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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 Walk The Line(앙코르) (2005)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6. 5. 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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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 Walk The Line(앙코르) (2005)

Feature Track: Hoaquin Pheonix & Rezze Witherspoon - It Ain't Me Babe


개인적으로 음악 팬의 입장에서 영화감상을 할 때, 좋은 음악이 흐르는 영화는 볼 때 더 큰 즐거움과 감흥을 느끼게 된다. 특히,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삼았거나 실제 뮤지션의 삶을 다룬 영화를 접하게 될 때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에 푹 빠져들기 쉬운 것은 저널리스트의 자질로서는 마이너스 요소일까? 그래도 영화가 내가 리뷰하는 주 대상이 아닌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이 영화 'Walk The Line'을 보고 들었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시선이 극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조금은 기대 반 우려 반을 갖고 영화를 보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이 영화는 '매력만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을 휩쓸고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헐리우드와는 달리 우리 나라에선 흥행은 그저 그런 편이었다. 일단 같은 음악 영화라고 해도 미국인들의 추앙에 비하면 우리에겐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자니 캐쉬(Johnny Cash)라는 인물에 대한 영화였고, 그리고 그의 음악 장르인 컨트리 음악이 영화의 주 감상층이 될 2-30대에게 그리 친숙한 장르의 팝 음악은 못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적어도 이런 음악을 모르던 이들에게 '컨트리 음악이 원래 이런거야?'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두 주인공의 대표적인 베스트 앨범을 구한다고 P2P를 밤새 켜두는 바람에 현재 내 한 쪽 PC에 무리가 갔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은 자니 캐쉬가 들려주는 컨트리 음악은 이 영화의 대척점이 될 수 있는 영화 '레이(Ray)'를 통해 접한 소울의 아버지 레이 찰스(Ray Charles)와 공유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것은 가스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도입부에서 어린 자니가 어머니를 통해 가스펠에 대한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점이 표현된 것은 그의 음악도 백인의 컨트리를 하지만 그 속에 가스펠, 즉, 흑인 영가에서 파생된 한(限)의 정서가 있고 소울의 기반이 된 블루스(Blues)의 모태를 공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 가사와 보컬은 쿵짝쿵짝거리는 리듬 속에서도 왠지 슬프고 서럽다.

  반면에 훗날 그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는 준 카터(June Carter)의 노래들은 전형적인 백인의 목가적 트래디셔널 컨트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녀가 어렸을 때 활동했던 카터 패밀리(The Carter Family), 그리고 카터 시스터스(Carter Sisters)에서 체득된 그녀의 굵은듯하지만 명랑한 보컬 테크닉(실제 그녀의 보컬은 영화 속 리즈 위더스푼(Reeze Witherspoon)의 보컬보다 훨씬 저음성향이다.)은 전원의 풍요로운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다. 어쩌면 대자연 어머니와 같은 그 밝고 평온함이 어렸을 적부터 슬픔을 체득하며 살아온 자니에게 그녀의 노래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고, 결국 그를 향한 집요한(!) 사랑의 모티브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영화를 보며 들었다. (물론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좀 더 아름답게 묘사하려 노력했으니 그랬을지도 모르나, 정말 그녀가 없었다면 과연 그는 마약 중독의 파멸에서 엘비스와 같은 길을 갔을 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데뷔 과정, 당시 선 레이블 출신 뮤지션들(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 등)과의 투어 과정 (정말 지금의 뮤지션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그 비참함이란!!), 그 속에서 동료로 만난 자니와 준의 감정의 교류와 로맨스, 그리고 역사적인 풀섬 감옥 공연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와 준의 인생 여정의 중년부까지를 체계적으로 훓어나간다. 그 가운데 중간 중간 공연 장면을 통하여 그의 대표곡들이 흘러나오게 되는데, 데뷔 싱글 [Cry, Cry, Cry]를 시작으로 [Get The Rhythm] 등의 초기 히트곡, 그리고 준을 만나고 그를 연모하며 탄생된 트랙들로 묘사된 [I Walk The Line], [Ring Of Fire](실제로 둘이 함께 작곡한 것으로 되어있음.) 그리고 풀섬감옥에서 열창한 것으로 묘사된 [Cocaine Blue]까지 그의 노래에는 그의 삶의 굴곡이 모두 담겨 있음을 확인할 트랙들이 수록되어있다. 준 카터의 곡으로는 그의 삼촌 칼 A. 파커의 곡인 [Wildwood Flower]와 [Jukebox Blues]가 수록되었으며, 엘비스 프레슬리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처음 녹음한 싱글로 알려져있는 [That's All Right]과 제리 리 루이스의 [Lewis Boogie] 등 50년대 록커빌리 트랙들도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모든 노래들은 전부 영화의 출연 배우들의 목소리로 직접 녹음된 버전들이라는 것이다. (여러분이 영화에서 들은 버전들도 마찬가지다.) 감독 제임스 맹골드(James Mangold)와 음악 프로듀서 티 본 버넷(T-Bone Burnett)은 배우들에게 캐스팅 때부터 배역으로 맡은 가수들의 보컬을 연구하고 직접 소화할 것을 요구했고, 그 결과물로 뮤지션들의 실제 보컬 트랙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원곡같은 느낌과 분위기를 주는 사운드트랙이 완성되었다. 주인공 자니역의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는 그의 음색을 통해 거의 자니 캐쉬의 느낌을 그대로 잘 살려주었고, 앞서 밝힌대로 리즈 위더스푼은 노래의 주인공의 원래 음색보단 좀 더 밝고 버터냄새가 풀풀나는 향취를 전한다. 그래서 이 사운드트랙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두 사람의 듀엣 곡인 [It Ain't Me Babe](밥 딜런(Bob Dylan)이 그에게 이 곡을 준 것으로 유명함.)와 두 사람의 프로포즈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둘이 부르던 [Jackson]이라 할 수 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듯한 두 뮤지션의 조화를 두 배우는 목소리로도 확실하게 재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엘비스나 제리 리의 곡도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 타일러 힐튼(Tyler Hilton), 웨일런 말로이 페인(Waylon Malloy Payne) 등 - 의 목소리로 직접 녹음되었다. 조금 전형적으로 부른 감이 있긴 하지만 확실한 모창이긴 하다. 참고로 그들은 원래 컨트리 가수들이라고.)

이 영화의 국내 개봉 카피는 '영화보다 위대한 사랑'이었다. 물론 두 사람은 일면 불륜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평생 나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는 이 영화는 '사랑만큼이나 위대한 음악'을 두 사람이 공유하고 만들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운드트랙으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좀 삐딱한 평론가는 '평이한 사랑 스토리 보다 위대한 음악'이라고 비꼬는 경우도 있겠으나, 사운드트랙만큼은 완벽한 영화임엔 분명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자니 캐쉬와 준 카터의 생전 공연 실제 사진>

<자니 캐쉬와 준 카터 캐쉬의 음악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들 - 이 문장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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