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BS TODAY 취재대행] 강지영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인터뷰(2018년 7월 13일)

스크랩칼럼+etc...

by mikstipe 2022. 12. 19. 14:02

본문

필자 주: 개인적으로 음악글쟁이로서 인터뷰 취재에 대한 욕구와 팬으로서의 덕심의 충족(?) 두 가지를 모두 이뤘던 드문 경험을 2018년 여름 했었다. 카라 출신의 배우 겸 뮤지션 강지영(JY)이 자신의 새 영화 [킬러 그녀]의 홍보차 부천 판타스틱영화제에 참석한다는 정보는 알고 있었는데, 부산일보 인터넷 연예부 담당이신 선배께서 내게 인터뷰를 다녀올 수 있겠냐고 취재 대행을 의뢰했다. (내가 무지막지한 카라 팬인것을 매우 잘 아는 분이다. ㅎ) 그래서 낮시간인데도 본업 중에 외출 짬을 내서 영화제 현장에 찾아가 몇 명의 연예 기자들과 함께 라운드 인터뷰에 참여했다. 눈 앞에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에 설레임도 있긴 했지만 지금 나는 일로 온 것이니까... 인터뷰어로서 충실하게 준비한 질문들을 물어봤고, 그녀도 성실하게 잘 답변해줘서 매우 감사했다. 내가 했던 질문들, 그리고 다른 기자분들이 했던 질문들까지 모두 다 정리해서 기사를 송고했다. 그런데 얼마 전 카라의 컴백을 맞이하여 다시 그 매체 사이트를 가보니 해당 홈페이지 자체가 사라져서 기사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갖고 있는 원고로 아카이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여기 다시 붙여서 추억을 회고해본다. 

2013년을 끝으로 일본 시장에서 최고의 히트를 거둔 한류 걸그룹 카라(KARA)의 멤버에서 독립해 독자적 행보를 시작한 강지영은 2014년 8월 영국 어학연수 및 연기 수업 기간 중에 일본의 연예 기획사 ‘스위트 파워’와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서 연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그녀는 유명 일본 드라마와 영화들서 꾸준히 조연부터 주연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였으며, 이제 현지에서는 배우와 가수로서 동시에 안정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이번에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를 통해 그녀가 출연한 일본-미국 합작 영화 ‘킬러, 그녀(殺る女)’이 참가작으로 선정되었고, 오랜만에 한국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영화를 소개하게 된 그녀와의 5개 매체 합동 인터뷰가 해당 작품의 첫 상영과 GV가 있었던 7월 13일 오후에 부천 모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일본에서 그녀가 겪은 일들, 그리고 그 경험 속에서 점점 성숙해 가는 그녀의 현재의 생각들을 진솔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그 자세한 내용을 여기 공개한다.    

인터뷰 취재 / 김성환

2015년 영화 [암살교실]로 참가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이번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출연작을 공개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자신의 영화로 한국 영화 팬들과 만나게 된 소감은?

어제 레드 카펫에서 팬들께서 많이 와주셔서 정말 반가웠다. 제가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한국에서 공식 일정을 하게 된 게 2년 만인데, 제가 주연한 영화로 한국 팬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레드 카펫에서 팬들이나 기자 분들께서 제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서 아직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다는 것도 기뻤다. 사실은 어제 행사 며칠 전에 조용히 한국에 들어와 휴식을 가진 후에 이 곳으로 넘어왔다. (카라시절부터의) 팬들과는 그간 SNS를 통해 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기다리고 있겠다’는 메시지는 받았지만 과연 얼마나 오실까 떨렸었다. 그런데 정말 많이 와주셔서 편지도 받고, 선물도 받아서 행복했다.  

