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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heavy - Superheavy (Deluxe Edition) (유니버설 뮤직 국내반 해설지)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1. 10. 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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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소울, 레게, 월드 뮤직의 대표 아티스트들이 의기투합한 2011년의 슈퍼 프로젝트,
슈퍼헤비(SuperHeavy)의 화제의 데뷔작,
SuperHeavy」(Deluxe Edition)

  로큰롤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대중음악 씬에서는 항상 본래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었던 아티스트들이 솔로 활동, 또는 소속 밴드 활동에서 잠시 (아니면 아예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의기투합해 소위 ‘슈퍼 밴드’라는 호칭을 받는 새로운 밴드를 만들거나, 또는 실험적이거나 또는 일시적인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던 사례가 종종 있어왔다. 일단 이러한 ‘슈퍼 밴드’들은 애초에 프로젝트의 성격을 갖고 한시적으로 활동하거나 정식 팀으로 뭉쳤어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들의 개별 활동을 일단 우선 순위에 두고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오랜 동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 멤버들 사이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밴드이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자신들의 능력을 잘 발휘하며 나중에는 정규 밴드 못지않은 파워를 갖는 경우도 있다. 특히 2000년대에 와서는 그런 사례가 점점 늘어간다. 2000년대에 가장 훌륭한 프로젝트 밴드 중 하나로 꼽히는 퍼펙트 서클(A Perfect Circle)이나 크리드(Creed)의 재결합 후에도 여전히 밴드를 병행 존속하기로 한 얼터 브릿지(Alter Bridge),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와 새미 해거(Sammy Hagar) 등 과거 밴 헤일런(Van Halen) 출신 멤버들이 뭉친 치킨풋(Chickenfoot) 등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멤버들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지속적인 음악적 활동을 이어가는 프로젝트도 많은 편이다.

  이렇게 어떤 결말로 향했든 지금까지 팝/록계에 등장했던 슈퍼 밴드들은 항상 결성과 함께 엄청난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게 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제 2011년, 역대 슈퍼 그룹들과 한 차원 다른 레벨의 멤버 라인업을 갖춘 특별한 슈퍼 그룹이 나타났다. 바로 로큰롤의 상징적 아이콘과도 같은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Mick Jaggar), 1980년대 신스 팝의 대표 밴드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브레인이자 이제는 훌륭한 팝 프로듀서로 활약중인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 2000년대 영국 블루 아이드 소울 시대의 문을 열었던 여성 보컬리스트 조스 스톤(Joss Stone), 레게의 전설 밥 말리(Bob Marley)의 막내 아들로 이제는 레게와 힙합을 넘나드는 재능꾼으로 자리잡은 데미언 말리(Damian Marley), 그리고 인도의 최고 영화음악가이자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로 그래미상까지 거머쥔 2000년대 월드 뮤직 씬의 대표 주자 에이 알 라만(A. R. Rahman)이 한 데 모인 슈퍼헤비(SuperHeavy)가 그 주인공이다. 소위 대중음악의 각 장르에서 이제는 나름 굳건한 영역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이렇게 한 데 모일 수 있었다는 자체가 놀랍고, 그렇기에 그들이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도 대중의 입장에선 궁금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일까? 그 뒷이야기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레게의 고향에서 의기투합한 두 명의 팝/록 뮤지션, 소울과 인도 음악을 섭외하다

  슈퍼헤비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결성은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전혀 정보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뉴스였다. 멤버들 모두가 앨범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될 때까지는 절대로 언론에 미리 그들의 협동(!)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고, 지난 5월 제일 맏형님인 믹 재거가 최초로 언론에 공표한 이후에야 이 프로젝트의 존재는 비로소 알려졌다.

