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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on Press 송부] Karasia 2013 - Happy New Year in Tokyo Dome 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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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stipe 2023. 1. 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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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 기사는 2013년 1월 6일 일본 도쿄 돔에서 개최된 카라의 단독 콘서트 [Karasia 2013 - Happy New Year in Tokyo Dome]의 공연 리뷰입니다. 당시에는 매체에 다른 이름으로 송부했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


나는 평소에 음악관련 글을 여러 매체에 꾸준히 쓰는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취향을 소유한 한 명의 ‘매니아’이기도 하다. 그 각 분야의 여러 취향들 속에는 소위 ‘아이돌’, 특히 ‘걸그룹’에 대한 개인 취향도 존재한다. 그 속에서 아마 가장 맨 윗 자리를 차지하는 존재는 아마도 카라(Kara)일 것이다. 이는 외적으로는 그들이 가진 ‘파란만장 스토리’에 나도 어느샌가 동감하고 그들을 소위 ‘연예인의 팬으로서 그들의 커리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고, 음악으로 말한다고 해도 주류 아이돌 작곡가들 가운데 스윗튠(Sweetune) 작곡집단의 곡들을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내 내적 평가 기준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그들의 신년 도쿄돔 공연 예정 소식을 뉴스에서 보았다. 그 때 무모한 도전(?)의 마음이 생겨났다. 한국에서는 이들이 아무리 더욱 성장하고 스타덤을 유지한다고 해도 거의 5만의 관객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공연할 확률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현장을 직접 내 눈에 담고, 직접 공연을 보고 평가하고 싶은 생각에, 스스로 카라의 팬 중 한 명임을 일단 인정하고 DSP에서 개설한 공식 카페에서 한국 팬들에게 판매한 이번 공연 티켓을 구입했다. 8800엔, 당시 환율에 수수료 감안되어 대략 한국 돈으로 13만원 하는 티켓이었다. 그 외에 숙박과 비행기표 모두 이 공연 일정에 맞춰 당사자가 구매하고 움직여야 했지만, 게시판에는 대략 100건 가까운 구매 신청이 이뤄져 있었다.

1월 5일 새벽 1시, 인천공항에서 하네다 공항으로 향하는 소위 ‘밤도깨비 여행’ 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그 시간에 그 비행기를 기다리는 인원의 일부는 분명 카라의 한국 팬덤(카밀리아) 구성원들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트위터상에서 친분을 맺은 카밀리아 지인 3-4분이 공연을 보러 가기에, 그들의 무리 속에 합류해 같이 비행기를 탔고, 토요일 새벽에 같은 숙소에 체크인 했다. 다만 도쿄에 가면 항상 주력하는 개인적 취미관광(?)인 중고CD 수집 계획도 포기할 수 없어 공연 전날의 낮시간은 혼자서 도쿄 여러 중고음반점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저녁에는 비행기를 같이 탔던 일행들이 먼저 도착해있었던 한국인 유학생 카밀리아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한 방에 모여 컴퓨터 화면으로 작년 서울 공연 DVD를 관람하고 카라 관련 이야기로 몇 시간을 떠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소위 ‘팬심’이란 것을 가져보지 않은 이들에겐 적응하기 힘들 모습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분명 순수하게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자신들의 지지 대상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은 과연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과연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드디어 1월 6일의 해가 밝았다. 비행기의 피로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지만, 벌써 숙소의 일행들은 나보다도 빨리 씻고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공연이 오후 6시인데, 왜 그리 빨리 가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바로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카라 관련 머천다이즈들을 빨리 편하게 구매하기 위해 일찍 줄을 서려는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어떤 공연장, 페스티벌에 가서도 타올 정도 외에는 별로 머천다이즈를 구매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이런 일정은 낯설었지만, 일단 그들의 의견을 따라 오전 9시 30분 도쿄돔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머천다이즈를 사려는 줄은 일정 길이로 도쿄돔을 두르고 있었다. 도쿄돔 건물 주변에 총 3군데의 머천다이즈 판매소가 세워져 있었고, 11시 정도부터 긴 사람들의 줄은 서서히 앞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은 한 30분 정도에 구매를 마쳤지만, 우리 뒤에 이어진 긴 줄은 공연이 거의 시작되기 직전인 6시경까지 전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쿄돔 주변 블록 전체가 모두 머천다이즈를 사려는 행렬로 도배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품목들 가운데 가장 비쌌던 6500엔짜리 후드 긴팔 티셔츠가 2시간 만에 모두 동이 났고, 오후가 되자 온통 공연장 주변은 1000엔에 판매했던 은색 비닐 가방과, 멤버들의 얼굴이 새겨진 부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더욱 흥미로운 광경은 한국에서 온 카밀리아들은 이미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소통했던 일본 카밀리아들은 물론, 현장에서 만난 일본의 여러 지역 팬클럽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가 준비한 선물도 교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관계는 냉랭해졌지만, 적어도 이 곳에서만큼은 한-일 우호관계는 매우 돈독해보였다.

