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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Shop Boys'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6.17 Pet Shop Boys - Pandemonium (CD+DVD) (2)
  2. 2009.05.15 Pet Shop Boys - Yes (2)

# 이 글은 제가 쓴 한국 워너뮤직 발매 라이선스 음반 해설지입니다.

신스 팝의 수호자, 모든 전자 음악 아티스트들이 존경하는 일렉트로닉 팝의 아이콘,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의 2009년 실황을 담은 CD+DVD 패키지「Pandemonium」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가 2010년 지산 벨리 록 페스티벌에 출연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다. 그 순간, 환호의 함성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West End Girls’ 등의 주요 히트곡이 모두 금지곡으로 묶여서 반쪽짜리 누더기로 발매된 그들의 데뷔 앨범 LP에 만족할 수 없어 흑백 백판을 구하려 음지(?)를 헤매고 다니다 마침내 우연한 장소에서 구했을 때의 그 기쁨, 그리고 닳도록 들었던 2집 「Actually」(1987) LP와 ‘Always On My Mind’ 12인치 싱글에 대한 청소년기의 추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어쨌든 신스 팝과 1980년대 팝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자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들의 무대를 마침내 한국 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개인적 추억담은 무시하더라도, 신스 팝이 주류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DJ들과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도배하던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도 꾸준히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갔었던 그들의 행보는 그들을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 함께 ‘신스 팝의 생존자’의 위상을 넘어 1980년대 모든 전자 음악을 구사하는 아티스트들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위상으로 끌어올렸다. 사실 디페쉬 모드가 전자 음악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하여 1990년대 록 음악과의 교집합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 계열 사운드의 선구적 위상을 차지한 반면, 펫 샵 보이스의 음악은 그에 비하면 꾸준히 댄스 플로어와 팝적인 멜로디와 교집합을 형성하는 지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것이 이들을 수많은 후배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존경하고 대중도 꾸준히 애정을 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어떤 방향으로 음악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보편적 대중은 그 속에서도 비트를 압도하는 좋은 멜로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이를 충실히 지킨 뮤지션들은 트렌드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아울 시티(Owl City)와 같은 뮤지션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러한 경향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결국 펫 샵 보이스는 바로 이 점에서 최고의 재능을 발휘한 그룹이었고, 다른 동시대 아티스트들이 모두 창작력의 고갈이나 트렌드의 변화로 인한 레이블의 홀대로 인해 주류에서 밀려났을 때에도 꾸준히 정상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하고픈 음악을 해왔던 팀이다. 그래서 우리는 펫 샵 보이스를 시대를 뛰어넘어 음악적 아이콘(Icon)의 자리에 올라 있는 아티스트로 이제는 당당히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2009년 런던 O2아레나에서 개최된 공연의 열기를 담은 그들의 2번째 공식 라이브 앨범

