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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Mena - Cause & Effect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8. 9. 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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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소니비엠지(SonyBMG) 라이센스반의 해설지로 쓰여진 글입니다.

풍부한 보컬과 감성을 지닌 노르웨이의 여성 포크-팝 싱어송라이터
마리아 메나(Maria Mena)의 2008년도 신보「Cause And Effect」


  아시아권의 대중음악이 언어와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세계 2위의 음반 판매고를 자랑하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들까지도) 아직까지 확실한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 반면, 영국, 프랑스, 독일 이외의 유럽의 여러 팝 아티스트들의 해외 시장 진출은 70년대 이후부터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아바(ABBA)의 고향 스웨덴(Sweden)을 시작으로 노르웨이(Norway) 역시 그 때 이후 여러 아티스트들이 조금씩 영국-미국 팝 차트를 강타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한국 시장, 아니, 세계 시장에서 노르웨이의 대중음악을 가장 크게 알린 아티스트가 있다면 80년대를 풍미한 밴드 아하(A-ha)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건데, 그들이 잠시나마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유럽 팝의 전반적 특색이겠지만) 기존 영국-미국식 신스 팝의 틀을 받아들이면서도 이에 감미로운 감성적 멜로디를 강조하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하의 스타덤 이후의 노르웨이 팝의 세계 팝 시장에서의 성적표는 어떠할까? 현재까지 세계적 주목을 받은 노르웨이 아티스트들은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질 수 있는데, 첫 번째 부류가 딤무 보거(Dimmu Borgir)나 메이헴(Mayhem) 등으로 분류되는 강성 블랙 메탈(Black Metal) 밴드들로서 미국-영국의 익스트림 메탈 팬들의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사실 (골수 메탈 팬들을 제외하고) 한국의 보통 팝 팬들에게는 이런 밴드들보다는 차라리 유럽 팝 본연의 분위기에 충실한 팝-포크 록 계열의 아티스트 부류가
더욱 사랑받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retty Boy’로 사랑받았던 여성 듀오 M2M이나 ‘Unforgivable Sinner’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던 르네 말린(Lene Marlin)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으며, 근래에 내한공연도 가졌던 포크그룹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도 그들만큼 달콤한 느낌은 아닐지라도 비트 보다는 멜로디와 보컬이 중시된 유럽식 포크 록의 매력을 한껏 선보인 아티스트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와서 우리는 노르웨이 팝의 장점을 잘 살려내는 한 명의 여성 보컬리스트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가 바로 이 음반의 주인공 마리아 메나(Maria Mena)다. 그녀가 발표했던 정규 앨범들은 모두 고국 팝 차트에서 10위권 이내에 드는 꾸준한 인기를 누렸으며, 모두 골드 레코드(노르웨이 기준 2만장)를 기록했다. (인구 5백만도 안되는 나라에서 이 정도 판매고를 올렸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수치다. 요새 우리 가요 앨범이 대히트를 기록해야 10만장 이상인 것을 고려해보라.) 특히 때로는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과 같은 온화함으로, 그리고 때로는 비요크(Bjork)과 같은 강한 울림을, 아니면 70년대 유럽 포크 록-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의 여성 보컬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청아함을 담은 그녀만의 독특한 가창력은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미국의 팝 음악 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 결과 몇 달 전 그녀의 3집 「Apparently Unaffected」가 마침내 정식으로 선을 보이게 되었고, 이제 그 뒤를 이어 그녀의 신보가 우리의 손에 쥐어지게 된 것이다.

노르웨이의 여성 보컬의 대표주자로 성장한 마리아 메나의 음악 여정

  마리아 메나(Maria Mena)는 1986년생으로 극작가였던
어머니와 드러머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어린 시절부터 받으며 성장했다. (부모는 그녀와 오빠인 토니(Tony)의 이름을 각각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의 주인공에서 따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9살 때 부모가 이혼하게 되자, 마리아는 한동안 우울증과 거식증에 시달리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결국 그녀는 13세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노래 부르기와 작사를 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해가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의 초기 대표작인 ‘My Lullaby’는 이러한 자신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트랙이었다.
  이렇게 점점 자신을 뮤지션으로 갈고 닦아오면서, 그녀는 정식 프로 뮤지션이 되기를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노력을 지켜봤었던 아버지는 그녀가 만든 노래들을 녹음한 데모 테이프를 여러 음반사에 보냈고, 마침내 2002년에 노르웨이 소니 뮤직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 해에 노르웨이 전역에 발표했던 데뷔 싱글 ‘Fragile (Free)’는
비록 차트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가능성을 알렸고, 그 후 두 번째 싱글이자 자신의 아픈 가정사를 다룬 ‘My Lullaby’는 싱글 차트 5위를 기록하면서 플래티넘을 따냈다. 뒤이어 발표한 데뷔 앨범 「Another Phase」가 노르웨이 앨범 차트 6위에 오르며 음악 팬들은 재능 있는 신예의 등장을 환영했다. 
  2004년 2집 「Mellow」가 연이어 히트를 기록하자, 그녀는 두 장의 앨범에서 대표곡을 종합한 세계시
장용 앨범 「White Turns Blue」(2004)로 미국시장을 노크하기도 했다. 싱글 ‘You're The Only One’을 데이빗 레터맨의 토크쇼에서 선보이면서 미국 에어플레이 차트에서도 오르는 소폭의 인기를 누렸지만, 결국 앨범 차트 성적은 102위가 최고였다. 다시 고국과 유럽 시장에 집중하기로 한 그녀는 다음 해 3집 「Apparently Unaffected」를 통해 2년간 본국과 덴마크, 네덜란드에서 ‘Miss You Love’, ‘Just Hold Me(본국 차트 2위, 전 유럽 차트 4위)’, ‘Our Battles(스위스 차트 8위)’, ‘Nevermind Me’ 등이 4연속 싱글 히트를 기록하며 마침내 유럽 전체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더욱 유럽적인 감성과 함께 ‘그녀의 자서전’을 보컬로 빚어낸 신보「Cause And Effect」

