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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ry Manilow - Ultimate Manilow (04)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6. 4. 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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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덜트 컨템포러리 팝의 대표주자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의
30년 음악 여정의 대표적 싱글 20곡을 담은 베스트 앨범「Ultimate Manilow」


  20세기 팝 음악계에는 로큰롤의 등장을 필두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등장했고, 그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특정 시대를 풍미하다가 서서히 주류에서 밀려나는 과정이 반복되어 왔다. 그 중 록 음악이란 하나의 큰 틀의 장르만 살펴본다고 해도 수 십년간 너무나 다양한 스타일의 사운드가 탄생,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당시의 젊은 세대들의 정서와 취향이 그 속에 반영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드스탁과 히피즘의 시대가 끝나고 70년대에 들어와 소프트 록(Soft Rock) 계열의 음악들이 환영을 받으면서 20대 후반 이후의 성인층이 음반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막강해졌다. 록과 소울에 담긴 다양한 음악적 장점들을 부드럽운 팝 멜로디의 양념으로 활용한 이런 사운드는 70년대 후반에 들어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즉, 당대에 인기 있는 성인용 팝 음악이라는 별도의 영역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젊은 세대의 취향과는 별도로 기성 세대의 음악적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성인 취향의 음악,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을 대표한 뮤지션들을 꼽으라면 아마 엘튼 존(Elton John)이나 빌리 조엘(Billy Joel) 등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미국 팝 팬들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오히려 많은 팬들은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를 그 으뜸 자리에 올려놓을 것이다. 왜냐면 앞의 두 뮤지션은 다분히 로큰롤에 음악적 기조를 두었지만,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배리 매닐로우가 보여준 음악들은 정말로 '성인 음악'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클래시컬한 발라드, 뮤지컬을 보고 듣는 듯한 그의 드라마틱한 보컬과 공연은 스탠다드 재즈와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계열로 4-5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팝 음악의 전통을 멋지게 계승한 것이었다. 이 근본을 바탕으로 그는 80년대 중반 재즈/뮤지컬 방향으로 음악적 선회를 할 수 있었고, 이것이 그가 음악계에서 롱런 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와 같이 30년 가까이 성인 취향 팝 신 최고의 자리를 놓지 않았었기에, 우리는 이 새로운 버전의 히트곡 모음집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성인 팝 음악의 대표주자 자리를 지켜온 배리 매닐로우의 30년 음악 여정
  1946년 뉴욕 부르클린에서 Barry Alan Pincus라는 본명으로 태어난 배리는 그가 2살 때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면서 어머니의 성(姓)인 Manilow를 따르게 되었다. 7살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했고, CBS방송국에서 일하며 학비를 조달하다 그 곳에서 제작한 뮤지컬 'Callback'의 감독이 되면서 처음 프로 뮤지션의 길로 들어갔다. 한동안 광고 음악 등을 제작하던 그는 71년 (우리에겐 <The Rose>로 알려진) 베트 미들러(Bette Middler)의 피아니스트이자 편곡자로 고용되면서 그녀의 투어를 성공적으로 장식하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이러한 성과로 그는 Bell이라는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데뷔앨범「Barry ManilowⅠ」(73)을 발표하지만, 앨범은 상업적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레이블이 우리가 잘 아는 Arista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후, 레이블의 사장으로 부임한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는 그에게 대중적 팝 넘버를 불러볼 것을 권유했고, 그 결과 그의 첫 히트곡 <Mandy>(최근 웨스트라이프(Westlife)가 리메이크 했음.)가 싱글차트 1위를 하면서 2집「Barry ManilowⅡ」(74)는 대히트를 거두게 된다. 그 후「Tryin' To Get The Feeling」(75)에서 <I Write The Song>이,「This One's For You」(76)에선 <Looks Like We've Made It>이 각각 정상에 오르면서 그는 당시 성인 팝계 최고의 남성 보컬 자리에 올랐다. 