  그간 비밀로 감춰졌던 이들의 결성 과정의 출발점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데이브 스튜어트는 자메이카 세인트 앤스 베이(St. Ann's Bay)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그 해변의 이 곳, 저 곳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음악들을 들으며 가끔은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대의 오디오 시스템으로 3가지 종류의 다른 음악들을 한꺼번에 틀면서 이와 함께 인도 영화에서 종종 흘러나오는 특유의 경쾌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함께 감상해보는 일반적인 음악 감상 방식으로 볼 때 조금 괴상한(!) 실험을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유리스믹스 시절부터 작곡에 반영해왔던 신스 팝과 블루 아이드 소울은 물론 프로듀서로는 재즈, 록, 레게, 스카까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그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호기심의 발현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 이렇게 소위 ‘뒤섞는’ 음악 감상을 즐기던 그는 그 결과를 다른 음악계의 친구에게도 들려주고 싶었고, 결국 록계의 선배이자 친구인 믹 재거를 그 곳으로 불렀다. “우리 한 번 이런 ‘음악적 융합 실험’을 해 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에 믹이 동의하자, 두 사람은 그 실험에 어떠한 목소리들을 집어넣으면 좋을 지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다른 성향의 보컬들이 이러한 실험에는 필요했기에, 두 사람은 자신들이 아는 다양한 보컬들의 리스트를 정리, 전 세계에 국제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첫 번째로 섭외된 보컬이 바로 조스 스톤이었다. 2003년 데뷔 앨범 「The Soul Session」을 통해 영국에 여성 빈티지 블루 아이드 소울의 새바람을 몰고 왔던 그녀가 2004년에 영화 「Alfie」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믹과 함께 작업을 했던 경험이 믹의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이미 그 이후에 3장의 앨범을 통해 고(故)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함께 해당 트렌드의 흐름에서 가장 선배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그녀의 소울풀하고 파워를 갖춘 가창력을 첨가하는 건 “우리에겐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믹은 말했다.

  그러나 소울과 블루스의 매력을 보여줄 여성 보컬 한 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믹과 데이브 두 사람은 모두 레게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고 있었고, 믹의 경우에는 웨일러스(Wailers - 레게의 전설인 밥 말리의 밴드)의 피터 토시(Peter Tosh)와의 작업을, 그리고 데이브는 또 한 명의 레게의 전설인 지미 클리프(Jimmy Cliff)와 작업을 해봤기에 그 시절의 감흥을 되살려줄 또 한 명의 자메이카 뮤지션을 원했다. 그래서 밤마다 전구 불빛 아래서 수많은 레게 CD들을 틀어댔고, 그 결과 밥 말리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데미언 말리를 선택했다. 사실 이미 랩퍼 나스(Nas)와의 작업도 해보았고, 항상 레게를 근본에 두면서도 타 장르와의 융합에 관심을 두었던 데미언은 두 사람에게 당연한 선택이나 마찬가지였다. 데미언은 두 사람의 제안에 응하면서 베이시스트이자 작곡자인 시아 쿠어(Shiah Coore)와 드러머 코트니 디에드릭(Courtney Diedrik)을 데리고 와서 팀의 리듬 파트를 보강하는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데이브와 함께 오랜 기간 작업했던 바이올린 연주자 앤 마리 칼혼(Ann Marie Calhoun -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와도 협연한 것으로 록 팬들에겐 유명함)까지 세션으로 섭외하면서 밴드의 준비는 거의 완료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멤버들은 로스 앤젤레스로 건너가 스튜디오에 터를 잡고 준비를 시작할 때 즈음에 이 팀의 마지막 멤버인 에이 알 라만을 합류시키게 되었다. 사실 그들은 그 이전에는 그가 어떤 아티스트인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 시점에 에이 알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작업한 ‘슬럼 독 밀리어네어’ OST에 대한 상을 받기 위해 미국에 건너 왔었고, 믹과 데이브의 제안에 그가 동의하면서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새 에너지가 밴드의 아이디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그 후 이 5명의 멤버들의 공동 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는 믹 재거의 한 마디를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우리는 우리 각자가 만든 여러 스타일이 담긴 멜로디들을 한 데 융합했어요. 그런 후 우리는 조스가 먼저 노래를 부르게 했고, 데미언이 그 위에 그의 (보컬과 음악적) 색깔을 구워 입히면, 내가 또 다른 스타일로 노래를 불렀죠.” 

  물론 멤버들이 전 세계의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기에 계속 함께 붙어서 지속적 작업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멤버들은 각자 자신들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곳에서 각각 녹음을 하는 일도 많았다. 그렇게 LA외에도 프랑스, 사이프러스 해안, 그리고 터키, 인도, 마이애미 등에서 녹음된 음원들을 서로를 오가며 서서히 한 곡씩 완성된 형태로 정리되어갔다. 이제 마지막으로 정할 것은 그룹의 이름을 정하는 일이었다. 데미언은 왕년의 권투 영웅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의 체급이 ‘슈퍼 헤비급’이었던 것에서 착안해 ‘SuperHeavy’라는 표현을 그의 노래 가사를 통해 멤버들에게 제안했고, 이는 밴드의 음악이든, 멤버 구성면에서 안성맞춤인 이름이 되기에 충분했다. 팝 역사상 또 한 팀의 멋진 슈퍼 밴드의 탄생이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었다. 

