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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공연리뷰] 22th Anniversary DSP Media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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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stipe 2022. 4. 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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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3년 12월에 모 K-POP 관련 오프라인 매거진 [STAR AZ]의 협조를 받아 공연 관람과 취재 후 공연 후기를 작성해 기고한 것입니다. 이젠 RBW에 인수되면서 공룡의 화석같이 남아버린 DSP미디어의 현실을 보면서 그래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레이블의 존재감을 보였던 이 공연이 생각나서 다시 웹공간에 남겨봅니다.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22년의 족적을 남겨온 중견 기획사, 마침내 레이블 파티를 열다
- 22th Anniversary DSP Media Festival

일시: 2013년 12월 14일 (토) 오후 7시
장소: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1980년대부터 한밭기획에서 매니저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소방차의 매니저를 담당하면서 소위 ‘아이돌 매니지먼트’의 길에 접어든 한 남자는 1991년 10월 자신이 대표로 앉은 새 기획사를 창립하면서 이후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 특히 아이돌 씬의 흐름에 SM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 이수만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한 획을 그은 연예계의 큰 손이 되었다. 그 기획사가 바로 현재 우리가 ‘DSP미디어’로 알고 있는 기획사의 전신인 ‘대성기획’이었고, 그 남자는 현재 비록 병상에 누워있지만 이 기업의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정신적 지주로 인식되는 이호연 대표이사다. 비록 이 기업에 대한 지난 날의 평가는 한국의 아이돌 댄스 팝 시장의 외연적 확대에 기여하며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한 여러 스타들을 배출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소위 ‘H.O.T. vs. 젝스 키스’ 라이벌 구도로 대표되었던 ‘당대에 새롭게 뜨는 트렌드를 벤치 마킹해 DSP스타일로 변용한 기획물 만들기’에만 탁월했다는 비판적 평가까지 다양한 시각이 공존한다. 그러나 이렇게 한 연예 기업이 22년이라는 세월을 여러 부침을 거치면서도 생존해왔다는 것은 그만큼의 기획사가 가진 내공과 저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제 2010년대 초 카라(Kara)의 일본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레인보우(Rainbow)와 에이젝스(A-Jax)를 육성하며 제2의 중흥을 노리고 있는 DSP미디어는 이미 자신들보다 훨씬 후발 주자였던 YG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큐브 엔터테인먼트까지도 자사 레이블 콘서트를 연 이 시점에 드디어 그들의 지난 역사를 총결산하는 기념 연합 콘서트를 가졌다. 행사가 진행되던 날, 공연 40분 전 즈음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행사를 기념하는 여러 동료 기획사들의 화환들과 행사 출연 아티스트 팬들이 기증한 ‘쌀화환’, 또는 ‘연탄화환’ 등이 진열되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중 과반수는 카라의 한국/일본/동남아 팬들이 보낸 것들이었지만, 레인보우와 에이젝스의 팬덤, 그리고 과거 클릭비(Click-B)와 SS501을 응원했던 팬들이 모여 기증한 것들도 섞여있었다.

공연장인 잠실 체조경기장은 규모상에서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비해서는 조금 좁기 때문에 스탠딩석은 물론 2층 좌석에서도 공연 무대를 관람하기에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따로 특별히 팬덤끼리 좌석을 지정해 예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객석에는 여러 팀의 팬들이 섞여 있었다. 아이돌 콘서트의 특색 중 하나인 응원봉의 경우, 역시나 카라의 한국-일본 팬들이 갖고 온 공식 응원봉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하지만 SS501의 과거 팬들은 그들의 과거 응원도구인 녹색 응원봉을 다시 꺼내 들고 와 들고 있는 모습에서 그들에 대한 팬들의 오랜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정 시간보다 15분 정도 늦어져 공연은 시작되었다. 조명이 꺼지고 인트로 영상이 소개된 후, 일단 이 행사의 모든 출연진들이 레드 카펫 형식으로 공연 무대에 다 올라와 관객에게 인사를 했고, 그 후 현재 소속사에서 가장 큰 국제적 인기를 확보한 카라의 무대가 포문을 열었다. ‘Step’, ‘루팡’, ‘점핑’, ‘숙녀가 못돼’까지 히트곡 4곡을 열창하는 카라의 모습에서는 최근에 언론을 통해 공개되어 팬들을 근심에 잠기게 하고 있는 니콜의 재계약/탈퇴 관련 문제를 떠올리기 힘들 만큼 흥겹고 밝은 느낌을 받았다. 이어서 펼쳐진 에이젝스의 무대는 그들의 현재까지의 대표 히트곡인 ‘One 4 U’와 ‘능구렁이’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비록 소수이지만 에이젝스를 연호하는 현재의 팬덤과 과거 이 소속사의 남자 그룹들을 좋아했던 20대, 30대 여성팬들이 연합해 그들을 응원해줬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레인보우는 스윗튠이 제공해 준 그들의 대표곡 ‘A’, ‘Mach’는 물론 올해 2장의 EP를 통해 공개된 ‘Tell Me Tell Me’, ‘Sunshine’ 을 선보이면서 카라와는 또 다른 면에서 그들만이 가진 매력을 발산했다.  