올해로 데뷔 25년째를 맞는 펫 샵 보이스이지만 그들의 오랜 커리어에 비한다면 이들은 거의 라이브 앨범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1993년 EMI에서 처음으로 공식 발매한 실황 비디오 「Performance」이후 다수의 영상물은 계속 발표되었다.) 실제 이들이 첫 라이브 앨범을 내놓은 것은 지난 2006년작 「Concrete」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라이브 실황은 애초에 BBC에서 방송을 하기 위해 레코딩이 이뤄졌고, 공연 내용 역시 당시 발표했던 이들의 앨범 「Fundamental」(2005)이 오케스트레이션을 가미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무대에 서서 온전히 그들만의 전자음만으로 이뤄진 공연 실황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성격이 달랐다. 따라서 어쩌면 진짜 ‘펫 샵 보이스다운’ 라이브 무대를 담은 실황 앨범은 이번 「Pandemonium」이 CD로서는 처음이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사실 펫 샵 보이스의 경우에도 디페쉬 모드나 (애초에 밴드 형태의 멤버 구성이 아닌) 다른 일렉트로닉 팝 밴드들의 경우처럼 기타 등의 일부 악기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무대 위에서 프로그래밍된 컴퓨터들의 지원 속에 공연을 소화한다. 이런 경우 그들에게 라이브 무대는 스튜디오 작업에서 만들어낸 다채로운 사운드를 어떻게 현장에서도 완벽하게 구현하는가, 또는 리믹스하여 재구성하여 생동감 넘치는 배경 화면과 함께 전달하는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2007년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의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 아니면 작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등장한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의 무대를 기억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 일반 록 공연과 달리 수많은 컴퓨터들이 아티스트의 주변을 감싸거나 LED 전광판을 제외하면 그리 화려할 것이 없게 꾸며질 때가 많다. 그러나 펫 숍 보이스의 음악은 아무리 화려한 전자음이 있다 해도 보컬이 그 중심에 서는 것이기에, 크리스 로우(Chris Rowe)가 열심히 세팅을 이리 저리 바꾸는 동안에 보컬리스트 닐 테넌트(Neil Tennant)는 무대를 누비며 관객과의 소통을 책임진다. 그렇기에 여느 록 공연과 그렇게 큰 차이 없이 그들만의 따뜻하고 흥겨운 무대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이번 CD+DVD에 담긴 실황은 작년에 그들이 발표한 앨범 「Yes」발매 이후 올해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는 ‘Pandemonium Tour’ 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 12월 21일 런던 O2 아레나에서 개최된 공연 실황이다. (이번 지산 록 페스티벌 공연은 이 투어의 아시아 공연 일환이며, 아시아에서는 현재 한국과 대만에서만 계획이 잡혀있다.) DVD에는 실황 전체가 모두 실렸지만, 불행히도 CD에는 시간 관계상 모든 곡들을 다 담을 수 없어 「Yes」앨범의 수록곡 ‘Building a Wall’과 ‘The Way It Used to Be’, ‘All Over the World’ 와 과거 히트곡인 ‘What Have I Done to Deserve This?’, 그리고 ‘Jealousy’의 실황을 제외했다. 이번 투어의 세트리스트의 구성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신보의 수록곡들과 과거 히트곡들의 비중을 대등하게 편성하며 때로는 오히려 옛 히트곡의 인트로 성격으로 신곡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그들의 초기 앨범인 1집 「Please」(1986)와 2집「Actually」 시기의 트랙들의 다수 선곡되어 한동안 이들의 근황을 몰랐던 올드 팬들에게도 충분히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매력도 안겨준다.


잔잔한 인트로 연주로 신보의 수록곡 ‘More Than a Dream’ 을 처리하다 오버더빙되며 바로 이어지는 공연의 첫 트랙 ‘Heart’ 역시 2집의 대표적 트랙인데, 관객들도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멜로디에 후렴을 열심히 따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매끈하고 섹시한(?) 닐의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Yes」앨범의 두 번째 싱글 히트곡이었던 ‘Did You See Me Coming?’ 이 흥겹게 분위기를 돋우면, 역시 신보에 담겼던 ‘Pandemonium’ 과 5집 「Very」(1993)의 첫 싱글이었던 ‘Can You Forgive Her?’가 메들리로 이어진다. 두 곡이 절묘하게 이어지며 곡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것이 이 리믹스의 매력 포인트다. 신보의 첫 싱글이었던 ‘Love Etc.’ 은 스튜디오 버전과 별 큰 차이 없이 진행된 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빌리지 피플의 커버 송 ‘Go West’ 가 이어진다. 원곡보다 팀파니 사운드 이펙트를 강화하고 별도의 건반 화음을 추가한 것이 특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의외의 선곡인 그들의 데뷔 앨범의 첫 트랙 ‘Two Divided By Zero’ 과 맨 끝 트랙 ‘Why Don't We Live Together?’ 의 메들리는 1980년대 고전적 신시사이저 팝 사운드로 이들의 풋풋하면서도 신선했던 초기 시절을 환기시켜주는데, 그 뒤를 이어 바로 「Nightlife」(1999)의 히트곡 ‘New York City Boy’ 로 이어지면서도 시대의 간극을 느끼기 힘든 것은 25년간 이들이 얼마나 꾸준히 한 길을 걸어왔는지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중반부부터는 더욱 향수어린 이들의 과거 히트곡들이 이어지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윌리 넬슨(Willie Nelson)의 버전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팝 발라드를 1988년 봄 커버해 싱글로 먼저 발표했던 ‘Always on My Mind’ 라 할 수 있다. 당시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12인치 싱글까지 라이선스화 되었던 이 곡을 듣다보면 다시금 이들이 커버 트랙에서도 자신들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했던가를 되새기게 된다. 실황 트랙들 가운데 관객의 호응이 가장 많은 곡이기도 한데, 닐과 밴드가 함께 파트를 주고받는 후반부의 모습은 영상으로 함께 보면 더욱 멋지다. 그들이 2001년 조나단 하비(Jonathan Harvey)의 뮤지컬 음악을 작업할 때 활용한 ‘Closer to Heaven’ 을 잠시 인트로로 깔고 이어지는 트랙은 3집 「Introspective」(1988)의 히트곡 ‘Left to My Own Devices’ 인데, 오랜만에 이 곡을 라이브 버전으로 듣는 맛도 색다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놀라운 선곡들인 ‘Do I Have To?’와 ‘King's Cross’ 가 이어지는데, 전자는 ‘Always on My Mind’ 싱글의 비사이드로 수록되었던 트랙이라 2집 앨범의 확장판이 나오기까지는 정규 앨범에 실리지 못했던 트랙이며, 후자는 2집 「Actually」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슬로우 트랙으로 영국의 빈민 구역을 묘사했던 가사로 댄스 팝 속에 은근히 가려진 그들의 사회적 시선까지 확인하게 했던 곡이다. 이 두 트랙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펫 샵 보이스의 골수팬들에게는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Pet Shop Boys - Pandemonium Extended Trailer
(전체 영상은 앨범을 구입해서 보세요....^^;;;)