일단 이번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는 영화 ‘킬러, 그녀’에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영화 속 본인의 배역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 

이번 영화의 경우 감독님께서 처음에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주시면서 “지영씨 이외에는 다른 사람은 (주인공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지영씨가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사실에 너무 감사했고, 평소에도 어떤 작품이 제게 오더라도 항상 도전해보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감사하는 맘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의 제 역할은 킬러 역할인데, 단순한 킬러가 아닌 거의 ‘살인 기계’에 가까울 만큼 노리는 대로 다 처단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킬러라고 해서 무조건 강한 이미지만 있기 보다는 어린 시절 겪었던 아픔이 현재 그녀의 감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는 대사가 별로 없는 역할이어서 처음에는 그간의 작품들보다 쉬울 거라 생각했었는데, 대사가 없다고 해서 모든 장면에서 다 똑같이 표현할 수 없는 것이기에 감정 표현들을 소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일본에서 현재 일본어로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벌써 일본에서 활동한 지도 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고, 좀 익숙해질 만하면 또 다른 어려운 부분들이 있긴 하다. 아무래도 그 중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바로 언어의 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가 일본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산 것도 아니기에, 아직도 멀었다는 맘을 갖고 있긴 하다. 그래도 일본어를 열심히 익힌 덕분에 현지에서 일본인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것에서 지난 4년간을 되돌아보면 제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그 외에는 주변에 많은 스태프 분들께서 저를 잘 도와주시고, 현지에서 생활하는 자체는 큰 문제는 없다. 

현재 일상에서 일본어를 어느 정도 능숙하고 편하게 소화하는 편인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범위에서는 일본어 사용에 어려움은 전혀 없다. 그러나 처음에는 (드라마, 영화 촬영에서) 현장 용어, 전문 용어 같은 것이 한국에서와 달라서 그런 것들을 익히는 게 매우 어려웠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반대로 이제는 앞으로 한국 현장에서 활동하게 될 때 그게 더 어려울까봐 걱정이 되긴 한다. 


아직은 일본에서만 활동을 하다 보니 한국의 영화 팬들에겐 배우 강지영으로서의 모습을 여전히 낯설어 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한국 영화나 한국 드라마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는가?

물론이다. 일본에서 4년간 활동해왔지만 한국 작품들도 그간 검토해왔던 것들이 있었다. 그래도 일본에서 일단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상, 그 곳에서 제대로 된 커리어를 쌓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그간 많이 했다. 어중간하게 하다가 돌아가고 싶지는 않고, 배우로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쨌든 한국에서도 저를 찾아주시고 저한테 작품의 기회를 주신다면 꼭 해보고 싶다. 나라와 문화가 다르다고 해도 엔터테인먼트는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저는 이미 음악 활동을 먼저 해왔기 때문에,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는 전 세계에서 다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중국에서든, 제가 그 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것으로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가서 열심히 연기를 할 생각이다.   

실제 일본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어떤 부분이 한국과 차이가 있는지, 양쪽을 다 경험하면서 느꼈던 각각의 장단점(?)을 느낀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요새 연예인들의 집이나 사생활이 예능으로 많이 공개가 되는 편인데, 그에 비해서 일본의 배우들이나 연예인들은 방송으로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거의 공개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 일본 연예계의 경우에는 시간관념이 너무 철저하다. 그게 좋은 면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칼 같아서, 정해진 시간에 준비된 질문만 정확히 하고 끝내는 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이 나와서 놀랄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제 경우에는 양쪽을 다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런 차이를 다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번 영화 속에서는 이전과 달리 좀 어두운 캐릭터를 맡게 된 셈인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배우로서 어떤 평가를 기대하고 있는가?

솔직히 한국에서는 제가 배우로서 연기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이번에 이 영화를 통해서 과거에 카라 때부터 보여줬던 이미지 – 막내, 귀여운 이미지 – 와 다른 이미지를 보시고 많이 놀라실 수 있을 것 같다.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이나 행동, 목소리 톤 같은 것들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썼기 때문에 그걸 보고 ‘이제 지영이가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해주시면 제일 기쁠 것 같다. 

그간의 출연 작품들을 보면 코미디([암살교실], 최근 개봉작 [레옹(レオン)](2018) 등)와 이번 영화처럼 진지한 작품들을 모두 오가면서 다양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쪽의 연기를 할 때 더 편안한가?