  어쩌면 이 날 공연에서 기존 아이돌들의 공연 관람에 익숙한 음악 팬들은 오히려 DSP를 거쳐간 과거 아티스트들의 재결합 무대에 애초부터 더 관심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실제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은 그런 무대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전역 후 이제는 뮤지컬 배우로 돌아와 다시 DSP 소속 아티스트가 된 클릭비의 메인 보컬 오종혁, 클릭비 때에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못했던 드러머 하현곤의 원 맨 프로젝트 밴드 하현곤 팩토리(클릭비의 랩퍼 우연석은 현재 그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다), 그리고 한 때는 ‘기타 신동’으로 불렸던 기타리스트 노민혁의 그룹 애쉬그레이(Ashgray)의 단독무대들이 이어진 후, 군 복무중인 에반(유호석)을 제외한 6명의 클릭비 멤버들이 지난 2011년 재결합 공연 후 2년 만에 다시 완전체로 펼친 무대가 펼쳐졌다. 공연장에 곳곳에 섞여 있었던 클릭비의 팬들은 환호, 그리고 감격의 눈물과 함께 그들이 연주하는 ‘하늘아’와 ‘백전무패’를 따라 불렀다. (무대 위의 임팩트로는 이 날의 3시간 공연을 통틀어 이들이 ‘백전무패’를 연주하는 순간이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또 하나의 이 날의 소소한 재미는 후배들이 DSP를 거쳐간 1990년대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유닛 형식으로 커버한 무대들이었다. 대성기획의 첫 그룹이었던 잼(ZAM)의 히트곡 ‘난 멈추지 않는다’는 에이젝스와 레인보우 연합으로, 이혜영-윤현숙의 듀오 코코(CoCo)의 ‘요즘 우리는’은 레인보우의 맏언니들인 김재경-고우리 유닛으로, 10대 소년 형제 그룹이었던 아이돌(Idol)의 ‘Bow Wow’는 에이젝스의 멤버들의 퍼포먼스로 부활했다. 이 날 타 그룹에 비해 한 명도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핑클(Fin.K.L.)의 경우는 카라와 레인보우가 합쳐 (사실은 이미 KBS ‘뮤직뱅크’ 도쿄 돔 공연 무대에서 한 번 선보인 바 있었던) 선보인 ‘내 남자 친구에게’, 카라가 소화한 ‘영원한 사랑’, 레인보우가 소화한 ‘Now’가 이어지는 각 사이사이마다 옥주현-성유리-이진의 축하 영상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보상했다. (하지만 이효리는 영상 메시지 조차 보내지 않아서 더 아쉬움을 남겼다.) SS501역시 박정민 한 명만 이 날 공연에 참석했고, 그들의 히트곡은 박정민과 에이젝스가 함께 소화하는 방식, 아니면 ‘내 머리가 나빠서’처럼 에이젝스의 트리뷰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날 올드 팬들이 가장 기다렸을 무대는 비록 절반(은지원+장수원+김재덕)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뭉치게 되는 젝스키스의 무대였을 것이다. ‘커플’과 ‘폼생폼사’를 오랜만에 함께 노래하는 세 사람은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공연장 전체를 술렁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은지원은 "정말 좋은 취지의 콘서트라고 해서 이렇게 참석했다. 세 명이나마 참석하게 돼 기쁘다"라며 "사장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항상 젝키가 콘서트를 할 땐 이호연 사장님이 무대 뒤에 서 계셨다.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회고했다. 장수원-김재덕의 현재 활동 포맷인 제이워크(J-Walk)의 신곡 ‘애써’와 오랜만에 듣는 은지원의 솔로곡 ‘올빼미’까지 이어지면서 젝키 멤버들의 무대는 마무리되었다.


공연의 마지막 파트는 다시 카라의 무대로 이어졌다. 아무래도 현재 소속사 내에서 가장 큰 인기 비중을 갖고 있고, 이번 공연의 흥행을 위해 일본 카라시아 투어에서까지 일본 팬들에게 이 행사를 홍보해 손님을 끈 보답인 셈이었다. ‘Honey’, ‘Pretty Girl’, ‘미스터’까지 3곡을 신나게 부르면서 카라의 두 번째 무대 역시 카라 팬들과 다른 그룹의 팬들이 함께 즐기는 가운데 마무리 되었다. 끝으로 이 날의 모든 출연자들이 모두 등장해 앵콜 곡으로 핑클의 ‘White’와 젝스키스의 ‘커플’을 합창하는 것으로 DSP 미디어 창립 22주년 기념 페스티벌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22년간의 DSP미디어와 이호연 대표가 연예계에서 일궈온 역사를 되짚고 추억을 다지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행사였다. 약간의 음향 시스템의 문제나 카메라 워크의 아쉬움 같은 것은 그런 큰 의의에 비한다면 소소한 것이긴 했다. 하지만 DSP의 앞날이 마냥 장미 빛인 것은 아니다. 만약 내년 1월 카라에서 니콜이 탈퇴하고, 4월에 지영마저 DSP와의 재계약을 포기해 카라가 3인조로 축소된다면 현재까지 DSP의 재도약의 발판이 되었던 카라의 흥행에서 얻던 해외 수익은 급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레인보우와 에이젝스를 지원하는 데에도 분명 적신호가 될 것이다. 당장 이 난제부터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DSP미디어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이 날 무대 불이 환하게 밝혀지고 엔딩 영상이 나올 때 흐르던 곡은 핑클의 정규 4집 타이틀곡 ‘영원’이었다. “DSP는 과연 ‘영원히’ 그들이 현재 홍보문구에 붙이는 것처럼 ‘아이돌의 명가’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남을 수 있을까?” 3시간 넘는 공연을 보며 지난 22년간 생각보다 내가 이 기획사가 생산한 노래들을 꽤 즐겨 들었고, 기억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 12월의 어느 토요일 밤, 내 맘 속에 깃든 기대와 우려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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