후반부로 접어들자, 이들의 데뷔작 속 히트곡이었던 ‘Suburbia’는 원곡과 살짝 믹싱을 업데이트한 사운드로 연주되고, 뒤이어 공연의 남은 시간이 모자란 것이 아쉬운 듯 ‘Se a vida é / Discoteca / Domino Dancing’ 등 과거의 히트곡들은 5분 정도 되는 시간 속에 메가 믹스(Mega-Mix) 형식으로 처리해버린다. 그런데, 후반부로 넘어갔을 때 닐이 부르는 멜로디는 왠지 낯설지 않은데 그들의 것은 아니다. 바로 콜드플레이(Coldplay)의 최근 히트곡 ‘Viva La Vida’ 를 그들의 방식으로 커버한 것이다.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와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면서 훨씬 비트를 빠르게 올려버린 것이 곡에 더욱 생동감을 준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려온 이 날의 하이라이트이자 펫 샵 보이스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 ‘It's A Sin’ 이 인트로 리믹스를 거쳐 선을 보인다. 관객의 흥도 이 때 최고조를 달리고, 이 곡을 끝으로 일단 두 사람은 무대 뒤로 내려간다. 하지만 언제나 팬들의 ‘앵콜’ 함성은 이들을 다시 불러올리게 되어 있는 법. 4집「Behaviour」(1990)의 히트곡이었던 ‘Being Boring’ 가 편안하게 귀를 자극한 후, 드디어 그들의 출세작이자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던 데뷔 싱글 ‘West End Girls’ 가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2000년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믹스 인트로 파트를 선보이는 이 곡으로 그들은 관객과 함께 다시 한 번 하나가 된 후, ‘런던,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무대 뒤로 사라진다.


이번 펫 샵 보이스의 라이브 CD+DVD 패키지는 지난 25년간 그들을 꾸준히 지지해왔던 열성팬들과 최근 앨범으로 그들에 대해 알게 된 젊은 세대, 그리고 1980년대 음악을 추억하는 올드 팬들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만한 선곡과 연주를 담은 실황앨범이다. 그리고 조만간 이 앨범에 담긴 트랙들 대부분을 다시 한 번 페스티벌의 열기 속에서 들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이번 한국 공연을 관람하려고 마음먹고 있는 팬들이라면 이번 라이브 앨범을 통해 충실한 ‘예습’을 마친 후 공연장에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날 그 역사적 현장에서 부디 함께할 수 있기를.
 