생각보다 긴 야외에서의 기다림도 어느덧 지나고, 오후 5시경부터 서서히 입장은 시작되었다. 플로어 1층석 표를 이미 한국에서 수령해왔기에, 도쿄돔 내부로 들어가는 인파의 규모는 거대했다. 그러나 더 놀라웠던 것은 플로어 구역에 도달 했을 때의 광경이었다. 이미 45000석이 매진되었다는 뉴스는 들었지만, 그게 얼만큼의 규모인지를 드디어 눈으로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도쿄돔의 목적인 야구경기를 한다면 1루 덕아웃, 3루 덕아웃의 끝 부분 정도의 위치가 전면 무대와 90도로 이어져 있고, 그 나머지 내외야석이 모두 다 관객들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3층까지 뻗어있는 상황에서 전혀 빈 자리가 없이 관객이 들어찬 모습은 솔직히 ‘장관’이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한편, DSP를 통해 공연 티켓을 구매해 이 곳에 온 한국 카밀리아들의 좌석은 대부분 중앙 무대 주변 구역들에 퍼져있었다. 가장 근접 거리에서 중앙무대에 나온 카라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한국 팬들에 대한 DSP의 배려(?)에 대해 오랜만에 한국 카라 팬들의 칭찬이 공연 전 대화로 오고갔었다.

 

이 영상으로 공연을 보시면서 내용을 읽어보시면 더 좋습니다. 공연 전편 영상이에요. 제가 올린 거 아닙니다.

 

드디어 오후 6시 10분, 도쿄돔 전체의 조명이 꺼지고 영상으로 공연의 인트로가 진행되었다. 나비와 인간의 결합 같은 형상의 우주의 대천사가 우주의 신의 명을 받고 얼음별에 갖혀 있는 5명의 카라 요정들을 잠에서 깨워 지구로, 그리고 도쿄돔 안으로 유성처럼 날려보낸다는 흥미로운 설정의 영상은 인트로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다분히 일본인의 정서에 맞는 판타지를 펼쳐놓았다. 이 영상이 흐를 때 실제로 와이어 액션으로 공중에 떠올라있는 대천사의 모습까지 제시하며 현실감도 높혔다. 그 영상이 끝난 후 각 멤버들은 각각 마법의 성처럼 이뤄진 전면 무대 곳곳에서 익숙한 복장으로 등장했다. 바로 최근 히트곡 ‘판도라’의 복장 그대로였다. 노래가 시작된 후 각자의 위치에서 안무를 펼치던 멤버들은 서서히 중앙으로 모이며 다시 우리에게 익숙한 단체 안무를 선보였다. 첫 곡을 마치자마자 바로 일본 싱글 ‘Speed Up’과 일본어 버전의 ‘Jumping’을 이어가면서 막 오른 무대의 흥을 계속 끌어올렸다. 처음 무대에 등장했을 때에는 조금 긴장한 얼굴들이었지만, 이내 작년 6곳의 아레나를 거치며 가졌던 자신감을 그대로 무대 위에서 보여주었다.