사실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코미디나 밝은 역할들을 연기하는 데에는 연기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재미있게만 보이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연기하면서 깨달았다. 다른 배우 분들께서도 ‘코미디가 가장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 다행스럽게도 저는 그런 부분에 소질이 있었던 것인지, 그런 (타인들 앞에서 코믹하게 망가지는(?) 연기를) 꺼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번에 영화 ‘레옹’에서 함께 연기했던 일본의 유명 코미디 배우 타케나카 나오토씨가 저에게 ‘자신은 좋지만 (여배우로서) 이 정도로 (망가지는 연기를) 해도 괜찮은가?’라고 물어볼 정도로 제 코미디 연기를 인정해 주셨다. 이 영화 속에서는 그 배우의 배역과 몸이 바뀌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제가 자신을 ‘놔버린(?)’ 연기를 해서 감독님도 제 소속사에 연락해서 괜찮은지 확인할 정도였다. 저 스스로는 즐기면서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시니까 감사하고 있다. 반면에 심각하거나 진지한 배역을 맡았을 경우에 외모, 패션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특히 영화 속에서는 배역의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필자 주: 인터뷰 중 소속사 관계자는 ‘레옹’ 역시 국내 개봉이 확정되어 조만간 개봉할 예정이라 첨언했다.) 

(이전 소속사를 떠난 후) 일본에서 배우로서 처음 활동을 하게 된 어떤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 현재 소속사와 어떻게 계약을 맺게 되었나?      

사실 그 당시에는 꼭 일본에서 꼭 활동을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영국으로) 떠난 것은 아니었다. 물론 현재 소속사 분들과 현지에서 만나게 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정해진 것도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시기였기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었다. 부모님 역시 저에게 당신들의 생각을 강요하시지 않고 제 뜻에 따라주셨다. 그리고 현재 소속사 분들이 영국에서 저를 만났을 때, 꼭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어떤 나라에서든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며 제 가능성을 봐주신 것에서 계약을 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그간 일본 외에도 중국과 미국 등에서도 미팅 및 오디션 등을 봤었기에, 앞으로 다른 국가들에서도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은 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 연예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고,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처음 1~2년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시간동안엔 누가 건드리면 그냥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가 선택했던 길이었지만 너무 외로웠고, 가족도 곁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도 매우 그리웠다. 그리고 막상 일본 연예계에 발을 딛고 나니까 그 쪽의 문화도 한국과 매우 달랐고, 일본인들의 사고나 성향도 확실히 달랐기 때문에 처음 1~2년 동안에 그것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그 때는 (카라 활동 시절의 인기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제가 활동을 한다는 내용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인터넷에서도 꽤 뉴스거리가 되었던 시기였다. 일본 쪽에서도 어떤 이들은 “한국인인데 왜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가?”라는 시선으로 바라본 경우도 많았다. 기존의 팬들은 반겨주셨고 응원해 주셨지만 그 외에 일반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던 것이다. 특히 처음 제가 맡았던 드라마 [지옥선생 누베](2014)가 만화로도 매우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안에서 극중에서 가장 유명했던 조연인 ‘설녀(ゆきめ)’를 맡았었기 때문에 만화 캐릭터의 이미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애니메이션 팬들의) 비판도 많이 받았었다. 암살교실에서의 역할인 ‘이리나 옐라비치’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무엇보다 여전히 가장 힘든 부분은 일본어로 대사 연기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하루에 몇 시간씩 연기 선생님과 1:1로 연습을 하면서 10개씩 문장을 놓고 억양 체크를 했다. (일본인들의 억양과) 일치할 때까지 계속 교정을 했는데, 연습해도 자꾸 틀리니까 그것 때문에 울었던 적도 많았다. 제 입장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맞지 않다고 하니 한계를 느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 기간에는 한국에도 명절 때 와에는 일부러 돌아오지 않았다. 맘이 약해질까봐.

그러면 그런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된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을까.

