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한국 소니뮤직에서 발매한 해당 음반 해설지로 사용된 제 원고입니다.
인생의 경험과 성숙을 담고, 자신의 밝은 매력도 놓치지 않은 음악으로 돌아온 그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의 4번째 정규 앨범 『Goodbye Lullaby』
2000년대에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을 대중이 바라보았던 시선은 크게 2가지로 나뉘었다. 금발 머리에 배기 팬츠를 걸친 10대 여자 아이가 밴드와 함께 대중적 멜로디의 얼터너티브-펑크 록 스타일의 곡을 노래하는 것에 한 쪽(주로 그녀의 팬들과 평범한 10대, 20대들)에서는 그녀를 '10대 록 스타'로 쳐다보며 환호했지만, 다른 쪽(주로 평단이나 기존 록 팬들)에서는 그저 ‘틴 팝에 여성 록커의 이미지를 차용했을 뿐‘이라는 차가운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되돌아 생각하면 어느 쪽 시선에서 바라보더라도 그것은 당시에는 ‘신선한’ 시도였다. 결국 그녀의 등장이 2000년대 미국 팝 시장에서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의 데뷔 앨범「Let Go」가 대히트를 거두지 않았더라면 그 후 틴 팝의 흐름은 어땠을까? 그 후에 힐러리 더프(Hillary Duff), 애슐리 심슨(Ashlee Simpson), 심지어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 그리고 최근의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데미 로바토(Demi Lovato) 등에 이르기까지 록 취향의 틴 팝 앨범을 내는 것이 과연 가능했을까?
2000년대 틴 록의 새 물결을 몰고 왔던 에이브릴 라빈의 성장과 음악 여정
1984년 캐나다 온타리오 벨빌(Belleville)에서 출생한 에이브릴 라빈은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그녀의 부모 역시 그녀의 취미에 대한 지지를 해주면서 마이크와 드럼 키트, 키보드, 기타 등 여러 악기들을 어린 시절부터 연주할 수 있도록 집에 구비해 주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의 지하실을 아예 스튜디오로 꾸며주기도 했다. 이후 14살이 되던 해부터 그녀는 여러 컨트리 뮤직 행사에 출연해 가스 부룩스(Garth Brooks),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 등의 노래들을 부르며 본격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보컬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찍이 악기를 만졌던 만큼 스스로 작곡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행운의 기회가 찾아왔다. 1998년 그녀가 한 라디오 방송국의 컨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캐나다를 대표하는 컨트리 싱어 샤니아 트웨인과 한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었다. 결국 오타와 주 코렐 센터에서 2만명의 관객들 앞에서 그녀는 샤니아와 함께 <What Made You Say That>을 불렀고, 다음 해에는 지역 포크 싱어 스테픈 메드(Stephen Medd)의 초대로 그의 앨범에서 듀엣을 녹음하기도 했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인생을 노래하는 법을 터득한 4집『Goodbye Lullaby』
이번 앨범의 준비는 사실 2008년 말부터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결국 이번 앨범의 첫 트랙으로 자리잡은 <Black Star>를 그녀가 2008년 11월에 자신의 홈 스튜디오에서 녹음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 곡을 완성하면서 그녀는 이번 앨범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곡을 더 많이 채우겠다는 결심을 한 듯하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전 항상 곡을 써왔고, 갖고 있었지만, 여태껏 함께 작업한 몇몇 작곡가들은 그걸 신경조차 쓰지 않았죠. 왜냐면 자신들의 곡을 집어넣고 싶었으니까요.”
그 결과 철저히 자신이 완벽하게 곡들의 작곡과 편곡에 전념하는 시도가 지난 2년 가까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에이브릴 혼자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보컬을 녹음하고 이후에 여러 악기들을 프로듀서들과 덧입히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그 과반수를 함께 작업한 파트너인 남편 데릭 위블리와 작년 11월 16일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음악적 조력자 관계는 유지하기로 한 모양이다.) 첫 곡 이외에도 대부분의 작업이 그녀의 집 내부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기에, 녹음 작업은 시간은 비록 오래 걸렸어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조차 이겨낼 만큼의 마음의 여유를 그녀에게 선사했다. 일단 2009년 7월에 대부분의 트랙들이 녹음까지 완성되었고, 지난 2010년 12월에 정식으로 앨범 발매 계획이 공표되었다.