2010. 5. 글/ 김성환 (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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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kstipe

# 이 글은 제가 EMI 국내 라이선스반 해설지로 작성한 글입니다. 음반을 사신 분들이라면 이미 보셨을지도...

신스 팝의 시대, 일렉트로니카의 시대를 모두 평정했던 영국 최고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의 2009년 대망의 새 앨범,「Yes」

  두말 할 나위 없이 신스 팝(Synth Pop)은 1980년대를 대표했던 음악 장르였고, 당대에는 주류 팝 사운드의 다수가 이 계열 사운드의 우산 아래에 속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만 사용해왔던 고가의 장비였던 신시사이저가 기술의 발달로 저가로 구입이 가능해진 후, 포스트 펑크(Post-Punk)를 비롯한 당대의 전 장르에서 급속도로 신시사이저의 위상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밴드가 연주할 수 있는 각 파트의 모든 역할을 이 전자 악기가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원 맨 밴드, 혹은 듀오 형태로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등장을 이뤄냈다. 결국 80년대를 대표했던 밴드 중에 하드 록/메탈 계열 밴드들을 제외한다면 오히려 듀란 듀란(Duran Duran), 휴먼 리그(Human League) 등과 같은 뉴 웨이브/신스 팝 계열 밴드들이 주류에서 득세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대중들은 전자음으로 도배된 사운드에 점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대중적 팝 메탈이나 더욱 대중적인 댄스 팝 트랙들이 주류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많은 신스 팝 밴드들은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 후 90년대 중반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트렌드의 붐이 신스 팝의 가치를 재발견해주기 전까지는 80년대 유명 신스 팝 밴드들은 거의 다 개점휴업, 내지는 해체 상태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100%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내세운 정통 일렉트로닉 팝을 지향했던 두 밴드 -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디페쉬 모드(Depeche Mode) - 는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오히려 나중에는 일렉트로니카 팬들, 아티스트들의 존경까지 받으면서 꾸준히 주류의 정상을 지켰다.
  디페쉬 모드가 그들 사운드의 댄서블한 요소를 줄이고 어둡고 강한 비트와 이펙트를 강조하는 음악적 변화로 프로디지(Prodigy)와 같은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팬들까지 포섭할 수 있었다면, 펫 샵 보이스는 신스 팝 고유의 대중적 멜로디를 크게 버리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여러 리믹스 앨범들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클럽 지향적인 면도 포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몰락했던 다른 신스 팝 밴드들과 달랐던 점은 그들이 처음부터 자신들의 음악 속에 담아냈던 진지한 메시지와 주제의식이었다. 사회와 자아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이들의 음악 속 메시지는 이들의 80년대 초기 앨범들에서도 선명했으며, 결국 표면적으로 ‘즐기기 위한 음악’처럼 포장하면서도 동시에 음악적 진지함을 놓치지 않았던 이들의 아티스트로서의 ‘스피릿’이 이들을 20년 이상을 영국 최고의 신스 팝 듀오로 만들어 준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20여년간 일렉트로닉 팝의 최전선에 서있었던 펫 샵 보이스의 음악 여정
  1954년생인 닐 테넌트(Neil Tennant)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유명한 만화 제작사인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에서 편집 및 교정 일을 했으며, 82년에는 영국의 음악지 스매쉬 히츠(Smash Hits)에서 기자로 활동했었다. 한편, 1959년생인 크리스 로우(Chris Lowe)는 원 언더 디 에이트(One Under The Eight)이라는 7인조 댄스 그룹에서 트럼본을 맡았으며, 리버풀 대학으로 건너가서는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주로 계단을 고안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1981년 8월, 두 사람은 우연히 King's Road에 있는 전자제품 가계에서 처음 대면하게 되는데, 두 사람 모두 댄스뮤직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고 함께 작곡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애완동물 가계를 하는 친구들에게서 밴드명의 영감을 얻었는데, 이들은 “그 어감이 마치 영국식 랩 그룹의 느낌이 나서” 펫 샵 보이스라는 이름이 맘에 들었다고 한