처음 3곡을 마친 후, 멤버들은 첫 멘트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새해 복많이 받으라는 축하 인사들을 각각 능숙한 일본어로 건넸다. 자기 소개하는 와중에 분위기에 고무된 규리는 자기 소개를 ‘안녕하세요, 도쿄돔입니다’라고 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실수도 관객들이나 멤버들에게 긴장을 풀 수 있는 ‘웃음’으로 소화되는 분위기였다. 첫 멘트를 끝낸 후에는 더 멀리 있는 관객들과 인사하기 위해 중앙 무대로 걸어나왔고, 중앙에 다시 모여서는 일본 앨범 2집 [Super Girl]의 수록곡 ‘Dreaming Girl’을 노래하며 공연의 열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 곡이 끝나고 잠시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 어떤 특별한 무대가 이어질 것인가에 관객들의 시선이 정면을 집중할 때, 카라 멤버들 대신에 등장한 이들은 일본 인디 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성 5인조 헤비메틀 밴드 신티아(Cyntia)였다. 이 날은 보컬리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연주 파트 멤버들 4인이 무대에 섰고, 그들은 자신들의 곡 대신 카라의 히트곡 ‘Honey’를 유럽식 스피드 메틀 버전으로 재편곡해 연주하며 그들의 출중한 연주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 멋진 연주를 들으면서 ‘과연 멤버들 중 누가 이들과 호흡을 맞추었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면 무대 중앙부에서 또 하나의 드럼 세트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곳엔 구하라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그리 복잡할 것은 없는 간단한) 라이브 드럼 연주를 들려주었고, 그 인트로는 1980년대 팝 음악 팬들은 조운 제트(Joan Jett)의 버전, 그리고 2000년대 팝 팬들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커버로 잘 알고 있을 ‘I Love Rock N’ Roll’로 이어졌다. (원곡은 영국 록 밴드 The Arrows가 1975년 발표했다.) 이 날 공연에서의 신티아의 편곡은 언급한 두 버전의 혼합이라고 하면 될텐데, 하라의 퍼포먼스는 (중반부의 기타 연주를 포함해) 록커적 이미지와 댄서로서의 이미지를 잘 혼합해 살렸다.  

하라의 무대 이후에는 한승연의 솔로 무대가 이어졌다. 앞서 하라의 무대의 열기를 잠시 가라앉히려는 듯, 우아한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승연은 도쿄돔에 서는 감흥에 대해 긴 멘트를 하면서 중앙 무대로 걸어나왔다. “중3때 이런 큰 무대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러 친구와 함께 갔었습니다. 3층 끝에서 공연을 보며 그 곳에 모여있던 많은 이들에게 노래로 감동을 주던 모습을 보면서 가수로서의 꿈을 처음 갖게 되었습니다. (중략) 그 때 제가 꿈꿨던 그 장소가 오늘 이 도쿄돔 같습니다. 지금 부를 노래는 가수를 목표로 처음 연습했던 노래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므로 제가 직접 영어가사를 일본어로 바꿔 부르겠습니다. 이 노래가 있었기에 지금의 소중한 멤버들과 여러분들을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여기서 부를 수 있어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이어진 곡은 2000년대 초반 한국과 일본에서 꽤 많은 인기를 얻었던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스테이시 오리코(Stacie Orrico)의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발라드 ‘Strong Enough’였다. 공연장을 가득 채웠던 관객들이 흔드는 야광봉의 물결이 잔 파도처럼 흔들리는 동안 울려퍼진 승연의 발라드는 수많은 우여곡절들을 거치며 마침내 꿈의 무대에 선 그들의 감회와 기쁨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승연이 무대에서 사라진 후에는 잠시 영상쇼가 이어졌고, 다시 전면 무대에 불이 켜지며 일본 싱글 ‘Girls Power’의 전주와 함께 일단 4명의 멤버들이 먼저 등장했다. 나머지 멤버들이 각자의 파트를 소화한 뒤에 무대 위 중앙 문이 열리면서 다시 승연이 자신의 파트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등장했고, 지난 2012년 카라시아 투어에서는 카트 무대에서 안무 없이 부르던 이 곡을 이번에는 뮤직비디오의 포맷 그대로 소화했다. 그리고 이어진 일본어 3집 [Girls Forever]의 수록곡 ‘Kiss Me Tonight’부터 드디어 한국 카라시아 공연 무대부터 그들의 공연에서 계속 이어진 ‘이동마차’의 활용이 시작되었다. 

