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별 예선 G조 한국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워밍업하고 4시에 동네 호프집으로 향했다... 술집을 가득메운 청춘남녀들... (몇명은 참 눈돌리기 힘들게들 입고 왔더만... 주변 좀 생각좀 해주지...--;;) 아마 문학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해 여기라도 정착한 모양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열심히 뛴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0:2 패배...
두 번째 골에는 분명히 좀 어이없는 부분(그 상황은 분명히 현장에 있던 선수들에게도 오프 사이드로 여겨지기에 충분히 농후한 상황이었다. 우리 수비수에게 공만 맞지 않았더라면...) 이 있었지만, 첫 골에는 솔직히 우리 선수들의 신장과 점프력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전반전 무실점으로 잘버텨주던 토고마저 후반에 무너지다니... 조금은 편파적인 심판의 판정까지 겹쳐 우리의 16강은 이제 물건너 가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선수들이나 아드보 감독을 탓할 생각은 없다. 4년전 히딩크가 만들어놓은 기적에 대적할 명장은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이번 호주의 모습을 보라. 확실히 꺾어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그 지략이란!), 그 때보다 개인기면에서는 솔직히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볼 수 없는 선수층을 가지고 우리는 너무나 많은 기대를 했는지도 모르고, 결국 두 명의 베테랑 감독이 내쫓긴 자리에 앉은 아드보카트 입장에서는 (그의 '경기에서 이기는 축구'를 지향하는 습성상) 친구 히딩크가 한국 선수들에게서 키워낸 체력의 향상을 원정경기라는 낯선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승리하는 방향으로 매치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을것이다. 결국 그 결과는 토고전의 '막판 볼돌리기' 와 '전반에 골 먹어도 후반에 상대팀 체력떨어지는 타임 노려 만회하기' 전략으로 구체화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체력하나는 굳건한 스위스를 상대로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는걸 알았기에 앞의 두 경기의 상대들에게 이를 써먹은 것 뿐... (내 생각에 앞의 두 경기를 '재미없었다'고 욕한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 선수와 감독만 욕하고 있을 것이다.)
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대표팀이 얻은 성과는 바로 지난 2002년과 올해를 거쳐 우리 나라 축구 선수들이 세계 어느 팀과 만나도 과거처럼 초반에 X빠지게 뛰다가 나중에 지쳐서 한 두 골 먹으면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선수들 스스로나 관중들 모두에게 확인시켰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이제 그 체력의 바탕을 갖고 각 선수들이 세계 각지로 퍼져 자신만의 개인기를 키워나가는 과정을 겪어 나갈때, 비로소 우리는 다음 월드컵이나 앞으로의 국제 경기에서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광화문과 전국 경기장의 함성도, 밤새면서 TV앞에 앉아있던 열성도 접힐 때가 온 것 같다. (지겨운 월드컵 마케팅도 이젠 정리되겠지... 한 때의 스포츠 결과를 갖고 그렇게 울궈먹는 우리 기업들의 행태는 여전히 고운 시선으로는 못 보겠다.) 하루 직장 일과를 끝내고 공들여 야구장 가서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의 경기를 보고 집에 돌아온 사람이 집에 와서는 다시 다음 일상의 하루를 준비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월드컵이 그냥 일상의 하루 기분전환처럼 여겨지는 날이 빨리 도래하기를 기다린다. (점점 월드컵이 어디에서 개최하냐에 따라 FIFA판 WWE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슬쩍슬쩍 보이는 현재 분위기에선 더욱 그런 날이 빨리 와야한다.) 그래야 프레디 머큐리, 그리고 싸이(Psy)가 남긴 '진정 즐길줄 아는','우리 모두가 챔피언입니다.'라는 이 말이 정말 의미있지 않을까?
결과가 어찌 됐든, 우리 모두 즐기자는 뜻에서 오늘 아침에는 미친 개구리(Crazy Frog) 버전으로 듣는 'We Are The Champions'를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Crazy Frog - We Are The Champ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