다. 1983년에 닐이 폴리스(The Police)의 취재를 위해 뉴욕에 갔을 때 그는 프로듀서 바비 오(Bobby O)를 만났는데, 닐의 찬사에 감명을 받은 Bobby는 이 듀오와 함께 음반 작업을 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84년 4월에 그들의 대표곡 <West Ends Girls>의 첫 버전이 발매되었다. (그러나 이 버전은 LA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프랑스에서만 약간의 히트를 거두는데 그쳤다.) 
  다행히 1985년 3월에 이들은 EMI산하 팔로폰(Parlophone) 레이블과 계약을 채결하여 메이저 활동의 기회를 얻었고, 스테픈 헤이그(Stephen Hague)의 프로듀싱으로 <West End Girls>를 다시 제작, 재발매하여 1986년 1월 영국 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었다. 게다가 4월에는 미국 차트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이들은 세계 시장에서 빠른 스타덤을 얻는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해 3월에 발매된 데뷔작「Please」는 후속 싱글 <Opportunity (Let's Make Lots of Money)><Suburbia>의 연속 히트로 이들은 영국 신스 팝/댄스 시장에서의 정상의 위치에 단숨에 올라서게 되었다. (11월는 1집 수록곡의 리믹스 앨범인 「Disco」도 발표되었다.)
  그 후 1987년에 발표한 2집「Actually」는 먼저 발표된 첫 싱글 <It's A Sin>의 영국 차트 1위 등극과 함께 발매 전부터 관심을 모았고, 가톨릭 교육 환경에서 자라나며 느끼는 청소년의 정신적인 압박감을 표현한 이 곡의 가사는 당시 영국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악곡은 마이너 스케일이지만 데뷔작보다 좀 더 댄서블하고 밝은 분위기를 견지했던 이 앨범에서는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와의 듀엣 <What Have I Done to Deserve This?>, <Heart> 등이 히트 행진을 이어갔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표된 리메이크 싱글 <Always on My Mind>마저 전 세계적 히트를 거두면서 그들의 인기는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1년 뒤에 발표된 3집「Introspective」(1988)에서도 라틴 풍의 샘플링이 가미된 싱글 <Domino Dancing>과 독특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던 <Left to My Own Devices> 등이 계속 히트를 하면서 다음 해에 첫 번째 월드 투어를 갖는 성과를 이뤄내는 데 기여했다.
  90년대에 들어 이들이 처음 발표한 정규 앨범인「Behavior」(1991)은 프로듀서 겸 연주자 헤롤드 펠터마이어(Harold Faltermeyer)와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전과는 달리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를 활용하여 사운드의 약간의 다채로움을 시도하면서 <So Hard><My October Symphony>, <How Can You Expect To Be Taken Seriously> 등을 히트시켰다. 그리고 같은 해 겨울에 발매된 첫 베스트 앨범「Discography」에서는 그간에 싱글로만 발표하고 앨범에 담기지 않았던 리메이크 트랙들(특히 U2의 곡을 리메이크한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같은 곡들)까지 수록하여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후 80년대에 인기를 얻은 대부분의 신스 팝 밴드들의 해체와 활동 중단으로 치닫던 1993년에도 이들은 5집「Very」를 통해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의 히트곡 <Go West>를 히트시키면서 하우스-클럽 뮤직이 부각되던 시기에 무난히 적응했다. 기존의 노선에 비해 좀 더 밝은 멜로디가 강화한 덕분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리믹스 앨범「Disco 2」(1994), B-Side 트랙 및 미발표곡 모음집인「Alternative」(1995), <Before><Se a Vida E (That's the Way Life Is)>의 히트를 이어간 6집「Bilingual」(1996)과 <I Don't Know What You Want But I Can't Give You Anymore>와 디스코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New York City Boy>를 히트시킨 7집「Nightlife」(1999)까지 이들의 90년대 음악들은 80년대에 못지않은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아냈다.
  90년대의 왕성했던 활동에 비해 2001년 이들이 제작한 뮤지컬「Closer to Heaven」이후 이번 신보가 발매될 때까지 이들은 <Home And Dry>, <I Get Along> 등을 히트시켰던 「Release」(2002)와 <I'm With Stupid>, <Minimal> 등의 싱글이 나왔던「Fundamental」(2006) 등 단 두 장의 정규 앨범만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창작력이 예전보다 감소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들은 그 사이에 2CD 베스트 앨범「Pop/Art : The Hits」(2003)와 함께 영화사의 고전인 무성영화 ‘전함 포템킨(Battleship Potemkin)’을 위한 새로운 사운드트랙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2006년에는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여러 게스트와 함께 그들의 최초 라이브 앨범「Concrete」를 통해 클래식 연주와 신시사이저 연주의 훌륭한 조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펫 샵 보이스표 신스 팝의 노련함에 초기 시절의 향수를 되살리는 새 앨범「Yes」
  펫 샵 보이스의 3년 만의 새 정규 앨범이 되는「Yes」의 발매 계획이 발표되면서 가장 특별했던 소식은 바로 근래 영국 트렌디 댄스 팝의 대표적 여성 걸 그룹들인 걸즈 얼라우드(Girls Aloud)슈거베이브즈(Sugarbabes) 등을 키워냈던 프로듀서 팀인 제노매니아(Xenomania)와 공동작업한 곡들이 수록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이들은 함께 작곡 팀을 구성해 다른 아티스트들의 4장의 싱글을 제작한 경력이 있었으며, 그 최근작(2009년 1월)인 걸즈 얼라우드의 <The Loving Kind>는 영국 차트 Top 10에 진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미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는 펫 샵 보이스의 음악에 이들이 결합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이 나올까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Pet Shop Boys - Love, Etc. (Videoclip)