다섯 뮤지션의 감성이 모두 융합된 21세기형 월드 팝의 탄생, 데뷔앨범 「SuperHeavy」    

  이렇게 완성된 슈퍼헤비의 음악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음반의 첫 트랙이자 그룹송 <SuperHeavy>를 재생하는 순간 바로 그 해답을 찾아 낼 수 있을 만큼 이 앨범의 사운드는 그들만의 분명한 특색을 갖고 있다. 물론 곡의 분위기를 따지자면 레게적인 분위기의 곡들, 스트레이트한 로큰롤 분위기의 곡들, 발라드 분위기의 곡들이 뒤섞여 있지만, 각 트랙에서 들려오는 사운드와 멤버들의 보컬을 듣고 있으면 이것은 마치 ‘21세기형 월드 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은 제대로 된 퓨전 사운드의 향연임이 분명해진다.   

  위에서 언급한 타이틀 트랙 <SuperHeavy>의 경우를 그 대표적 예로 들어보자. 시종일관 데미언의 고향의 리듬이 그루브를 지속하는데도 그 속에 긴장을 유지시키는 짧고 반복적인 기타 스트로크가 존재하고, 조스 스톤의 보컬로 블루지하고 소울풀한 클라이맥스를 끌어낸다. 그런데 또한 듣고 있다보면 인도풍의 몽환적 스킷(Skit)까지 분위기를 띄워주니, 이런 모습들은 절대로 멤버 개개인으로서는 완성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운드의 매력이다. 앨범의 맨 끝을 장식하고 있는 <Hey Captain>같은 경우도 이러한 멤버들의 특성을 모두 종합한 앨범의 매력적인 트랙이다. 분명 로큰롤인데, 소울이고, 한편으로 월드 뮤직일 수 있게 들리는 매력은 이 5명의 멤버들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스친다. 

  이렇게 시작과 끝을 확실한 임팩트로 채운 후, 나머지 트랙들 속에서 이들은 각자 곡의 아이디어를 낸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기초 위에서 자신들의 음악적 ‘양념’을 재
미있게 뿌려대고 있다. 믹과 데이브는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인트로 이후 후렴에서 전형적인 롤링 스톤스 타입의 로큰롤로 폭발력을 발휘하는 <Energy>, 기타 연주의 비중이 앨범에서 가장 강한 소울 록 트랙 <I Can't Take It No More>과 어쩔 수 없이 스톤스 음악의 기시감을 느끼다가 간주와 중반부에서 에이 알의 보컬로 중동풍의 사운드로 진화하는 <Warring People>에서 그들의 음악적 뼈대를 지킨다. 앨범의 첫 싱글인 <Miracle Worker>로 시작해 <Beautiful People>, 레게와 클래식 업비트 소울 비트를 잘 버무린 <Common Ground>를 통해서 데미언은 고향 자메이카에서 온 레게 비트의 느긋함을 동료 멤버들의 스타일을 물감처럼 뿌릴 수 있는 밑그림으로 풀어놓는다. 

  한편, 실제로는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도 트랙 녹음 당시 가장 늦게 스튜디오로 들어와 녹음했다는 <Satyameva Jayathe>와 <Mahiya>에서는 에이 알의 음악적 색채가 가장 강하게 묻어나면서도 다른 멤버들의 지원 사격 속에서 기존 인도 음악의 전형성을 살짝 넘어서는 사운드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조스 스톤은 소울풀한 자신의 보컬을 전편에서 뽐내며 밴드의 홍일점 멤버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려낸다. 특히 데미언과 듀엣 형식의 주도권을 쥐고 흐르는 소울-레게 발라드 <I Don't Mind>나 역시 레게 비트 속에 흐르는 블루스 타입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Rock Me Gently>는 곡 내부에서 참여한 분량에 상관없이 그녀의 보컬이 가장 빛나는 곡들이다. 

  2011년에 가장 개성 넘치는 음반이자 가장 화려한 프로젝트 밴드로 기록될 슈퍼헤비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믹 재거는 겸손함과 자신감을 합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투어나 어떠한 이후 활동에 대한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았어요. 만약 사람들이 이 음반을 정말 좋아한다면 아마 (공연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함께 어울려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언젠가 이 앨범 수록곡들 중 몇 곡은 무대에서 선보일 수도 있을 거에요. 처음 스튜디오에서 합주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들의 각자 다른 음악 스타일은 그걸 합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아마도 사람들도 그 결과를 좋아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믹의 작은 희망은 분명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록을 좋아하건, 레게를 좋아하건, 소울을 좋아하건, 월드 뮤직에 관심이 있건, 이 음반은 그 취향을 충족시켜 주면서도 타 장르와의 마음의 벽도 허물어 줄 테니까.
 

2011. 9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핫트랙스 매거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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