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정현(Lena Park) - 10 Ways to Say I Love You (7집)

Review 저장고/가요

by mikstipe 2009. 3. 8. 07:43

본문

  박정현의 새 앨범이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6집 [Come to Where I Am]이 나온게 2007년 11-12월이니, 1년 3-4개월 정도의 기간만에 신보가 나온 셈인데, 4집 이후 앨범 사이의 간격이 많이 벌어진 걸 생각하면 많이 빨라진 것이다. 앨범 커버를 가득 메운 그녀의 얼굴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떤 심각한 변화가 앨범 속에 있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음반을 카 오디오에 걸었다.

  이 앨범은 요새 수록곡의 숫자에 비하면 너무 적다. 아무리 제목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10가지 방법이라지만, 9곡 뿐이라니... 그럼 가짓 수도 모자라잖아? (어느 블로거에서 그 10번째를 '침묵'이라고 추론한 글을 읽었는데, 현재까지는 그게 가장 공감이 간다. 하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본인에게 직접 들었음 좋겠다.) 전반적으로 평가를 하자면, 나중에 음반을 샀어도 발매 당시에는 음원으로 먼저 들었던 5집과 6집을 건너 오랜만에 CD로 발매 즉시 사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은 준수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별 4개-5개를 달아줄 앨범은 아니지만, 그래도 착착 끌리는 그런 앨범 말이다. 
'
  이 앨범은 크게 '세 토막'으로 나뉘어진다고 보면 쉽게 설명이 될 듯하다. 밝은 일렉트릭 기타의 스트로크가 주도하는 적당히 펑키한 팝-록인 <치카치카>(가사가 정말 사랑스럽다. 그녀는 지금 간절히 결혼을 꿈꾸는 것일까?), 스트링 편곡이 강하게 들어간 70년대 후반 분위기의 퓨전 슬로우 R&B 트랙(마치 Earth, Wind & Fire 시대의 편곡감이 느껴지는) <청순가련 리나 박>, 윤미래(T)의 랩을 들을 수 있는 트렌디 R&B/팝 트랙 <나 같은 사람 너 같은 사람>으로 이뤄진 첫 번째 토막은 (매 앨범마다 밝은 노래가 항상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의 컨셉과는 확연히 다르다. 예전에는 애상적 정서의 노래들의 집합들 속에 분위기 전환용으로 들어있던 것 같았던 이런 업비트 트랙들이 아예 초장에 앨범의 분위기를 잡고 있다는 건 조금 놀라웠다. 그런데, 그게 지금의 박정현에게는 더 어울리게 느껴진다. <꿈에>의 엄청난 히트이후 최고의 성량 파워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서서히 버리고 다양한 장르에 자신의 음악을 맞추는 방향을 견지했기에, 6집에 이어서 그것이 이번 앨범에서 성공적으로 완성된 3곡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파트는 '일반 팬들이 원하는 그녀의 발라드' 의 범주를 의식한 트랙 2곡이 지키고 있다. 바로 전형적 박정현표 팝-R&B 발라드 <만져줘요>와 타이틀곡으로 밀고 있는 <비밀>. 사실 앞부분의 매력이 더 강했기에, 그냥 무난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도 힘을 빼고 편안하게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고유의 매력을 유지한다. 아래의 라이브 실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방송에서 힘빼지 않고 편히 부를 곡을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사실 1곡 부르고 들어갈 상황이라면, 가수 입장에선 전력투구할 트랙은 라이브 공연에서 하는게 나을 것이다.) 이 두 곡에 이어지는 상큼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Sunday Brunch>는 뒤에 받쳐주는 혼 섹션의 편곡까지 멋지게 들어가 시종일관 경쾌함을 유지한다. 앞의 두곡의 약간의 심심함을 충분히 상쇄한다.



박정현 - 비밀 (MTV The Stage Live)

마지막 파트의 3곡은 '진지하게 침참하는 발라드' 라고 정의해야 할 텐데, 그렇다고 해서 기존 박정현의 '진지한 발라드'처럼 뻔한 연장선은 아니다. <비가>는 개인적으로는 <꿈에>이후 정공법 발라드로서는 오랜만에 확실하게 끌린 트랙인데, 그녀가 직접 작사-작곡을 커버한 이 곡에서 그녀는 가사 속 이별이 자신의 경험인듯 정돈된 슬픔을 뽑아낸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가 언제나 그랬듯, 질질 짜는 슬픔은 결코 아니다. (목청을 강하게 내지 않고도 이렇게 고음을 멋지게 뽑을 수 있는 건 그녀뿐이다.) 러브홀릭의 강현민이 작곡한 발라드 두 곡 - <사랑은 이런게 아닌데>, <만나러 가는 길> - 은 당연히 강현민의 색채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트랙이긴 하지만, 마치 이소라김민규, 이한철의 곡을 부르는 듯한 느낌처럼 앞으로도 괜찮은 조합이 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주 쓰면 분명 독이 될 것이다.)

  4집 이후의 그녀의 노래들에서 과거와 같은 파워가 보이지 않는다고, 음색과 기교에 신경 쓴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파워풀하게 내지르는 건 남들이 다 하는데 그녀가 그걸 굳이 유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왔기에, 6집 이후부터의 그녀의 방향성에는 긍정적 시선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번 앨범도 그런 면에서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R&B라는 호칭에 이미 벗어난 그녀의 다양한 팝/록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이 가감없이 '솔직하게' 담겼기 때문이다. 사실 방송에서보다는 이 곡들을 빨리 라이브로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그녀에게 한참 푹 빠져있었던 1-2-3집 때의 나로 진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콘서트 예매해야지.....^^;  

(P.S. 핫트랙스에서 6집 발표 당시에 인터뷰를 기획했다가 엎어졌던 기억도 나는데, 이번에는 이뤄졌음 좋겠다. 서면이 아니라 직접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근데 내가 정하는 것도 아닌데, 꿈도 야무지지? ㅋㅋㅋ)


 

관련글 더보기