이 이동마차의 역할은 멤버들을 공연장 플로어의 양측 사이드로 이동하며 2-3층 관객들과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하고, 두 마차가 만나는 곳에 또 하나의 작은 무대가 있어 그 곳에서 멤버들이 노래할 때 3층 외야석 관객들까지 그들을 좀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한국어곡 ‘Pretty Girl’을 외곽 무대에서 노래할 때, 마차보다 무대는 더 위로 들어올려졌고, 노래가 끝난 후에는 멤버들이 관객들에게 야광봉으로 파도타기를 요구했고, 관객들이 이 요청에 확실히 응해주면서 도쿄돔은 멋진 불빛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한국에선 월드컵 때에 축구 스타디움 응원에서나 가능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니 흥미로웠고, 멤버들의 일본어 구사력이 이제는 확실히 관객들과 제대로 소통할 만큼 원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파도타기’ 이벤트 이후에는 겨울용 일본어 발라드 싱글 ‘Winter Magic’, 일본 3집에 수록된 발라드 ‘Orion’, 그리고 일본어 2집 수록곡이자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의미가 담겨진 ‘지금 전하고 싶은 말, 고마워’ 등 발라드 3연타가 이어졌다. (한국어 3집 [STEP]에 ‘내 마음을 담아서’라는 한국어 버전으로 번안되어있기도 하다.) 그들이 출연했던 일본 드라마 ‘우라카라’의 맨 마지막 엔딩을 장식했던, 당시 계약분쟁으로 인해 그룹의 위기 상황에서 눈물이 맻힌 채 불러야만 했던 이 곡을 이제 그 위기를 잘 해결하고 너 넓은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를 수 있음을 보는 현장의 카라 팬들의 감흥은 아마 일반 음악 팬들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다시 잠시 무대에 불이 꺼진 사이에는 니콜이 디제잉을 하는 영상이 상연되면서 이제 니콜의 솔로 무대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고, 빨간 재킷을 입고 남성적 복장으로 등장한 그녀는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의 1992년 싱글 ‘Humpin’ Around’를 안무와 함께 노래했다. 그룹 안에서는 가장 확실한 ‘댄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이기에, 무대 위에서 연출하는 파워풀한 안무는 남자 아이돌의 것에 뒤지지 않았다. 그 뒤를 이어서는 박규리의 솔로 무대가 이어졌는데,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발레를 하는 모습에 이어, 작년 말 발표했던 멤버들의 솔로 컬렉션 [Kara Collection]에 담긴 그녀의 솔로곡 ‘백일몽’의 일본어 버전의 전주가 흐를 때 와이어를 걸고 공중에서 그녀의 별명인 ‘여신’ 컨셉으로 내려오는 화려한 모습도 선보였다. 평소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규리에게는 모험적인 시도였지만, 공연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이런 열정이 카라를 그간의 일부 부족한 부분들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씩 성장하게 만들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5명의 솔로 무대들 가운데 하라의 무대와 함께 가장 흥미로운 파격을 보여준 것은 바로 막내 강지영의 솔로무대였다. 무대 전 선보인 교실 영상을 통해 친구들을 도쿄돔으로 불러모은 지영은 핑크색 세라복을 입고 댄서들과 무대에 나타났고, 아까 하라의 공연에서 연주를 담당했던 신티아가 다시 한 번 등장에 지영의 곡을 반주해주었다. 그녀가 노래한 곡은 1970년대 일본 보컬그룹인 핑거 파이브(Finger Five)의 대표곡이자, 1980년대에는 일본의 대표 여자 아이돌 교이즈미 쿄코의 버전으로도 잘 알려진, 일본인들에게는 대표적인 스포츠 응원가로 쓰이는 ‘학원천국’. 일본인들의 취향과 정서를 잘 살린 선택이자, 이제 막 성년에 접어든 지영의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한 편의 ‘학원 로큰롤’ 무대였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가 드디어 다 끝난 후, 다음 무대를 위해 등장한 것은 남성 드럼 마칭 밴드였다. 그들의 흥에 겨운 드러밍이 끝난 후, 예상되었던 대로 그들의 대표적 한국 히트곡인 ‘루팡’의 인트로가 이어졌다. 그리고 ‘Step’, ‘Let It Go’ 등 카라의 곡들 가운데 강인함이 강조된 한국어 트랙들이 계속 이어졌다. 잠시 의상을 교체하고 온 후에는 가장 최근의 일본 싱글이자 일본 3집 수록곡인 ‘Electric Boy’, 일본 내에서도 ‘카라파라 댄스’라는 독특한 안무를 유행시켰던 섬머 송 ‘Go Go Summer!’, 그리고 역시 ‘펭귄 댄스’라는 안무로 주목받았던 일본 시장에서의 첫 번째 오리콘 1위 싱글인 ‘Jet Coaster Love’까지 일본 시장에서의 그들의 대표곡들이 계속 이어졌고, 공연장의 열기는 서서히 절정에 다다랐다.