  비록 본국에서는 거의 2년 만에 발표되는 신작이지만, 전작이 국내에 정식 소개된 지 그리 얼마 되지 않아서 발매되기 때문에(그리고 필자의 경우도 3집을 발매 시기보다 비교적 늦게 접했기 때문에) 이전 앨범에 비해 새 앨범이 보여주는 사운드의 변화는 실제보다 더 급속하게 이뤄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 근본적 이유는 마리아 메나가 이번 앨범에 세운 그 독특한 방향성에 기인한다. “이번 앨범은 제가 하나의 테마를 갖고 작업을 시작한 첫 앨범입니다. 제 과거의 앨범들이 그 시기의 음악들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 전 제 과거의 이야기들을 완전히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현재의 제 모습을 만드는 데 있었던 그 모든 일들을 기록해 보고자 했어요.” 그 결과, 그녀는 자신의 보컬에 더욱 극적인 감성을 넣어보려는 시도를 강화했고, 어떤 면에서는 비요크나 토리 에이모스(Tori Amos)의 팬들도 싫어하지 않을 드라마틱한 곡 전개와 보컬의 향연을 앨범의 전편에 수놓았다.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면, 이러한 그녀의 변화를 강하게 보여주는 첫 곡 ‘Power Trip Ballad’가 귀를 확실히 잡아끈다. 마칭 드럼(Marching Drum)의 장중함으로 시작해 드라마틱한 보컬과 후반부의 어린이 합창단의 화음까지 한 편의 서사시 같은 구성을 가진 이 곡을 듣게 되면 그간의 마리아 메나의 팬들도 흠칫 놀라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뒤이어 흐르는 첫 싱글 ‘Belly Up’는 그녀 음악에서 항상 강조된 피아노 연주 위에 단조롭게 들리지만 리듬감 있는 베이스와 드럼이 탄탄하게 뒷받침된 팝-록 트랙인데, 여기서도 그녀의 보컬의 매력은 과거보다 더욱 돋보인다. 수록곡 가운데 가장 편안하고 대중적 느낌을 주는 ‘All This Time (Pick-Me-Up Song)’과 국내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을 만한 발라드 ‘I'm On Your Side’는 사랑스럽지만 적당한 우울함을 깔고 있으며, 어쿠스틱 컨트리 풍 기타와 오케스트라 세션이 예상치 못한 조화를 이루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타이틀 트랙 ‘Cause And Effect’도 그녀가 이번 앨범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확인시켜준다.

  한편, 재지(Jazzy)한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는 ‘Eyesore’는 고전 재즈 발라드의 애환의 정서를 포크-록 발라드와 잘 접목해 마치 고풍스러운 옛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며, 피아노 중심으로 전개되는 발라드 ‘Where Were You’와 그녀 특유의 소울풀하지만 낭랑하게 울리는 보컬 테크닉이 빛나는 ‘I'm In Love’는 앨범에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을 제공한다. 특히, 스트링 세션과 보컬 외에는 다른 악기 사용을 극도로 자제한 ‘Self-Fulfilling Prophecy’는 이번 앨범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악의 선율과 더불어 하나의 악기처럼 울려 퍼지는 그녀의 보컬의 매력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위력을 떨친다. 가장 특이한 것은 이번 앨범에 담긴 유일한 리메이크 곡이자 70년대를 풍미한 하드 록 밴드 키스(Kiss)의 대표곡 ‘I Was Made For Loving You’, 그리고 간단한 포크 발라드 ‘Dear’다. 50년대식 슬로우 컨트리 타입의 리듬으로 변모시켜 색다른 낭만을 전해주는 편곡과 능수능란하게 강약을 조절하는 보컬은 마치 미국의 포크-팝 싱어 송라이터 주얼(Jewel)의 데뷔작「Pieces Of You」(95)의 감성을 살짝 연상케 하는 묘한 힘을 느끼게 한다.
  2년이라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그녀는 확실한 음악적 성장을 이뤄냈음을 이번 앨범「Cause And Effect」는 우리에게 증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더욱 솔직하게 음악 속에 담기로 결심했고, 그와 더불어 다른 서구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이 일반적으로 선보이는 것과는 뭔가 다른 사운드를 창출하고자 그녀가 꾸준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의 감성은 다분히 ‘유럽적’이고 일부 곡들은 심지어 ‘실험적’ 느낌까지 전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올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다. 결국 그녀의 의도를 얼마나 대중들이 잘 간파해 줄 것인가에 따라 이번 앨범의 상업적 성과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2008년에 또 하나의 기억할 만한 좋은 팝 음반 한 장을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은 그런 의미들을 무시할 정도로 매우 클 것이다. 결국 여러분이 이 해설지를 읽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그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고…….

2008.8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뮤직매거진 Hot 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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