아마도 유튜브에 공개된 네슬레 킷캣(Kit Kat) 브랜드가 제작한 단편 영화 [다른 하늘 아래 당신의 하늘, 나의 하늘?(そちらの空は、どんな空ですか?)](2015)을 촬영하고 녹음할 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 편 안에서 한국어, 일본어, 만다린어를 다 소화해야 했던 역할이었고, 특히 일본어 내레이션 분량이 매우 많아서 고생을 했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감독님이 (억양이) 맞지 않다고 지적을 하시니 녹음 부스 안에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 날 꼭 마쳐야 했던 작업이기에 잠시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쏟고 난 후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도 모르게 애국가를 노래했다. 그러고 나니 맘이 진정이 되었고, 다시 녹음 부스로 돌아가 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 애국가를 부른 게 도움이 되었던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내 자신에게 좀 더 대견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때까지는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다면, 결국 남들이 내 노력을 알아주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더 뿌듯함을 느꼈고 더 열심히 연기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일본에서 얼마나 더 이렇게 활동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를 찾아주는 한 계속 노력해서 일본에서 좋은 작품으로 활동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다음 작품은 무엇을 준비하는가에 대한 기대를 표현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긍정적 피드백을 주시는 팬들도 늘어서 (카라 시절을 몰랐던) 일부 일본인들 중에서는 저를 일본인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생길 정도다. 저의 일본어 활동명이 ‘知英’이라서 일본어 음독으로는 ‘치에’라고 읽힐 수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저를 신인 배우 ‘치에’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킬러, 그녀]는 일본 현지에서는 10월 중에 개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의 상영이 세계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영화사 측의 계획인가? 아니면 본인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가?

영화사에서 감사하게도 먼저 출품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이 소식을 조금 나중에 듣고 나서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내 고향에서 이 영화를 처음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고, 그래서 부모님과 가족들도 오늘 오셔서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있다. 

2017년에는 단편영화 감독을 맡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어떤 영화인지, 어떤 계기로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소개해준다면?

3연작 영화 ‘별에 소원을(星に願いを)’의 제 1화 ‘혼자가 아니게 될 때까지의 1일(1人じゃなくなるまでの1日)’(2018년 1월 공개)의 연출을 담당했다. 이 영화 역시 앞서 언급한 단편영화와 마찬가지로 네슬레 씨어터라는 유튜브 채널 안에서 ‘킷캣’을 주제로 만드는 3연작 단편 영화 시리즈의 일환이다. 해당 브랜드 CF와의 인연으로 계속 연결이 되어왔는데, 그 쪽에서 제게 3부작 중 한 편의 감독을 부탁한 것이다. 처음에는 ‘왜 저에게?’라고 의아했었다. 사실 이런 작품들은 대체로 신인 감독들이나 유망하게 부각된 분들이 하시는 게 맞을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래도 제가 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기에, 시나리오와 주연이 정해져 있었던 작품이라서 그 분들과 함께 미팅을 하면서 어떤 주제로 진행할지, 대부분이 신인 배우들이라 함께 연기에 대해 상의하면서 (스토리 라인에 맞게) 고등학생들만의 자연스러움을 유도하는 쪽으로 진행을 해 나갔다. 이 경험을 통해 연기자로서 촬영 현장에 있는 것과 감독으로서 그 곳에 있는 것이 분명히 다르다는 걸 느끼며 많은 것을 배웠다. 연기자로서 대본을 보는 것과 감독으로서 대본을 보는 것의 차이도 느끼면서 대본을 볼 수 있는 힘을 익혔고,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스태프들이 고생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까지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연기 면에서 동경하는 배우, 또는 배우로서의 연기력 향상이나 커리어의 발전을 위해 롤 모델처럼 삼고 있는 국내나 해외(일본 포함) 배우가 있다면 누구일까?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배우들 가운데는 전도연 선배님의 연기를 가장 좋아한다. 아직 사석에서는 뵌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꼭 뵙고 싶다. 해외 배우들의 경우는 변신을 잘 하는 게 참 부러운데, 특히 스칼렛 요한슨 같은 배우를 매우 좋아한다. 액션도 잘하고 섹시한 이미지를 보여주실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청순한 이미지도 보여주는 모습이 멋지다. 옛 배우들 가운데는 오드리 햅번도 매우 좋아한다. 그 사람이 남긴 명언들도 기억에 남고, 그리고 여배우로서 하나의 역사를 썼던 한 명의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빛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에 존경한다. 

카라 시절의 동료들 – 박규리, 한승연 등 – 의 연기한 드라마나 영화들도 체크하고 있나? 서로 (연기에 대해) 조언도 해주기도 하는가?