그녀는 이번 앨범의 주제를 ‘삶’ 그 자제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한다. 남자들에게 분노를 뿜어내는 팝송을 쓰는 게 더 쉽겠지만, 앉아서 솔직하게 내 일상과 좀 더 가까운 것들에 대해, 내가 지내왔던 일들에 대해 뭔가를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확실이 예전과는 다른 일이더군요,” 그 결과 음악적인 분위기도 과거 2, 3집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았었던 어쿠스틱 사운드의 비중이 이번 앨범에선 매우 커졌다. 그리고 단순한 팝/록의 이분법을 넘어선 감상적이면서도 그녀의 보컬이 담은 풍부한 감정이 잘 살아난 곡들이 많이 담겼다.
Avril Lavigne - What The Hell (Videoclip)
앞서 언급한 1분 34초짜리 짧은 오프닝 트랙인 <Black Star>는 그녀가 직접 연주하는 맑은 피아노 연주 속에서 힘을 들이지 않고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로 그녀의 음악들이 과거와는 분명 조금 다르다는 확연한 인상을 남긴다. 물론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트랙이 이번 앨범의 첫 싱글이자 지난 앨범의 <Girlfriend>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계승한 곡인 <What The Hell>이긴 하지만, 이 곡 역시 50-60년대의 고전적 키보드 연주를 통해 3집의 ‘달려주는 발랄함’보다는 보컬에 초점이 맞춰진 경쾌함을 들려준다. 이어지는 <Push> 역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는 오히려 뒤에서 보좌 역할을 하는 대신 어쿠스틱 기타와 그녀의 보컬이 전면에 부각된 업템포의 팝 트랙이다. 후속 싱글로 적합한 <Wish You Were Here>는 한 번 들으면 귀에 쉽게 남는 인상적인 후렴구를 가진 어쿠스틱 록 비트로 무장한 미디움 템포의 곡이며, <Stop Standing There>와 <I Love You>도 업템포로 흘러가지만 역시 과거의 그녀의 곡들보다 자연스럽고 감성이 잘 느껴지는 결과물들이다.
Avril Lavigne - Wish You Were Here
(마우스를 플래쉬 바에 갖다 대시면 재생 버튼이 나와요.)
앨범의 중반부를 넘기면 이번 앨범에서 또한 주목해 볼만한 트랙인 <Everybody Hurts>가 흐른다. 이번 앨범의 제작 과정이 쉽게 드러나는 이 록 트랙에서 그녀는 정말 자신이 근래 느꼈던 감정의
굴곡을 은근한 수위로 드러낸다. ‘이제 난 알았어/모두가 언젠가는 상처를 받지/두려워할 건 없어/모두가 상처받고, 소리를 지르지/모두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거니까/괜찮아.’라고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비슷한 기분을 느꼈을 모두에게 위로를 건넨다. (알이엠(R.E.M.)의 대표적 록 발라드와는 동명이곡(同名理曲)임은 당연하다.)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의 노이즈는 앨범에서 가장 강한 편이지만 스트링과 힘을 빼고 편하게 노래하는 그녀의 보컬이 곡의 매력을 살려주는 <Not Enough>, 역시 어쿠스틱 기타의 힘이 곡의 중심을 차지하는 <4 Real>과 <Darlin’>, 보컬-피아노-어쿠스틱 기타의 장중한 진행 속에서 멋진 텐션을 완성한 스케일 큰 록 발라드 <Remember When>에 이어 스트링 섹션이 중심이 된 어쿠스틱 발라드이면서도 그녀의 보컬이 애절하게 다가오며 자신의 과거와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트랙 <Goodbye>까지 앨범의 수록곡들은 더욱 성숙한, 인생의 의미를 조금 더 알아가는 젊은이 에이브릴 라빈의 모습 그대로를 깔끔하게 잘 그려냈다. (1분 정도의 무음 뒤에 등장하는 히든 트랙은 작년에 개봉했던 디즈니 제작,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입곡 <Alice>의 확장 버전이다.)2011.2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핫트랙스 매거진’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