그 후에도 그는「Even Now」(78),「One Voice」(79)를 통해 꾸준히 Top 10 싱글을 내놓았고 싱글 <Copacabana>는 그에게 그래미 최우수 남성 팝 가수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80년대로 넘어오면서 신스 팝(Synth Pop)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득세하고 MTV시대가 도래하게 되자, 그는「If I Should Love Again」(81),「Here Comes The Night」(82)등의 앨범을 통해 꾸준히 Top 40 히트곡을 내며 그 물결을 헤쳐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성인 취향 팝음악이 이제 주류 팝 신에서 밀려나는 것은 시대적 대세였고, 결국 그는 83년 말 싱글 <Read'Em And Weep>을 끝으로 일반 팝 차트와의 인연을 마감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그의 두 번째 음악 여정이 시작되는데, 바로 앨범「2:00 Paradise Cafe」(84)를 통해 재즈의 고전들을 불러내면서 성인 팝 팬들의 열광적 반응을 얻어낸 것이었다. 그 후「Swing Street」(87),「Showstoppers」(91),「Singin' With The Big Bands」(94),「Manilow Sings Sinatra」(98)를 통해 스탠다드 재즈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펼쳐온 그는 한편으로 직접 제작한「Barry Manilow's Copacabana: The Musical」(94)로 뮤지컬계에 직접 진출하기도 했다. 2000년대로 넘어와서도 그는「Here at The Mayflower」(01)라는 컨셉트 앨범을 발표했고, 여러 공연 무대를 통해 식지 않는 음악적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각도에서 재구성한 그의 베스트 싱글 모음집「Ultimate Manilow」
  이번에 국내에 선보이는 이 베스트 앨범은 사실 이미 같은 이름으로 2002년에 미국 버전과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선보인 바 있는 음반이지만, 이번에 세계적으로 발매되는 동명의 DVD(Kodak Theater에서의 공연실황이 담겨있음) 출시에 맞춰 새로운 트랙리스트로 선보이는 영국판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웨스트라이프가 그의 곡을 리메이크한 최근 상황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기존 2002년 미국판과 비교하자면 <Read'em And Weep>,<Some Kind Of Friend> 등 4곡이 빠지고 <Weekend In New England>와 <Trying To Get The Feeling Again>(76년 10위), <Looks Like We Made It>(77년 1위), <One Voice>가 대신 담겨있다. 비록 국내에서 사랑 받은 <Ships>와 <When October Goes>가 빠져있음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 외에 오늘날 배리 매닐로우의 명성을 쌓아준 대표곡들은 모두 수록되어 있다.
  먼저 <Mandy>, <I Write The Song>, <Can't Smile Without You>(78년 3위), <Even Now>(78년 19위), <Ready To Take A Chance Again>(78년 11위), <Somewhere In The Night>(79년 9위)과 같은 스트링 섹션으로 다듬어진 어덜트 컨템포러리 발라드 트랙들은 2-30년의 세월을 넘어 그 멜로디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빛나는 트랙들이다. 그 외 우리에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I Made It Through The Rain>(80년 10위), <The Old Song>(81년 15위)도 이 베스트앨범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발라드 트랙들이다.
  한편, <Copacabana>(78년 8위)나 <Bermuda Triangle>(80년)과 같은 비트 와 리듬이 강한 트랙들에서는 뮤지컬의 화려함을 마치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극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이 베스트에 보너스로 수록된 94년에 발표된 그의 'Copacabana' 뮤지컬에 담긴 <Who Needs To Dream>도 그 맥락에서 접하면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마지막으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을 리메이크한 98년곡 <Stranger In The Night>은 80년대 중반 부터 이어진 그의 음악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기존 그의 베스트 앨범들이 지난 몇 년간 수입CD로만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베스트 앨범은 그의 히트곡을 소장하고 싶은 7-80년대 음악 팬들에겐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훌륭한 음악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몇몇 광고 음악으로 그를 알게 된 젊은 세대에겐 70년대 성인 취향 팝 음악이 세월을 넘어 편안한 생활의 벗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줄 음반으로 기억될 것이다.
                                     

2004. 4.  글/ 김성환 (80s Pop Music Journalist)

* 사족: 그런데, 이 앨범은 홍보용판까지 찍었음에도 본사에서 발매취소를 해버려 국내 미발매가 되었음... 결국 이 해설지는 공개되지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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