규리 언니의 영화는 시사회에 초대를 받긴 했지만 일본에 있어서 갈 수 없었다. 그래도 규리 언니나 승연 언니가 출연했던 드라마들의 경우에는 다 체크했다. 언니들이야 이미 (아역배우 경험이 있어서) 워낙 잘 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지금도 멤버들이 카카오톡으로 그룹 대화창을 개설해서 계속 이야기 나눌 정도로 사이가 좋다. 항상 시간을 맞춰서 보자고 하더라도 제가 일본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 언니들은 제 영화를 보고 멋지다고 대견해하는 반응을 보여주신다. 하라 언니의 경우는 이번 여름에 일본에서 싱글 발매를 할 예정인데, 예전부터 언니가 일본에 자주 오기 때문에 호텔에 찾아가서 함께 어울려 놀기도 했었다. 


배우로서의 활동 외에도 JY라는 이름의 솔로 가수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걸그룹의 멤버로서 노래하다가 이제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하게 되면서 달라진 점이나 그 속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솔로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느꼈던 건 작년에 콘서트 투어를 했던 때였던 것 같다. 그 때 다른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과 혼자 무대에서 서는 것의 차이를 절실히 느꼈다. 카라 시절에 이미 5만 명이 들어찬 도쿄돔처럼 큰 장소에서도 공연을 해보긴 했지만, 1000명~2000명 정도의 작은 공연장과 관객들 앞에서 저 혼자 에너지를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그리고 3분 정도의 노래를 5명이 나눠서 부르던 것에서 혼자서 한 곡을 다 소화하며 춤까지 추게 되니 힘든 것도 있다. 역시 5명이 있을 때가....... 그래서 가수 활동을 하면서는 특히 언니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로서의 활동명과 가수로서의 활동명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 가수 데뷔를 준비할 때, 출연하고 있던 드라마 [히간바나 – 경시청 수사 7과 -(ヒガンバナ〜警視庁捜査七課〜)](2016)의 주제곡을 첫 싱글로 발표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런데 이미 출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이름으로 음반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소속사 측에서 가수 활동 할 때는 다른 이름을 쓰겠냐고 제안을 했고, 저도 동의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제 안에서도 각각 다른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발표곡이자 앞서 언급된 감독(과 주연으로도) 참여 연작 단편영화의 주제가인 ‘星が降る前に(별이 떨어지기 전에)’의 뮤직비디오를 이와이 슌지(岩井 俊二)감독이 촬영해서 화제가 되었다. 어떻게 그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나?

사실 이와이 슌지 감독님이 제가 감독으로 참여했던 그 연작 영화에서 일종의 총괄 디렉터의 역할을 하셨다. 그 이후에 이 곡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해 주신 것이다. 이 뮤비를 찍을 때는 영화 촬영 때처럼 시나리오가 준비된 것은 아니었고, 카페 장면을 찍을 때에는 카메라를 바라보기 보다는 “그냥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려라, 자연스럽게 그 장소에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셨다. 이 분은 다른 영화를 촬영하실 때도 별로 말을 많이 안하시고, 배우들에게 연기를 많이 맡기는 편이다. 그래서 감독님이 배우의 연기를 맘에 든다고 느끼면 아무 말도 안하는 게 ‘OK’ 사인이라고 주변 스태프들이 말씀하시더라. 하지만 반대로 영상 쪽에서는 본인이 머릿속에 그리는 ‘장면에 대한 고집’이 있으신 편이다. 언젠가 그 분과 다시 영화 작업을 함께 하고 싶긴 하지만....... 제가 그 분의 머릿속에 남아있다면 언젠가 찾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은 한국 영화감독이 있다면? 한국 영화는 일본에서 자주 보고 있나?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들 가운데 매우 한국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들에 출연해보고 싶다. 그래서 근래에는 ‘국제시장’ 같은 작품들을 열심히 봤다. 윤제균 감독님 같은 분들과 작업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지만, 어떤 영화든, 감독님이든 제가 필요해서 불러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다. 한국 영화는 한국에 휴식 차 들어왔을 때 자주 관람하는 편이다. ‘청년 경찰’ 등은 극장에서 봤고, 다른 영화들은 인터넷 VOD로도 보기도 한다. 

