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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ry Como - Papa Loves Mambo: The Very Best Of Perry Como (04)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6. 4. 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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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디셔널 팝(Traditional Pop)의 대표적 보컬리스트 페리 코모(Perry Como)의
모든 것을 담은 최신 베스트 앨범「Papa Loves Mambo: The Very Best Of Perry Como」

  20세기 초-중반 서구 팝 음악 신, 특히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었던 1940년대 초반부터 로큰롤 음악이 주류로 등장하기 시작했던 1950년대 후반까지 가장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팝 음악의 스타일은 오케스트라나 관현악단 밴드에 맞추어 보컬이 중심이 되는 곡들이었다. 현재 비평가들은 이러한 시기의 트렌드를 ‘트래디셔널 팝(Traditional Pop)',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기준으로) ’전통적 팝 음악‘이라고 부르고 있다. 결국 이런 부류의 음악에서는 작곡자들이 만든 곡의 매력과 이를 소화하는 보컬리스트의 역량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었고, 그 점에서 대중들에게 인정 받은 보컬들은 오랜 기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소위 보컬 팝(Vocal Pop)이라고도 불렸던 이 음악 신에서 스타로 군림했던 보컬들 가운데 빙 크로스비(Bing Crosby),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는 사망한 지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뮤지션들과 대중의 추앙을 받고 있다. 그리고 토니 베넷(Tony Bennett)처럼 팔순이 다 되도록 아직도 노익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그 시대를 빛냈던 또 한 명의 대표적 보컬리스트를 기억해야만 하는데, 그가 바로 이 음반의 주인공 페리 코모(Perry Como)이다. 그 역시 지난 2001년 노환으로 우리의 곁을 떠나긴 했지만, 지금도 그는 50년대 초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고향인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유럽까지 다수의 히트곡을 남겼다. 그의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은 무엇보다 어떤 스타일의 곡들을 소화하더라도 부드럽고 편안함을 주는 저음 톤의 목소리인데, 그 때문에 이미 알려진 곡을 그가 다시 불러도 많은 팝 팬들이 그의 버전에 더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매력을 선사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 드라마 ‘불새’에서 주연 탤런트가 극중 불러 다시 주목 받은 <And I Love You So>는 원래 돈 맥글린(Don Mclean : <American Pie>로 우리에게 유명함)의 70년 곡이나, 대부분의 팝 팬들은 73년 영국차트 3위까지 올랐던 그의 버전을 베스트로 꼽는다.) 이렇게 그의 목소리를 통해 알려진 노래들은 지금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종종 팝 팬들의 곁에서 울려 퍼지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는 여기 2004년 새롭게 선곡된 그의 베스트 앨범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래디셔널 팝의 대표적 보컬 페리 코모의 음악과 삶의 여정
  페리 코모는 1912년에 펜실바니아 주 캐논스버그(Canonsburg)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13명의 남매들 속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 방과후 동네 이발소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는데, 그 후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동네 결혼식이나 연회에서 축가를 불러주며 그의 가수로서의 능력을 처음 발휘했다. 그는 21살에 지역에서 알려진 프레디 칼론(Freddie Carlone)의 밴드 멤버로 연주 여행을 시작했는데, 1930년대 중반에 들어 [Beat The Band]라는 인기 라디오 쇼를 담당했던 테드 윔즈(Ted Weems)와 그의 오케스트라의 특별 보컬리스트로 활약하면서 처음 프로 가수로서의 성공을 맛보았다. 하지만 이 오케스트라가 42년에 해산되면서 그는 CBS 방송의 라디오 쇼인 [Supper Club]의 사회를 맡게 되었고, 그 쇼의 성공으로 그는 43년 RCA Victor 레이블과 계약을 맺게 되었다.
