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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Rocketman' 을 보고나서.....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19. 6. 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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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스포일러는 없지만, 정말 아무 정보 없이 보고 싶다면 거르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 알고 봐야 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TARON EGERTON - I'm Still Standing (From [ROCKETMAN])

1. 한 줄 요약: 뮤지션의 '전기 영화'라는 포맷을 갖고서 한 편의 거대 팝 뮤지컬이자 사이코 드라마를 완성하다. (왜 '사이코드라마'라는 말을 썼는가는 스포일러라 생략.)

2. 이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와는 궤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영화가 음악영화, 실존 뮤지션에 대한 전기영화의 공식에 그래도 매우 충실했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맘마미아' 형태에 더 가깝다. 몇몇 지인들의 감상평에서 언급되었듯, 이 영화에서 그의 히트곡들은 실제 발표 순서와 상관없이 그의 개인사의 연대기를 서술하는 데 있어 짜맞춰진다. 90년대 이후의 곡이 초반부에 쓰이고, 80년대 곡이 분명 그의 70년대 행보를 서술하는 장면 속에서 쓰이니까. 그게 맘에 안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1번에 명시한 이 명제에 근거하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3. 버니 토핀의 노랫말이 모든 장면에서 적재 적소에 쓰이고, 영화 서사의 진행에 매우 도움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애초에 버니가 영화 속 그런 상황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 가사를 쓴 것이 아닐진대, 그걸 착착 끌어맞춘 제작진과 각본의 솜씨다. (실제 각 곡들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와는 전혀 안맞는 부분도 있다.) '맘마미아'라면 아바의 노래들을 다 쌓아놓고서 자기들이 쓰고 싶은 이야기에 맞는 곡을 찾아 배열하는 수고면 되지만, 이 영화의 플롯은 대부분 (각색이 전혀 없진 않더라도 위키피디아 바이오나 그의 자서전 보면 어느 정도 다 나오는) '실화'에 근거한다. 어쩌면 이게 가능했던 것은 버니가 언제나 그의 옆에서 그의 삶을 지켜봐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영화에서도 그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이가 버니로 나오듯, 평생에 이런 음악적 동지를 만난 것은 엘튼 존에게는 행운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든다. 그가 아무리 천재였어도 그의 가사가 없던 시기가 그의 개인사적으로나, 음악적 커리어로서나 가장 슬럼프였던건 역사가 증명하지 않나.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쓰이는 <I'm Still Standing>이 그래서 중요한 이유다. 두 사람이 다시 작업해 낳은 첫 빅 히트곡이니까.  (물론 두 사람의 공작이 전혀 안실린 기간은 1978-79년 내놓은 2장의 앨범 뿐이고, 그 이후 앨범 속에 3~4곡정도는 실렸지만, 1983년작 [Too Low For Zero]가 두 사람이 완벽하게 전곡을 작업한 오랜만의 첫 앨범이었다. 1978년 이후 영국 차트 4위 자리에 5년 만에 복귀했다.캐나다, 스위스 메인 차트 1위.)

4. 미장센, 무대 씬, 퍼포먼스, 모두 화려하다. 킹스맨의 테런 애저튼은 어디가고 진짜 내면에 골병이 든 음악적 광기에 찬 엘튼 존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그 내용이 얼마만큼 사실이냐에 상관없이 말이다. 어린 레지널드 드와이트 역의 꼬마 연기도 난 좋았다.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와 이 영화에서 공히 등장하는 동인 인물인 존 리드(John Reid), 정말 이 인간은 뮤지션들에겐 공공의 적이네. ㅎㅎㅎ

5.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원래 엘튼 존이나 제작 기획팀은 '브로드웨이용 뮤지컬'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라라랜드'가 그러했듯, 뮤지컬 영화라는 형식은 무대 공간의 제약을 받는 연극 공연장과는 다른 무한한 구성의 자유가 있으니 영화로 먼저 제작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후 이 영화는 몇 년 뒤에 뮤지컬로 재창조될 확률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또 그 나름의 재미를 창출할지도. 엘튼존은 죽는 그 순간까지 꾸준히 돈방석에 앉아있을 것 같다. ㅋㅋㅋ

6. 다들 감상과 소감이 다르겠지만, 왜 칸느에 초대받았고, 썩은 토마토가 90점 이상을 줬는지 충분히 납득은 가는 작품이었다. 그냥 음악의 흥에 겨워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으나, 영화 속에서 표현된 엘튼 존의 감정의 흐름을 공감하면서 보게 되면 더욱 흥미롭고 몰입하기 좋은 작품이다. 6월의 블록버스터에 더하여 기생충이라는 복병을 만나 영화관 얻기도 허덕대고 있는것 같지만, 다크 피닉스가 죽을 쑬 확률이 높기에 이번 주말 얼만큼 많은 관을 확보할지가 몇 UBD를 기록할까를 결정할 듯하다.

7. 사족이긴 한데... 엘튼 존의 부모를 보면서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참 힘든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에게 할머니라도 있었던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8. 아, 맞다. 이 영화의 감독 덱스터 플레쳐(Dexter Fletcher)는 이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하차로 '보헤미안 랩소디'의 후반작업을 담당한 경력이 있지? (본인 입으로 자기는 영화 2/3가 촬영된 상태에서 들어왔다고...) 그의 손으로 온전히 만들어진 첫 음악영화인 셈이다. 어떻게든 참 두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 그리고 두 영화는 서로 연관되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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