내일(7/14) 일본 현지에서는 지영씨가 주연한 또 한 편의 영화 [내 인생인데(私の人生なのに)]가 개봉한다고 알고 있다. 여기서는 반신불수가 된 리듬체조 선수가 노래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필자 주: 이 영화는 국내에선 ‘이것도 내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8월 10일/12일에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 영화에서는 유명한 스타 리듬체조 선수의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연습 중에 병으로 쓰러져 하반신 마비가 되는데, 절망 속에 살다가 어린 시절 친구가 찾아와서 함께 노래를 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희망을 되찾는다는 청춘 영화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리듬체조 연습도 해야 했고,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장면,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장면들도 연습하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작품이다.  

그간의 커리어를 통해 배우로서 현재 자신의 모습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나?

현재 연기에 대해서는 하면 할수록 계속 욕심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일본에서 일본어로 연기를 하고 있지만, 연기라는 것이 어느 곳에서 어떤 언어로 하건 근본적인 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감정들과 삶을 연기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공통점이 있으니까. 일본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느낀 것은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점점 더 커지고, 향후 한국에서 연기를 하게 될 기회가 왔을 때 또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일본 영화계에서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커리어를 쌓고 싶은가? 배우로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일본 내에서는 얼마 전에 오키나와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었는데, 더 다양한 영화제에 참가해보고 싶고, 보다 유명한 감독님들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는 어떤 고정된 모습의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배우로서의 목표라는 것은 정해두지 않고 항상 열어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존재는 어느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금까지는 아직 초반이어서 많은 다양한 기회가 오지 못했을 지라도 앞으로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어느 나라에서든 비중의 크기와 상관없이 다양한 좋은 작품들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을 것 같다. 

K-POP 아이돌 출신으로 가수를 넘어 연기자로서 일본 연예계로 바로 진출해 현지에서 커리어를 쌓은 사례는 현재 흔하지는 않다. 만약 지영씨를 그런 진출의 롤 모델로 삼고자 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지난 몇 년간 해외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느낀 건 비록 언어는 다르지만,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어느 곳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4년간 무슨 용기로 일본에서 버텨왔는지 신기할 때가 있다. 열심히는 해왔기 때문에 누군가 제 모습을 보고 ‘역할 모델’은 아니라도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는다면 그걸로 충분히 보람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성격상 열심히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계속 거기에 전념해야 잘 되는 스타일이라 놓는 순간 없이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 (웃음) 사실 카라 시절에는 ‘제가 열심히 했다’라고 생각하기보다 ‘5명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지금 열심히 사는 모습은 겨우 4년 밖에 안 된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영화 [킬러, 그녀(殺る女)] 리뷰


장편 데뷔작인 [불량소년 3,000인의 우두머리(不良少年 3,000人の総番)](2011)와 J필름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유메지~사랑의 물보라(夢二~愛のとばしり)](2015)를 만든 미야노 케이지(宮野 ケイジ) 감독의 최신작.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를 죽인 ‘전갈 문신의 남자’를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잔혹한 킬러로 성장한 아이코(강지영 분)는 어느 날 마약 거래 현장에서 판매상을 처단하던 중 그 상황에 함께 얽힌 한 남자 카가(스루가 타로(駿河 太郎) 분)에게서 그 문신을 발견하고, 이후 그녀는 오랜 동안 꿈꿔온 복수를 실행에 옮긴다는 극의 내러티브는 일면 전형적이고 단순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 아이코를 포함해 극의 주인공들로 하여금 대사보다는 표정 연기에 집중하게 하면서 느와르 영화 풍의 어두운 분위기로 끌어가기에 나름 이야기의 결말을 향한 관객의 궁금증을 잘 이끌고 간다. 특히 카가와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같이 성장했던 여성인 유노(타케다 리나(武田 梨奈) 분)의 이야기가 본편의 플롯과 묘하게 병행하면서 인간의 분노와 복수, 살인의 함수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강지영의 표정 연기는 과거 그녀의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짧게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지난 2017년 남성으로 성전환을 한 후 제이크 자이러스(Jake Jyrus)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샤리스 팸핀코(Charice Pempengco)의 현재 모습도 이 영화로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참고로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주제가 ‘Out the Window’도 담당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