로 작곡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행운의 기회가 찾아왔다. 1998년 그녀가 한 라디오 방송국의 컨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캐나다를 대표하는 컨트리 싱어 샤니아 트웨인과 한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었다. 결국 오타와 주 코렐 센터에서 2만명의 관객들 앞에서 그녀는 샤니아와 함께 <What Made You Say That>을 불렀고, 다음 해에는 지역 포크 싱어 스테픈 메드(Stephen Medd)의 초대로 그의 앨범에서 듀엣을 녹음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 초, 에이브릴에게 제대로 된 데뷔의 기회가 찾아왔다. 킹스턴(Kingston)에 위치한 서점 앞에서 컨트리를 노래하고 있던 그녀를 매니저 클리프 패브리(Cliff Fabri)가 발견, 그녀의 노래를 녹화한 영상들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했고, 뉴욕으로 건너와 데모 음원을 녹음하면서 아리스타(Arista) 레이블의 주목을 받아 마침내 메이저 데뷔 계약을 맺게 되었다. (비록 다니던 학교는 중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렇게 해서 공개된 음반이 우리에게 <Complicated>와 <Sk8er Boi>, 그리고 <I’m With You>를 알렸던 에이브릴의 데뷔 앨범 『Let Go』였다. 2002년 6월에 발매된 이 앨범은 미국 앨범 차트 최고 2위까지 올랐으며, 호주, 캐나다, 영국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시대의 팝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2009년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만 총 6백만장, 세계적으로 1천 6백만장의 판매를 올렸다. 

  이렇게 데뷔 이후 빠른 스타덤에 도달했으나, 당시에는 아직 10대였던 그녀의 모습은 일부 록 팬들에게 ‘단지 록이라는 형식으로 10대들의 돈을 벌려고 한다’는 편견을 갖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녀 스스로도 그 부분을 의식했던지,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의 곡 <Breakaway>의 작곡에 참여하고 다음 앨범에서는 좀 더 강한 록 사운드를 담겠음을 공언하면서 앨범 작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물이 2집 『Under My Skin』(2004)이었다. 부치 워커(Butch Walker)의 프로듀싱 아래 록 밴드 아워 레이디 피스(Our Lady Peace)의 리더 레인 마이다(Raine Maida), 그리고 그의 아내이자 솔로 뮤지션으로 활약중인 챈털 크레비아주크(Chantal Kreviazuk) 등과 공동으로 만든 곡들이 담긴 이 앨범은 발표와 동시에 호주, 멕시코, 캐나다, 일본, 영국, 미국에서 모두 차트 1위에 올랐고, 세계적으로 1천만 장 판매를 기록했다. 하지만 <Don’t Tell Me>와 <My Happy Ending> 등 앨범 속에서 발표된 싱글들은 그 조금 무겁고 우울해진 느낌으로 인해 이전 싱글들과 같은 큰 센세이션은 일으키지 못했다.

  이렇게 10대를 막 끝마치던 이 시점에 그녀의 인생에 또 하나의 큰 변화가 다가왔다. 바로 2년 전부터 친구로 알고 지내왔던 섬 41(Sum 41)의 데릭 휘블리(Deryck Whibley)와 사랑에 빠졌고, 2006년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에 골인한 것이었다. 그와의 결혼으로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된 그녀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태까지 작품들 가운데 가장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앨범’이라는 말로 설명했던 3집 『The Best Damn Thing』(2007)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녀의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올렸다. 이모-팝 펑크의 스트레이트하고 경쾌함을 대중적 멜로디 라인과 잘 교배해서 어떤 곡을 들어도 흥에 겨웠던 이 앨범에서는 첫 싱글 <Girlfriend>가 1위를 차지했고, 총 8개국어로 녹음된 버전들이 다운로드용으로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두 번째 싱글 <When You’re Gone>역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이 앨범도 현재까지 5백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중이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인생을 노래하는 법을 터득한 4집『Goodbye Lullaby』

 
  이번 앨범의 준비는 사실 2008년 말부터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결국 이번 앨범의 첫 트랙으로 자리잡은 <Black Star>를 그녀가 2008년 11월에 자신의 홈 스튜디오에서 녹음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 곡을 완성하면서 그녀는 이번 앨범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곡을 더 많이 채우겠다는 결심을 한 듯하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전 항상 곡을 써왔고, 갖고 있었지만, 여태껏 함께 작업한 몇몇 작곡가들은 그걸 신경조차 쓰지 않았죠. 왜냐면 자신들의 곡을 집어넣고 싶었으니까요.”

  그 결과 철저히 자신이 완벽하게 곡들의 작곡과 편곡에 전념하는 시도가 지난 2년 가까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에이브릴 혼자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보컬을 녹음하고 이후에 여러 악기들을 프로듀서들과 덧입히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그 과반수를 함께 작업한 파트너인 남편 데릭 위블리와 작년 11월 16일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음악적 조력자 관계는 유지하기로 한 모양이다.) 첫 곡 이외에도 대부분의 작업이 그녀의 집 내부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기에, 녹음 작업은 시간은 비록 오래 걸렸어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조차 이겨낼 만큼의 마음의 여유를 그녀에게 선사했다. 일단 2009년 7월에 대부분의 트랙들이 녹음까지 완성되었고, 지난 2010년 12월에 정식으로 앨범 발매 계획이 공표되었다. 