본편의 마지막곡을 노래하기 전, 멤버들은 다시 한 번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도쿄돔 무대에 선 감회에 대해 각각 언급하면서 결국 참았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승연은 콘서트 전 자신이 꾸었던 ‘공연이 망가지는’ 악몽을 언급하며 “이렇게 성공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여러분들의 덕분입니다. 또 다시 이런 공연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라 말했고, “지금부터 어디까지 우리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응원해주시기에 우리들이 있습니다.”라 말했다. 지영 역시 “여러분들과 우리들은 자전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는 두 개의 바퀴가 없다면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과 저희가 한 쌍의 바퀴가 되어 계속 달리고 싶습니다.”라 팬들과의 유대를 강조했고, 하라는 한국어로도 현장에 온 스탭들과 한국 팬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규리 역시 이 행사를 위해 애쓴 모든 이들, 그리고 병상에 있는 이호연 사장에 대한 감사의 마음까지 전했다. 데뷔 시절부터 여러 가지 곡절 속에서 적어도 카라만큼 팬들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고 있는 그룹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조금은 더듬어가며 나오는 일본어 한 마디 한 마디에 관객들은 진심으로 반응해주었다. 본편의 마지막 곡으로는 그들의 5인조 체제의 시작을 알린 싱글 ‘Rock U’가 도쿄돔에 울려 퍼졌다. 

