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녀는 이보다 훨씬 더 강렬한 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5년에 나왔던 전작에서의 파격적인 음악적 실험들을 떠올린다면, 분명 그녀는 강성의 하드록까지 자신의 음악 지평 안으로 품었을 사람이다. 그럼에도 힘을 뺐다. 그저 밝고 기운찬, 위로의 모던록이 그녀의 기타에서 들려온다.
박선주의 새 앨범 [Dreamer]는 그녀가 기타를 든 사진으로 시작한다. 다른 가수에게 보컬 지도를 해 주던 자신이 록을 위해 윤도현에게 보컬 디렉팅을 받았다는 뉴스도 흥미롭다. 감칠맛 나게 팝재즈를 흥얼거리던 그녀의 변신은 이렇게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했듯, 그것은 그녀가 보여주던 팜므 파탈의 모습이 아니다. 가장 무거운 '밀실', 'M.T.V. life' 를 제외하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주를 이룬다.
로커로서의 온전한 변모를 불가능하게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그녀의 서늘한 감성 때문이다. 'My song', 'M.T.V. life', '오즈의 마법사' 를 제외하면 모두 이별을 이야기한다. 특히 허탈한 독백처럼 조근조근 부르는 '사랑아 가자', 진부한 멜로디를 투박한 매력으로 살려 낸 '햇살이 눈부셔 눈물이 난다', 이미지화된 가사가 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랑을 사랑한다' 등 초겨울 찬바람에 가슴 시리게 할 발라드가 포진해 있다.
수록곡의 절반을 차지하는 발라드가 표출하는 정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록 도전기가 거침없이 질주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별 스토리와 록을 결합할 때에도 메이저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 마이너의 '밀실' 두 가지를 만들어냈다. 즉 기본적으로 그녀가 가지고 있던 감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되, 록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함께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 균형에 대한 지향이 그녀를 '로커 박선주'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두 번째로 그녀의 음악적 근본에 대한 부분이다. 그녀는 록을 시도했으나 팝과 재즈를 놓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여실하게 드러나는 노래가 '오즈의 마법사'다. 이 곡은 유일하게 행복한 사랑을 노래하는 타이틀 'My song'과 비슷한 모던록의 진행을 보여주지만, 간주부터 후반부까지는 노골적으로 재즈 피아노를 삽입했다. 'M.T.V. life' 역시 마찬가지다. 록을 전면에 배치했음에도 그녀의 보컬 스타일이나 리듬은 재즈와 블루스를 기본으로 한다.
결국 '오즈의 마법사' 와 'M.T.V life' 는 [Dreamer]의 정체성을 깨끗하게 밝혀준다. 그녀는 로커로의 완벽한 변화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음악 지평을 더욱 넓히기 위해 눈을 돌린 곳에 록이 있었고, 록을 그녀의 음악에 끌어들인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팝, 재즈, 발라드가 록과 함께 앨범 안에서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Dreamer]는 언뜻 보면 평범한 앨범이다. 대부분의 선율이 익숙한 가요 문법으로 흐르고,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빠름과 느림이 번갈아 드러난다. 그러나 그 속내는 이렇게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박선주의 기교 없는 목소리가 50여분을 한 번에 관통한다. 이것이 바로 [Dreamer]를 그저 그런 가요 음반이 아닌 것으로 만든다.
아마도 그녀는 이보다 훨씬 더 강렬한 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유혹적인 메시지를 삽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앨범에 비해 담백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녀가 앞으로 시도할 수 있는 음악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리라. 록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수용한 그녀의 호기심이 다음에는 어디로 뻗어나갈지 궁금하다.
2007/11 IZM 필자 신혜림 (
snow-forget@hanmail.net)
- Tracklist -
1. 소년, 소녀를 만나다 / 2. 사랑아 가자
3. My song / 4. 잘가요 로맨스
5. 밀실 / 6. M.T.V life
7. 햇살이 눈부셔 눈물이 난다 (feat. 하림)
8. 내 생애 최고의 사랑 (feat. 하림)
9. 사랑을 사랑한다 (feat. 박찬재)
10. 오즈의 마법사 / 11. 그래서 니말은…
12. 사랑아 가자 2 (Acoustic version)
13. 잠들지 않는 숲
전곡 작사 / 작곡: 박선주
프로듀서: 박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