  그녀는 이번 앨범의 주제를 ‘삶’ 그 자제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한다. 남자들에게 분노를 뿜어내는 팝송을 쓰는 게 더 쉽겠지만, 앉아서 솔직하게 내 일상과 좀 더 가까운 것들에 대해, 내가 지내왔던 일들에 대해 뭔가를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확실이 예전과는 다른 일이더군요,” 그 결과 음악적인 분위기도 과거 2, 3집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았었던 어쿠스틱 사운드의 비중이 이번 앨범에선 매우 커졌다. 그리고 단순한 팝/록의 이분법을 넘어선 감상적이면서도 그녀의 보컬이 담은 풍부한 감정이 잘 살아난 곡들이 많이 담겼다.






Avril Lavigne - What The Hell (Videoclip)
 

  앞서 언급한 1분 34초짜리 짧은 오프닝 트랙인 <Black Star>는 그녀가 직접 연주하는 맑은 피아노 연주 속에서 힘을 들이지 않고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로 그녀의 음악들이 과거와는 분명 조금 다르다는 확연한 인상을 남긴다. 물론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트랙이 이번 앨범의 첫 싱글이자 지난 앨범의 <Girlfriend>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계승한 곡인 <What The Hell>이긴 하지만, 이 곡 역시 50-60년대의 고전적 키보드 연주를 통해 3집의 ‘달려주는 발랄함’보다는 보컬에 초점이 맞춰진 경쾌함을 들려준다. 이어지는 <Push> 역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는 오히려 뒤에서 보좌 역할을 하는 대신 어쿠스틱 기타와 그녀의 보컬이 전면에 부각된 업템포의 팝 트랙이다. 후속 싱글로 적합한 <Wish You Were Here>는 한 번 들으면 귀에 쉽게 남는 인상적인 후렴구를 가진 어쿠스틱 록 비트로 무장한 미디움 템포의 곡이며, <Stop Standing There>와 <I Love You>도 업템포로 흘러가지만 역시 과거의 그녀의 곡들보다 자연스럽고 감성이 잘 느껴지는 결과물들이다.




 Avril Lavigne - Wish You Were Here 
(마우스를 플래쉬 바에 갖다 대시면 재생 버튼이 나와요.)

  앨범의 중반부를 넘기면 이번 앨범에서 또한 주목해 볼만한 트랙인 <Everybody Hurts>가 흐른다. 이번 앨범의 제작 과정이 쉽게 드러나는 이 록 트랙에서 그녀는 정말 자신이 근래 느꼈던 감정의

굴곡을 은근한 수위로 드러낸다. ‘이제 난 알았어/모두가 언젠가는 상처를 받지/두려워할 건 없어/모두가 상처받고, 소리를 지르지/모두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거니까/괜찮아.’라고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비슷한 기분을 느꼈을 모두에게 위로를 건넨다. (알이엠(R.E.M.)의 대표적 록 발라드와는 동명이곡(同名理曲)임은 당연하다.)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의 노이즈는 앨범에서 가장 강한 편이지만 스트링과 힘을 빼고 편하게 노래하는 그녀의 보컬이 곡의 매력을 살려주는 <Not Enough>, 역시 어쿠스틱 기타의 힘이 곡의 중심을 차지하는 <4 Real>과 <Darlin’>, 보컬-피아노-어쿠스틱 기타의 장중한 진행 속에서 멋진 텐션을 완성한 스케일 큰 록 발라드 <Remember When>에 이어 스트링 섹션이 중심이 된 어쿠스틱 발라드이면서도 그녀의 보컬이 애절하게 다가오며 자신의 과거와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트랙 <Goodbye>까지 앨범의 수록곡들은 더욱 성숙한, 인생의 의미를 조금 더 알아가는 젊은이 에이브릴 라빈의 모습 그대로를 깔끔하게 잘 그려냈다. (1분 정도의 무음 뒤에 등장하는 히든 트랙은 작년에 개봉했던 디즈니 제작,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입곡 <Alice>의 확장 버전이다.)

  지금 여러분의 손에 있는 이 앨범의 딜럭스 에디션에는 스탠다드 에디션에 추가해 4곡의 보너스 트랙과 보너스 DVD가 추가되어있다. 먼저 어쿠스틱 악기 편성으로만 따로 녹음한 <What The Hell>, <Push>, <Wish You Were Here>가 수록되어 이번 앨범의 제작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팬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조운 제트(Joan Jett)의 대표적 히트곡 중 하나인 <My Generation>을 자신의 펑크 록 스타일로 커버해 훌륭한 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편, DVD에서는 에이브릴 본인이 직접 앨범의 제작 과정과 각 트랙들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하는 영상,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준비하는 모습, 그리고 <What The Hell> 무대 공연을 위한 스튜디오 리허설, 그리고 <Wish You Were Here>의 어쿠스틱 스튜디오 세션을 직접 녹화한 영상, 앨범 커버 촬영 장면 등 풍성한 볼거리와 앨범의 이해를 돕는 자료들이 담겨있다. (영어 청취력이 있다면 그녀의 설명 속에서 더 많은 정보를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과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던 소녀는 어느 순간에 뮤직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스타덤에 올랐고, ‘틴 록’이라는 2000년대 팝게의 흐름을 이끈 아이돌(Idol)이 되었으며, 3장의 히트 앨범을 그간 발표했다. 그러나 어쩌면 뮤지션 에이브릴 라빈의 진정한 출발점은 어쩌면 이번 앨범부터가 아닐까 싶다. 정말 자신의 곡, 자신의 감정, 자신의 목소리가 이번 앨범만큼 제대로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 목소리를 듣고 이번 앨범을 통해 그녀의 팬들도, 대중도 더욱 큰 반응을 보여주리라 확신한다.

2011.2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핫트랙스 매거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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