Pet Shop Boys - All Over The World 

  그러나 막상 이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었을 때, 이들이 함께 만든 3곡은 너무나도 ‘펫 샵 보이스다운’ 사운드를 갖고 있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를 굳이 찾으려 한다면 보컬부터 편곡까지 조금 부드러움이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훅(Hook)에 가까운 코러스가 덧입혀진 첫 싱글 <Love etc.>의 후렴구가 가진 중독성은 의외로 강하며, 기타 스트로크 샘플을 적절히 활용한 펫 샵 보이스식 클럽지향 트랙이 된 <More Than A Dream>는 중간 중간 기타 스트로크 샘플들이 곡을 더욱 댄서블하게 만든다. 그리고 펫 샵 보이스만 만들 수 있는 특유의 미디움 템포 댄스 팝 트랙인 <The Way It Used to Be>는 마치 무거운 비트를 다 걷어내고 클럽용으로 바꿔버린 <It's A Sin>이라고 묘사해도 될 만큼 확실한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트렌디한 프로듀싱으로 80년대 댄스 팝의 감성을 살리면서 클럽 지향적으로 사운드를 뽑아내자는 것이 이들의 의도였다고 생각된다.
  한편, 차이코프스키의 클래식 곡에서 샘플을 활용한 <All Over The World>는 가히 이번 앨범의 백미라고 해도 될 만큼 귀를 잡아끄는데, 신스 팝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겹겹이 쌓는 전자음의 결합이 트렌디함을 끌어내면서도 동시에 쉽게 대중에게 각인되는 멜로디를 갖고 있다. 그 외에 닐 테넌트 특유의 보컬의 매력이 잔잔히 깔리는 전자음 위에서 빛나는 <Vulnerable>, 전형적인 80년대 신스 팝의 복고적 느낌을 살린 <Building A Wall><Pandemonium>, 그리고 이들이 가끔 선보이는 낭만적 신스 팝 발라드의 연장선인 <King of Rome>도 이번 앨범에서 매력적인 트랙들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Beautiful People><Did You See Me Coming?> 같은 트랙들을 들으면 인트로나 중간 중간 브릿 팝 사운드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는 기타가 포함되어 있는데,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이들의 곡에 새로운 신선함을 안겨준다. 바로 이 기타의 주인공이 바로 모리시(Morrissey)와 함께 스미스(The Smiths)를 이끌었던 자니 마(Johnny Marr)다. 이미 닐 테넌트가 90년대 초반 그의 프로젝트였던 일렉트로닉(Electronic)의 음반에 피쳐링 했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작업은 자연스럽게 가능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이번 펫 샵 보이스의 새 앨범은 특별히 어느 한 두 곡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곡이 확실한 대중성과 동시에 80년대 신스 팝 팬들이 좋아할 향수 어린 사운드의 즐거움을 동시에 갖고 있다. 팔로폰 레이블의 담당자가 “우리가 펫 샵 보이스에 대해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 모두 담겨 있다.”라고 한 언급이 딱 어울릴 정도다. 그렇기에 그들의 80년대를 사랑했었던 음악 팬들이나, 현재 트렌디한 팝 음악을 즐겨 듣는 음악 팬들까지 모두를 사로잡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신스 팝의 생존자’라기 보다는 항상 ‘신스 팝의 선봉장’의 지위를 잃지 않았던 그들이기에, 그 환영을 받을 만한 충분한 내용물을 담은 이 3년 만의 복귀작은 올 해 라디오와 클럽을 충분히 강타하리라 예상한다. 
   

2009. 3 글/ 김성환 (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 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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