  1945년에 들어서 헐리우드에도 진출, [Something For The Boys] 등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그는 그 중 [A Song To Remember]에서 부른 <Till The End Of Time>이 그 해 최고 히트곡으로 기록되며 본격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그 후 2년간 그는 <Prisoner Of Love>, <Surrender>, <Chi-Baba, Chi-Baba (My Bambino Go to Sleep)> 등을 계속 히트시키며 인기를 유지했고, NBC 방송국에서 다시 라디오 쇼를 맡은 후 TV 쇼에까지 출연하면서 에미상을 수상하는 영예을 얻었다.
  로큰롤 음악이 본격적으로 주류로 부상했던 50년대에도 그의 스타덤은 쉽게 수그러지지 않았다. 당시 그의 노래는 미국 땅에서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 <Don't Let The Stars Get In Your Eyes (53년 1위)>와 <Wanted (54년 4위)>, <Papa Loves Mambo (54년 16위)> 등은 순위에서 보듯 미국보다 영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빌보드(Billboard) 차트 기록에 따르면 55년부터 58년까지 그는 21곡을 연이어 계속 40위권에 올렸는데, 그 가운데 <Hot Diggity (Dog Ziggity Boom) (56년)>, <Catch A Falling Star (58년)>는 1위에 오르면서 (사실 우리 팬들에겐 친숙하지 않은 곡이지만)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곡으로 기록되어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시기에 그는 그의 주특기인 트래디셔널 팝 발라드 싱글 이외에도 맘보나 로커빌리 스타일의 곡들까지 소화하면서 시대 분위기에도 적응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그가 어떠한 작곡자들의 곡이라도 자기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평가 받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와 같은 로큰롤의 거물 스타들이 등장하고, 젊은 세대들이 대중음악 소비층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60년대를 넘기며 그의 인기는 서서히 저물어갔다. 그리고 차트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그는 <(I Love You) Don't You Forget It (63년)>, <Seattle (69년)>와 같은 싱글을 1위에 올렸고, <And I Love You So (73년)>로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것이 그 행진의 끝이었다. (하지만 이 곡으로 당시 그래미 최우수 남성 가수상 후보에 올랐었다.) 그는 이후 말년을 플로리다해변에 있는 그의 저택에서 가족들과 보냈고, 자선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5월 18일, 그는 집에서 잠이 든 채 숨을 거두었고 그와 함께 미국 트래디셔널 팝의 한 편의 전설은 마감되었다.

그의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그의 목소리의 모든 것을 들려주는 새 베스트 앨범 
  사실 이 베스트 앨범이 발표되는 데에는 어쩌면 근래 소개된 나이키(Nike)사(社)의 광고가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 광고에 수록되면서 그의 고전적 싱글 <Papa Love Mambo>가 최근 다시 영국 팝 팬들에게 화제를 모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범 속에는 그의 50년대 초반 히트곡부터 70년대 초반 히트곡까지 20년간의 히트 싱글들이 고르게 안배되어 있으며, 선곡도 우리 취향에 맞게 잘 되어있어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 팝 팬들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팬들에게는 여전히 그의 대표적 히트곡인 <And I Love You So>를 선두로 <It's Impossible>, <Catching A Falling Star>, <Magic Moments> 등 차트에서 히트했던 곡들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그의 목소리를 통해 리메이크된 재즈나 팝의 고전들을 듣는 맛도 이 앨범의 즐거움이다. <The Very Thought Of You(레이 노블)>, <I've Got You Under My Skin(콜 포터)>,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토니 베넷)>, <Close To You (카펜터스)>,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스티비 원더)>, <If (브레드)> 등을 통해 들려지는 그의 편안하고 매력적인 저음은 보컬리스트로서의 그의 매력이 무엇이었는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가는 떠나도 작품은 남는다고 했던가. 이 앨범을 통해서 우리는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팝의 한 시기의 모습을 다시 만나고, 그 시기를 대표했던 목소리와 오랜만의 조우를 하게 될 것이다. 그 조우가 올드 팝 팬들에겐 반가운 재회로, 젊은 세대에게는 팝의 역사를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2004. 5. 글 / 김성환 (80s Pop Music Jour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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