일단 조명이 꺼진 후, 장내에서 누구든 앙코르를 예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기에, 한-일의 카라 팬들은 다 함께 (미리 한-일 팬클럽들끼리 정해놓았다고 하는) “카라 짱!”으로 “앙코르”의 연호를 대신했다. 무대에 다시 조명이 켜질 때, 팬들은 전면 무대 위에서 솟아오르는 5개의 대형 캐릭터 풍선을 보았다. 바로 그들의 최대 히트곡 ‘미스터’를 노래할 때의 복장을 한 깜찍한 카라 다섯 멤버들의 형상이었다. 이런 것 역시 애니메이션의 나라 일본 팬들을 충실히 겨냥한 자잘한 재미이자, 잠시 후 밝혀질 또 하나의 향후 이벤트의 예고편이었다. 그 구체적 내용은 앙코르 트랙들 – 일본어 곡들인 ‘Girls Be Ambitious’와 드라마 ‘우라카라’의 주제곡이었던 ‘SOS’ – 이후 두 번째 앙코르를 준비하는 동안에 밝혀졌다. 바로 올 봄에 공개될 카라 멤버들이 등장하는 5부작 TV애니메이션의 예고편이 이 무대를 공개된 것이다. 5명의 멤버들이 각각 – 경찰, 우주비행사, 항해사, 첩보원, 소방관 등으로 변신해 액션과 개그적 재미를 선사하는 만화가 될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었던 예고편 영상이었다. 마지막이자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오늘날 일본에서 카라가 이만큼의 스타덤을 얻는 게 가능하게 했던, 일본에서마저 ‘엉덩이춤’의 전국적인 유행을 몰고 왔던 곡 ‘미스터’를 부르며, 거의 2시간 50분에 가까운 카라의 도쿄돔 콘서트는 흥겹게 마무리되었다. 

전체적으로 작년에 한국과 일본에서 가졌던 ‘카라시아 2012’ 콘서트의 무대에 비해 돔공연이라는 특성에 맞게 공연 스케일을 넓은 공간에 맞게 조금 더 스케일을 키웠다. 1월 4일까지 도쿄돔이 대관 중이었기 때문에, 공연 설비 설치에 단 하루, 밤부터 오전까지의 적은 리허설 시간을 의식했는지 ‘전면무대-중앙무대-외야석무대-이동마차’로 이뤄진 동선의 구조는 별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중앙무대와 외야석 무대가 안무를 진행하는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탑처럼 상승하고 하강할 수 있게 기계장치가 작동하게 꾸며놓은 것은 주로 음향 시설과 무대 제작에 전념한 일본 공연 스탭들의 숙련된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DSP측은 공연 내용과 안무, 스타일링 자체에 더 집중했다.) 레퍼토리 면에서는 일본 팬들의 취향에 맞는 선곡은 물론 작년 공연의 세트리스트에서의 곡 배열 순서를 과감히 바꿨다. 작년에 선곡한 곡이라도 ‘(큰 안무를 요구하지 않는) 관객 호응 유도용 레퍼토리’와 ‘안무 퍼포먼스를 충실하게 해줘야 할 레퍼토리’ 역할을 교대시킨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솔로 퍼포먼스도 준비 기간이 짧을 것이라는 것에 비해서는 솔로 신곡이 아닐 뿐, 더욱 시각적으로 멤버들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을 볼거리를 제공했다. 진지하게 음악 자체를 귀로 들으며 가만히 감상하는 것이 아이돌 콘서트의 본래의 목적은 아님은 한국 팬들이나 일본 팬들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지 않은가. 이런 류의 공연은 공연하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얼만큼 서로 즐기며 소통했는가에 점수를 매길 기준이라 한다면, 이번 카라시아 도쿄돔 콘서트는 역대 이 곳에서 공연을 했던 다른 일본의 여성 아이돌 그룹들 – AKB48, 퍼퓸(Perfume) – 에 절대 뒤지지 않는, 하나의 컨셉과 스토리가 잘 잡힌 멋지고 즐거운 공연이었다. 또한 국내 A급 기획사에 소속되어 든든한 지원 속에서 정상에 올라 해외에 진출하는 것과 달리, 군소 기획사의 소속으로 수많은 ‘스펙타클’을 거치며 코어 K-Pop팬들을 넘어선 보다 넓은 일본 대중의 지지기반을 통해 카라는 도쿄돔이라는 일본 최대의 상징적 공간에 섰다. 그렇기에 카라가 이번 공연을 통해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설사 그들의 안티라고 해도 함부로 폄하할 수 없는 성과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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