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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가 뭐가 어때서?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07. 12. 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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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이 영화를 볼 것이냐에 대한 결정에 그리 고민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되면 보는거고, 아님 말고였다. 그런데, '3M흥업' 블로그에 쓴 칼럼니스트 김태훈씨의 글을 읽고 나니, 그의 글 쓰는 태도에 기분이 상해서 괜히 더 보고 싶어졌다. 게다가, 직장 사람들 중에서 맘에 맞는 이들이랑 영화 볼 기회가 생겨서 오랜만에 근처 CGV를 가서 극장 스크린으로 직접 봤다.

여러 영화 평론가들이 남긴대로 이 영화는 플롯에서는 아주 헛점 투성이다. 필연보다는 우연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으며, 같이 본 동료들의 반응도 영화 스토리는 '그냥 그랬다.'가 전반적 평가였다. 하지만, 분명 음악과 사운드 만큼은 어느 영화보다 그 나름의 멋을 가진 작품이었다. 주인공 꼬마가 처음 기타를 붙잡고 연주할 때(아니, 두들길 때)의 사운드와, 그 뒤에 이어지는 연주는 에디 밴 헤일런(Eddie Van Halen)의 양손 태핑의 속주는 못따라 가더라도 그 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연주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교회 속 성가대의 합창과 클라이맥스 부분의 연주까지도.... 적어도 난 사운드트랙은 사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거의 끝부분에 가서는 나도 몰래 살짝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결국 그건 내 취향에 맞는 감동이었단 얘기일 것이다.) 또, 김태훈씨의 글에서 지적되었던, 제대로 끝까지 나오는 곡이 없다는 말에 대해서는 난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영화 사운드트랙이라고 홍보해놓고, 실상 30초 나오는 영화 OST 수록곡이 영화 역사상 얼마나 많은데 그것 같다가 시비인가? 이 영화의 테마는 '지구 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전제를 심은 상태에서 끌려가고 있는데, 거기서 완벽하게 러닝타임을 갖춘 곡을 영화 속에서 찾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싶다면 차라리 사운드트랙 CD를 듣지... 역시 한스 짐머(Hans Zimmer)는  휴먼 멜로 스토리에서 그의 감성에 맞는 음악들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From [August Rush] O.S.T.
- Ritual Dance / Raise It Up / This Time / Dueling Guitars / August's Rhaps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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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평론가들은 감동의 조건을 영화 속에서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는 감독의 시도에 무지 민감하다.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도 이 영화가 평론가들에겐 평균 3.3의 평점을 얻어냈지만, 대중에겐 6점대의 평점을 얻어낸 것은, 이 영화가 철저히 대중 지향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어쨌단 말인가? 이미 대중은 원스(Once)로 인해서 음악과 사운드를 테마로 한 멜로를 보고 싶어했고, 그거에 CJ가 딱 적당한 작품을 (게다가 자신들이 투자한 영화를) 불러와 상영했고, 이에 대중이 적절히 넘어가 준 것일 뿐이다.

음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평론가는 대중이 적어도 어느 수준 정도 예술성을 갖춘 수준의 작품에 귀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글을 쓴다. 그런데, 대중이 자꾸 그 쪽에 안 따라오면, 스스로 내부에 불만을 쌓고, 이를 자기도 모르게 글 속에 표출한다. 김태훈씨의 글이 그렇게 다수의 반박의 리플을 받은 이유는 난 그의 '냉소주의적 어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풍자와 Sarcasm을 시니컬함과 혼동하는 평론가들이 요즘엔 많다. 난 적어도 어떤 예술 작품의 리뷰를 읽은 독자가 그 리뷰로 인해 왠지모를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건 아무리 그 글의 관점이 옳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리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가 글의 맨 끝에서 남긴 이 문구는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 이런 생각만 든다. '젠장, <색, 계>나 한 번 더 볼 걸. 탕 웨이의 겨드랑이
 털이 <어거스트 러쉬>의 음악 보단 더 정겨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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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무리 개인 블로그에 쓰는 글이라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물론 글의 전체 맥락을 읽는 건 중요하다. 그의 요지는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음악을 들어봐도 난 별로 감흥이 오지 않았다."일텐데, 그 생각을 글로 전달하는 과정에 과도한 시니컬함이 가미되어 아직 영화를 볼까 말까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혼돈을 주기 때문이다. 섹스 신이 더 인상에 남을 영화를 순수 "헐리우드식 가족용 판타지 음악 영화"를 까기 위한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이 그의 해당 글의 최고의 실수라고나 할까? (물론 '색,계'의 완성도는 당근 [어거스트 러쉬]보다 높다고들 한다. 내가 아직 못봤으니 뭐라 할말이 없지만.......)

난 적어도 평론이 같은 대상을 경험한 다른 수용자가 다른 시각을 확인할 정도의 수준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그 정도(正道)를 지켰다고 생각하는 일부 글에까지도 태클을 다는 일부 아티스트의 팬들의 모습에 기분이 씁쓸할 때도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을 전달하는 단계를 넘어 이미 긍정적으로 본 수용자의 감정까지 상하게 만들려고 의도한 듯이 쓰여진 글은 내가 읽어도 화가 난다. (이는 박준흠씨가 가진 대한 민국 음악 시장 구조의 변화의 근본 방향에 내가 동의하면서도 그의 '무조건 인디 만세!'에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충분히 같은 생각을 전달하면서도 시니컬하게 쓰지 않고 표현하는 방법도 무수히 많은데, 그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당사자는 자기 블로그에 썼으니까 '자기 배설'이라 하겠지만, 이미 자기 공인적 필명을 활용해 많은 이들이 그 곳에서 영화 관람의 근거를 찾는 블로그가 과연 '화장실'로 기능해야 할까? 아니면 '인터넷 언론'의 구실을 해야 할까?  김태훈씨는 그걸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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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내 아들이 생각나서 나름 가슴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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